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ortune-telling Princess RAW novel - Chapter (209)
Chapter. 마지막 결전
“진실의 거울이 사람이었다니.”
제이빌런 공작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또한 진실의 거울이 뭔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게 일반 사물이 아닌 사람이라는 사실은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가문에도 에바 교에 대한 서적이 많이 있지만 구하기 힘든 고서는 듀리얼가가 대부분 소유 중이었다.
오래전부터 아주 기를 쓰고 수호의 검을 찾던 가문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물론 그래 봐야 수호의 검은 제이빌런가의 것이 되었지만 말이다.
‘쯧.’
제이빌런 공작은 반쯤 넋이 나가 있는 소르펠 공작을 보며 속으로 연신 혀를 찼다.
저 녀석이 왜 저러는지 충분히 이해가 됐다.
전에 함께한 술자리에서 그가 최근에 하고 있는 고민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아이가 가진 짐이 너무 커.’
‘뭔 짐?’
‘마력석 광산도 모자라 수호의 검까지 그 아이를 선택하지 않았나.’
‘수호의 검은 아직 우리 가문 거야. 마력석 광산은 그 애가 사들인 거고. 선택받은 게 아니란 말이다.’
‘거기에 이제 성녀라고까지 불리고 있으니.’
‘거기서 수호의 검은 빼라니까!’
‘시끄러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렇지 않아도 딸아이가 지고 있는 짐이 너무 무거운 건 아닌가 걱정하던 녀석인데.
‘이젠 거기에 진실의 거울까지 보태졌으니.’
얼이 나가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지.
“아버지.”
“…당장 집으로 가자.”
“네?”
“여기 있지 말고 가자꾸나.”
소르펠 공작은 바로 카밀라의 손목을 잡아챘다. 당장 집으로 가자며.
그 또한 진실의 거울이 뭔지 안다. 듀리얼 후작이나 제이빌런 공작처럼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역사서에 적혀 있는 내용 한 구절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에바 교인의 손에 철저히 부서져 버린 진실의 거울…….」
오래전에 본 구절임에도 그때 당시 묘하게 섬뜩한 느낌을 받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자신의 딸이라니!
“당장 가자꾸나.”
황제의 죽음이고 에바 교고 모르겠다. 지금은 당장 이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는 게 우선이다.
“아버지.”
카밀라는 평소와 전혀 다른 소르펠 공작의 모습에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다. 이렇게까지 놀라실 줄은 몰랐는데.
“일단 아비헬 황자를…….”
쟈비엘라 황비가 죽고 그녀가 에바 교인이라는 게 밝혀지던 그 혼란을 틈타 아비헬 황자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아마도 카밀라가 진실의 거울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 바로 도망친 것 같은데.
‘분명 봤거든.’
귀신이 된 아비헬 황자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지를 상실한 채 그의 몸에 딱 붙어 있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빨리 그를 찾아야 하건만.
“너를 집에 데려다 놓는 게 먼저다.”
살짝 목소리까지 떨며 재촉하는 부친을 보자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대체 왜…….’
대체 왜 저러시지?
‘저건… 저건 분명 겁을 먹으신 표정인데.’
다른 이도 아니 소르펠 공작이 겁을 먹었다고? 그 말을 대체 누가 믿어 줄까?
그런데 저 표정은 분명 겁을 먹은 거다.
“아버지.”
“당장 가자.”
재차 자신의 손목을 잡는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걸 본 카밀라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카밀라의 시선이 다시 홀을 훑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웅성거리고 있는 귀족들 사이로 눈에 띄는 이들이 있었다.
이미 육신을 뺏긴 이들. 이지를 상실한 본인의 영혼이 붙어 있는 이들.
눈이 마주치자 흠칫하며 고개를 숙이기 바쁜 그들을 놔둔 채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어, 어? 저기 도망치잖아! 잡아야 하는……!
“카밀라!”
“……!”
주춤거리는 그녀의 어깨를 소르펠 공작이 강하게 붙들었다.
“그것들이 진실의 거울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모르는 거냐!”
…아.
‘그래서였나.’
알고 계셨구나.
‘그래서…….’
카밀라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두려워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되자 이런 상황에서도 이상하게 실실 웃음이 났다.
“이 녀석아! 지금 웃음이 나오냐!”
“그러게요.”
여전히 손끝이 떨리고 있는 소르펠 공작을 바라보는 카밀라의 눈시울이 어느새 붉어졌다.
“카, 카밀라!”
그 모습을 본 소르펠 공작의 눈이 빠르게 커지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다급함에 소리를 친 것이 화를 내는 걸로 보였던 걸까?
“아, 아니. 아비가 화를 내는 게 아니……!”
하지만 그는 끝까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카밀라가 살며시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기 때문이다.
“…….”
예전과 달리 사이가 많이 좋아졌지만 그도 느끼고 있었다.
아이가 여전히 자신에게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완전히 곁을 내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지금 자신을 안아 주는 카밀라는 뭔가 달랐다.
자신에게 기댄 카밀라의 작은 흐느낌에 그는 가만히 그녀의 머리를 다독였다. 왠지 모를 뭉클함을 느끼며.
“야! 떨어져, 떨어져! 지금 이 상황에서 뭔 가족 연극이야!”
“우리 리오도 요즘 날 자주 저렇게 안아 주지.”
“뭐? 그 꼬맹이는 넉살도 좋… 아니, 지금 그런 얘기 할 때가 아니잖아!”
“왜? 네 자식들도 널 안아 준 적 있을 거 아냐.”
“…….”
“…우리 리오보고 너도 안아 주라고 할까?”
“됐어! 이 자식아! 네가 제일 나빠!”
