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ortune-telling Princess RAW novel - Chapter (135)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궁지에 몰렸다고 다 같은 선택을 하던가? 결국 본인 선택에 따른 결과인데, 내가 알 게 뭐…….
[제 죽음을 두고 이리저리 떠드는 말들이 많아서 아들이 많이 힘들어합…….]‘…….’
[제발 부탁드립니다!]이어진 그 말을 그냥 무시하기가 힘들었다.
“저 아이죠? 아빠가…….”
“맞아요! 뉴스에 나온 그 사람!”
“아내를 죽였다던… 아우, 끔찍해!”
“저 아이도 죽을 뻔했다면서요. 불쌍해서 어째.”
“그런데 애가 좀 싸하지 않아요? 느낌이…….”
뒤에서 멋대로 지껄여 대는 사람들의 말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얼마나 아픈지 너무 잘 아니까. 결국 아이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이너에게 부탁했다. 아이를 찾아가 달라고. 그 아이의 후원자가 되어 달라고. 특히 수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그래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사람까지 왜 끼어드냐고.”
어찌 알았는지 에스크라 공작이 그 아이에 대해 언급했다. 에스크라가의 이름으로 후원을 하겠다고.
의외였지만 거절하지 않았다. 이왕 도와주기로 한 거 확실하게 손을 뻗어 주는 게 좋을 듯했으니까.
그런데.
‘아이의 후원금은 제가 낼게요.’
‘몰랐군.’
‘네?’
‘우리 가문이 가난한 걸로 알려져 있는 줄은. 어떤 놈들이 그런 헛소문을 퍼트렸는지 찾아서 사지를…….’
‘그게 아니라……!’
결국 아이에 대한 모든 후원금도 에스크라 가문이 담당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아이의 어머니 치료비까지 말이다.
“하긴…….”
황실보다도 부유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아이 하나 후원하는 건 일도 아닐 테지.
“그런데 아가씨.”
“왜?”
“어디 연락 올 거 있으세요?”
아까부터 통신 구슬을 자꾸 확인하는 카밀라의 모습에 도르만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아니.”
“……?”
“그게…….”
카밀라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연락이 없네.”
“누가요?”
“다들.”
“네?”
“아버지도 그렇고, 라비도…….”
며칠에 한 번꼴로는 꼭꼭 연락이 왔었는데 언제부턴가 두 사람 다 연락이 뚝 끊겼다.
“먼저 연락해 보지 그러세요?”
“됐어.”
워낙 바쁜 사람들이라는 걸 알기에 먼저 연락하기가 좀 그랬다. 딱히 용건도 없는데 괜히 귀찮게 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뭐, 연락 오겠지.”
똑똑.
“누나, 우리 산책하러 가요.”
그때 문이 열리며 다이브가 들어왔다.
“그럴까?”
카밀라는 마지막으로 통신 구슬을 한 번 바라본 뒤 다이브와 함께 천천히 밖으로 향했다.
* * *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냐?”
오랜만에 소르펠 저택을 찾은 제이빌런 공작과 세프라 공작은 표정이 굳어 있는 오랜 지기의 모습에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내 표정이 어때서?”
“딱 봐도 ‘나 고민 있소’라는 얼굴인데.”
소르펠 공작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 일 없어.”
하지만 제이빌런 공작과 세프라 공작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애써 태연한 척을 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그를 보아 온 두 사람은 바로 눈치를 챘다. 그가 현재 뭔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는 것을.
“만약에 말이야.”
잠시 후 짧은 한숨을 내쉰 소르펠 공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카밀라의 친아버지가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친부?”
“나타난 거야?”
뜻밖의 말에 내내 입을 닫고 있던 세프라 공작마저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만약이라니까!”
짜증 섞인 반박이 돌아왔지만 두 사람 다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친부라… 뜻밖이긴 하군.”
“그 아이 나이가 열일곱이지 않나? 갑작스럽긴 하네.”
“만약이라고 하잖아! 만약!”
“그래서, 그자는 어떤 인간인데?”
“그 아이와 벌써 만난 건가?”
자신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는 두 사람을 보며 소르펠 공작의 입에서 다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뭐 하는 놈이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게 왜 안 중요해. 그 아이가 가진 재산이 얼만데. 괜한 놈한테 좋은 일 시키지 말고 친부에게 가겠다면 네가 준 마력석 광산은 내놓고 가라고 해.”
“…….”
“…….”
“왜 날 그딴 눈으로 보는 거야!”
소르펠 공작과 세프라 공작이 한심하게 자신을 바라보자 제이빌런 공작이 버럭 했다.
“여기서 돈 얘기가 왜 나와?”
“딸 뺏기는 것도 짜증 나는데 돈까지 뺏기면 더 짜증 나잖아.”
“뺏기는 게 기정사실인 것처럼 말하지 마!”
은근한 살기까지 내뿜는 친구의 모습에 제이빌런 공작은 슬쩍 시선을 피했다. 놀리는 건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그래서, 뭐 하는 놈이냐니까? 거지꼴을 하고 나타나기라도 한 거야?”
“…오히려 그랬으면 좋겠군.”
