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ortune-telling Princess RAW novel - Chapter (55)
‘풉! 뭐야?’
‘정말 저걸 하고 온 거야?’
‘어쩜 좋아.’
‘큭.’
‘카밀라 영애 은근히 순진하네.’
‘왜들 그래? 잘 어울리는데. 우리 페트로 오라버니 정말 저런 거 좋아한다니까.’
‘그게 언제였더라?’
신입생 환영 파티가 있던 날로 기억한다. 같이 학교에 다니게 되어서 기쁘다며 엘리샤가 선물을 하나 보내왔다. 머리에 꽂는 장식이었다.
문제는 그 꽃장식이 너무도 촌스러웠다. 머리의 반은 차지할 정도의 큰 크기에 색깔이나 디자인 역시 조잡하기 짝이 없었다.
고급 보석들이 여기저기 주렁주렁 박혀 있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더 촌스러움의 극치를 달렸다.
‘엘리샤가 직접 디자인을 의뢰해 만들었다고 했었지?’
엘리샤는 그 장식물을 선물하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자신의 오라버니가 이런 장식물을 무척 좋아한다고 말이다.
신입생 환영 파티 때 꼭 착용하고 왔으면 좋겠다면서 카밀라에게 선물로 줬다.
결국 카밀라는 그 장식물을 달고 파티에 참석했다. 당연히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었고 선물을 한 엘리샤와 그녀의 친구들은 아주 대놓고 즐거워했다.
‘카밀라도 알고 있었지.’
그녀가 멍청해서 그 장식물을 달고 간 게 아니었다. 아무리 패션 센스가 없다지만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그녀 또한 알고 있었다. 엘리샤가 자신을 놀리기 위해 그런 걸 선물이랍시고 줬다는 사실을 말이다.
카밀라가 그 얕은 수작에 넘어가 준 이유는 하나였다.
그녀가, 엘리샤가 페트로의 동생이니까. 그녀와 척지기 싫어서.
엘리샤의 장난기 가득한 악의적인 호의나 부탁을 거절하는 순간 그녀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쩌나?’
이제 아무 상관 없는데.
카밀라는 자신을 둘러싼 이들은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제 더 이상 페트로와 가까워질 생각이 없는 그녀로서는 엘리샤가 무슨 짓을 할지 그저 궁금할 뿐이었다.
“언니, 이번에 중간고사에서 수석을 차지하셨다면서요? 축하드려요!”
“그래, 고맙다.”
“정말 대단하세요. 어떻게 그런 성적을 받으셨어요?”
“그치? 그동안은 카밀라 영애가 받은 성적이…….”
“저도 궁금하네요.”
“소문이 좀 돌던데…….”
“소문?”
“어머, 너희들은 못 들었어?”
“뭔데?”
“이번 중간고사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잖아.”
“세상에! 누가 그래!”
네가 그랬겠지. 네가.
카밀라는 꼴같잖은 연기를 펼치고 있는 엘리샤와 그녀의 친구들을 보며 헛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저것도 연기라고.’
카메라 앞이었으면 NG 수십 번을 내고도 남았겠다.
‘그나저나 오늘은 생각보다 좀 약하네?’
고작 시험 점수로 시비를 걸 생각인 것 같은데.
하긴, 예전의 카밀라였다면 이 정도로도 충분했을 거다. 엘리샤에게 제대로 말도 못 하고 혼자 그냥 끙끙 앓았겠지.
“그러게.”
하지만 난 아니거든.
“니들은 부정행위라도 좀 해야겠더라.”
“…네?”
카밀라는 보란 듯이 빙그레 웃었다.
“너희들 성적 확인하려니까 고개를 위로 들 필요도 없던데?”
하도 밑바닥이라서 말이야.
‘내가 또 이런 건 잘 외우거든.’
한 번 본 건 잘 잊지도 않아요.
“127등.”
“헉!”
카밀라는 주변에 서 있는 엘리샤의 친구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췄다.
“107등.”
“으…….”
“97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엘리샤를 바라봤다.
“117등.”
니들 짰니? 누가 친구 아니랄까 봐, 다들 7자로 등수 맞추기를 했네. 그러기도 참 힘들었을 텐데. 나름 대단하다, 얘들아.
1학년 전 학생 수는 132명. 한마디로 하위권에서 노는 성적이라는 거다.
“그 정도 성적이면 부정행위라도 해서 좀 올려야지 않겠니?”
어느새 얼굴이 새빨개진 이들을 보며 카밀라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겉치장만 하지 말고 머릿속도 좀 치장하는 게 어때?”
남 괴롭힐 생각만 머릿속에 채우지 말고, 이것들아.
“어, 언니, 말씀이 좀 지나치세요.”
주먹을 꽉 쥔 엘리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왜? 울게?”
“너, 너……!”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아 낼 것 같은 그녀를 보며 카밀라는 실소를 흘렀다.
‘어찌 저리 눈에 보일까?’
카밀라의 몸에 빙의되어 봤을 때는 아주 여우 같았는데 말이지.
직접 대면한 엘리샤는 뭔가 많이 어설펐다. 아마도 지금 눈물이라도 터트려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 생각인 것 같은데.
‘얘, 연기는 내가 한 수 위란다.’
그리고 이런 건 홈그라운드가 더 손해라는 걸 모르는구나.
쨍그랑!
카밀라는 한 손에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 소리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카밀라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볼을 타고 눈물을 흘려보내는 데 3초도 걸리지 않았다.
입술을 질끈 깨문 채 울음소리를 최대한 참고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뭔가 아주 억울한 일을 겪은 모습이다.
그 과정을 가까이에서 모두 지켜본 엘리샤와 친구들은 다들 멍하니 입을 벌렸다.
