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ortune-telling Princess RAW novel - Chapter (66)
수많은 이들이 죽어 있었다.
카밀라는 그들이 누군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전투가 일어나기 전에 자신들보다 먼저 아래로 내려갔던 이들이다. 사람들을 불러오겠다면서, 혹은 도망치듯.
그 사람들이 모두 한 자리에 죽어 있었다.
‘역시.’
적들이 처음 눈앞에 나타났을 때, 그들의 옷은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마도 지금 눈앞에 죽어 있는 저들의 피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사람들을 더욱 경악하게 만든 건 죽은 자들의 모습이다.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윽!”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을 하나같이 고개를 돌리거나 입을 틀어막았다. 구역질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밀라는 현재 다른 이들보다 더욱 진저리가 날 만한 장면을 목격하고 있었다.
[으아아악! 아파! 아프다고!] [흑… 흐흑…….] [그만… 제발, 그만!]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자신이 죽었다는 걸 모른 채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사람들, 아니, 귀신들.
처절했다. 마지막에 겪은 죽음의 고통에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이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었다.
“보지 마.”
그 순간 아르시안의 나직한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눈 감아.”
카밀라는 그의 말을 거부하지 않았다. 자신을 더욱 힘껏 끌어안는 아르시안의 손길을 느끼며 카밀라는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으아아악!]조금이라도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 * *
“라일라.”
“흑, 네…….”
“나 안 죽었어.”
“으아아앙!”
안 죽었다고.
카밀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냥 대회 다음 날, 당연하다시피 제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황태자가 주최한 사냥 대회에 괴한들이 난입해 수많은 이들이 다치고 죽었다는 소식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각국에서 온 귀빈 중에도 목숨을 잃은 이들이 있었기에 더더욱 파장이 커졌다.
사냥 대회가 끝난 후 예정되어 있던 파티 역시 당연히 취소됐다. 말 그대로 에드센 황태자의 생일 파티는 엉망으로 막을 내렸다는 말이다.
“흑, 크게… 흐흑, 크게 안 다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 소식을 들은 라일라가 다음 날 바로 공작가를 찾아왔다. 두 눈이 퉁퉁 부은 채.
“카밀라 영애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눈물을 또르르 떨어트리는 라일라를 보며 카밀라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보면 진짜 초상난 줄 알겠네.’
아르시안의 말대로 카밀라의 몸 상태는 치료 마법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어딘가가 다친 것이 아니라 근육과 체력에 문제가 생긴 일이라 통증을 줄이는 마법 효과가 사라지자마자 카밀라는 다시 한동안 침대 신세를 져야만 했다.
“정말 이상해요. 어떻게 폭발 소리를 아무도 못 들을 수가 있죠?”
“마법적 방해가 있었다네.”
그런 큰 소란이 일어났음에도 병사들이 도움을 주러 나타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사냥터 밖에 대기하고 있던 이들에겐 폭발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추론하길, 외부와 모든 걸 차단하는 마법이 사냥터 주변으로 시전된 것 같다고 하는데…….
‘마법사들이 그걸 모를 수 있나?’
마력 파장이라는 게 있다. 강대한 마법이 시전 되면 마법사들은 자연스럽게 그 파장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사냥터 주변에 있던 그 어떤 마법사도 특별히 느껴지는 마력이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시체들도 다 사라지고.’
자신들과 싸웠던 그 이상한 무리.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던 그 좀비 같은 이들의 시신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병사들이 적들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시신을 찾으러 갔을 땐 이미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부터 없었던 이들처럼 핏자국조차 사라진 상태였다.
‘대체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그 수많은 사람이 갑자기 나타난 것도 그렇고 시신이 다 사라진 것도 그렇고.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단 한 가지, 그들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공격 대상이 한 명으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황태자 에드센.
적들 모두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증명하듯 다른 이들의 공격에도 하나같이 에드센 황태자만 노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였나?’
사냥 대회에서 그가 다치는 이유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이번 대회에서 폭발에 휩쓸리지도 않았고 상처도 전혀 입지 않았다.
“아니, 황태자 전하가 목표였으면 궁에나 쳐들어갈 것이지! 카밀라 영애까지 죽을 뻔했잖아요!”
“…….”
얘도 가끔 참 깬다.
진심으로 씩씩거리며 적들을 향해 분노를 표하는 라일라의 모습에 카밀라는 피식 웃었다.
똑똑.
그때 방문이 열리며 도르만이 안으로 들어섰다.
“아, 아가씨.”
“왜?”
“황실에서 사람이 나왔어요.”
“뭐?”
카밀라가 제대로 상황을 인식하기도 전에 방 안으로 뭔가가 끊임없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선물 상자들이다.
“저게 다 뭐야?”
잠시 후, 방 안 한쪽에 가득 쌓인 선물 상자들을 보며 카밀라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도르만에게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에드센 전하께서 보내신 선물들입니다.”
황실에서 나온 시종이 그 말과 함께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편지 한 장을 자신에게 건넸다. 에드센 황태자의 인장으로 밀봉된 편지였다.
“그럼 쾌유를 바랍니다.”
