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warf in his previous life, but an artistic genius in his current life RAW novel - Chapter 50
48화 브랜드 대전 (2)
넓은 사무실.
김효빈은 핸드폰을 귀에 댄 채 통화를 하고 있었다.
“…네. 그 부분은 잘 처리되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아닙니다. 별말씀을요. 사장님이 더 고생하셨는걸요. 그럼 들어가세요.”
김효빈은 전화를 끊자마자 통화 시간을 확인했다.
3시간 33분 58초.
상당히 긴 통화였다.
진이 쏙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은 김효빈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몇 주간 정신없이 바빴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도 저렇게 충전할 수 있으면 좋겠네.’
그렇게 핸드폰이 조금 충전되자마자 김효빈은 다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직 처리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게 떠올랐던 것이다.
“네, 디자이너님. 접니다. 지난번에 짧게 언급한 신입 디자이너 인사이동 건과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통화 괜찮으실까요?”
김효빈이 전화를 건 이는 LE에서도 중견에 속하는 성인복 브랜드, 멜로지아의 수석 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윤석원이었다.
윤석원이 김효빈의 말에 대답했다.
“아. 그러잖아도 그 디자이너가 만든 컬렉션 봤습니다. 그린 미스틱 맞죠? 센스가 아주 좋더군요. 손끝도 야무지고.”
“네. 가능하다면 멜로지아 막내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스텝을 밟았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통화 내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지금 김효빈은 정환이 막내로 들어갈 자리를 만들기 위해 윤석원의 의견을 묻는 중이었다.
김효빈이 모든 브랜드를 통솔하고 있는 디자인 실장이긴 했지만, 멜로지아는 이미 사형 선고를 받은 더 플레이 같은 브랜드가 아니었다.
멜로지아는 LE 매출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중견 브랜드였기 때문에 아무리 김효빈이라도 마음대로 자리를 만들 수 없었다.
담당 수석 디자이너와 충분한 소통을 하는 게 우선이었다.
한동안 고민하던 윤석원이 김효빈의 질문에 대답했다.
“답을 하기 전에…. 왜 하필이면 저희 멜로지아를 선택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윤 수석님이나 멜로지아 디자이너들의 실력이라면 LE에서도 알아주지 않습니까? 특히 멜로지아는 LE 매출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을뿐더러, 의류 라인업도 다양하니 막내로서 성장하기도 아주 좋은 곳이죠.”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야 정환 씨와 같은 인재를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하나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윤석원이 말을 잠깐 멈췄다가 이어 갔다.
“정환 씨는 더 플레이에서 수석 디자이너 자리를 맡아봤지 않습니까? 그런데 막내 역할을 견딜 수 있을까요?”
“음.”
윤석원의 이야기를 들은 김효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브랜드를 담당하는 수석 디자이너로서 새 사람을 받기 전, 이런 부분의 걱정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괜히 사람을 잘못 들여서 팀원 간의 조화가 깨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압니다. 하지만 더 플레이의 수석 자리는 알다시피 수석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애매한 위치 아닙니까?”
“…그야 그렇죠.”
“그리고 만약 수석 자리에 있으며 나쁜 물이 들었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곧 쓴맛을 보고 정신을 차릴 테니까요.”
“그것도 그렇네요.”
“마지막으로 제가 스카우트를 하기 전 여러모로 수소문한 결과, 정환 씨는 그런 쪽으로 걱정할 것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 윤 수석님께서는 염려를 놓으셔도 될 겁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정환 씨가 저희 팀으로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겠습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아직 회장님의 결정이 떨어진 게 아니니 느긋하게 준비해 주시면 될 겁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다시 연락드리죠.”
전화를 끊은 뒤 김효빈은 쭉 기지개를 켰다.
종일 사무실에 있었더니 가슴이 답답했다.
