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ortune-telling Princess RAW novel - Chapter (198)
놀란 표정으로 연신 감격하던 귀신은 곧 자기가 누구인지, 쥬엘라를 왜 계속 따라다니고 있는지 사연을 줄줄이 들려줬다.
‘솔직히 쥬엘라의 친엄마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손절하려고 했는데.’
쥬엘라가 길에 버려져 있다 베이크스 백작 부부에게 발견되어 길러졌다는 얘기를 이미 들어 알고 있었으니까.
자식을 버린 사람이지 않은가. 이유가 뭐가 됐든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전 그 아이를 버린 게 아니에요. 제발 제 말 좀 들어 주세요.]하지만 그녀의 간절한 청에 결국 얘기나 들어 보기로 한 거다.
그녀가 울먹이며 들려준 얘기는 안타깝긴 했지만 딱히 특별한 사연은 아니었다.
20대 초반이었던 여자는 남편을 먼저 사고로 잃었고 아이를 낳다 자기 또한 죽고 말았단다.
그렇게 아이만 홀로 남게 되자 그녀와 함께 살고 있던 어머니가 아이를 바로 내다 버린 것이다.
[딸을 죽게 만든 손녀가 밉기도 했을 테고, 형편도 좋지 못했던지라… 어머니를 처음에는 많이 원망했지만 지금은 이해해요.]‘그때부터 쭉 쥬엘라를 따라다닌 거예요?’
[네……. 아이가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요.]‘그럼 다 봤겠네요.’
[네에…….]처음엔 귀족가에서 친자식처럼 키워지는 딸을 보며 안도했다. 가난한 친부모에게 길러지는 것보다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신이 평생 벌어도 해 주지 못하는 것들을 그들은 너무도 쉽게 딸에게 해 줬으니까.
[정말 너무 잘됐다면서 눈물까지 펑펑 흘렸죠.]그 집에 둘째 딸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상황이 순식간에 변했어요.]쥬엘라가 혹여 해코지라도 할 거라 생각한 걸까? 베이크스 백작 부부는 쥬엘라가 갓난아기인 동생에게 다가서는 것조차 꺼렸다.
처음에는 그 정도 수준이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쥬엘라는 점점 집안에서 고립되어 갔다.
하지만 이미 죽어 버린 그녀로서는 우는 거 외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매일같이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딸을 지켜보았다. 아이에게 미안했다. 그저 죄스러웠다.
[그 개망나… 그 집 아들이 쥬엘라에게 손을 올리는 일도 점점 잦아졌어요.]동시에 분노 역시 빠르게 쌓여 갔다.
[저보다 오래 세상을 떠돈 분들이 알려 줬어요. 원한을 갖고 한 사람을 오래 쫓아다니면 그 사람의 몸에 한기가 돌며 이상이 생긴다고요.]그래서 원망 어린 마음에 계속 쫓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그놈이 저지른 짓도 보게 되었다.
[보답을 하고 싶어요.]“됐다니까요.”
귀신들이 주는 보답이야 빤하지 뭐. 넣어 둬, 넣어 둬.
“저도 열받아서 한 일이니 신경 쓸 필요 없…….”
[폐광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안쪽에 미처 발견되지 않은 금이 잔뜩 묻혀 있는 곳을 알아요.]“그래도 친구 어머니의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는 거겠죠.”
카밀라는 화사한 미소로 고개를 바로 끄덕였다.
옆에서 우리 집 귀신들과 남의 집 귀신들이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게 느껴졌지만 그냥 무시했다.
‘뭐? 왜?’
친구 어머니 맞잖아.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기뻐하는 귀신을 보며 카밀라 역시 환한 미소로 응답했다.
* * *
“이게 뭐야?”
“폐광 매매 계약서.”
“폐광?”
쥬엘라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폐광 계약서라니?
버려진 광산을 자신에게 왜 내미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폐광인데 안에 금이 묻혀 있더라.”
“뭐?”
“너 하라고.”
“…뭐?”
자기가 자꾸 ‘뭐?’라는 말만 내뱉고 있는 걸 깨달은 쥬엘라는 미간을 찌푸렸다. 갑자기 뭔 소리를 하는 거지?
“폐광이라며? 그런데 금은 또 뭐야?”
“네 친어머니가 주신 거야. 나한테 묻지 마.”
“뭐?”
또 뭐라고 외치는 쥬엘라를 보며 카밀라는 결국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폐광의 위치를 듣고 다른 귀신을 보내 조사를 해 보니 정말로 안에 금이 묻혀 있었다. 그것도 상당량이.
폐광이라 매입비도 얼마 들지 않았다.
“다 무슨 소리야?”
“이거 네 거라고.”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니…….”
“집도 없는 너한테 주는 선물.”
엄마가 딸에게 주는.
“…….”
잠시 어이없는 눈빛으로 금광 문서와 카밀라를 번갈아 바라보던 쥬엘라가 결국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동정은 필요 없어.”
“내가 널 왜 동정해? 요즘 제일 잘나가는 능력 좋은 디자이너인데.”
“…정말 그렇게 생각해?”
“내가 능력도 없는 녀석을 데리고 있을 것 같아?”
“그런데 왜 이걸…….”
쥬엘라의 시선이 다시 광산 매매 계약서로 향했다.
“내가 살면서 제일 크게 깨달은 세상 이치가 뭔지 알아?”
“누가 들으면 너 엄청 오래 산 인간으로 알겠다. 겨우 열일곱인 주제에.”
내가 생각보다 나이가 좀 많단다. 기억은 못 하지만 반복된 삶까지 포함하면……. 뭐, 말해 뭐 하겠니.
“아무리 더러워도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거야.”
