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ortune-telling Princess RAW novel - Chapter (212)
외전 1화
SIDE STORY. 후회 없는 선택
“시아야? 괜찮아?”
매니저 현석은 운전을 하는 중에도 연신 이시아의 안색을 살폈다.
하얗게 얼굴이 질려 있는 게 아무래도 몸 상태가 영 안 좋아 보였다.
“괜찮아. 좀 긴장해서 그래.”
그 말에 현석은 연신 눈을 깜박였다.
‘그게 더 이상하다고!’
네가 긴장을 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오늘이 연말 연기 대상 시상식 날이긴 하지만 그게 그녀를 긴장시킬 원인이 될 거라고는 조금도 예상치 못한 그였다.
‘저럴 녀석이 아닌데.’
예전에도 대상 후보에 올랐지만 누구보다 태연하지 않았던가.
‘내가 받는 게 당연한 거 아냐? 나 말고 누가 받아?’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얄밉기까지 했던 녀석이 오늘따라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언니, 청심환이라도 드실래요?”
“응.”
“저, 정말요? 오, 오빠! 스톱! 저기 약국!”
“어, 어! 알았어.”
끼이익!
그냥 해 본 말인데 긍정의 대답이 돌아오자 시아의 옷을 살피던 지현이 급히 차를 세웠다.
“언니! 여기!”
“응, 고마워.”
마시는 청심환을 바로 들이켜는 이시아를 보며 지현 역시 의아함을 느꼈다. 평소에 저런 걸 먹는 분이 아닌데.
“하아.”
그러거나 말거나 이시아는 연신 긴 숨을 내쉬었다.
‘처음인걸.’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처음으로 한 연기인걸.
그녀는 바로 시스템 창을 켰다.
이름 이시아(카밀라)
민첩 B
체력 B+
외모 S+
연기 S(EX)
가창 B
끼 A(A+)
잔여 포인트 1
연기가 많이 올랐다. 그에 이번 드라마는 카밀라가 가지고 있던 연기력을 복제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이 가진 실력으로 찍었다.
‘그러니 긴장될 수밖에.’
시청률은 무척 잘 나왔지만 그게 자신의 연기력 덕분인지, 아니면 이시아가 가진 이름 덕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 평가를 받게 될 시상식. 자꾸 마른침이 삼켜졌다.
문득 작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아버지라는 인간으로 인해 입원까지 했던 날.
그때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지.
인생 리셋
지금의 삶을 모두 지우고 새로운 삶을 얻게 됩니다.
좋은 집안, 좋은 가족. 행운이 가득한 삶이 펼쳐질 것입니다.
단, 그동안의 기억은 모두 지워지게 됩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영혼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인생 리셋.
도르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너무도 유혹적인 제안이었다.
선택의 시간
기로에 선 당신!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68시간입니다.
167 : 59 : 58
일주일이라는 시간도 필요 없다 여겼다.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새로운 가족, 아픈 기억을 모두 지워 준다는데.
YES
NO
그녀의 손은 자연스럽게 YES로 향했다.
“…….”
그런데 이상하게 손가락이 더는 움직여지지 않았다. 정말 이게 맞는 걸까?
이 삶을 이렇게 버려도 되는 건가?
벌컥!
“시아야!”
그리고 그때 잠시 시아의 주치의를 만나러 간다던 현석 매니저가 급히 뛰어 들어왔다.
“이것 좀 봐.”
현석이 들고 있던 핸드폰을 그녀에게 넘겼다. 이게 뭔가 싶어 화면을 확인한 이시아의 눈이 점점 커졌다.
-언니! 빨리 쾌차하세요!
-시아 언니! 아프지 마세요. 제가 응원할…….
“…이게 뭐야?”
처음 보는 이들이 자신을 응원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지금 너에게 응원 메시지 보내는 챌린지가 열렸어.”
“뭐?”
“네 사연이 좀… 그, 어쨌든 다들 널 응원하고 싶나 봐.”
조금은 멍해진 시아의 눈이 다시 핸드폰으로 향했다.
“…동정심?”
나를 동정하는 건가?
나쁜 뜻이 아니라는 걸, 오히려 무척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가슴 한쪽이 따끔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 삶은 아직도 불행으로 가득 차 있는 걸까? 그렇게 보이는 걸까?
시아의 씁쓸한 표정을 본 현석이 그녀를 창가로 이끌었다.
“저길 봐.”
“…….”
시아의 시선이 밖으로 향했다. 그런 그녀의 눈이 다시 점점 커져 갔다.
병원에서도 보일 정도로 커다란 중심가 최고층 빌딩, 그 건물 전광판에 자신의 얼굴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도 문구가 적혀 있다. 자신의 쾌유를 바라는 문구가.
“저 건물 전광판 잡는 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지? 고작 동정심으로 저런 일을 할 수 있을까?”
환하게 웃는 자신의 사진에서 유독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당신이 다시 웃을 날을 기다립니다.
전광판에 띄워진 문구를 보며 그녀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
“다들 널 아끼니까. 널 좋아하니까.”
그 말에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져 버렸다.
그런 시아의 어깨를 현석이 가볍게 다독였다. 요즘 눈물이 많아진 자신의 배우를 신기해하면서.
“…….”
현석이 나가고 난 뒤, 시아는 시스템 창을 다시 띄웠다.
YES
NO
번쩍거리는 시스템 창과 창밖의 전광판을 잠시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움직였다.
YES가 아닌 NO를 향해.
* * *
“20xx년 JNC 연기대상. 그 영예의 수상자는…….”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의 시선이 모두 시상대에 서 있는 한 원로 배우에게 향했다.
작년 사극으로 대상은 받은 그는 올해 대상자가 적힌 종이를 펼치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미로의 거리>의 이시아 님.”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이시아의 입이 멍하니 벌어졌다. 정말로 자신이 대상을 받은 건가?
다른 배우들의 축하 인사와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시아는 천천히 시상대로 향했다.
시스템의 복제 능력, 카밀라의 연기력을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일궈 낸 성과다.
마이크 앞에 선 그녀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다들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늘 당당하던 그녀인데, 연기가 아닌 다른 일에선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는 걸로 유명한 그녀인데.
“하긴…….”
“힘들었겠지.”
그러다 작년에 있었던 그녀의 사고를 떠올리며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힘든 일이 있은 후에 받는 상이니, 의미가 남다를 수도 있지.
“감사합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걸 느끼며 다들 격려의 미소를 보내 줬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정말 많은 일이…….
“하지만 이 자리에 서니 제 선택이 틀리지 않은 것 같네요.”
이시아의 입가에도 서서히 미소가 걸린다.
“이 상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저에게 주고 싶습니다.”
그녀의 당당한 말에 다들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저래야 이시아지.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춘 그녀가 긴 숨을 토해 냈다.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 준 절친한 친구와 이 기쁨을 함께하고 싶네요.”
이 모든 터를 다져 준 또 다른 나.
“저도, 그녀도 이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카밀라… 네가, 누구보다 네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난…….’
난 지금 너무 행복하니까.
이시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