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ortune-telling Princess RAW novel - Chapter (133)
“그런데 왜 바로 아는 척을 안 했지? 아버지에게 알려도 됐을 텐데.”
“그래서 내가 얻는 게 뭔데?”
카밀라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네가 직접적으로 나에게 원한을 가지고 일을 꾸몄다면 당연히 그렇게 했겠지.”
하지만 아니잖아?
물론 그때 자신에게 뭔가 작은 피해라도 있었다면 이리 쉽게 넘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은 받았으면 반드시 돌려주는 아주 예의 바른 사람이니까.
하지만 에스크라 공작 덕분에 딱히 피해를 본 게 없었다. 다친 곳도 없었고 물질적인 손해도 입지 않았다.
“그리고 난 쓸데없이 적을 만드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야.”
“그런 거 치곤 너에게 원한을 가진 이들이 제법 많던데.”
“…네가 잘못 안 거야.”
당장 떠오르는 몇몇 인물들이 있었지만, 카밀라는 애써 모른 척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연신 웃던 그가 뜻밖의 말을 내뱉었다.
“부탁 하나만 하자.”
“부탁?”
그가 입가에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미소가 지어졌다.
* * *
“우웩! 이거 맛이 뭐 이따위야?”
“더럽게 다네.”
“이딴 걸 사람들이 먹는다고?”
“사장 나오라고 해! 사장!”
늘 손님으로 북적이던 디저트 카페가 오늘은 아주 한산하다. 방금도 문을 열고 들어서던 손님 두 명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도망치듯 다시 나갔다.
입구 쪽에 떡하니 앉아 소리를 지르고 있는 남자들 때문에.
“저, 점장님, 저 사람들 또 왔어요.”
“미치겠네, 진짜! 저것들 왜 저래요?”
“벌써 4일째 저러고 있습니다.”
다섯 명의 남자가 며칠 전부터 가게를 찾아와 계속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디저트 몇 개를 시켜 놓곤 맛이 없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통에 가게에 온 손님들이 다 도망치는 상황이다.
“어? 점장님!”
“어디 가세요?!”
그 모습을 한참 가만히 지켜보던 라일라는 성큼 그들에게 다가섰다. 다른 점원들이 급히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뭐야?”
“네가 사장이야?”
라일라의 등장에 겁을 줄 생각인 듯 남자들의 얼굴이 더욱 험악해졌다.
“디저트에 문제가 있나요?”
“문제가 너무 많지.”
“이딴 걸 먹으라고 파는 거야?”
“죄송합니다.”
라일라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디저트값은 모두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뭐라고?”
“돈만 주면 다야?”
“X발! 우리가 거지인 줄 아나!”
“우리가 돈 때문에 이러는 줄 알아!”
남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라일라를 더욱 압박했다.
“그만 나가 주시겠어요?”
하지만 라일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입구를 손으로 가리켰다.
“입구는 저쪽입니다. 다음에는 더 만족스러운 디저트로 대접해 드릴게요.”
하지만 그런 라일라의 행동이 남자들의 심기를 더 건드린 듯했다.
“이게! 지금 장난하나!”
가장 가까이에 서 있던 남자의 손이 번쩍 들렸다.
하지만 라일라는 자신의 얼굴로 날아드는 손을 보면서도 눈조차 감지 않았다.
카밀라가 떠나기 전에 말했다. 이 가게를 잘 지키라고.
자신을 믿어 준 친구를 위해서라도 약해지고 싶지 않았다.
때리면 맞아 주고 신고하면 그만이다. 가게 영업을 방해하는 건 경비대에 말해 봐야 들은 척도 하지 않았지만, 폭력이 더해진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역시 크리스 님의 말이 맞았던 건가?’
계속되는 영업 방해에 어제 고스트 상회의 크리스를 찾아가 논의를 했다.
카밀라가 그라시아 제국으로 떠나기 전, 가게에 혹 문제가 생기면 크리스와 논의를 하라고 했었으니까. 그리고 그에게서 뜻밖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도랄드 디저트 가게라고 아십니까?’
‘도랄드 디저트요? 아! 저쪽 상가 입구에 있는 가게요?’
‘맞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 주변에서 가장 크고 수입이 좋았던 곳이죠.’
‘거긴 왜요?’
‘최근 그쪽 매상이 확 줄었다더군요.’
‘그게 왜……. 아! 혹시 저희 가게 때문인가요?’
‘네, 그래서 거기 사장이 앙심을 좀 품은 듯합니다. 저번에 갑자기 위생과에서 단속 나온 적 있죠?’
‘네. 하지만 크게 문제 될 게 없어서 그냥 돌아들 가셨는데요.’
‘도랄드 가게 사장이 신고한 겁니다. 뭐라도 잡히라고.’
‘세상에…….’
‘이번 일도 그쪽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제가 한번 알아보도록 하죠.’
아무래도 그 말이 사실인 듯했다. 돈이 목적이 아닌 이상 저들이 이런 행패를 부릴 이유가 없었으니까.
“으아아악!”
“……!”
그녀가 잠시 딴생각을 하는 사이 남자의 입에서 커다란 비명이 터져 나왔다. 폭력을 행사하기 위해 들었던 남자의 손이 반대쪽으로 확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이 새끼.”
남자의 손을 낚아채 꺾은 이의 입에서 짜증 섞인 말이 흘러나왔다. 라일라의 얼굴에 순식간에 반가움이 어렸다.
“왜 남의 가게에서 행패야?”
“아르시안 님!”
아르시안, 그의 등장에 다른 점원들의 얼굴에도 안도감이 어렸다.
