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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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앤트(7)
허억- 허억-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체스.
고작 한 마리에.
헬캣이 보기에는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녀석이 하는 걸 보면 분명히 누군가 땅을 치며 후회를 하겠지.
-그런데 뭐가 힘들다고 그렇게 숨을 쉬어제끼냐? 누가 보면 네가 잡은 줄 알겠다 임마.
“…가…감사해요…”
-이거 그냥 일반 병졸이야. 아직 본방은 시작도 안 했다 자식아.
“엑? 지…진짜요?”
-그래. 이거 하급 자이앤트야. 말도 못 하잖냐.
끼에에…
헬캣이 자신의 발로 짓누르고 있는 자이앤트를 힐끗 내려다 보았다.
머리가 짓눌린 탓에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있는 자이앤트였다.
덩치는 체스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이다.
-쯧쯧. 이걸로 밥값이나 해야겠다.
혼자 중얼거리는가 싶더니 자신의 발에 가볍게 힘을 불어넣은 헬캣.
퍼서석-
자이앤트의 머리가 수박 깨지듯 박살이 나며 녹색의 체액이 푸왁 튀었다.
“으악~”
덕분에 자이앤트의 체액을 잔뜩 뒤집어 쓴 체스였다.
“이씨… 일부러 그랬죠?”
-에이~ 아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야~
순간 마수 사냥꾼들을 덮쳤던 자이앤트들 사이에서 미묘한 움직임의 변화가 감지되었다.
이미 죽은 마수들은 죽은 것.
살아남은 마수들은 자신들이 죽인 마수 사냥꾼들을 각자의 입에 무는가 싶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몸을 물렸다.
후퇴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왜?
그것은 이번 의뢰의 총 지휘를 맡은 심슨을 몹시도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의 시선은 멀찍이 빠른 속도로 후퇴를 하는 자이앤트들에게 쏠려 있었다.
‘뭐냐? 뭘 노리기에 이런 공격을 하는 것이냐?’
물러나는 자이앤트를 바라보는 그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생겨났다.
****
한창 전투 중.
스고르는 정신없이 몇 마리의 자이앤트를 해치웠을 때였다.
그는 전투 중인 체스를 보았었다.
역시 빌빌대고 있다.
흘려 듣기로는 실버 등급의 심사가 보류 어쩌고저쩌고하더니.
근본이 아이언 등급인 녀석은 백날 노력해봤자 아이언 등급이지.
그런데 도대체 그가 체스를 데려온 꿍꿍이가 뭐길래?
그것은 자신에게 건방지게 말대꾸를 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어디서 감히 아이언 등급 따위가 사파이어 등급에게.
그래서 대놓고 한 번 당해보라고 데려온 체스였다.
물론 실력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거야 말해 뭣하나.
안 봐도 뻔하지.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
저 몸.
인간 방패로 쓰기에는 딱 좋은 몸이 아닌가.
자이앤트의 둥지에 쳐들어 갔을 때 자신들 사냥단의 소중한 전력을 낭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은가.
그래서 전투 중에 그냥 한두 번의 공격이나 막다가 죽으라는 생각에 데려온 체스였다.
그런데 하는 꼴을 보아하니 여기서 딱 죽을 팔자네.
엥???
갑자기 스고르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체스가 갑자기 자신과 붙던 자이앤트 한 마리를 짓누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뭐야? 저거?’
스고르의 눈에는 물론 헬캣이 보이지 않았다.
체스의 널찍한 등이 헬캣을 적당하게 가려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내 퍼억 터져나가는 자이앤트의 머리.
‘저 놈 저거 이상하다. 뭔가 수상한 놈인데.’
어느 새 자이앤트를 잡을 생각도 까맣게 사라진 스고르였다.
그의 시선은 끊임없이 체스의 뒤를 쫓고 있었다.
가볍게 쓰고 버리는 패로 생각하기에는 생각보다 실력이 훨씬 좋은 탓이었다.
“저 정도면 한 번으로 끝이 나지는 않겠네.”
스고르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씨익 떠올랐다.
****
피해는 꽤나 심했다.
참여한 마수 사냥꾼 200여 명 중 거의 50명 정도가 죽은 것이었다.
게다가 그들을 묻어줄 수도 없다.
자이앤트들이 자신들의 동족을 버리면서까지 시체를 홀라당 다 가져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자이앤트들이 원래 저랬나?”
침울한 표정의 심슨이 자신을 마주 보고 있는 랄프에게 입을 열었다.
그의 표정도 심슨과 매한가지였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많은 동료들을 잃어버렸기에.
지금 이 곳에는 각 사냥단의 대표들과 성의 대표들이 모여 있었다.
피해상황을 알리고 추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글쎄. 마수도감에 그런 말은 없었지. 저렇게 군대처럼 전술적으로 움직이는 건 처음 본 것 같은데?”
“…전면 수정해야겠네. 계획을.”
“아니면 정비를 하고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건 어때? 지금까지 발견된 입구는 4군데 아닌가. 죽은 인원들을 빼고 인원수를 좀 줄여서 등급에 맞게 배분하면 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차라리 2군데로 몰아서 가면 어때?”
“어차피 입구도 좁고 들어갈 수 있는 인원도 한정되어 있을 건데 차라리 전체를 다 치고 들어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
서로의 계획이 나뉘었다.
인원이 좀 감소되긴 했지만 처음 계획대로 가자는 심슨.
그리고 그 인원들을 2군데로 몰아서 치고 들어가자는 랄프.
뭐가 더 좋은 것이란 말인가.
심슨이 머리를 싸매는 사이.
둘의 나뉜 생각에 갑자기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은 2군데를 치느냐, 4군데를 치느냐의 문제이다.
모두가 왁자지껄 자신의 의견을 분분이 말하던 그 때.
스윽-
누군가 손을 들어 올렸다.
불곰 사냥단의 다이아 등급이자 랭킹 33위인 아스타였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모인 전체의 시선이 한꺼번에 집중되었다.
“그냥 그렇게 하시죠. 지금 어차피 모인 건 3명 아닙니까. 다이아 등급.”
“그렇지. 뭐 심슨 님이나 랄프 님이나 어차피 실력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지 않습니까? 그냥 두 분이 각각 한 군데의 입구를 맡아 가십시오. 저희 불곰 사냥단은 방어가 느슨해지는 틈을 타 비는 입구를 빠르게 치고 가겠습니다.”
흐음-
그것도 나쁘지는 않네?
심슨이 랄프를 쳐다보았다.
랄프도 내심 아스타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나머지 인원들도 다이아 등급인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자 그제야 하나 둘 동의를 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아스타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저기 자이앤트들의 수가 보통이 아닌 게 영 신경이 쓰이는 심슨이었다.
“그렇게 되면 지원은 안 될 것 같은데 괜찮겠나?”
“걱정마세요. 저희가 전멸하더라도 안 도와줘도 됩니다. 나중에 정산이나 좀더 해주시면 됩니다.”
대단한 자신감인걸.
이 녀석 최근에 실력이 더 올랐나?
랭킹을 올릴 셈인가?
그러고 보니 한참동안 랭킹이 바뀐 적이 없었지 아마…
‘이거 이게 끝이 나면 한바탕 폭풍이 몰아닥칠지도 모르겠는걸.’
심슨이 아스타를 빤히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