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99
98
자이앤트 여왕(5)
-…네놈도 여기에 있었냐?
여왕이 공격을 막아낸 집게다리를 풀며 말을 했다.
아직 앞다리가 얼얼하긴 했지만 심한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럼. 난 여기에 있은 지 꽤 되었지.
-그렇다면 네 할 일이나 하지 왜 여기까지 와서 간섭이지?
-네가 어떤 녀석인지 아는데 내가 그걸 가만히 넘어가리? 넌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좀.
그러니 그렇게 환수계에서도 관리를 당하는 거야 자식아.
헬캣이 혀를 끌끌 찼다.
-내가 환수계에 피해를 준 게 있느냐! 주인들부터 시작해서 이젠 네놈까지 나에게 간섭질이냐!
-넌 좀 그래. 내가 말이야. 네가 왜 이 곳에 오게 된 것인지 좀 궁금하거든? 아무리 너라도 주인들의 감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아는데 너. 네가 스스로 왔냐?
말을 하며 자연스레 몸을 옮기는 헬캣이었다.
그는 타닥 가볍게 걸음을 옮기더니 마치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거기로 가게 된 것처럼 체스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말이야. 웬만하면 서로 아름답게 헤어졌으면 하는데 이쯤하고 물러가는 건 어때? 거 네 녀석 새끼도 있는 것 같은데.
-이 아이는 주인이 될 것이다. 네 녀석 따위가 함부로 말할 존재가 아니지. 이 아이는 장차 환수계를 전부 지배하는 주인이 될 것이다.
-놀고 있네. 주인들이 그걸 가만히 지켜볼 것 같냐? 멍청한 소리도 엔간히 해야 들어주던가 하지.
사박-
뭔가가 밟히는 소리.
응?
그제야 여왕이 알아차렸다.
헬캣 저 녀석의 현란한 혀놀림에 정신이 팔려버린 탓이었다.
지금 저 녀석이 서있는 저 자리.
정확하게 먹이를 막아서고 있다.
-네놈… 알고 있었냐?
-응? 뭘?
딴청을 피우는 헬캣.
그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눈만 동그랗게 뜬 채 순진무구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이익. 그건 내 것이다!!!
눈앞에 탐스러운 먹이를 두고 빼앗길 수는 없잖은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헬캣에게 달려드는 여왕이였다.
쿠와아아아아아-
여왕의 모든 기운이 일거에 터져 나왔다.
앞다리에서부터 뻗어나온 여왕의 기운이 그대로 헬캣을 베어간다.
이크-
자못 흉흉한 여왕의 기세에 헬캣은 재빨리 체스를 입으로 물더니 뒤편으로 던져버리고는 꼬리를 들어 막아냈다.
콰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음이 터져나온다.
으득-
-나의 아이를 위한 것이다! 그것은!
-뭔 헛소리야? 네가 노릴 게 아니야 이건. 그리고 너 알을 배더니 좀 많이 약해졌나보다? 고작 그 정도로 설마 날 잡을 수 있다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그의 말은 빈정거림이 가득 했다.
하지만 속내는 전혀…
‘이놈. 그때의 여왕이 아닌데…’
자신이 알고 있던 여왕이 아니었다.
예전의 여왕이라 생각하고 치고 들어왔건만 자신의 기억을 훨씬 웃도는 여왕의 힘이었다.
이대로라면…
오하하하하하-
지그시 헬캣을 쳐다보던 여왕이 갑자기 광소를 터뜨렸다.
-뭐냐? 그 웃음은. 기분 나쁘게스리.
여왕의 웃음에 괜히 기분이 나빠진 헬캣이었다.
설마 들킨 건 아니겠…지?
-너 긴장하고 있지? 네 녀석 근육이 움찔움찔거리는 게 다 보인다고. 파하하하하.
-시끄럽네. 어디서 개가 짖나~
여유는 보이고 있는데.
어째 통하지 않았나보다.
슈와아아아악-!!!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자신에게 쏜살같이 날아오는 여왕의 공격.
쳇.
헬캣은 다시 한 번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이미 그 정도는 예상을 한다는 듯 그의 움직임에 따라붙는 여왕.