늘 싸늘한 분위기를 풍기며 자리에 앉아 디저트를 깨작거리는 그가 평소에는 무척 두려웠지만, 오늘은 그의 등장이 너무도 반가웠다.
“이 새끼들 뭐냐고.”
“디저트가 맛이 없다네요.”
“맞는 말 했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이해를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라일라는 속으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가 달콤한 디저트를 죽기보다 더 싫어한다는 건 그녀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뭐가 문제야?”
“싫다면서 계속 오고 있어요.”
“…뭐?”
짜증만 가득하던 아르시안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히 굳어졌다.
“디저트가 싫은데… 여길 매일 와?”
나처럼?
으드득.
“크아아악!”
아르시안에게 여전히 붙잡혀 있던 남자의 손목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다시 한번 반대쪽으로 확 꺾였다.
“너희들, 카밀라와 무슨 사이야?”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그의 목소리에 주변에 있던 다른 남자들까지 그대로 얼어붙었다. 뭔가 잘못 걸렸다는 느낌이 확 왔다.
“그 녀석과 무슨 사이냐고 묻잖아.”
“무, 무슨 사이라니!”
카밀라, 그게 누군데!
“디저트가 맛없다면서 여길 왜 계속 와? 걔 보려고 여기 오는 거 아냐?”
“아, 아닙니다!”
“아니면… 그 녀석이 없을 때 매출 올려 주고 점수라도 따려고?”
나처럼?
으드득!
“크아아악!”
뭔가 다른 의미로 아르시안에게 아작이 나기 시작하는 남자들을 보며 라일라는 다시 머리가 아파 와 미간을 꾹꾹 눌러댔다.
아니, 왜 결론이 그렇게 흘러가냐고. 왜 모든 일의 중심에 카밀라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데!
‘그나저나 어쩌지?’
카밀라도 없는데 저 인간을 어찌 말려.
방금까지만 해도 그의 등장이 달가웠던 라일라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우우웅- 우웅-
“…….”
투욱.
“크윽.”
그런데 그때였다. 누군가 말리지도 않았는데 아르시안이 잡고 있던 남자의 손을 빠르게 놓았다.
그는 품에서 뭔가를 꺼내 들더니 곧바로 다른 탁자로 향했다. 그러곤 아주 조심스럽게 손에 들고 있던 뭔가를 내려놓았다. 바로 통신 구슬이었다.
─ 아르시안.
통신을 연결하자 그곳에서 아주 익숙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에 카페 안을 가득 채웠던 스산한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카밀라.”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는 아르시안의 주변에 순간적으로 훈풍이 도는 듯했다.
─ 바로 받네.
“마침 통신 구슬이 근처에 있었거든.”
─ 집이구나.
“뭐… 그렇지.”
아르시안이 주변을 스윽 훑었다. 지금부터 소리를 내는 이들을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듯.
“바쁜 일은 끝났어?”
─ 응, 거의.
저번에 연락했을 때 무슨 일인지 정신없이 바쁜 듯해 그 후로 먼저 연락하지 못하고 있었다.
─ 아르시안.
“응?”
─ 고마워.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아르시안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뭐가?”
─ 칸.
“…….”
─ 다친 곳은 없는 거지?
그녀의 목소리에 살짝 걱정이 묻어 있는 걸 느낀 아르시안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저 인간이 웃네.’
‘무, 무셔.’
그 모습에 다들 경악했다.
“어떻게 알았어?”
─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르시안.
“말해.”
─ 거기 더 이상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혹시 그것들이 또 네 앞에 나타난 거야? 협박이라도 받았어?”
─ 절대 아니야.
“그러면 왜?”
─ 으음… 네가 다치는 게 싫어서. 위험한 일 그만했으면 좋겠어.
“…….”
…엄마! 저 인간이 또 웃어! 너무 무서워!
사람들이 다시 경악하는 것과 달리 아르시안의 주변 공기가 더욱 온화해졌다.
“알았어.”
─ 약속한 거야.
“응, 다른 별일은 없…….”
─ 아! 다이브! 그러다 다쳐! 아르시안, 내가 다시 연락할게.
“그……!”
통신이 끊겼다.
“…….”
아르시안은 통신 구슬을 잠시 뚫어져라 바라보다 곧 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곤 팔짱을 끼더니 통신 구슬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렇게 10분이 흐르고 20분이 흐르고… 결국 보다 못한 라일라가 그에게 다가갔다.
“뭐 하세요?”
“기다리고 있는데.”
“예?”
“기다리고 있다고.”
설마?
“다시 연락한다고 했잖아.”
“아니, 그건…….”
바로 연락한다고 한 게 아닌 것 같은데? 라일라는 뒷말을 꿀꺽 삼켰다. 통신 구슬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 그에게 도저히 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색한 미소를 흘린 라일라는 그저 조용히 그 자리를 도망치듯 피했다.
* * *
“안 아파?”
“네, 괜찮아요.”
괜찮긴, 살이 다 까졌는데.
킹과 뛰어놀던 아이가 넘어져 무릎이 다 까졌다. 그런데 다이브는 울기는커녕 괜찮다며 상처를 보여 주는 것조차 꺼렸다.
참는 것에 익숙한 아이의 모습에 새삼 열이 뻗쳤다. 세빈느, 그 여자에 대한 분노가 저 밑에서부터 다시 끓어올랐다.
지금이라도 그 여자를 찾아가 머리채라도 확 흔들어 줄까?
시종과 함께 상처 치료를 위해 떠나는 다이브를 보며 카밀라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 한쪽에 던져 놓은 통신 구슬이 보였다.
‘그러고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