연신 투닥거리는 제이빌런 공작과 세프라 공작의 목소리에 그제야 카밀라가 부친에게서 한 걸음 떨어졌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는 어느새 다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아버지.”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소르펠 공작의 손이 다시 카밀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하지만 잠시 후 그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졌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세프라 공작과 제이빌런 공작 역시 서늘해진 눈빛을 창밖으로 던졌다.
콰앙! 쾅!
그 순간 멀리서 작은 폭발음이 연속으로 들려왔다.
“아버지!”
그때 빠른 걸음으로 뛰어드는 이가 있었으니 라비였다.
“사냥터에서 봤던 그 무리입니다! 형님께서 막고 계시긴 한데, 그 수가 너무……!”
라비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조금 전 밖을 살피던 라비와 루드빌은 엄청난 수의 적들이 몰려드는 걸 발견했다. 안에 소식을 전하라는 루드빌의 말에 그는 급히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들을 이끄는 자가 아비헬 전하십니다.”
경악하는 다른 귀족들과 달리 세 공작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기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가지.”
세프라 공작이 조용히 앞장섰다. 그 뒤를 제이빌런 공작이 따르려다 잠시 멈칫하더니 카밀라를 돌아봤다.
“받거라.”
“이건…….”
수호의 검이었다.
“나보다는 네가 들고 있는 게 낫겠지.”
“우리 딸은 전투 안 해!”
“알아, 알아! 호신용으로 들고 있으라고!”
“카밀라, 절대 여기서 움직이지 마라. 알겠니?”
소르펠 공작이 단단히 당부했다.
“하지만…….”
지금 밖에 모여들고 있는 이들이 전에 그것들이라면?
카밀라는 수호의 검을 꼭 쥐었다. 그녀가 자신들을 따라오려 하자 세 공작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여전히 죽은 쟈비엘라 황비를 보며 넋이 나가 있는 듀리얼 후작이 있었다.
세 공작의 시선을 느낀 그가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반역죄를 물어도 좋소.”
세프라 공작이 손을 휘젓자 커다란 검은 늑대가 순식간에 그의 옆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호의 가문이 가장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제국을 지키는 일이지.”
이어 제이빌런 공작의 옆으로도 붉은 날개를 활짝 편 커다란 독수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소르펠 공작 역시 품에서 킹을 꺼내 놓았다.
아니, 신수를 궁에 데리고 오는 건 반역이라지 않았나? 대체 언제부터 킹이 여기에 있었던 거지?
‘우리 애는 아직 몸을 숨길 줄 모르는데? 그렇다는 건…….’
황실이건 뭐건 그냥 데리고 왔다는 거잖아.
[규우!]카밀라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숨죽이고 있다 나온 게 마냥 좋은 킹이 달려와 그녀의 품을 파고들었다.
[규우, 규우!]하지만 그것도 잠시, 인사를 마친 킹은 그녀의 품에서 빠져나와 다시 소르펠 공작에게로 향했다.
화아악!
별안간 환한 빛이 쏟아지더니 걸음을 옮기던 킹의 몸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저번에 보았던 커다란 백호가 어느새 그 자리를 대신해 있었다.
“넌 아무 걱정 말고 여기에 있어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당부의 말을 남긴 소르펠 공작은 곧장 홀을 빠져나갔다.
“너 얌전히 있어.”
라비 또한 공작들을 따라갈 생각인 듯 나름 엄하게 카밀라에게 당부했다.
“오라비도 가게?”
그런 그를 카밀라가 급히 붙잡았다. 그녀의 눈에 불안감이 가득하다.
루드빌과 소르펠 공작과 달리 이 녀석은 왜 이렇게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을까. 다른 이들도 자신을 볼 때 이런 기분인가?
“아버지와 형, 도와야지.”
그가 걱정 말라는 듯 그녀의 이마를 손으로 콕 찍었다. 그런 그의 손을 카밀라가 꽉 붙잡았다.
“죽지만 마. 숨만 붙어 있으면 어떻게든 원상 복구 시켜 줄 테니까.”
“…말 한번 살벌하게 하네.”
피식 웃은 라비의 시선이 그녀의 뒤로 향했다.
아까부터 그림자처럼 조용히 카밀라의 뒤를 따르고 있는 이, 아르시안이 그곳에 있었다.
“잘 지켜라.”
아르시안은 이렇다 저렇다 하는 말 없이 그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 모습에 라비가 짧게 혀를 찼다. 저 새끼, 진짜 마음에 안 들지만 이상하게 이런 상황에선 또 믿음이 간단 말이지.
“하아.”
그렇게 라비까지 사라지자 카밀라는 주변을 쭉 훑었다.
홀에 남아 있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다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몸을 숨기기 바빴다.
“어?”
그런데 잠시 후 그녀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제이너는?”
방금 전까지만 하여도 주변에 있었던 제이너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몰라. 갑자기 사라졌어.”
“뭐?”
아르시안의 대답에 카밀라의 미간이 살며시 찌푸려졌다. 이런 상황에 갑자기 어디에 간 거야?
* * *
콰아앙!
루드빌이 휘두른 검에 수많은 이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공자님! 저쪽에도!”
대기 중이던 세 공작가의 군사들이 적들을 상대하고 있었지만 밀려드는 에바 교의 수가 끝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저 많은 이들이 어디에 숨어 있다 나타난 걸까?
“대체 아비헬 전하께서 왜?”
그 선두에 서 있는 아비헬 황자의 모습에 다들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황실 군사들 역시 처음에는 아비헬 황자의 명을 따르려 했지만 그가 이끄는 에바 교인을 보며 흠칫했다.
이지를 상실한 채 공격만 해 대는 무리가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으니까.
결국 황실 군사 모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황실을 공격하는 무리다! 뭘 망설이는 거지!”
그런데 그 순간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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