김효빈은 커피라도 한 잔 마실 생각으로 사무실 한쪽의 놓여 있는 캡슐 머신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자판기 커피 생각이 나서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김효빈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자판기 커피를 뽑아 먹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 브랜드 수석 자리에 있을 때는 이걸 먹지 못해서 아쉬웠지.’
그렇게 김효빈이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있는데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즘 더 플레이 쪽 분위기가 묘하지 않아요? 원래 거기 직원들 전부 죽상이었잖아요.”
“저도 그게 좀 이상하더라고요. 너무 과할 정도로 열정적인 느낌이랄까?”
“맞아. 피곤해 보이면서도 묘하게 들뜬 표정이었어요. 설마 이번에 사고 하나 치려나?”
“에이, 설마. 그냥 브랜드 접히기 전에 마지막 발악 한번 해 보는 거겠죠.”
“저도 마지막 발악에 한 표. 솔직히 막말로 이미 문 닫기 직전인데 뭘 할 수 있겠어요.”
김효빈은 귀를 쫑긋 세웠다.
직원들이 언급하는 더 플레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더 플레이에서 보고서가 올라왔던 게 생각났다.
‘아동 브랜드 대전 주제를 뉴트로를 뛰어넘는 클래식으로 하겠다는 보고서였지, 아마?’
일이 바빠서 간략하게 앞부분 내용만 훑었는데 무슨 디자인을 준비한 건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자판기 커피를 손에 쥔 채 사무실로 돌아온 김효빈은 메일로 전달된 보고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개요, 아동복 시장에 관한 전반적인 분석은 빠르게 넘기고 곧장 주제와 주제를 선정한 이유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보고서를 괜찮게 썼네. 김예원이 도와준 건가?’
김효빈은 이렇게 생각하며 보고서를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퀄리티의 디자인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클래식에서 답을 찾았다고?’
뉴트로를 뛰어넘기 위해 재현에 충실하겠다는 발상은 분명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김효빈은 그것이 정말 디자인으로 이어질 거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주제를 떠올리는 것과 주제를 실현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였으니까.
하지만 보고서와 함께 올라온 디자인은 주제를 완벽하게 실현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자신들이 찾아낸 답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 주고 있었다.
‘좋아. 이 정도라면 더 플레이에 내렸던 사형 선고를…. 아니, 아니지.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디자인의 퀼리티에 놀란 김효빈은 더 플레이에 내렸던 사형 선고를 거두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단순히 디자인이 잘 나왔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하나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디자인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판매 전략이었다.
그리고 아쉽게도 이 보고서에는…….
‘판매 전략이 적혀 있지 않아.’
이 부분은 상당히 아쉬웠다.
아동복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AAA 쪽으로 몰릴 게 뻔한 고객을 어떻게든 끌어오려면 판매 전략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판매 전략이 없어서 이런 디자인을 그냥 묻히게 두기는 아까운데…. 역시 내가 나서는 게 맞을까?’
김효빈이 한창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똑똑, 하고 누군가가 김효빈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네. 들어오세요.”
그리고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놀랍게도 정환이었다.
때마침 도움을 줄 생각을 하고 있던 김효빈이 정환을 보며 씩 웃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네?”
“아닙니다. 그보다 보고서와 디자인 시안 잘 봤습니다. 제 생각보다 훨씬 더 훌륭한 디자인이 나왔더군요. 다만 아쉽게도…….”
“판매 전략 부분이 부족하죠?”
김효빈은 정환의 반문을 듣고 놀랐다.
이런 식으로 정환의 입을 통해 직접 문제점에 대해 듣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문제점을 파악하는 즉시…….
‘해결 방안을 내놓지. 정말 해결 방안을 마련한 건가?’
김효빈은 반신반의하며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아직 이렇다 할 판매 전략이 없다는 게 아쉽더군요.”
“그럴 줄 알고 새로운 보고서를 준비해 왔습니다. 비용 처리에 대한 결제가 필요할 것 같아 관련 서류도 뽑아 왔고요.”
