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ortune-telling Princess RAW novel - Chapter (213)
외전 2화
수도를 떠났다고 들었는데?
“오랜만이네.”
두 사람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왜 케빈이 여기에 있는 걸까? 분명 이곳으로 가서 서류 심사를 받으라고 했……!
두 사람의 시선이 책상으로 향했다. 그곳에 놓인 명패에 새겨진 이름.
[심사관 케빈 브라이안>“네가… 네가 심사관이라고?”
“왜? 뭐가 잘못됐어?”
“어, 어떻게 네가?!”
재정부 심사관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의 추천서가 필요했다.
그런데 아무런 힘도 없던, 집안도 비루하기 짝이 없던 케빈이 어떻게 저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지?
“내가 추천했거든.”
“……!”
그때 뒤돌아 앉아 있던 이가 천천히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 넌!”
두 사람의 얼굴이 다시 경악으로 물들었다.
“오랜만.”
카밀라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알은체를 했다.
“참고로 세 공작님께서도 추천서를 써 주셨어. 어디를 지원해도 문 부수고 들어갔을 성적인데 본인이 사업 지원부로 가고 싶다잖아.”
“이 일이 의외로 적성에 맞더라고요.”
“처음엔 외교부 지원했으면서. 폐하랑 제이빌런 공작님이 엄청 아쉬워하셨단 말이야. 얼마 전에도 나한테 은근히 말 흘리셨다니까.”
“……!”
에바 교 사건이 있은 후 황위에 오른 에드센 황태자, 아니 에드센 황제는 황실에서 일하는 이들부터 모두 갈아치웠다.
오랫동안 황실에서 일했던 자라도 무능하게 자리만 지키고 있던 이들은 가차 없이 쳐 냈다.
그리고 새로운 인사 등용에 열을 올렸다. 아마도 케빈 역시 그렇게 생겨난 빈자리를 차지해 들어온 것일 테다.
“폐하께서도 케빈을 아주 만족해하셨어. 케빈이 머리가 아주 좋더라고. 누구 덕에 아카데미를 수료하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로 말이야.”
카밀라의 시선이 케빈에게 향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케빈은 아주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네가 왜 케빈을…….”
메리즈와 루이스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카데미에 있을 때도 딱히 친분이 없던 이들인데?
“케빈이 찾아왔어.”
“뭐?”
“그게 언제였더라?”
“작년 가을이었습니다.”
“아, 맞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쯤, 난데없이 케빈이 고스트 상회를 찾아왔다.
제대로 대화 한 번 해 본 적 없는 그의 방문은 카밀라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도와주십시오.’
‘내가 널? 왜?’
‘이대로 패배자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아마도 자신으로 인해 학생회가 무너진 소식을 듣고 찾아온 듯했다.
처음에는 솔직히 딱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내가 자선 사업가도 아니고, 굳이 왜?
‘난 맨입으로 도와달라는 사람한테 손 내미는 취미 없어.’
‘저는…….’
‘투자하는 건 좋아하지만 말이야.’
‘네?’
‘너 공부 좀 하니?’
하지만 이렇게 찾아온 용기를 높이 사 주기로 했다. 뭔가를 해 보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눈빛도 나쁘지 않았고.
물론 그렇다고 바로 도와준 건 아니다. 아무 능력도 없는 자를 도울 마음은 정말 없었으니까.
그래서 증명해 보라고 했다. 자기가 가진 가치를. 그럼 얼마든지 투자를 해 주겠다고.
‘그리고 그는 증명해 냈지.’
국가에서 치르는 일종의 공무원 시험에 당당히 반년 만에 합격해 왔더란 말이지. 지금은 재정 장관까지 그를 눈여겨보는 중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이곳에 온 이유는?”
케빈은 그제야 메리즈와 루이스가 들고 있는 서류에 시선을 줬다. 딱 봐도 무슨 용무인지 알 수 있었지만 일부러 다시 물었다.
“여기에 무슨 볼일이냐고 물었는데?”
“…….”
메리즈는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예전엔 내 앞에서 고개도 들지 못하던 놈이!
루이스 역시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처지가 새삼 한심해서.
“돈 빌리려 온 거겠지.”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두 사람을 대신해 카밀라가 말을 이었다.
