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ortune-telling Princess RAW novel - Chapter (160)
당신이 버리고 간 개가 죽었는데도 아직도 그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좀 와 보라고 말을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컹! 헥헥!]어느새 밥을 다 먹은 나나가 엉덩이를 바닥에 착 붙이고 카밀라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연신 꼬리를 흔들면서.
밥 다 먹고 빈 그릇을 내밀며 엄마에게 칭찬을 바라는 아이 같다.
“…….”
카밀라는 천천히 나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을 감고 그 손길을 즐기는 녀석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다시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직도 사람이 좋니?”
사람에게 버림받고 이렇게 죽었는데?
원망은커녕 여전히 사람의 손길을 기꺼이 따르는 녀석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움이 인다.
‘이래서 싫다.’
어리고 선한 것들이.
너무 바보 같아서 보면 내버려 둘 수가 없다.
“또 올게.”
마지막으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은 카밀라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 * *
“킹.”
[규!]“그 녀석이 싫대.”
[규우?]무슨 말이냐는 듯 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 집에 오기 싫다네.”
그 후로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틈이 날 때마다 가서 나나를 돌본 카밀라는 녀석을 아예 집으로 데려오려 했다. 혼자 그곳에 있는 것보다는 여기가 훨씬 나을 테니까.
킹에게 허락도 받았다. 처음에는 싫다고 으르렁거리던 녀석이 결국 아니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줬다. 그런데…….
‘우리 집에 갈래?’
나나에게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녀석이 바로 집 안으로 쏘옥 들어가 숨어 버렸다.
[저도 말해 봤는데 싫대요. 여기가 좋은가 봐요.]로라 역시 이미 나나에게 자기와 함께 갈 것을 권해 봤던 듯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여기가 왜 좋아? 아무도 없는데?’
[예전에 나나를 본 몇몇 분들이 음식도 주고 불쌍해서 데려가려 했는데 매번 그럴 때마다 도망쳤대요. 그러곤 사람들이 사라지면 어느새 다시 이 자리에 와 있었다고 했어요.]“…진짜 바보라니까.”
[규우?]“너 말고.”
한숨을 내쉬는 카밀라를 위로하듯 킹이 그녀의 손을 할짝였다.
“그 개가 어디에 있는데? 내가 데려와 줘?”
“……!”
그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
“인기척 좀 내고 들어오시면 안 돼요?”
에스크라 공작이었다. 언제 온 것인지 그가 팔짱을 끼고 선 채로 카밀라를 멀뚱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 집으로 오면 개를 수십 마리도 키우게 해 주지.”
…내가 애냐? 지금 개로 나 꼬시는 거야?
잠시 어이없는 눈빛으로 에스크라 공작을 바라보던 카밀라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상회에 가기 전에 나나에게 밥을 주고 갈 생각이었다.
“백 마리도 키우게 해 줄게.”
됐거든요. 집을 무슨 개판으로 만들 생각인가?
끝까지 엉뚱한 소리를 지껄이는 그를 무시하며 카밀라는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
“아가씨! 그거 오늘 저녁 식사 재료인데!”
“그래서?”
“…맛있게 드시라구요.”
“내가 먹을 거 아냐.”
“또 개밥 만드시는 겁니까?”
“어.”
오늘도 최상급 생선이 개밥으로 만들어지는 것에 속으로 눈물을 흘리는 주방장을 뒤로하고 카밀라는 도시락을 싸 나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나.”
[컹!]나나는 언제나처럼 집 앞에 덩그러니 홀로 앉아 있었다. 자신의 등장에 반갑다는 듯 순식간에 달려와 주변을 연신 뛰어다녔다.
“오늘도 맛있는 거 싸 왔어.”
[헥헥!]꼬리의 흔들림이 더욱 빨라지는 걸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은 카밀라는 서둘러 음식을 꺼내 펼쳤다.
