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95
94
자이앤트 여왕(1)
철퍼덕-
우당탕-!!!
체스의 몸이 내동댕이쳐졌다.
자신을 물고 온 자이앤트 병사의 짓이었다.
어흑-
좀 살살 놔주던가…
허리가 끊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정신을 채 차리기도 전.
자신의 머리 위로 다른 마수 사냥꾼들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이런 니기미.’
체스는 재빨리 팔로 머리를 막은 채 몸을 최대한 웅크리며 자신을 보호했다.
후두둑- 후두둑-
아무렇게나 마구 쌓이는 인간들.
그렇게 제법 많은 수의 마수 사냥꾼들이 그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숨! 숨을!’
쌓여가는 시체 더미가 점점 무거워진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갇혀 있다보니 숨이… 숨이…
숨이 아주 그냥 턱턱 막히는 느낌이다.
체스는 팔을 마구 휘저었다.
살기 위해.
재수없는 개죽음을 당하지 않기 위해.
‘비켜! 비켜!’
끙끙대며 시체를 밀치고 밀쳤더니 그제야 몸을 일으킬 정도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어우씨…힘들어.’
우두둑-
몸을 일으키니 온 몸에서 사정없이 울어대는 관절들.
좀전에 전투 탓도 있고 온몸이 삐걱대는 느낌이다.
일어나 허리를 두들기는 체스.
그제야 허리를 펴며 정면을 응시한 그의 두 눈이 급격히 커졌다.
“뭐…뭐야… 이거…”
****
[좋아. 마음에 드는군.]자이앤트 여왕이 아주 만족스러운 소리를 냈다.
눈앞에 놓여진 음식들.
정확히는 인간들이지.
자신에게는 한낱 먹이일 뿐인 것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침이 주룩 흘러내린다.
보라.
아주 영양가가 넘쳐보이지 않나.
으흐흐흐흐흐흐-
꿀꺽-
눈앞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인간 하나를 그대로 입 안으로 넣었다.
딱히 씹을 필요도 없다.
일단 몸 안에 들어간 먹이는 금방 소화가 되니.
반응은 바로 올라왔다.
역시 상질의 먹이다.
여왕의 더듬이가 부르르 떨리며 페로몬을 사정없이 뿌려댔다.
병사들의 말로는 둥지 안에는 더욱 강한 수의 먹이들이 있다고 했다.
그것들마저 다 먹어치운다면 그때는 능히…
생각 만으로도 환희에 가득 차는 여왕이었다.
움찔-
잔뜩 쌓여 있는 먹이들 틈에서 뭔가 다른 움직임이 여왕의 눈에 포착되었다.
들썩들썩거리는 게 무언가가 있는 듯했다.
‘살아있는 게 있었나?’
자연스레 또다른 먹이 하나를 자신의 입으로 옮기며 여왕이 그 곳을 슬쩍 쳐다보았다.
푸왁-
먹이 하나가 쌓여진 먹이들을 헤치고 모습을 드러냈다.
살아있는 것도 있었나보군.
여왕은 이내 관심을 껐다.
어차피 먹이 아닌가.
아니네.
여왕이 다시 머리를 치켜들었다.
얼핏 보고 관심을 껐었는데 자신의 감각을 스치는 무언가.
저거…
여왕의 더듬이가 심하게 떨렸다.
이건 극상이고 나발이고 품질을 따질 때가 아니다.
여왕이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변수가 나타났다.
저것만 있다면 가능하다.
지금 저것만 취한다면!!!
그 무서운 주인들조차 당장이라도 자신의 다리 아래 꿇릴 수도 있다.
키에에에에에엑-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저건 감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극극극상의 것이었다.
군침을 잔뜩 흘리며 여왕은 턱을 양껏 벌린 채 그대로 체스에게 돌진했다.
****
“맙소사…”
체스는 입을 쩍 벌린 채였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저것…
…여…왕…?
아니지.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저건 누가 봐도 자이앤트 여왕이다.
자이앤트 여왕.
S급의 마수 중에서도 극히 위험종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 아닌가.
“…조졌네…”
이럴 때 헬캣이라도 있으면 안심이라도 하겠건만.