“요즘 저 두 가문의 상황이 어렵거든. 둘 다 당장 보름 뒤에 갚아야 할 부채가 천만 골드가 넘지? 다른 부채는 한 달 남긴 했지만 금액이 더 크고.”
“그, 그걸 네가 어떻게!”
루이스와 메리즈의 눈이 부릅떠졌다. 가문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입단속을 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제야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 카밀라가 루이스와 메리즈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나 약속 어긴 적은 없어.”
“약속?”
부회장이었던 루이스를 바라보는 카밀라의 눈이 곱게 휘었다.
“동영상.”
“……!”
“약속대로 다른 곳에 푼 적은 없다고. 하지만…….”
잠시 말을 끊은 그녀가 짧게 혀를 찼다.
“아버지까지 막아 준다고는 하지 않았잖아?”
“…아버지?”
카밀라의 아버지라면… 소르펠 공작?!
그의 눈빛이 쉴 새 없이 흔들렸다.
설마…….
“우리 아버지가 딸 사랑이 좀 지나치셔서 말이야.”
“서, 설마! 우리 가문이 지금 이렇게 힘들어진 게……?!”
카밀라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나도 최근에 알았는데 아버지가 손을 쓰셨더라고. 거래처를 끊고 자금을 막고, 경쟁 사업체에 지원을 해 주면서.”
학생회 간부 가문들을 하나같이 다 박살을 내 놓으셨지.
“마, 말도 안 돼.”
이제야 이해가 갔다. 학생회 간부들의 집안이 왜 갑자기 풍비박산이 난 것인지!
그 뒤에 소르펠 공작이 있었던 건가? 아니, 카밀라가 있었다고 해야 하나?
“어째서! 우린 널 건드리진 않았잖아!”
“내 친구를 건드렸잖아.”
“……!”
“우리 아버지가 라일라를 참 많이 예뻐해.”
내 유일한 친구라고.
루이스는 할 말이 없었다. 철없던 시기에 저지른 치기가 이런 결과를 낳을 줄은 정말 몰랐다.
그런 그의 원망이 옆에 서 있는 메리즈에게 고스란히 향했다.
그녀만 아니었다면! 그녀의 일에 동조하는 게 아니었는데!
“서류나 주고 가. 책정될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이 들고 있는 서류를 가리키는 카밀라를 보며 메리즈가 으득 이를 다시 갈았다.
“네가 뭔데! 네가 여기 직원이라도 돼?”
“몰랐니?”
“뭐?”
“사업 재정부 최대 후원자가 나라는 거.”
“……!”
“재정부 운영이 후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건 알고 있지?”
그 후원의 반 이상이 고스트 상회에서 나오고 있다. 나머지 반은 소르펠 공작과 다른 두 공작님께서 대부분 내고 있었고.
한마디로 세 공작가에 의해 재정부가 운영되고 있다는 말이었다.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참견할 자격은 있는 것 같은데.”
“으……!”
메리즈는 분한 듯 주먹을 꽉 쥐었다.
그때 확실히 죽였어야 했는데!
아버지가 카밀라를 죽이려고 한 건 그녀 또한 알고 있었다. 보좌관과 은밀히 나누던 대화를 우연히 들었었기 때문이다.
그때 모른 척했지만 속으로 열심히 응원했다.
자신이 아카데미에서 쫓겨나고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진 게 다 카밀라, 그녀 탓이었으니까. 타국에서 그대로 죽어 버렸으면 했다.
그런데… 결국 죽은 건 자신의 아버지다.
“계획서는 놔두고 가 봐. 돈이 급해 대충 만들어 온 계획서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다른 곳을 알아보는 게 좋을걸.”
입술을 연신 짓씹던 메리즈는 그대로 돌아섰다. 루이스 역시 짧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하지만 앞서 걸어가는 메리즈의 걸음이 유독 무거워 보이는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분노와 수치심에 돌아서긴 했지만 더는 돈을 빌릴 곳이 없는 막막함이 밀려들었겠지.
누구보다 그 마음을 루이스가 잘 알았다.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 자신들을 무심히 바라보는 케빈과 눈이 마주친 루이스는 고개를 떨군 채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지난날의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