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ortune-telling Princess RAW novel - Chapter (157)
“뭐 하는 거예요?”
“흐음.”
에스크라 공작이다. 그는 대답 대신 초대장 내용을 빠르게 훑었다. 초대장을 본 그의 미간이 꿈틀했다.
“가기 싫나 보지?”
“초대장이나 내놔요.”
“가기 싫으면 안 가면 되잖아.”
“폐하의 초대를 어떻게 거절해요.”
“나.”
“네에?”
“어제 황제가 밥 먹자 했는데 바쁘다고 거절했지.”
그게 뭐 어려운 일이냐는 듯 도도한 눈빛을 내보이는 에스크라 공작의 모습에 카밀라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잘났다, 진짜.’
그거야 당신이니까 가능한 거고! 한낱 귀족 영애가 황제가 직접 보낸 초대를 거부해? 그 순간 바로 사교계에서 매장되는 거다.
“왜 계속 여기에 있는 거예요?”
“갈 데가 없어서.”
“갈 곳이 왜 없어요. 집 있잖아요! 집으로 돌아가셔야죠.”
“거기엔 네가 없잖아.”
“헐.”
거기서 그 말이 왜 나와!
잠시 황당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던 카밀라는 아파져 오는 머리를 손으로 꾹꾹 눌렀다.
“저기요.”
저쪽에 있을 땐 딱히 딸, 딸 하지도 않았잖아요? 가면 가는가 보다 하던 인간이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건데요?
“절 왜 자꾸 데려가려고 하는 거예요?”
“넌 여기에 왜 계속 있으려는 거지?”
“여기가 제집이니까요.”
“그곳도 네 집이야.”
카밀라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에스크라 공작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서 순간 움찔할 정도다.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날 따라가면 이런 초대장도 받을 일이 없어.”
그가 손에 들린 초대장을 팔랑거렸다.
“어때?”
“뭐가요?”
“네가 원한다면 당장 이 초대장 찢어 줄 수 있는데.”
그가 손에 든 초대장을 그녀의 눈앞에다 다시 팔랑팔랑 흔들었다. 입가에는 특유의 얄미운 미소를 띤 채.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꼬시는 중.”
카밀라는 그의 손에 들린 초대장을 바로 다시 뺏어 들었다.
“제 일에 신경 끄고 집에나 가세요.”
“여기 근처에 맛있는 카페가 있다던데.”
들은 척도 않는다.
딴소리를 해 대는 그를 지그시 노려보다 그녀 역시 그에게서 시선을 돌려 신경을 끊었다.
* * *
“그 맛있는 카페가 여기예요?”
“자기 가게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한 것 같군.”
다음 날, 카페에 들른 카밀라는 창가에 떡하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에스크라 공작과 마주해야만 했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마자 저택 밖으로 나서길래 뭔가 급한 약속이라도 있나 했더니.
“여기 디저트 정말 맛있네요.”
에스크라 공작의 맞은편에는 자신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는 알트온 백작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게 그 검은콩으로 만든 거라고?”
“그 열매가 이렇게 쓰이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가끔 방향제로 쓰는 이들은 본 적 있지만 말이죠.”
두 사람이 앉은 탁자에는 커피가 주재료인 디저트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맛이 아주 매력적이네요.”
알트온 백작도 커피 맛이 무척 마음에 드는 듯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양손으로 잡고 아주 쭉쭉 들이켰다.
“카이스 님도 마음에 드시죠? 달콤한 거 싫어하시잖아요. 딱 카이스 님을 위해 만들어진 음료네요.”
“뭐, 그렇지.”
알트온 백작의 말에 에스크라 공작은 아무렇지 않게 커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곤 다시 조용히 내려놓았다. 표정은 언제나처럼 무심함을 유지했다.
그 모습을 모두 옆에서 지켜보던 카밀라는 속으로 짧은 한숨을 내쉬며 카운터로 향했다.
“아이스 라테 한 잔. 아주 달게.”
“네, 잠시만요.”
이내 거품이 가득 담긴 잔을 받아 든 카밀라는 직접 그걸 들고 가 에스크라 공작 앞에 내려놓았다.
“이게 뭐지?”
“드세요.”
“난 이미 시킨 음료가 있는데?”
“이건 아주 단 음료예요.”
“…단 음료?”
“저런… 카밀라 님,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카이스 님은 달콤한 거 별로 안 좋아하십니다.”
“그래요?”
카밀라는 미처 몰랐다는 듯 라테를 다시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손보다 빠르게 라테를 낚아채는 손이 있었으니, 바로 에스크라 공작이었다.
“단걸 싫어하지만 만들어 온 성의를 봐서 먹어 주도록 하지.”
“제가 만든 것도 아니고. 싫으면 안 드셔도 돼요.”
“그럼 그거 제가 마시겠……!”