방금까지 자신들을 놀리며 실소를 흘리던 이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은 그녀들을 황당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카밀라!”
하지만 어쩌니? 다른 사람들은 반응이 좀 다를 텐데?
가장 먼저 카밀라 곁으로 소르펠 공작이 성큼 다가섰다.
“무슨 일이냐.”
울고 있는 카밀라의 모습에 그의 표정이 단박에 굳어졌다.
“아버지…….”
소르펠 공작의 물음에 카밀라의 눈에선 더욱 서럽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쉽게 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소르펠 공작의 얼굴이 더욱 차갑게 식어 갔다.
“제가, 제가…….”
“그래.”
“부정행위를 했대요.”
“뭐?”
“정말 죄송해요.”
여기서 좀 더 처량한 표정을 지어 줘야겠지? 누가 봐도 마음이 아플 정도로.
“제가 부족해서… 그런 소문이나 돌게 만들고…….”
“누가! 누가 감히 그딴 소리를 하더냐!”
“흑…….”
쟤들이요.
서슬 퍼런 소르펠 공작의 외침에 카밀라는 눈물이 가득 맺힌 눈빛으로 엘리샤와 그녀의 친구들을 바라봤다. 그에 소르펠 공작의 사나운 눈빛 역시 그녀들에게 향했다.
“……!”
그녀들은 제대로 된 변명도 하지 못한 채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갔다.
엘리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역시 아직은 미흡한 어린 여우답게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엘리샤!”
“……! 아버지!”
엘리샤는 자신에게 다가서는 제이빌런 공작을 보며 얼굴이 환해졌다. 자신의 편을 들어줄 이를 보자 두려움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그런 엘리샤의 모습을 보며 카밀라는 속으로 연신 혀를 찼다.
‘역시 어려.’
여기가 홈그라운드라서 네가 더더욱 불리하다니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네?”
역시나 엘리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다정하게 자신을 감싸 줄 거라 여겼던 아버지의 입에서 불호령이 떨어진 것이다.
“아버지, 그, 그게 아니라……!”
“손님한테 이게 무슨 짓이냐고 물었다!”
그래.
‘난 손님이란다.’
축하를 위해 찾아온 손님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으니, 그것도 다른 이도 아닌 자신의 딸로 인해! 주최자로선 아주 난감한 상황이라는 거다.
아무리 딸아이라면 죽고 못 사는 제이빌런 공작이라도 쉽게 엘리샤의 편을 들기 힘든 상황이라는 말이었다.
“미안하네.”
결국 제이빌런 공작이 대신 우리를 향해 사과의 말을 건넸다.
“내가 딸아이의 교육을 잘못시켜 벌어진 일이니 이해해 주게.”
“아버지!”
엘리샤의 외침에 제이빌런 공작의 싸늘한 눈빛이 바로 날아들었다.
결국 엘리샤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급히 그 자리를 도망치듯 사라졌다. 그 뒤를 그녀의 친구들이 서둘러 쫓았다.
‘더 커서 오렴.’
카밀라는 여전히 소르펠 공작의 품에서 눈물을 훔치며 속으로 연신 엿을 날렸다.
* * *
“흐음.”
감정을 추스른다는 핑계로 파티장을 나온 카밀라는 휴게실 쪽으로 향하다 잠시 걸음을 멈췄다. 복도 한쪽에 확 시선을 잡아끄는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투명한 유리관 안에 검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검이 놓인 곳 벽에 누군가의 초상화도 함께 걸려 있었다.
‘왜 익숙하지?’
카밀라가 뜬금없이 남의 집 물건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유리관 안에 들어 있는 검을 어디선가 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검을 쓸 줄 모르는 카밀라의 눈에야 검이 다 비슷하게 생기긴 했지만 지금 눈앞의 검은 좀 달랐다.
푸른색 손잡이에 정교하게 황금색 무늬가 새겨져 있어 매우 고급스러운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어디서 봤더라?’
분명 본 것 같은데…….
“선대 가주님이십니다.”
그 순간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페트로가 빙그레 웃으며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초상화에 향해 있었다. 그제야 카밀라도 검에 두었던 시선을 들어 초상화를 자세히 바라봤다.
‘어…….’
카밀라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그제야 이 검을 어디서 봤는지 떠올랐기 때문이다.
“저희 가문의 검술을 만드신 분이시죠.”
“가주님이시라고요?”
“네.”
“이 검은요?”
“가주님이 찾아오신 검입니다. 수호의 검이라 불리죠.”
“수호의 검?”
신수도 있는데 수호의 검도 있어? 이놈의 세계는 이상한 것들이 참 많다.
‘검이면 그냥 검이지.’
수호의 검은 또 뭐래?
“고대 문서에 나오는 검입니다. 스스로 주인을 선택하고 세상에 닥치는 위험을 알린다고 전해지지요.”
“주인을 선택해요?”
“스스로 선택한 주인이 만질 때만 반응을 한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아직 검의 선택을 받은 이가 나타나지 않고 있지요.”
심지어 검을 직접 찾아서 가문으로 가지고 온 여기 걸린 초상화의 주인, 선대 가주마저 검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흐음.”
카밀라는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검과 초상화를 번갈아 봤다. 그 순간 페트로의 음성이 다시 귀를 파고들었다.
“괜찮으십니까?”
조금 전 파티장에서 있었던 일을 걱정하는 페트로의 물음에 카밀라는 피식 웃었다.
“당연히 괜찮죠. 연기였으니까.”
“연기요?”
“그쪽 동생을 좀 곤란하게 만들고 싶었거든요.”
“…네?”
“그동안 당한 게 좀 많아서.”
페트로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