차라리 카밀라의 친부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이였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을 것 같아.
‘그자가 카밀라의 친부라니…….’
최근 카밀라에게 붙여 둔 블랙 쉐도우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라시아 제국의 에스크라 공작이 바로 카밀라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알려 온 것이다.
루브를 통해 그 얘기를 듣는 순간 한동안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정말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였으니까.
‘그래서였나?’
그래서 이곳으로 돌아오는 걸 계속 망설이고 있는 건가?
배후였던 가브엘 후작이 죽은 후 현재는 그라시아 제국과의 통행이 다시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소르펠 공작은 곧장 카밀라를 데리러 갈 수가 없었다.
그 아이가 원하지 않는 것 같아서…….
‘이대로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면?’
최근 그 아이에게 연락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혹 돌아가지 않겠다는 말이 그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올까 두려웠다.
그의 입에서 다시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분위기가 살벌한데?”
“…….”
아버지들과 함께 소르펠 저택을 찾은 페트로와 아르시안은 전반적으로 깔린 무거운 분위기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 분위기의 최고조는 바로 연무장이었다. 소르펠 가문 기사들이 훈련하는 연무장을 찾은 두 사람은 더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다.
“원인이 아무래도 저분 같은데.”
수많은 이들이 훈련하고 있었지만, 연무장은 거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다들 훈련을 하면서도 한 사람의 눈치를 계속 보고 있었다. 연무장 한쪽에서 훈련하는 기사들을 말없이 응시하고 있는 이, 바로 루드빌이다.
늘 무심해 보이던 그의 눈빛이 평소보다 더욱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서늘해지는 그 모습에 다들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루드빌 님, 저쪽에…….”
그러다 두 사람의 등장에 부관으로 보이는 이가 루드빌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석고상처럼 굳어 있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을 받은 페트로와 아르시안은 그제야 루드빌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형님.”
페트로가 친근하게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반면 아르시안은 그런 페트로를 아주 질린다는 듯이 바라봤다.
언제 봤다고 ‘형님’이라는 단어가 저리 자연스럽게 나오는지.
“무슨 일 있습니까?”
“야…….”
페트로 역시 대놓고 바로 질문부터 던지는 아르시안의 모습에 못 말린다는 듯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없어. 신경 쓰지 마라.”
루드빌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그들에게 선을 그었다. 이번 일에 조금의 관심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그 모습에 두 사람 다 거기에 대한 질문을 더 잇지 않았다. 루드빌의 심기를 거슬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라비 형님도 안 보이시네요.”
“…마탑.”
“아… 바쁘신가 보네요.”
루드빌은 그 질문에도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라비가 벌써 일주일째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말 따위 저들에게 할 이유가 없었다.
카밀라가 친아버지를 찾았다는 말을 들은 라비는 그날부터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녀에게 친아버지가 생긴 게 왜 충격이고 큰일인지.
하지만 카밀라가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그 친부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말에 루드빌 역시 점점 기분이 가라앉았다.
이대로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아니, 저쪽에서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다면?
“…전쟁인가.”
나직한 그의 중얼거림에 페트로와 아르시안의 눈이 커졌다. 전쟁이라니? 갑자기 무슨 말이지?
하지만 그 후로 루드빌의 입에서 그 어떤 말도 이어지지 않아 두 사람의 의문만 더욱 깊어질 뿐이었다.
* * *
“그 녀석은 아직도 그러고 있나.”
“네, 연구실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마탑의 부수장이자 라비의 스승인 카도르는 짧게 혀를 찼다.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집에는 꼬박꼬박 들어가던 녀석이 며칠 전부터 연구실에 틀어박혀 감감무소식이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예전에도 종종 저랬다. 뭔가 쌓인 게 있거나 불만을 혼자 삭여야 할 때마다 마탑에 며칠 콕 박혀 외부 출입을 일절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일이 없었거늘…….
“또 뭐가 그놈의 성질을 건드린 거지?”
카도르는 다시 한번 혀를 찼다. 누구보다 마법적 재능이 뛰어난 놈이 늘 다른 이와 비교를 하며 자신의 모자람에 괴로워하는 게 어찌나 웃기던지.
“하긴…….”
집안에 그런 자가 있다면 자신 또한 저랬을지도 모른다. 저놈이 늘 비교하는 대상이 바로 제국 최연소 소드마스터인 루드빌 소르펠이었으니까.
놀랄 만한 마법적 성과를 거두고도 늘 자격지심에 빠져 연구실에 박혀 있는 제자를 보면서도 카도르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어떻게든 더 정진하려고 애를 쓰는 제자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
심적인 압박을 받으며 그렇게 연구해 봐야 별 성과가 없었다. 오히려 더 후퇴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반대로 최근에 라비는 무척 편해 보였다. 늘 쫓기는 듯한 강한 압박감에 싸여 있던 녀석이 처음으로 편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때 보인 녀석의 마법적 성장은 카도르마저 놀랐을 정도였는데.
‘갑자기 또 왜 저러는 건지.’
우우웅!
카도르는 바로 마법을 펼쳐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바로 제자의 연구실이었다.
“…….”
라비는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