“…그게 네가 깨달았다는 세상 이치니?”
“어.”
“…….”
“그러니 챙길 수 있을 때 잘 챙겨. 젊을 때 열심히 벌어 놔야 노후가 편하단다.”
“…너 진짜 늙은이 같아.”
결국 작게 웃음을 터트린 쥬엘라가 계약서를 손에 들었다.
“고마워.”
“내가 주는 거 아니래도.”
“도대체 무슨 소리야?”
“아휴, 됐다. 그런 게 있어.”
[고맙습니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아까부터 연신 감격스러워하는 쥬엘라의 친모와 왜 말을 하다가 마냐며 투덜거리는 쥬엘라를 뒤로하고 카밀라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가게?”
“응, 만날 사람 있어.”
“누구?”
쥬엘라는 의아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별 뜻 없는 질문이었는데 카밀라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미간을 찌푸린 카밀라의 입에서 긴 한숨이 연신 흘러나왔다.
‘대체 누구를 만나러 가기에?’
그러다 이어 내뱉어진 그녀의 대답은 쥬엘라를 더욱 의아하게 만들었다.
“도르만.”
그녀가 데리고 있는 시종의 이름이 나왔으니까.
* * *
“멜! 조심해!”
“괜찮아. 이 정도 높이야 한두 번 올라가 본 것도 아닌걸.”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사과를 따러 사다리에 올라선 멜은 동료의 외침에 걱정 말라는 듯 손을 흔들어 줬다.
늘 이맘때 주렁주렁 열리는 사과를 내년부터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가주님과 큰도련님의 명에 따라 저택 내 사과나무를 없애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빈자리에는 다른 과일나무를 새로 심기로 했다.
‘갑자기 왜?’
다들 의아해했지만 가주의 명에 토를 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평소 이런 하찮은 일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두 분의 갑작스러운 명령이 신기할 뿐.
얼마 전 주방장님한테는 사과가 들어간 음식은 아무것도 내오지 말라고 하셨다던데.
‘갑자기 사과에 질리시기라도 한 건가?’
물론 그 덕에 올해 여기서 열린 사과는 다 자신들의 몫이 되었지만 말이다.
“어… 어, 어!”
“꺄악! 멜!”
한참 사과를 따는 데 열중하던 멜이 조금 더 위에 열린 탐스러운 과실을 따기 위해 손을 뻗다 순간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어? 어? 꺄아악!”
터억!
“…어?”
질끈 눈을 감았던 멜은 순간 딱딱한 땅이 아닌 뭔가에 감싸이는 걸 느끼며 천천히 눈을 떴다.
“괜찮으세요?”
“…도르만.”
“정말 위험했습니다.”
“고, 고마워!”
멜을 조심히 바닥에 내려놓은 도르만은 빙긋이 웃으며 방금 그녀가 떨어졌던 사과나무를 바라봤다.
“카밀라 아가씨는 사과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데… 디저트 올릴 때 주의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응, 응! 걱정 마! 이거 주방에서 쓸 거 아니야.”
“다행이네요. 과일 따는 거 도와드릴까요?”
“아니야, 아니야! 우리가 할 수 있어! 이제 진짜 조심할게.”
“네. 그럼 수고들 하세요, 누님들.”
“도르만도!”
“나중에 주방에 들러. 간식 챙겨 줄게!”
도르만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들어 주는 멜과 다른 시녀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반짝거렸다.
다른 시종들과 달리 매너도 좋고 늘 친절한 도르만은 사용인들 사이에서 누구보다 인기가 좋았다.
“어? 아가씨?”
화사한 미소를 날리고 돌아선 도르만의 시야로 누군가 들어왔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서 있는 이, 카밀라를 발견한 그가 조르륵 그녀에게 달려갔다.
“언제 오셨어요?”
“조금 전에.”
“여기서 뭐 하세요?”
“너 구경.”
“저요? 왜요?”
“저게 나 때문에 저러고 살고 있구나… 싶어서.”
“네에?”
무슨 말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도르만을 잠시 말없이 응시하던 카밀라가 천천히 돌아섰다.
“따라와. 얘기 좀 하게.”
그 말을 끝으로 앞서 걷는 그녀를 도르만이 급히 따랐다.
잠시 후.
“저기, 카밀라 님?”
“앉아.”
“차라도…….”
“됐으니 앉아.”
“네.”
카밀라의 분위기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느낀 도르만은 조금은 긴장된 눈빛으로 자리에 조심히 앉았다.
‘내가 최근에 또 뭔가 크게 실수를 한 게 있었나?’
지금 당장 가서 뾰족구두라도 숨겨 놓는 게 좋으…….
“나지? 진실의 거울.”
“…예?”
“나 맞잖아.”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질문에 도르만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입을 멍하니 벌린 채 카밀라를 한참 바라봤다.
그녀는 그런 도르만의 시선을 조금도 피하지 않았다.
“진실의 거울, 나지?”
오히려 재차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역시 결론은 하나였다.
“그리고…….”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 깨닫게 된 또 하나의 사실.
“너 일부러 바꾼 거지? 실수가 아니라.”
이시아와 카밀라. 두 영혼을 바꾼 도르만의 행동.
그 안에 담긴 진실이 이제야 명확히 보였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어.’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영혼을 바꿔 넣을 수가 있냐고.
“영계의 시스템을 관리하는 자가 그렇게 멍청할 리가 없잖아?”
사신 하벨의 말로는 도르만이 최고 관리자였다는데, 그런 자가 그딴 초보자도 하지 않는 실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다.
그러다 진실의 거울이 자신이라는 걸 알았을 때 확신이 들었다.
“진실의 거울이 무사히 태어나게 하려고 한 거잖아.”
그가 일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