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ortune-telling Princess RAW novel - Chapter (46)
‘하긴.’
이 학교에서 제이비 교수의 청을 거절하는 여학생은 그렇게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나도 아무것도 안 보이고 몰랐으면 그랬겠지.’
저렇게 강아지처럼 애처로운 눈빛으로 도움을 청하는데 쉽게 거절하긴 힘들었겠지.
‘그런데 말이야.’
저걸 보고도 그럴 마음이 들까? 카밀라는 시무룩해진 제이비 교수의 뒤로 시선을 줬다.
‘귀신 한 명, 귀신 두 명, 귀신 세 명…….’
총 일곱 명의 여자 귀신.
공통점은 단 하나. 그 귀신들 모두 아주 원망 어린 눈으로 제이비 교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
* * *
처음에는 그냥 단순하게 봤다.
귀신은 볼 수 없어도 그런 존재들이 이상하게 잘 들러붙는 인간들이 종종 있었다. 그에 제이비 교수도 그런 부류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를 따르는 귀신들은 뭔가 좀 이상했다. 죽은 이들의 모습이 한결같았다. 무엇보다도 제이비 교수를 바라보는 눈에 원망과 분노, 그리고 두려움이 가득했다.
두려움.
죽어서까지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자가 대체 누굴까? 단순하게 생각해 보아도 그들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자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일단 모른 척했다. 저렇게 많은 여자가 죽었다면 어디선가 소문이라도 들릴 거라 생각했다. 살인이 일어났다면 당연히 조사가 시작될 테니까.
게다가 제이비 교수가 저지른 살인이라면 그의 주변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니 저도 쉽게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너무 조용해.’
처음 제이비 교수를 보았을 때 그에게 붙어 있는 귀신은 다섯이었다. 그런데 며칠 후 한 명이 더 늘어 여섯 명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봤을 땐 일곱 명으로 늘었지.’
그가 몸살감기에 걸렸다며 학교에 나오지 않던 사이 한 명이 또 늘어난 것이다.
저 정도면 뭔가 사건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와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딱히 들려오는 소식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여러 소식에 빠삭한 소르펠 공작과 루드빌에게도 슬쩍 물어봤다.
‘요즘 수도 치안은 어때요?’
‘치안?’
‘최근에 살해당한 여자가 없나 해서…….’
‘뭐?!’
‘무슨 소리야.’
‘너 또 꿈에서 뭐라도 본 게야? 봤더라도 절대 끼어들지 마라!’
라비 못지않게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인 두 사람이다.
결국 이상한 소문을 들었을 뿐이라는 말로 그들을 안심시킨 뒤에야 딱히 그런 사건은 없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뭐지?’
어째서 이렇게 조용한 거지? 여자들이 저리 많이 죽었는데? 사체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실종 신고는 들어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냥 본인들한테 직접 물어봐?’
진짜 그러고 싶은데 당사자들은 제이비 교수 뒤만 졸졸 따라다니고 있으니 그럴 틈이 없었다. 아무리 시선을 던져 봐도 죽은 여자들의 눈은 오로지 제이비 교수만 쫓았다.
‘저들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른 방법인데.’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을 테니까.
‘어쩌면 내 오해일 수도 있고.’
제이비 교수가 살인자가 아닐 수도 있잖아? 그냥 목 맨 여자들이 우연히 모여들어 제이비 교수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를 원망할…….
‘…할 수 있기는 개뿔.’
내 살다 살다 그런 우연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카밀라 영애.”
“…….”
“카밀라 영애?”
“아, 말씀하세요.”
“어디 몸이 안 좋아요?”
한참 동안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던 카밀라는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제이비 교수에게 다시 시선을 줬다.
“혹시 집에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네?”
“뭔가 고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다면 언제든 찾아오세요. 제가 여기 학생들 상담사인 건 아시죠?”
“알죠.”
그래서 학생들이 유독 그를 더 따르는 것이었다. 친절하게 고민까지 들어주니까.
“별일은 아니고…….”
카밀라는 슬쩍 그의 뒤를 바라봤다.
“제가 얼마 전에 귀걸이 한 짝을 잃어버렸거든요.”
“귀걸이요?”
“네, 보라색 제비꽃 귀걸이에요.”
카밀라의 시선이 머문 곳은 한쪽 귀에만 제비꽃 귀걸이를 하고 있는 여자 귀신이었다.
혹여 자신의 말을 듣고 시선을 주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죽은 여자들 모두 주변 말들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카밀라가 바라봤던 여자 귀신 역시 그냥 말없이 제이비 교수만 뚫어져라 바라볼 뿐이었다.
“제비꽃 귀걸이요?”
“신경 쓰지 마세요. 또 사면 되죠.”
결국 카밀라는 자리에서 빠르게 일어섰다.
“더 하실 말씀은 없는 거죠?”