정환은 기다렸다는 듯 보고서와 서류철 하나를 김효빈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보고서 위에는 ‘브랜드 대전 홍보 전략’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김효빈은 그 문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보고서를 한 장씩 차근차근 넘겨서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고서를 전부 다 읽은 김효빈의 입에서는 허, 하는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정환이 준비한 판매 전략이 완벽했기 때문이다.
***
며칠 후, 명진 백화점.
마감 시간을 훌쩍 넘긴 백화점은 어두컴컴했지만, AAA 매장에는 아직도 환한 불이 밝혀져 있었다.
“아니, 그건 좀 더 잘 보이는 곳에 둬요. 손님들의 시선을 바로 잡아끌 수 있게.”
차정호는 내일 브랜드 대전에서 공개할 신상품들의 배치를 두고 하나부터 열까지 직원들을 닦달하고 있었다.
차정호의 잔소리가 이어지자 직원들의 얼굴도 점점 구겨져 갔다.
그들이 볼멘소리로 중얼거렸다.
“솔직히 이런 건 백화점 판매 사원한테 맡겨도 되는 거 아냐?”
“내 말이. 나도 짜증 나 죽겠어. 회장 앞에서 발표도 했으니 목숨 걸어 보겠다, 뭐 이건가?”
“야망 있네, 야망 있어. 박 회장이 능력 없는 사람 치우는 데 선수라는 것도 모르고.”
직원들이 말한 것처럼 차정호에겐 야망이 있었다.
제일 패션의 하이엔드 브랜드 수석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야망.
박옥정 앞에서 눈도장까지 찍었으니 이번 브랜드 대전에서 반드시 AAA를 1위로 만든 후, 이를 발판 삼아 제일 패션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자이너 자리를 차지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직원들을 쥐 잡듯이 잡던 차정호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오케이. 이제 됐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하면 얼마나 좋습니까?”
“…….”
“내일 일찍 출근해야 하니까 이만 흩어지는 것으로 하기로 하죠. 다들 내일 봅시다.”
차정호의 퇴근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직원들은 잽싸게 걸음을 옮겼다.
차정호 또한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그런 직원들을 따라서 퇴근하다가 경쟁 브랜드가 있는 젤리키즈 매장 앞에 걸음을 멈췄다.
매대 전체가 얇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대략 어떤 디자인을 준비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차정호의 입가에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피어났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작년, 젤리키즈는 AAA의 뉴트로를 양심도 없이 카피하면서 1위 자리를 위협했던 브랜드라 여러모로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여전히 디자인적으로는 아무런 발전이 없었다.
차정호는 혹시나 하는 천천히 걸으며 마음에 다른 브랜드 매장도 쭉 훑었다.
천으로 꽁꽁 감춰 놔서 젤리키즈처럼 디자인을 확인할 수 없는 브랜드도 있었지만 확인이 가능한 곳의 수준은 비슷했다.
젤리키즈의 디자인 퀄리티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하여튼 버리지들 아니랄까 봐. 쯧쯧.’
그렇게 미소는 한층 더 짙어졌고 어느 순간부터 차정호의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그 상상은 자신이 바라는 대로 AAA의 매출을 1위로 끌어올려 제일 패션의 하이엔드 브랜드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었다.
심지어 상상 속에서 자신은 그냥 디자이너도 아니고 수석 디자이너였다.
‘이대로라면 수석도 꿈은 아니야.’
차정호는 아동복 브랜드 대전에서의 승리를 다시금 확신했다.
***
브랜드 대전 당일이 밝았다.
명진 백화점 8층 아동관은 웃는 아이, 우는 아이, 잠든 아이 등 다양한 아이의 부모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더 플레이의 디자인팀도 휴일을 반납한 채 이 틈새에 끼어 있는 상태였다.
정환의 옆에 서 있던 성미주가 입을 열었다.
“최근 며칠 동안 맘카페 같은 데서 아동복 브랜드 대전을 크게 홍보했던 모양이에요.”
