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ortune-telling Princess RAW novel - Chapter (182)
어떻게든 친해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그 눈빛에 고까움이 가득한 것이 딱 봐도 억지로 다가선 게 눈에 보였다.
아마도 집안에서 명이라도 내린 게 아닐까? 무조건 친분을 쌓으라고 말이다.
‘그래, 너도 참 고생이 많다.’
싫은 애 앞에서 웃는 척하기가 얼마나 힘이 들까. 카밀라는 그녀의 어색한 친분 과시를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다들 즐거워 보이시네요.”
그때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번 티파티의 주최자인 쟈비엘라 황비의 등장이었다. 그녀의 등장에 다들 깊이 고개를 숙였다.
“마마,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쟈비엘라 님, 오늘도 너무 아름다우세요.”
형식적인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정원이 다시금 소란스러워졌다.
“…….”
하지만 쟈비엘라 황비의 모습을 본 카밀라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절로 벌어지려는 입을 붙잡는 데 온 힘을 다 쏟아야만 했다.
“어서 와요, 카밀라 영애.”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그녀가 카밀라를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네, 마마.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카밀라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당황한 표정을 감췄다. 고개를 숙인 그녀는 터져 나오려는 탄식을 막기 위해 입술을 짓씹었다.
‘저게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쟈비엘라 황비를 바라봤다. 그런 그녀의 뒤에 또 한 명의 쟈비엘라 황비가 서 있었다.
바로 그녀의 영혼이…….
‘그때 그들과 똑같아.’
라니아와 물귀신 아들의 영혼처럼 이지를 상실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쟈비엘라 황비의 영혼.
그것을 보는 순간, 카밀라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저게 어떤 상태인 건지 바로 감이 왔으니까.
뺏긴 거다. 영혼을.
‘미치겠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분명 저번에 만났을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갑자기 왜 저렇게 된 거지?
‘아!’
그 순간 머릿속을 빠르게 스치는 게 있었다.
얼마 전 신관 다니엘이 상회를 방문하던 날, 크리스가 지나가듯 한 말이었다.
‘듣기론 쟈비엘라 황비님도 갖고 계시다더군요.’
성물 목걸이, 그 붉은 목걸이를 두고 했던 말이다.
요즘 유행이라며, 쟈비엘라 황비도 성물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다 했었다.
‘그거구나.’
그 붉은 성물에 당한 거다.
어느새 다른 이들과 정답게 대화를 나누는 쟈비엘라 황비를 보며 카밀라는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돌겠다, 진짜.”
직접 붉은 성물의 효과를 눈앞에서 보게 되자 머릿속이 무척 복잡했다. 그 성물 목걸이를 갖고 있는 이들이 엄청 많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는 건…….’
“영애.”
점점 더 깊은 생각에 잠기던 그 순간 쟈비엘라 황비가 다시 그녀 곁에 다가서며 친근히 말을 건네 왔다.
그 친근함에 오히려 오스스 소름이 돋는 걸 느끼며 카밀라 역시 최대한 밝은 미소로 응답했다.
“네, 마마.”
“소개해 주고 싶은 이가 있어요.”
“소개요?”
갑자기? 누구를?
“아, 마침 저기 오네요.”
그녀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돌린 카밀라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20대 초반의 남성.
“어마마마.”
바로 쟈비엘라 황비의 친아들인 2황자 아비헬이었다.
확실히 한 미모 하는 어머니를 닮아 외모가 눈에 확 띈다.
“어머.”
“아비헬 황자 전하!”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전하.”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잠시 당황하던 귀부인과 영애들이 앞다투어 인사를 건네기 바빴다.
그들과 가볍게 눈인사를 나눈 그가 곧장 카밀라와 쟈비엘라 황비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어마마마.”
“어서 와요, 황자.”
반갑게 그를 맞아 준 쟈비엘라 황비는 그를 바로 카밀라와 인사를 나누게 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당연히 세 사람에게 쏠렸다.
“오랜만이군요, 영애.”
“…그렇네요.”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지?
떨떠름함을 감추며 인사를 나누는 카밀라의 머릿속은 다시 복잡하게 돌아갔다.
* * *
“끄응.”
카밀라는 머리가 아픈 듯 연신 미간을 꾹꾹 눌러 댔다. 궁에 다녀온 이후 찌푸려진 표정이 쉽게 펴지지 않았다.
그녀가 앉아 있는 탁자 위로 잘게 부서진 목걸이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바로 그녀가 다니엘 신관에게 받았던 붉은 성물 목걸이와 오를레앙 자작이 가지고 있었던 검은 성물 목걸이였다.
“붉은 돌과 검은 돌이라.”
성물이 힘이 다하면 돌의 색깔이 검게 변한다고 한다. 그럼 그때 다시 새로운 성물로 교체를 해야 한다는 게 신전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알아보니 지금껏 그 누구도 성물을 새로 바꾸러 온 이가 없었다. 성물의 힘이 그리 오래 지속이 되나 했지만 그건 또 아니었다.
분명 색이 변한 이들이 있었음에도 새로 성물을 구입한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쟈비엘라 황비도 마찬가지고.”
그녀를 돌보는 시녀들의 말에 의하면 쟈비엘라 황비가 차고 있던 성물 역시 검게 색이 변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후 더 이상 성물이 필요 없다며 버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전까지만 하여도 그리 애지중지하던 물건이었음에도 말이다.
“역시 그거지?”
붉은 성물이 이렇게 검게 변하는 순간.
“그때 영혼을 바꾸는 거구나.”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밖에는 해석되지 않았다.
황제에 이어 이제 황비까지. 대체 지금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러다 전부 다 영혼이 바뀌는 거 아냐?”
완전 소름!
