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ortune-telling Princess RAW novel - Chapter (143)
Chapter. 청구서
“저것들이 아직도 계속 영업을 하고 있다고?”
“벌써 열흘이 넘도록 가게를 온갖 오물로 더럽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하!”
“오히려 청소 실력이 는 듯 점점 치우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멍청한 놈들!”
도랄드 디저트 가게의 주인인 도랄드는 연신 혀를 찼다.
“대체 일을 어찌 처리한 거야!”
“일 처리야 완벽했지요. 다만 저들이 무척 대단한 거 아닐까요? 아주 성실한 직원들만 뽑았나 봅니다.”
“닥쳐!”
맨 처음 이 거리에 새로운 카페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코웃음을 쳤다.
지금껏 자신에게 도전장을 던진 가게들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다들 몇 달도 못 버티고 가게를 접었다. 자신들의 디저트 맛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으니까.
새로 생긴 가게 역시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가게 인테리어가 특이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며칠이 지나도 손님 한 명 보이지 않기에 그럼 그렇지, 하고 비웃음을 잔뜩 날려 줬다.
“그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변화가 생겼다. 새로 생긴 가게에 점점 손님이 늘기 시작한 것이다.
빙수라는 이상한 메뉴부터 듣도 보도 못한 디저트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더니 이내 자신의 가게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 해괴한 걸 디저트라고 내놓다니!”
물론 그것 역시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새로운 거라서 사람들이 아주 잠시 반응하는 거겠지, 라고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웬걸?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뜨거워지는 반응에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대체 그딴 게 뭐가 맛있다는 거야!”
“맛은 솔직히 좋던…….”
“너 누구 편이야!”
도랄드 역시 직원을 시켜 사 오라고 해 맛을 봤다. 솔직히 저놈 말대로 맛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빙수나 마카롱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디저트를 만드는 솜씨가 무척 좋았다.
그 가게 점장이라는 자가 직접 디저트를 만든다고 들었는데, 자신의 가게로 데려와도 좋을 듯했다.
하지만 단박에 거절당했다. 몇 번을 더 찾아가 조건을 더 좋게 올려 주겠다고 회유해도 소용없었다.
“제길!”
마카롱이라는 걸 따라 만들어도 봤다. 저런 근본도 없는 여자도 만드는 걸 최고의 솜씨를 가진 자신이 만들지 못할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실패, 실패, 실패!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모양은 대충 비슷하게 만들어 냈지만, 그 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저들을 이 거리에서 쫓아내기로!
“그런데 이게 뭐야!”
그것 역시 생각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처음 깡패들을 시켜 영업 방해를 지시할 때만 해도 쉽게 일이 마무리될 줄 알았다.
그 카페의 주인이 소르펠가의 영애라는 사실을 얼핏 듣긴 했지만, 딱히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소르펠 공작은 카페 일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았으니까.
거기다 영애 또한 사업차 제국을 떠나 있다 들었고 지금이 적기라 생각했다.
“그놈은 대체 누구야!”
그런데 일이 꼬였다. 며칠 잘 진행되나 싶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한 놈이 깡패들을 뭉개 버린 것이다.
그날 이후 아무도 자신의 의뢰를 맡으려 하지 않았다. 그놈과 또 마주쳤다간 죽을 것 같다며 금액을 더 올려 준다 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방법을 바꿨는데, 이것 또한 영 신통치가 않았다.
“뭐 더 좋은 수가 없을까?”
그것들을 하루라도 빨리 이 거리에서 쫓아내야 하……!
파악!
“흐억!”
“히익!”
그때였다. 창문이 요란하게 깨어지며 무언가가 날아와 벽에 박혔다. 화살이었다.
도랄드와 직원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저, 저게 뭐야!”
화살이 또 날아올까, 두 사람은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벌벌 떨었다.
다른 이를 불러 도움을 요청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누군가 자신들을 죽이러 온 거라 확신한 것이다.
“끄, 끝난 건가?”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다음 공격이 없자 숨을 죽이고 있던 도랄드는 느릿하게 몸을 다시 일으켰다.
“…쪽지?”
그러다 벽에 박혀 있는 화살에 종이가 묶여 있는 걸 본 도랄드는 조심스럽게 화살을 뽑아 종이를 펼쳤다.
[청구서>“이게 뭐야?”
청구서라고 적힌 종이에는 끝도 없이 수많은 숫자가 나열되어 있었다.
“이… 이……!”
청소에 쓰인 세제 금액까지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도랄드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의미의 떨림이었다. 이 쪽지를 누가 보낸 것인지 바로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도랄드는 종이를 갈기갈기 찢었다. 이딴 걸 자신에게 감히 보내다니!
“청소비? 보상비?”
웃기지도 않았다.
“미친! 내가 이딴 걸 줄 거라 생각한……!”
와장창! 파악!
“히익!”
그 순간 또다시 창이 요란하게 깨지며 화살 하나가 날아와 벽에 박혔다.
도랄드는 다시 바닥에 주저앉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방금까지 소리치던 기세는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또, 또 뭐야?”
이번 화살에도 역시나 쪽지가 하나 매달려 있었다. 주춤주춤, 그는 다시 종이를 조심스럽게 펼쳤다.
[D-Day 15>“…15?”