도통 어디로 갔는지 알 수조차 없으니…
아니지.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당장 눈앞에 저거.
자신에게 입을 쩍 벌린 채 달려오는 집게턱.
체스는 쿡쿡 쑤시는 허리를 부여잡은 채 재빨리 몸을 날렸다.
****
따아아악-!
여왕의 집게턱이 허공을 갈랐다.
목표물을 잃은 채 허공에서 맞물리는 여왕의 턱.
-피해? 피했냐?
생각보다 좀 하는 녀석인가 보군.
하긴 저걸 가지고 있다는 말이라면 숨겨진 뭔가가 있다는 말이겠지.
여왕은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갔다.
집게턱과 집게를 이용한 연이은 공격.
하지만 어째 위화감이 들었다.
저 녀석.
공격을 한 번씩 피할 때마다 한 끝 차이로 계속 피해내고 있다.
그것도 급급하게 겨우 피하는 게 아니라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
흠.
공격을 벌써 수십 번이나 퍼부었건만 하는 족족 무위로 끝이 났다.
가만 보자…
그렇다면.
자신의 공격을 읽는다는 말인가?
만약 그 가정이 맞다면…
구태여 통하지도 않는 공격을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할 필요가 없지.
단 하나의 양분도 놓치지 않을 거에요.
역시 S급의 마수답게 상황 판단에 탁월한 여왕이었다.
여왕은 생각을 멈추는 대신 행동으로 모든 걸 대신하기로 했다.
그러자 여왕의 머리와 몸이 따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갑자기 머리와 가슴 부분을 땅에 맞닿을 정도로 확 숙여버리는 여왕.
그런 여왕의 모습에 체스도 움직임을 멈췄다.
지금까지 모든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머릿속에 그려지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더 이상 머릿속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여왕의 자세가 어째 미묘하다.
‘뭘 하려는 것이지?’
체스의 눈에 의문이 서린 찰나.
여왕이 자신의 기운을 양껏 쏟아냈다.
순간 방의 색이 미묘하게 바뀌며 모든 게 차단되었다.
모든 기감조차 차단시킨 여왕의 기운.
체스에게도 여왕의 의지는 명확하게 느껴졌다.
뭔가 대단한 걸 하려는 듯하다.
탁- 탁탁-
걸음을 재빨리 뒤로 옮기는 체스.
거리를 물리려는 셈이었다.
텅-
뒤로 물러나던 체스의 몸이 무언가에 부딪혔다.
고개를 슬쩍 돌려보니 분명히 둥지의 벽은 저편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은 어딘가에 막혀 있었다.
‘아… 이걸 하려고 저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취한 건가?’
체스가 슬쩍 대검을 뒤로 돌려 찔러 보았다.
퉁- 퉁-
찔러도 검이 오히려 튕겨난다.
강도는 흠…
예전에 그 뭐냐.
우르브독인가 그 연미복 같은 옷을 입었던 그 마수가 만든 것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이미 2번째 겪는 일 아닌가.
체스의 표정은 덤덤했다.
그걸 본 여왕의 표정.
-호오~ 놀라지도 않는다라?
보통 이 정도를 보면 압도를 당한 나머지 당황하는 게 당연하거늘.
건.방.지.네.
여왕의 얼굴에 약간의 언짢음이 서렸다.
주인들 이외에 그 누가 감히 자신에게 저런 표정을 보인단 말인가.
-곱게 죽으면 편할 것을 구태여 매를 버는구나.
여왕은 그 자세 그대로 배 부분에서 뭔가를 촤아악 뿜어냈다.
그리고 그 순간 체스의 머릿속에 흘러 들어온 하나의 장면.
‘에엥??? 허얼…’
그것은 바로 자신의 몸이 녹아내리는 모습.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것 만으로도 고통스럽다.
어우…
차마 못 보겠다는 듯 얼른 그 장면을 머리에서 지워버리는 체스였다.
그 사이 여왕이 뿜어낸 산이 천장에 닿았다.
그리고 여왕이 만들어 놓은 벽을 따라 주르륵 흘러 내리는 산.
아예 공간 안에 있는 모든 것 그 자체를 전부 녹여버릴 셈인 듯했다.
매캐한 냄새가 가득 차올랐다.
온 방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