정말 농담이 아니었다.
“기원제 때 다들 차고 있었잖아.”
얼마 전에 있었던 풍요의 기원제에서 봤던 이들. 그들 대부분이 성물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지 않았던가.
“헐.”
뭐부터 바로잡아야 하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아니, 이게 지금 바로잡을 수 있는 일이긴 한 건가?
솔직히 말해 이런 일에 함부로 끼어들어도 되는 건지부터가 무척 의문이다.
“무시하고 싶다.”
진짜, 정말로, 몸서리치게 무시하고 싶다! 누가 봐도 위험지수가 최고 수준이잖아.
들어가는 순간 바로 죽는다고 빨간 불이 사방에서 마구 번쩍이고 있는데 거길 누가 자진해서 뛰어들겠냐고!
“미치겠네.”
그런데 자꾸 눈에 보이는 곳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니 못 본 척할 수가 없지 않은가.
심지어 이 성물 목걸이를 그녀 또한 받았다. 이번에 사신 하벨이 묻혀 준 피 덕에 잘 피해 갔지만 또 어떤 공격이 들어올지 알 수가 없었다.
“이번 파티도 그래.”
대체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 갑자기 2황자가 그 자리에 왜 나타난 걸까?
누가 봐도 쟈비엘라 황비가 일부러 그런 자리를 만든 게 티가 났다.
차를 마시는 내내 어떻게든 자신과 2황자가 친분을 쌓을 수 있게 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하지 않던가.
‘뭘까?’
쟈비엘라 황비, 그녀가 영혼을 뺏기지 않은 상태였다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속이야 어떨지 몰라도 아들의 권력을 위해서 ‘성녀’로 추앙되고 있는 자신과 어떻게든 친분을 쌓고 싶어 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아니잖아?’
단순히 그런 목적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 기이한 조직에서 뭔가 지시라도 받은 걸까?
“아우, 골치야.”
“왜요?”
“흐헉!”
생각에 잠겼던 카밀라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뜨악했다.
“뭐야? 언제 왔어?”
“조금 전에요.”
도르만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 있으세요?”
“그게… 아니, 그보다 넌 요즘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는 거야?”
창밖을 보니 어느새 해가 져 어두컴컴하다. 저 녀석, 오늘 아침부터 안 보였는데? 그럼 그때 나가서 이제 들어온 거야?
“대체 어디 있다 오는 건데?”
카밀라의 물음에 도르만이 난처한 듯 볼을 살짝 긁적였다.
“요즘 좀 일이 있어서요.”
“무슨 일?”
“개인적인 일이요.”
그가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자 카밀라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너 또 뭐 사고 친 거 아냐?”
“아닌데요!”
“진짜 아냐?”
“제가 뭐 매번 사고만 치는 줄 아세요?”
“어.”
“와, 너무하시네. 제가 요즘 누구 때문에 바빴는데!”
“누구 때문에 바빴는데?”
“몰라요!”
왜 저래?
제대로 말도 안 하면서 혼자 삐져 입을 삐죽거리는 도르만의 모습에 카밀라는 짧게 혀를 찼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하벨에게 좀 보자고 해.”
“하벨이요? 왜요?”
“영혼을 뺏긴 인간을 또 봤거든.”
“어디서요?”
“궁에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쟈비엘라 황비의 몸을 차지한 영혼의 진명 정도는 미리 알아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어쩌죠?”
“음?”
“안 올 텐데.”
“어?”
그런데 도르만의 반응이 좀 이상했다. 그는 뭔가 난처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오라고 해도 안 올걸요?”
“왜?”
“저한테 화가 좀 나 있거든요.”
“에?”
누가? 하벨이? 너한테?
“진짜?”
다른 이도 아니고 도르만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도 마다하지 않는 하벨이 그에게 화를 내고 있다고? 놀랍다 못해 신기했다.
“왜? 무슨 일인데?”
“그냥 좀… 하하.”
그가 다시 웃음으로 말을 얼버무린다.
“싸웠어?”
아니, 둘이 싸움이 되기는 하나? 카밀라가 계속 궁금함을 표하자 도르만이 슬쩍 자리에서 일어섰다.
“차 한 잔 드릴까요?”
“그러든지.”
차를 준비하는 그를 보며 카밀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요즘 계속 자리를 비운 것도 그렇고, 분명 뭔가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도르만의 분위기가 평소보다 조금 다운되어 있는 것도 신경이 쓰였다.
“드세요.”
잠시 후 찻잔이 앞에 놓였다. 그런 후에도 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그가 자신의 앞에 멀뚱히 서 있었다.
“왜? 뭐 할 말이라도 있어?”
“으음.”
도르만이 말끝을 흘리며 카밀라의 앞에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곤 잠시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요즘 지내시는 건 어떠세요?”
“나?”
“네.”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
“그냥 궁금해서요.”
그가 빙긋이 웃었다.
“이쪽으로 넘어오신 후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잖아요. 적응하기 여전히 힘드신가 해서요.”
“뜬금없이?”
“하하.”
그동안 사건 사고가 많긴 했지. 쓰러진 것만 대체 몇 번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도르만.”
“네.”
“혼 안 낼게.”
“예에?”
“사고 친 거 있으면 빨리 말해. 수습은 빠를수록 좋은 거다.”
“아니라니까요!”
“진짜 아니야?”
“그냥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거예요. 이곳에서 삶이 여전히 힘드시나 해서.”
“흐음.”
정말 딴 뜻은 없는 건가? 무척 억울해하는 모습이 진짜인 것 같기도 하고.
완전히 의심을 풀지 않은 채 카밀라는 가볍게 대답했다.
“네 눈에는 내가 잘 지내는 걸로 보이니?”
“여전히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