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ortune-telling Princess RAW novel - Chapter (149)
“대체 이걸 왜 들고 와야 하는 거예요?”
“이 극의 원래 주인공이었던 여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물건이 이거라며?”
“그래서요?”
“죽어서도 좋아할 것 같아서.”
“네에?”
엘리샤는 황당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무대 아래 관객석에 떡하니 자리한 게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자신의 방에 있던 그 화장대!
“저게 관객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면 되겠네.”
“미……!”
미쳤냐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려는 걸 엘리샤는 간신히 참았다. 대체 저 화장대를 왜 여기까지 가져온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쩌겠니. 지박령을 데리고 오려면 어쩔 수 없는걸.’
누군 저 무거운 걸 좋아서 들고 왔겠니?
귀신 쥴리아를 이 무대에 세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이래서 지박령을 상대하는 게 피곤하다니까.
[아…….]극장에 들어선 쥴리아는 떨리는 눈빛으로 무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게 얼마 만에 보는 무대인지.
“하아…….”
그리고 그건 엘리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대는 이번 극에 맞게 이미 완벽하게 꾸며져 있었다.
악의 마음. 얼마 후에 원래 이곳 수도에서 무대가 열리기로 되어 있었기에 그 무대 세트를 하루 정도 빌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건 없었으니까.
“정말 무대네요.”
그녀의 목소리에 떨림이 그대로 묻어났다. 엘리샤는 늘 관객으로서만 바라보던 무대에 자신이 드디어 오를 수 있다는 사실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비록 관객은 한 명도 없었지만 떨림은 점점 커졌다.
“그럼 준비할까?”
반면 자신과 달리 너무도 여유롭게 자리에 서 있는 카밀라를 엘리샤는 잠시 말없이 바라봤다.
“정말 할 수 있겠어요?”
“뭘?”
“저 많은 역을 혼자 다 맡겠다면서요.”
카밀라는 주인공 외의 다른 역을 모두 혼자 맡아서 하겠다고 했다. 극에 나오는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니고,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연기를 좀 아는 것 같긴 한데.’
요 며칠, 카밀라가 자신의 연기를 봐줬다.
밤마다 거울을 보며 연습하던 것과 달리 누군가 앞에서 연기를 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무척 어색했지만, 곧 모든 걸 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다.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 소리가 끊겨. 좀 더 호흡을 길게 해야 해.”
“여기선 발음을 좀 더 정확히. 배에 힘을 줘.”
“호흡이 너무 빨라. 좀 더 천천히.”
“표정은 나쁘지 않네.”
처음에는 ‘뭔가 알고 하는 말인가?’ 하고 의심했지만, 속는 셈 치고 그녀의 충고를 따라 하니 확실히 연기가 편해졌다.
“나한테 연기 배우려고 돈 싸 들고 오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아니? 영광인 줄 알아.”
…뭔 소린지.
어쨌든 카밀라의 도움으로 연기에 좀 더 자신감이 붙은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넌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네 연기에 집중해.”
“알겠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엘리샤를 뒤로한 채 카밀라는 마지막으로 쥴리아를 바라봤다.
둘 다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각자의 역에 충실하기를 바라며 카밀라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무대 뒤로 향했다.
* * *
악의 마음.
한 여자가 있었다. 홀로 10년 동안 제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어머니를 돌보던 여자.
어느 날 어머니가 죽었다. 사인은 질식사. 살해당한 것이다. 범인은 바로 그 딸이었다. 결국 그녀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
“전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그대가 죽이지 않았다는 건가!”
“어머니는… 어머니는 자신을 죽여 달라고 했어요.”
[더 이상 이런 고통스러운 삶을 영위하고 싶지 않다며 저에게 간절히 청하셨죠.]같은 대사였지만 엘리샤와 쥴리아가 내뱉는 연기 스타일은 많이 달랐다. 대사 처리 방식은 무척 달랐지만 둘 다 자기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제법이네.’
쥴리아야 원래 잘 알려진 배우였으니 연기를 잘하는 거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놀라운 건 엘리샤였다.
연습을 봐주면서도 느꼈지만, 확실히 재능이 있었다. 물론 발음이나 목소리 톤 등에서 미숙한 부분이 보였지만, 처음 무대에 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아주 잘하고 있었다.
“닥쳐! 넌 살인자야! 그것도 자기 어머니를 죽인 살인자! 어떻게… 어떻게 자기 손으로 어머니를 죽일 수 있지!”
하지만 지금 누구보다 속으로 연신 감탄을 내뱉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엘리샤와 쥴리아였다.
“아니에요. 안나는 정말 어머니를 사랑하는 딸이었어요. 다들 알잖아요. 그녀가 자기 어머니를 얼마나 극진히 모셨는지.”
법정 증인으로 나온 마을 사람들을 연기하는 카밀라는 정말로 대단했다.
마을 사람 한 명 한 명, 그 배역에 들어가는 순간 표정과 톤부터 달라지는 것이 절로 감탄이 쏟아졌다. 그 많은 역을 홀로 담당하면서 호흡 한번 흐트러지지 않았다.
“전… 저는 어머니를 죽였습니다.”
[하지만 그건 살인이 아니었어요.]카밀라의 연기에 이끌려 엘리샤와 쥴리아 역시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안나 에스니아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극은 빠르게 끝을 향해 달려갔다.
“어머니……. 제가 당신을 죽인 건 정말 당신을 위해서였을까요.”
[당신의 목을 조른 이 손이 정말 당신의 고통만을 없애기 위해서였을까요.]“그 마음이 오로지 선한 것이었을까?”
[그건 오로지 신만이 아시겠죠.]엘리샤는 준비된 의자에 올라 거기에 달려 있는 끈에 목을 맸다. 쥴리아 역시 엘리샤의 몸과 겹쳐 똑같이 마지막 무대에 올라섰다.
터엉.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불이 꺼지며 무대의 막이 내렸다.
“휴우.”
카밀라의 긴 숨이 신호가 된 것처럼 다시 불이 켜졌다.
‘좀 힘들긴 하네.’
오랜만에 제대로 선 연극 무대가 벅차긴 하다. 하지만 지친 몸과 달리 얼굴에선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극을 무사히 마쳤다는 만족감. 이 맛에 연기를 하는 거 아니겠어?
잠시 숨을 고른 후 고개를 든 카밀라의 눈에 제일 먼저 보인 건 멍하니 무대에 서 있는 엘리샤의 모습이었다.
그 옆에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은,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쥴리아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당신…….]카밀라와 눈이 마주친 쥴리아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내 생에 가장 멋진 파트너였어.]그 말을 끝으로 쥴리아의 몸이 점점 흐릿해져 갔다.
[고마워.]그녀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봐 준 카밀라는 천천히 엘리샤에게 다가섰다.
마침 엘리샤도 카밀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수많은 감정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내가 정말 무대를 마무리한 건가?
저 발끝에서부터 알 수 없는 뜨거운 열기가 점점 올라왔다. 심장은 더욱 빠르게 두근거렸고 가슴은 숨을 못 쉴 정도로 벅차올랐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느꼈던 떨림과는 또 다른 떨림이 온몸을 덮쳤다.
투욱.
“……!”
그 순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있었다. 카밀라였다.
“제법이었어.”
그 한마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