이건 또 무슨 의미지? 15일 뒤에 뭐? 뭔가 의미가 있는 듯했지만 도랄드는 이내 그 쪽지 역시 갈기갈기 찢었다.
하지만 며칠 후 그는 그 날짜의 의미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쨍그랑! 파악!
“히익!”
와장창! 파악!
“흐억!!”
[D-Day 14>그날 이후 하루에 두 대의 화살이 꼬박꼬박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는 청구서를 싣고, 하나는 날짜를 알리는 화살이.
그리고 날짜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화살의 위치도 점점 바뀌고 있었다. 도랄드, 그의 심장을 향해서.
파악!
“으아악!”
[D-Day 3>“허억… 허어억!”
3일을 앞두었을 때 심장 바로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날아드는 화살에 도랄드는 숨을 헐떡였다.
숨어도 보고 도망을 쳐도 소용이 없었다. 경비대에 신고를 해 봤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범인의 정체를 알 수 없다면서.
자신이 있는 곳을 어떻게든 찾아내 날아드는 두 대의 화살로 인해 그는 온종일 두려움에 떨어야만 했다.
“도, 돈을 찾아서……!”
결국 그는 혼비백산해 은행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 * *
“정말? 벌써 친구도 생겼어?”
─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저랑 친해지고 싶다고 하도 따라다녀서.
“잘됐네.”
─ 귀찮게 집에도 놀러 온다는 거 있죠.
푸웁!
카밀라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그래? 정말 좋겠다.”
─ 하나도 안 좋아요. 굳이 오겠다고 졸라 대서 그냥 허락한 거예요.
싫다는 말과 달리 통신 구슬에서 들려오는 다이브의 목소리가 무척 밝다.
며칠 전에 아카데미에 편입한 아이는 새로 사귄 친구에 대해 카밀라에게 이런저런 말을 해 주고 있었다.
본인이야 애써 덤덤한 척, 별일 아닌 척 말을 하고 있지만, 그 목소리에 담긴 기쁨과 뿌듯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 누나한테도 친구 소개해 줘.”
─ 어…….
“왜?”
친구를 소개해 달라는 자신의 말에 다이브가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다.
“누나한테 보여 주기 싫어?”
─ 그게…….
헉! 진짜? 보여 주기 싫은 거야?
‘아니, 왜?’
내가 창피한가? 이것 좀 충격인데?
예상치 못한 반응에 살짝 상처받으려던 찰나.
─ 다른 놈들에게 누나 보여 주고 싶지 않은데…….
“뭐?”
─ 내 누난데…….
웅얼거리듯 들려오는 목소리에 카밀라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희미하게 걸렸다.
“아픈 곳은 없지?”
─ 네! 누나는요? 저번처럼 또 감기라도 걸린 거 아니죠?
“응. 잘 지내고 있어.”
─ 다행이다. 아프지 마세… 어? 아버지?
…아버지?
─ 언제 오셨어요?
─ 방금.
잠시 후 구슬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스크라 공작이었다.
─ 어쩐 일이세요?
─ 으음… 출출하지는 않아?
─ 예에?
─ 간식이라도 챙겨다 주라 할까?
─ 아, 아뇨.
‘헐. 웬일이래?’
언제부터 저런 걸 챙겼다고? 그사이에 성격이 바뀌기라도 한 건가?
뜻밖의 말에 다이브도 무척 당황한 듯했다.
─ 누구와 통화 중이었나 보구나.
─ 네, 누나요.
─ 그래.
─ 아버지?
그 후로도 공작이 방을 나갈 생각을 안 하는 듯 다이브가 의아한 목소리로 다시 그를 불렀다.
─ 뭐 더 하실 말씀이라도.
─ 급한 거 아니니 마저 통화하렴.
─ 네? 아, 네.
아무래도 다이브에게 따로 무언가 중히 할 말이라도 있는가 보다.
“다이브, 바쁜 것 같은데 다음에 또 통화하자.”
─ 네, 누나. 제가 또 연락드릴……!
─ 아니!
─ ……?
─ 아니, 내 말은, 내 용건은 딱히 급할 게 없으니 계속 통화해도 상관없…….
뭐래?
뭔가 아쉬워하는 목소리를 뒤로한 채 카밀라는 통신 구슬을 빠르게 내려놓았다.
“다행이네.”
어쨌든 자신이 떠난 후에도 다이브가 잘 지내는 것 같아 안심이었다. 아카데미를 권한 건 역시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톡톡.
“음?”
순간 창문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든 카밀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창가에 누군가 손을 흔들며 서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너?”
칸의 주인인 제이너였다. 그날 자신을 이곳 제국으로 데려다준 후 갑자기 사라졌던 그가 지금에서야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잔금 받으러 왔습니다.”
창을 통해 안으로 들어선 그가 화사하게 웃었다. 카밀라는 그 모습을 조금은 멍하니 바라봤다.
무슨 남자가 저렇게 예쁘게 웃지?
그라시아 제국에서 늘 마주했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은은한 달빛 아래 해사하게 웃고 있는 그의 분위기가 얼핏 요사스럽기까지 하다.
저게 어둠의 주인이라 불리는 칸의 본모습인가? 참 오글거리는 호칭이라고 여겼는데 지금 보니 너무 잘 맞는 단어인 것 같다.
그런데 잠깐만…….
“잔금? 뭔 잔금?”
“이번 의뢰에 대한 잔금.”
그의 미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