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ortune-telling Princess RAW novel - Chapter (72)
교실 창가 아래로 한 사람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구정물과 쓰레기를 뒤집어쓴 채 힘없이 걷고 있는 이는 바로 학생회장 메리즈였다.
수업이 다 끝나지도 않았지만, 그녀는 오늘도 제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도망치듯 아카데미를 떠나고 있었다.
“자기가 한 짓을 그대로 당하고 있네.”
현재 학생들의 타깃이 된 건 다른 이도 아닌 바로 메리즈였다. 그 모든 일을 꾸민 건 카밀라였고.
‘영상 구슬로 협박을 좀 했지.’
학생회장 메리즈와 학생회 간부들이 지금껏 아이들을 괴롭힌 영상을 구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 영상을 들고 카밀라는 학생회장을 제외한 다른 학생회 간부들을 모두 찾아갔다. 그리고 협박했다. 영상을 퍼트리겠다고.
‘그게 뭐?’
‘힘없는 것들 좀 건드린 게 뭔 죄라고.’
‘우리가 살인을 한 것도 아니잖아?’
처음 그 말을 들은 간부들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런 영상이 퍼져 봐야 자기들이 크게 타격을 받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아예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평생 이 영상 들고 널 따라다닐 거야.’
‘뭐?’
‘네가 앞으로 일할 곳에도 찾아갈 거고, 결혼할 때도 찾아갈 거야. 네가 참석하는 파티마다 찾아가서 영상을 틀 거고, 네 주변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잊히지 않도록 매일같이 틀어 댈 거야.’
‘……!’
‘네가 어떤 인간인지 만천하가 다 알 수 있게 해 줄게. 평생.’
끝이었다. 진심으로, 소르펠 가문의 모든 힘을 쏟아부어 영상을 두고두고 퍼트려 주겠다는 말에 다들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소르펠 가문의 이름이 가진 무게를 그들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아마 다른 이들이 같은 협박을 했다면 들어 먹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거친 욕설만 잔뜩 날렸겠지. 주제에 누굴 협박하냐고 말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그동안 괴롭힘을 당한 아이 중 항의를 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비웃음뿐이었다.
도움을 청할 곳도 없었다. 다들 학생회 간부들, 그들의 부모들이 가진 힘에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결국 영상이라는 아주 좋은 증거 자료가 눈앞에 있음에도 오히려 피해자들은 숨기거나 외면하고 도망치기 바빴다.
‘하긴, 그게 옳은 선택이었을지도.’
가진 힘도 없이 협박에 나섰다가 당하는 건 오히려 그들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자신의 협박은 아무리 그들이라도 무시할 수 없었겠지.
두려움에 떠는 그들에게 카밀라는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영상을 공개하지 않을 테니, 대신 자신의 말에 따르라고.
카밀라가 내린 조건은 단 하나였다. 바로 메리즈와 관계를 모두 끊는 것.
고작 그게 끝이냐는 눈빛을 보내는 간부들에게 카밀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이후에는 영상에 메리즈만 나오도록 작업을 좀 했다. 라비의 도움을 받아서.
‘이게 뭔데?’
‘뭐 같은 것들이 뭐 같은 짓만 골라 하는 영상.’
‘뭐?’
‘여기에 나오는 여자 한 사람만 빼고 얼굴하고 목소리 좀 지워 줄 수 있어?’
‘너 또 뭔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좋은 짓.’
‘나 바빠.’
‘해 주면 최상급 마력석 얻어다 줄게.’
‘…뭘 어떻게 해 달라고?’
영상에 나오는 다른 이들은 모자이크와 음성 변조를 부탁했는데 생각보다 간단히 해결됐다. 그리하여 세상에 공개된 영상에는 학생회장 메리즈만이 1인 주연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다들 독이 올랐네.”
지금 메리즈를 괴롭히고 있는 주축은 학생회도 아니고 다른 학생들도 아니었다. 바로 그동안 메리즈를 주축으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던 이들이 앞에 나서서 일을 행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당했던 걸 그대로 메리즈에게 돌려주고 있는 것이다.
학생회 간부들에게 외면당한 메리즈의 상황을 바로 감지한 이들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학생회의 힘을 잃은 메리즈는 딱히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못했으니까. 그 후 그녀가 당할 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집안에 힘이 있으니 곧 해결되지 않을까요?”
메리즈를 바라보며 라일라가 조금은 억울한 듯 투덜거렸다.
이번 일로 확실히 깨달았으니까.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이 얼마나 손쉽게 범죄를 저지르고 그 일을 무마하는지.
“가브엘 후작도 지금 정신없을걸?”
“네?”
“내가 말했잖아.”
내가 좀 가진 게 많다고.
메리즈를 건드리기 전에 카밀라가 먼저 손을 쓴 건 바로 가브엘 후작이었다. 어쨌든 메리즈가 그동안 학교에서 저리 맘대로 설칠 수 있었던 건, 누가 뭐라 해도 가브엘 후작이 가진 힘이 컸기 때문이었으니까.
가브엘 후작의 주된 사업은 명실공히 마력석이다. 그 마력석 사업을 방해할 힘을 운 좋게도 카밀라가 가지고 있었고.
마력석 사업이 흔들리자 다른 사업을 흔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카밀라는 학생회 간부들의 부모들도 찾아갔다. 그리고 똑같이 협박을 했다. 그들 모두 가브엘 후작이 하고 있는 여러 사업과 크고 작게 연결이 되어 있었으니까.
카밀라는 후작과의 모든 거래를 끊을 것을 요구했다.
“꼴에 부모들이라고.”
“네?”
“그런 게 있어.”
자식의 앞날을 생각하는 척을 하며 자신의 손을 들어줬다. 후작의 사업이 여전히 탄탄대로를 걷고 있었다면 과연 그랬을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지.’
자식보다 가문의 이득을 더 따지는 게 귀족들이니까.
어쨌든 마력석 사업이 흔들리고 있는 후작을 보며 다들 머릿속에 수많은 계산이 오갔을 게 분명하다.
끝까지 후작의 손을 들어주면? 그래서 소르펠 가문과 척을 지게 되면서까지 자신들이 얻는 이득이 뭐지? 아니, 있기는 한가?
그 질문에 답은 쉽게 내려졌고 다들 자신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그렇게 가브엘 후작의 사업 곳곳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당연히 그걸 해결하느라 현재 가브엘 후작가는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황일 것이다.
카밀라는 메리즈의 영상을 배포한 게 자신이라는 사실도 숨기지 않았다.
‘딱히 숨길 이유가 없었으니까.’
메리즈가 피해 학생들의 부모에게 아무런 두려움 없이 영상을 보낸 것과 같은 의미였다.
니들이 알아봤자 어쩔 건데?
카밀라도 딱 그런 마음으로 자신이 행한 일을 감추지 않았다.
“메리즈는 어떻게 될까요?”
“글쎄.”
뒷일은 카밀라도 알 수 없었다. 자신은 그저 아주 조금 판을 깔아 줬을 뿐이다. 메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메리즈는 학생회장이라는 타이틀을 잃었고, 학생회 간부들 역시 더 이상 그들만의 놀이를 즐기기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학생회가 가지고 있던 권위를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다.
“난 여기까지.”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든 말든 더 이상 자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었다. 여기서 더 나가면 말 그대로 오지랖이다.
이번 일도 그렇다. 타깃이 만약 라일라가 아니었다면 결코 끼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여기서 더 볼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이미 희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