시종은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다시 한번 정중히 고개를 숙여 보인 후 그 자리를 빠르게 떠나갔다.
카밀라는 손에 들린 편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왠지 어두운 기운이 풀풀 흘러나오는 거 같은데……. 착각이겠지?
찌이익.
그녀는 바로 편지를 뜯었다.
검 좀 쓰더군.
적들의 피를 뒤집어쓴 그대의 모습이 지금껏 내가 본 그대의 모습 중 가장 아름다웠어.
“…….”
찌이익. 찌익!
“헉!”
에드센이 보낸 편지를 쭉쭉 찢는 카밀라의 모습에 도르만이 급히 문 쪽을 바라봤다.
황실에서 나온 이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걸 재차 확인한 후에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황태자가 보낸 편지를 저리 함부로 찢는 것 또한 황실 모독죄를 물을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서, 선물 뜯어볼까요?”
도르만은 분위기를 전환하듯 선물 쪽으로 향했다.
“뜯지 마, 뜯지 마.”
“네?”
“너 혼자 있을 때 뜯어.”
“저 혼자요?”
“폭발물이나 독극물 같은 게 들어 있을지 누가 알아.”
다른 놈도 아니고 그 인간이 보낸 선물인데!
“그, 그런데 왜 저 혼자…….”
“단순한 계산이잖아.”
“계산이요?”
“둘이 죽는 것보다 혼자 죽는 게 낫다는 계산.”
“…….”
뭐? 뭐? 할 말 있어?
카밀라는 부들거리며 자신을 노려보는 도르만의 시선을 아주 당당히 무시했다.
* * *
“아버지는 또 나가신 건가?”
“네.”
며칠이 지나자 거동하는 데 별 불편함은 없었다. 이것도 적응이 됐는지 저번보다 회복이 빨랐다.
“루드빌 오라버니도?”
“같이 출타하셨습니다.”
소르펠 공작과 루드빌은 최근 집에 붙어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사냥 대회 사건으로 연일 회의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혀 범인에 대한 그 어떤 단서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의심 가는 무리는 있지.’
적들이 에드센 황태자를 노렸다는 것으로 가장 먼저 이번 일의 배후로 지목된 건 당연히 2황자 파다.
하지만 심증은 있어도 물증이 없는 상황. 의심만으로 2황자 쪽을 몰아붙일 수는 없었다.
“라비 오라비는?”
그러고 보니 이 인간, 얼굴 본 지가 오래된 것 같다.
소르펠 공작이나 루드빌은 그 바쁜 와중에도 하루에 한 번은 방에 꼭꼭 들어와 얼굴을 보여 줬었는데 말이지.
‘정작 친오빠라는 것이.’
한 번도 자신을 찾아온 적이 없었다.
“그게…….”
그녀의 물음에 집사 루브가 말끝을 흐렸다.
“라비 오라비한테 무슨 일 있어?”
“일주일이 넘게 연구실에서 나오지 않고 계십니다.”
“일주일이나?”
“네, 사냥 대회에서 돌아오신 후 계속 그러시네요.”
카밀라는 짐작 가는 부분이 있었기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인간 또 시작이네.’
똑똑.
반응이 없다.
달칵.
개의치 않고 카밀라는 바로 문을 열었다.
“뭐야?”
날카로운 음성이 바로 날아들었다.
“방해하지 말……!”
무심코 소리치던 그가 방문 앞에 서 있는 카밀라를 보곤 멈칫했다.
“여기 왜 왔어?”
“왜 왔겠니?”
카밀라는 어이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저 떡진 머리를 어쩌면 좋아.’
사냥 대회에서 돌아온 후 연구실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더니 그동안 제대로 씻지도 않았나 보다.
“밥 먹어.”
카밀라는 직접 들고 온 음식을 탁자에 툭툭 내려놓았다. 부드러운 수프와 신선한 과일, 방금 막 오븐에서 꺼낸 빵이 접시에 놓여 있었다.
“안 먹어. 들고 나가.”
하지만 라비는 음식을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고개를 돌렸다. 책상과 바닥에는 수많은 마법 서적이 널려 있었다.
그 책들이 대부분 치료 마법 관련이라는 걸 안 카밀라는 다시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밥 먹으라고.”
“안 먹는다고.”
“진짜 안 먹어?”
“안 먹어.”
“마지막으로 묻는다. 진짜 안 먹어?”
“귀찮게 하지 말고 꺼……!”
빠악!
“윽!”
라비의 고개가 그대로 앞으로 숙어졌다.
“야!”
“왜!”
자신보다 더 큰 소리로 덤벼들 듯 받아치는 카밀라의 모습에 라비는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카밀라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를 더더욱 몰아붙였다.
“당장 씻고 와! 한 대 더 맞기 전에!”
“…….”
“안 가?”
“…젠장!”
라비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연구실을 나섰다. 그사이 카밀라는 고용인들을 불러 지저분한 연구실을 정리했다.
그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더니 방 안이 아주 엉망이다. 주방에도 연락을 다시 해 음식을 새로 가져오게 했다.
“먹어.”
그사이 깔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