[…….]그런데 나나가 평소와 달리 바로 음식에 덤벼들지 않았다. 녀석의 시선이 어딘가에 향해 있었다.
그 시선을 쫓아 고개를 돌린 카밀라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나나.] [컹! 컹!]그녀의 나직한 부름에 나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달려갔다.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듯 연신 그녀 주변을 뛰어다녔다.
점프를 해 얼굴을 핥기도 하고, 연신 다리에 얼굴을 비벼 대며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래……. 나도 네가 너무 보고 싶었단다.]나나를 품에 안은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많이 기다렸지?] [헥헥!]나나는 괜찮다는 듯, 이렇게 다시 와 줘서 고맙다는 듯 그녀의 눈물을 핥아 주었다.
그제야 그녀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어린다. 나나를 품에 꼭 안은 그녀의 몸이 점점 희미하게 변해 갔다. 나나 역시 덩달아 함께 몸이 흐려져 갔다.
“…….”
그렇게 여자와 나나가 사라지는 모습을 카밀라는 그저 말없이 지켜봤다. 나나가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카밀라의 입에서 짧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밥이라도 먹고 가지.”
바닥에 음식이 담긴 통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알 수 없는 허탈한 마음에 카밀라의 입에서 다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역시 녀석이 여길 떠나지 않은 건 주인을 기다렸던 건가 보다. 자길 버리고 떠난 주인임에도 저리 좋을까?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나 보지? 죽어서라도 녀석을 찾아온 걸 보면 말이다.
“어머니는 대체 왜 하필 여기에다 뿌려 달라는 거야!”
“어쩌겠어요. 어머니의 유언인데.”
그때 어디선가 사람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두 남녀가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든 채 걸어오고 있었다.
‘저거…….’
유골함이다. 이 세계에도 화장 문화가 있었다. 신전에 기부할 능력이 없거나 무덤을 따로 만들 공간이 없는 이들은 저렇게 화장을 해서 원하는 곳에다 뿌렸다.
“아무래도 그 개 때문인 것 같아요. 어머니가 끝까지 데려가고 싶어 하셨잖아요.”
“몸도 제대로 못 움직이는 어머니와 개를 동시에 어떻게 돌봐!”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참 많이 보고 싶어 하셨는데…….”
“됐어. 빨리 뿌리고 가자고. 집에다 이런 거 뿌리는 걸 누가 보기라도 하면 사람들에게 한 소리 들을지도 몰……!”
유골함을 들고 있던 남자가 멈칫했다. 집 마당 한쪽에 서 있는 카밀라를 그제야 발견한 것이다.
“뭡니까?”
남자는 들고 있던 유골함을 뒤로 슬쩍 감추며 물었다. 카밀라는 바닥에 깔려 있던 음식을 다시 챙겼다.
“예전에 여기서 개를 한 마리 봤거든요. 오랜만에 찾아왔더니 안 보이네요.”
“아…….”
카밀라는 더 말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저들을 탓할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는 거니까. 그저 나나와 그 주인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다행인가?’
나나가 그토록 기다리던 이가 그 아이를 직접 버린 것이 아니라는 게.
카밀라는 그렇게 씁쓸한 마음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컹컹! 왈왈! 끼이잉! 멍!
“으… 뭔 소리야?”
다음 날 아침, 밖에서 들리는 낯선 소음에 카밀라는 부스스 잠에서 깼다. 비몽사몽 밖으로 나간 카밀라는 자신이 여전히 꿈을 꾸고 있나 싶었다.
…뭐지? 이 개판은?
왈왈! 컹컹!
수십 마리의 개가 집 앞 정원을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따님, 일어났나?”
저도 모르게 입을 멍하니 벌리는 순간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에스크라 공작이었다.
“어때? 내 선물.”
“선물?”
“개 키우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오늘 아침 일찍 가게 가서 데리고 왔지.”
“…….”
“좀 더 데리고 올 걸 그랬나?”
“…장.”
“뭐?”
“당장 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