알트온 백작이 손까지 번쩍 들며 끼어들었다. 하얀 거품이 잔뜩 올라가 있는 게 딱 봐도 맛있어 보였다.
“…그냥 전 이거나 마시겠습니다.”
하지만 바로 날아드는 에스크라 공작의 싸늘한 눈빛에 들었던 손을 다시 조용히 내려야만 했다.
그러는 사이 카밀라는 다시 라테 잔을 뺏어 들려 했다. 하지만 에스크라 공작이 잔을 쉽사리 놓지 않았다.
“먹는다니까.”
힘을 빡 주는 게 진짜 뺏기기 싫은가 보다. 그 모습을 보며 카밀라는 속으로 웃었다.
‘정말이었네.’
그라시아 제국에 있을 때 에스크라 공작의 부인이었던 샤루아가 자신에게 지나가듯 해 준 말이 있었다.
[그거 알아요?]‘뭘요?’
[우리 공작님, 달콤한 거 엄청 좋아하는 거요.]‘공작님이요?’
[저도 죽기 전에는 몰랐는데, 혼자 있을 때 단거 엄청 드세요. 남들 앞에서는 절대 안 드시지만.]‘정말요?’
지금도 봐라. 한 모금 마신 후 커피에 입도 대지 않고 있잖아.
그렇다고 케이크나 다른 달콤한 디저트를 먹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 알트온 백작이 케이크를 냠냠 맛있게 먹는 모습을 아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연예인도 아니고 말이야.’
뭔 이미지 관리래? 라테를 한 모금 먹은 에스크라 공작의 입가에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미소를 보며 카밀라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공작님, 아무리 카밀라 님이 주신 거라지만 싫어하시는 걸 억지로 드시면 몸에 안 좋아요. 그거 그냥 제가 먹겠습…….”
“죽을래?”
“아니, 전 공작님을 위해서…….”
“닥쳐.”
이럴 때 보면 알트온 백작도 참 눈치가 없는 것 같다. 어떻게 그리 오래 붙어 다녔으면서 자기 상관의 취향을 저리 모를 수 있지? 아무리 철저히 숨겨 왔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말이야.”
“……?”
“저 친구도 너희 직원이야?”
“누구요?”
에스크라 공작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카밀라는 그대로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쟤 지금 저기서 뭐 하니?
빡빡!
아직도 물감의 흔적이 남아 있었던 걸까? 걸레를 들고 통유리창 구석구석을 닦고 있는 한 존재.
“하벨.”
자신의 부름에 흠칫하며 급히 걸레를 바닥에 떨어트리는 이. 바로 사신 하벨이었다.
* * *
“사신 봉급이 짠가 봐?”
“…….”
“월급이라도 줄까? 여기 취직할래?”
“필요 없다.”
자신을 지그시 노려보는 하벨의 시선에 카밀라는 키득거렸다. 사신이 되기 전에는 대체 뭐 하던 녀석인지 참 궁금하다.
“날 찾았다고 들었다.”
“찾았지.”
“이유는?”
“그 전에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뭐지?”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너 도르만에게 약점 잡힌 거 있어?”
“뭔 소리냐.”
“너무 충실해서.”
하벨에게 오늘 아침에 연락을 취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하루도 지나기 전에 이렇게 바로 자신을 찾아온 그를 보고 있자니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도 도르만의 말이라면 일절 토를 달지 않는 그의 모습에 늘 의아함을 느꼈었다.
‘쫓겨난 놈을 왜 저리 따른대?’
예전에야 도르만이 그의 상관이었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전혀 아니지 않은가. 약점이 잡힌 게 아니고서야 저럴 수가 있나?
“그런 거 없다.”
하벨이 어이없다는 듯 미간을 살며시 찌푸렸다.
“부른 용건이나 말해라.”
“육을 뺏긴 인간을 또 봤거든.”
“어디서?”
“궁에서.”
“…궁?”
잠시 멈칫하던 그가 답지 않게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페이블러 황제, 맞나?”
이어진 그의 말에 이번에는 카밀라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알고 있었어?”
카밀라의 눈이 살짝 커졌다. 하벨의 반응을 보니 페이블러 황제의 그 기괴한 상태에 대해 그 역시 이미 알고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신이 그의 존재를 알고 있다.”
“뭐?”
뜻밖의 대답이었다. 사신들이 모두 알고 있다니? 그런데 왜 그냥 두고 보고 있는 거지?
전에 자신을 지하실에서 구해 주었을 때, 물귀신의 아들 몸을 차지하고 있던 자의 영을 바로 끄집어내지 않았던가.
“왜 그냥 내버려 두고 있는 거야?”
사신들이 애초에 상황을 모르는 거였다면 이해하겠지만, 이미 그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그냥 두고 보고 있다는 건 뭔가 이상했다.
“모른다.”
“몰라? 뭘?”
“이름.”
“뭐?”
“그 인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