“홍보가 제대로 된 모양이네요. AAA 매장은 사람이 몰리다 못해 아예 미어터지고 있으니까요.”
“저, 그런데…….”
박기용이 어느 한쪽을 가리켰다.
손가락을 따라 정환이 시선을 돌리자 사람이 점점 적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놓여 있는 것.
그것은 바로 더 플레이의 매장이었다.
사람이 어찌나 없는지 같은 8층 아동관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를 함께 확인한 김예원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아, 역시…….”
제대로 된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패배한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이대로 있을 수 없어 매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더 플레이 판매 사원들이 힘없는 목소리로 디자인팀 직원들을 맞이했다.
“…오셨어요? 이번에 옷은 진짜 기가 막히게 뽑혔는데 손님들이 아예 이쪽으로 오질 않네요.”
“AAA가 작년에 히트한 게 크긴 큰가 보네요. 새로 온 손님들도 일단 사람이 많은 쪽으로 몰린 것 같고.”
“젤리키즈가 AAA 매장 바로 옆에 있으니 사람이 저쪽에 몰릴 수밖에 없겠죠.”
“쟤네는 왜 또 하필이면 같은 코너에 몰려 있대?”
판매 사원의 이야기에 정환을 제외한 디자인팀 직원이 한 명씩 목소리를 높였고 더 플레이 매장에는 잠시 정적 돌았다.
정적을 뚫고 박기용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저희도 차라리 1층 중앙 매대에 옷을 깔아 놓는 게 어떨까요?”
그 말에 정환과 김예원이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1층 매대는 이월 상품밖에 없는 곳이잖아요. 신상품을 거기로 보내면 진짜 브랜드 접겠다고 우리 손으로 홍보하는 거나 마찬가지가 될 거예요.”
“네. 예원 디자이너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리고 AAA로 사람이 몰리는 현상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정환은 AAA를 들렀다가 나오는 손님들을 가리켰다.
“자세히 보세요. 손님들이 전부 빈손으로 나오고 있죠?”
“어?”
박기용이 눈을 크게 떴다.
정환의 말대로 AAA는 손님이 붐비는 것에 비해 옷을 산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것은 젤리키즈 쪽도 사정이 비슷했다.
“그렇네요? 다들 그냥 나오고 있어요.”
“수석 디자이너님 말씀이 옳았네요. 고객들은 이미 레트로든, 뉴트로든 다 질려 버린 거예요. 빈손이 그걸 증명하는 거고요.”
그 사실에 박기용의 얼굴이 잠시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그렇다고 해서 저 손님들이 우리 매장으로 오는 건 아니잖아요. 하…. 어떻게 하면 손님의 관심을 끌 수 있지? 이럴 게 아니라 제가 나가서 호객이라도 할까요?”
성미주가 질색했다.
“여기가 도떼기시장이에요? 그러다 세차도 해 준다고 하겠네.”
“필요하다면 뭐든 해야죠. 이 아까운 옷을 내버려 둘 순 없잖아요.”
김예원도, 성미주도 박기용와 같은 마음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나서서 호객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세 사람의 표정이 좋지 않게 변했을 때 정환이 입을 열었다.
“저, 잠깐 어디 좀 다녀오겠습니다.”
“어디 가시는데요?”
“잠깐이면 됩니다.”
하지만 정환은 15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고 더 플레이 매장의 분위기는 점점 더 어두워졌다.
‘수석 디자이너님은 어딜 가신 거야…….’
김예원이 이런 생각을 할 때였다.
마침내 에스컬레이터 쪽에서 정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렇게 등장한 정환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 옆으로 눈에 띄는 외모를 지닌 아이들이 정환의 손을 꼭 잡고 함께 걷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보다 인상적인 것은 아이들이 입고 있는 옷이었다.
‘저건?’
그랬다.
아이들이 입고 있는 옷.
그것은 더 플레이의 의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