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ortune-telling Princess RAW novel - Chapter (172)
“재미있는 게 또 있어.”
제이너는 품에서 뭔가를 꺼내 놓았다.
“신전에서 아주 웃기는 짓을 했더라고.”
그가 꺼낸 건 목걸이였다.
“그거…….”
카밀라도 아는 물건이다. 전에 신관 다니엘이 줬던 붉은 돌 목걸이. 하지만 현재 제이너의 손에 들린 건 색이 달랐다.
“검은 돌?”
내가 아는 그 성물과 다른 건가? 모양은 비슷한데?
그런 카밀라의 의문을 제이너가 바로 풀어 줬다.
“요즘 유행인 그 돌 맞아. 신전에서 파는 거. 알아보니 일정 시기가 지나면 이렇게 색이 바뀐다고 하더군.”
처음 듣는 얘기였다.
“이놈도 신전에 기부를 엄청 했는지 이 목걸이를 차고 있었어.”
제이너는 이어 신전에서 파는 면죄부에 대한 얘기도 간단히 들려줬다.
“신의 사면?”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 대단하지 않아?”
“하.”
카밀라는 기가 막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신의 사면’이라니. 그딴 걸 그동안 팔고 있었다고?
“다른 곳도 아닌 신전에서?”
그 면죄부만 있으면 살인도 묵인해 준다는 거야? 돈이면 다 된다는 뜻?
“가지가지 하네.”
목걸이로 사기 친 것도 황당하지만, 면죄부는 너무 나간 거 아닌가? 그게 말이 되냐고.
“누가 누구 죄를 사해 준다는 거야.”
카밀라는 미간을 찌푸린 채 제이너가 꺼내 놓은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확 깽판이나 쳐?”
“깽판?”
“이거 말이야.”
정말 옥장판이나 하나 만들어 팔아 볼까? 고급 마력석 쭉 깔아서 기운 좀 북돋우는 마법진을 새겨 놓고 고가로 팔면 잘 팔릴 것 같은데.
대신 신성력을 가진 물건이랑은 완전 상극이니 이 성물 목걸이는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한다면? 그럼 성물 목걸이 판매가 확 줄지 않을까?
“정말 한번 해……!”
파지직!
신전 좀 어떻게 엿 먹일 방법이 없나 고민하던 카밀라의 눈이 순간 부릅떠졌다.
손에 쥐고 있던 검은 돌이 저번과 똑같은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손에 닿는 순간 스파크가 일더니 그대로 부서져 버렸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그게 왜 갑자기 부서져?”
제이너도 의아한 듯 물었지만 카밀라는 굳어진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당혹스럽기는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 번이라면 몰라도 두 번이나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건가?
그런 그녀의 시선이 목걸이의 잔해가 올라가 있는 오른손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문득 머리를 빠르게 스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신이 예정한 영혼이니 다른 이가 함부로 네게 손을 대지 못한다.’
얼마 전에 만난 사신 하벨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의 피가 묻었던 오른손. 그 오른손에 닿을 때마다 부서지는 목걸이.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거야?’
카밀라는 목걸이의 잔해를 꽉 쥐었다. 이 목걸이를 차고 있으면 영원한 안식을 얻게 된다고 했던가?
“안식이라.”
…이것 봐라.
“하!”
카밀라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거 아무래도 또 그 이상한 무리와 연관이 있는 것 같지?
“와, 씨.”
대체 그놈들의 손은 어디까지 뻗어 있는 거야?
이젠 정말 놀랍다 못해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황실에 이어 신전까지?
“저기요? 나도 같이 좀 알면 안 되나?”
그런 카밀라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제이너가 여전히 궁금함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물었다.
“그 성물 목걸이에 뭐가 있는 거야?”
뭔가 중요한 사실을 알아낸 것 같은데?
“손은 괜찮아?”
그녀가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자 제이너는 깨진 돌을 힘껏 쥐고 있는 카밀라의 손을 살피려 했다.
휘익!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누군가의 손에 팔이 꽉 붙잡혔기 때문이다.
“뭐냐, 너?”
익숙한 음성이 들려오자 그제야 카밀라가 반응을 보인다.
“아르시안.”
언제 온 것인지 그가 못마땅한 눈빛으로 제이너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 익숙한 상황이네.”
그의 등장에 제이너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웃음소리에 아르시안의 눈빛이 순간 가늘어졌다.
“야.”
“……?”
“전에 나 본 적 있지.”
그 물음에 살짝 눈이 커졌던 제이너는 다시 빙긋이 미소를 머금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어깨까지 으쓱거렸다.
“글쎄, 오다가다 본 것 같기도 하고.”
“오다가다?”
“내가 원래 좀 친숙한 얼굴이라서 말이야.”
“너……!”
벌떡.
아르시안이 뭔가 더 말을 하려는 순간, 카밀라가 자리에서 갑자기 일어섰다.
“카밀라?”
“가 봐야겠어.”
“갑자기? 어딜?”
“직접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아.”
의아해하는 두 사람을 뒤로한 채 카밀라는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 * *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진정하십시오.”
“지금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교황 브리셀은 벌게진 얼굴을 감추지 못한 채 큰소리를 냈다. 평소의 인자한 모습 따윈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문제가 될 일은 전혀 없을 거라고 호언장담한 건 분명 그대였습니다!”
‘신의 사면’. 그걸 제안한 이가 바로 지금 자신의 눈앞에 앉아 있는 저자였다.
태연하기 그지없는 남자의 모습에 브리셀이 연신 이를 갈았다.