집게로 헬캣의 진로를 막아버린 여왕은 이내 자신의 배를 움직여 산을 뿜어냈다.
촤악-
헬캣이 있는 방향을 흠뻑 적셔나가는 여왕의 산.
그러나 그 정도는.
헬캣은 꼬리를 휘저어 자신의 주위를 완벽하게 감쌌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엇…?
잘 버티는가 싶던 자신이 펼친 기운이 녹아내린다.
몹시 당황한 헬캣이 재빨리 얼른 방향을 바꾸려 했다.
슈왁-
순간 헬캣의 머리를 향해 찔러오는 여왕의 배.
그 배의 끝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삐죽 삐져나와 있었다.
순식간에 다가온 그 날카로운 가시는 헬캣의 어깨 부분을 촤악 스치고 지나갔다.
-쳇. 다 못 피했네.
이게 얼마 만인가.
같은 환수에게 상처를 입는 게.
새하얀 털이 점점 빨갛게 물들어간다.
베인 곳에서부터 피가 조금씩 새어나온 탓이었다.
-꼭 피를 봐야 정신을 차리지. 아직도 네가 나와 비슷한 등급인 줄 아는 건 아니겠지? 난 이미 널 넘어섰지. 널 얼른 쓰러뜨리고 저걸 취하면 주인들과도 비슷해지겠지.
저 잘난 척하던 헬캣을 짓눌러 버릴 수 있다는 게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자신과 비슷한 등급인 주제에 저 녀석은 중립적인 환수라며 주인들에게 딱히 제재도 당하지 않고 싸돌아 다니는 게 어찌나 눈엣가시였는데.
어차피 자신이 이렇게 강해진 이 기회에 헬캣을 먹어치우고 저 기운마저 취한다면 능히 주인들과도 어깨를 견줄 수 있겠지.
자신의 자식이 말이다.
그런 여왕의 상념을 깨는 헬캣의 한 마디.
-내가 참 별꼴을 다 당한다 그치?
-약한 녀석은 죽어야지. 원래 우린 그런 존재들 아닌가? 늘 그랬으면서 새삼스레 무슨. 오늘이 네 제삿날이 되겠지.
-그래? 그렇다면 거기에 맞춰 진심으로 상대해 볼까?
허세다.
여왕이 보기에 저것은 허세에 지나지 않았다.
이미 밀리고 있는 게 딱 봐도 보이지 않는가.
빨리 짓뭉개버려야겠다.
여왕이 온 몸에 자신의 기운을 두르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점점 색이 짙어지는 여왕의 갑각.
-넌 한번도 못 봤지? 내가 인간계에 와서 이걸 보이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
-못 봤겠지. 환수계에서도 못 봤을 건데. 기다려 봐.
뿌드득- 뿌드득-
갑자기 헬캣의 몸이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뭐지? 저 녀석. 저 녀석도 변…신계였나?’
환수들은 여러 종류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 능력 중 헬캣은 변신계였다.
그가 가진 변신의 능력은 크기의 조절이었다.
원래의 크기로 돌아갔을 때의 그는…
SS급을 넘어설 수도 있을 정도의 환수였다.
그 사이 그의 몸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인간의 손바닥 위에 놓이면 딱 맞을 정도의 크기였던 그는 어느 새 동굴의 반을 넘게 채워가고 있었다.
-뭐…뭐냐.
여왕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저 정도면 자신보다도 훨씬 크지 않은가.
게다가 인간들의 미적 기준으로 봤을 때 귀엽다고 볼 정도의 헬캣은 이미 온데간데 없다.
그 자리를 차지한 건 몹시도 사납게 생긴 환수.
탁한 흰색의 갈기를 흩날리며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그였다.
막 자신의 몸을 드러낸 헬캣은 여왕 저리 가라할 정도로 큰 몹집이었다.
그가 본 정체를 드러낸 것 만으로도 주위의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는 느낌이다.
그 모습에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여왕.
뭔가 말을 하려 해도 목까지 올라온 목소리는 단지 입 안에서 맴돌 뿐 감히 밖으로 새어나올 엄두도 못 내는 중이었다.
푸릉-
변신을 끝낸 헬캣이 숨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