“네. 아, 제 제안을 다시 한번 고려해 주시면 좋겠어요.”
“생각해 볼게요.”
자기를 도와줄 것을 다시 한번 청하는 그의 말에 카밀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그곳을 빠져나왔다.
‘역시 방법은 그것뿐인가?’
카밀라의 입에서 짧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 * *
‘얘는 오늘따라 왜 이리 안 보여?’
카밀라는 학교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오늘따라 유독 찾는 이가 보이질 않았다.
“카밀라 영애.”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페트로가 빙그레 웃으며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어딜 그리 급히 가십니까?”
“누굴 좀 찾고 있어요.”
“제가 같이 찾아 드릴까요?”
“아뇨.”
네가 찾을 수 없는 녀석이거든.
“혹시 아르시안을 찾고 있는 건가요?”
잠시 멈칫했던 그가 다시 물었다.
“아니에요. 그럼 전 이만.”
“아니면 누구를 그렇게 찾으시는 겁니까?”
걸음을 떼려던 카밀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조급해서 그럴까? 평소라면 그냥 가볍게 넘겼을 일인데, 오늘따라 무척 신경에 거슬렸다.
“페트로 공자님.”
“페트로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그의 눈빛이 한결 곱게 휘었다.
‘저 웃음에 카밀라가 매번 끔뻑 넘어갔지.’
자기한테 저렇게 다정하게 웃어 주는 이는 처음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더욱 확실해졌다. 도르만에게서 모든 사실을 듣게 된 지금, 저 웃음이 어떤 의미인지.
저 미소는 분명 거짓이다.
예상은 했지만 모든 사실을 알고 나니 더 확실해졌다. 카밀라가 그동안 특별하게 여겼던 저 미소는 결국 아무 의미도 없었다는 거.
“이제 안 그러셔도 돼요.”
“네?”
“저한테 굳이 마음에도 없는 친절 따위 베풀지 않으셔도 된다고요.”
그가 이런 행동을 하는 건 아마도.
“좋은 분이시라는 거 충분히 인정해 드릴 테니, 저한테는 이제 그만하세요.”
사람이라면 다들 남들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모습이 있다.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기도 하고 똑똑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기도 한다.
‘아마도 그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거겠지?’
모든 이들에게 친절한 페트로 제이빌런.
이미 다들 페트로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녀는 그게 좀 귀찮았다. 매번 이렇게 자신의 주변에서 알짱거리며 돕겠다고 나서는 그가.
“그럼 전 이만.”
카밀라는 그대로 돌아섰다. 지금 당장 만나야 할 이가 있었으니까.
“…….”
그렇게 멀어져 가는 카밀라를 향해 페트로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그의 얼굴엔 처음으로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 * *
“아우씨.”
오지 말라고 할 땐 잘만 나타나더니, 막상 찾으려고 하니까 보이질 않는다. 교실에도 없고, 정령의 호수에도 없고.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누구?]그 순간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급히 고개를 돌리니 여학생 귀신 에이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서 있었다.
“하루 종일 어디 있었어?”
[왜? 나 보고 싶었어?]“나 좀 도와줘.”
[음?]“부탁할 게 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법밖에 없다. 정말 귀신한테 이런 부탁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걸 어쩌겠어.
[뭘 도와주면 되는데?]에이미의 표정이 밝아졌다. 늘 똑같은 지루한 삶에서 뭔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생긴 게 즐거운 듯했다.
“일단 좀 가자.”
카밀라는 에이미와 함께 서둘러 다시 학교 건물 쪽으로 향했다.
[여긴…….]“너도 알지? 제이비 교수.”
잠시 후 카밀라가 에이미를 데리고 간 곳은 제이비 교수의 방문 앞이었다.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는지 대충 훑어본 카밀라는 그래도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에이미에게 말을 건넸다.
“너도 혹시 본 적 있나 모르겠네.”
학교 안 어지간한 소식은 다 알고 있는 에이미라면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제이비 교수에게 붙어 있는 귀신들 말이야.”
[…….]“본 적 있어?”
[…응.]에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여자들에게 가서 좀 물어봐 줘.”
[뭘?]“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그들을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그러니까, 정말 제이비 교수가 맞는지.”
에이미를 통해 귀신들에게 물어본다면 제이비 교수에게 들킬 염려도 없고 굳이 그와 다시 마주할 필요도 없었다.
“정 네가 대화하기 힘들면 내가 있는 쪽으로 귀신들을 데리고 와줘도 좋고.”
주변을 연신 살피던 카밀라는 제 말을 다 끝낸 후에야 에이미를 쳐다봤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좀 이상했다. 늘 장난스럽게 웃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살짝 굳어 있었다.
“왜? 혹시 무서워?”
카밀라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에이미의 목으로 향했다.
처음 그녀를 봤을 때 바로 엮이기 싫어 피했던 이유가 새삼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에이미의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