처음에는 그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여겼다. 어떻게 끔찍한 죄를 지은 자를 고작 돈으로 사면을 해 줄 수 있단 말인가.
‘고해성사와 다를 게 없습니다.’
‘고해성사요?’
‘신을 모시는 자로서 죄를 고하고 뉘우치는 이를 외면하면 되겠습니까. 용서는 저희가 늘 갖춰야 할 덕목이지 않습니까.’
‘으음… 그렇긴 하지요.’
듣고 보니 모두 맞는 말 같았다. 스스로 자신이 지은 죄를 깨닫고 뉘우침의 대가로 성금을 내겠다는데 무엇이 문제겠는가.
죄를 지었다고 하여 무조건 감옥에 보내는 건 능사가 아니지 않은가.
자신들은 그저 증서 하나를 적어 내어 주면 그만이었다. 황제 폐하까지 이 일에 협조를 약속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더더욱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여겼다. 성금의 일부를 황실과 나눠야 하긴 했지만, 그 정도야 뭐.
“이 일을 어쩔 겁니까!”
그런데 이번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한 달에도 몇 번씩 면죄부를 사 가던 오를레앙 자작의 죄가 공개적으로 드러나고 만 것이다.
“저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몰랐다는 것으로 답이 되지 않아요!”
신관 다니엘의 입에서도 짧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대체 누가 오를레앙 자작을 그 꼴로 만든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목격자도 없고.’
목격자라고 해 봐야 아이들이 전부다.
하지만 한 아이는 치료를 받는 중 죽었고, 남은 두 아이 역시 뭔가를 물어보고 대답을 할 상태가 아니었다. 정말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꼴이었으니까.
“그래도 다행히 아직 면죄부에 대한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미간의 골이 더욱 깊어진 교황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지금 화만 내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이번 일을 조용히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 아이들은 문제가 없겠습니까?”
오를레앙 자작이 석상으로 만들어 죽인 이들의 수만 오십이 넘는다.
그중 살아남은 아이는 달랑 두 명. 현재 그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곳이 바로 여기 교황청이었다.
신성력으로 치료해 보겠다는 명목으로 이곳에 데려왔지만, 사실은 아이들의 입을 막기 위한 교황의 재빠른 조치였다.
혹시라도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그 아이들이 무언가 듣기라도 했다면…….”
면죄부에 대한 얘기를 오를레앙 자작, 그 멍청한 작자가 아이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떠들기라도 했다면 큰일이지 않은가.
“제대로 된 대화가 가능한 상태가 아닙니다.”
“아무리 그래도…….”
“철저히 감시 중이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신관 다니엘은 특유의 차분한 음성으로 교황을 안심시켰다. 말을 잇는 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그 아이들만 사라진다면 조용히 마무리될 겁니다.”
“흐음.”
“아주 기본적인 신성력만 주입되고 있으니 성하께선 너무 심려 마시지요.”
이미 장기 대부분이 굳어진 아이들의 몸을 원상태로 되돌리는 건 불가능했다.
신성력으로 간신히 숨을 붙여 놓곤 있지만 조만간 그 숨도 끊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 문제 될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떤 일이든 사람들은 금방 잊습니다. 이번 일 역시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지게 될 겁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다행이지요.”
그제야 교황의 굳었던 얼굴이 슬며시 펴졌다.
“문제없게 하세요.”
“알겠습니다.”
“이번 일만 제대로 마무리된다면 전에 말했듯이 그대의 대신관 임명이 바로 마무리가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아들었다는 듯 정중히 고개를 숙였던 다니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교황의 목으로 향했다.
“아직 붉군요.”
교황의 목에 자리한 목걸이의 돌이 여전히 새빨간 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를레앙 자작도 이 목걸이를 갖고 있지 않았나요? 찾았습니까?”
“찾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요? 아직 못 찾았다는 겁니까?”
교황의 목소리가 다시 한층 높아졌다.
“저희와 관련된 물건은 최대한 빨리 치워야 합니다! 사람들에게 조금의 빌미도 주어선 안 됩니다.”
“염려 마십시오.”
똑똑.
그때 인기척과 함께 조심스럽게 문이 열렸다. 한 신관이 방 안으로 들어서며 교황을 향해 깊이 예를 올렸다.
“무슨 일입니까?”
“다니엘 신관님을 찾아오신 손님이 계십니다.”
“저를요?”
“소르펠가의 공녀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카밀라 영애가?”
갑작스러운 카밀라의 방문에 다니엘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그건 교황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온 건가요?”
“글쎄요. 미리 약속된 일이 아닌지라.”
시기가 시기인 만큼, 교황은 외부인의 방문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짧게 혀를 찬 그가 바로 명을 내렸다.
“조용히 돌려보내세요.”
“알겠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인 다니엘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 * *
“여긴 갑자기 왜?”
“확인할 게 있어서.”
“무슨 확인?”
“나중에 말해 줄게.”
아르시안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나중에 말해 준다고 했으니까 그걸로 더 의문을 갖지 않았다.
“흐음.”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한쪽에서 지켜보던 제이너가 고개를 삐딱하게 꺾었다.
입가는 습관처럼 웃고 있지만 눈빛은 못마땅함이 가득하다. 유독 딱 붙어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영 눈에 거슬린다.
달칵.
그 순간 접객실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섰다. 신관 다니엘이었다.
그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어서 오세요, 카밀라 영애.”
“연락도 없이 찾아와 정말 죄송해요.”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뜻밖의 방문이 무척 반갑군요.”
간단히 인사를 나눈 다니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카밀라와 함께 있는 두 사람에게 향했다.
그런 그의 얼굴에 잠시 놀라움이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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