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actor who brings misfortune RAW novel - Chapter (159)
불행을 몰고 오는 천재 배우 (159)
[제목: 아니 시☓ 윤강연 방금 올린 거 본 사람??]진짜 내가 방금 뭘 본 거냐???
와. 나 진짜 글 읽자마자 현실로 바로 욕함.
저딴 걸 테스트라고 초면에 물어봤다고????
지금 와서 사과해 봤자 뭐함? 우리 밤비 졸라 상처받았겠네 미친
―ㄹㅇ 본문 다 받음. 지금 사과문 올리면 뭐 함?? 개빡치네
―나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미치겠어. 그동안 인터뷰 보면서 영화감독들 중에서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저렇게 생각 없는 사람이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나도…. 맘 같아선 영화 불매하고 싶지만…. 또 연재가 이미 용서했다는데 내가 뭐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그냥… 저 질문 듣고 연재 기분이 어땠을까 싶으면서 하루 종일 우울해하는 중.
[제목: 헐 너네 트윈스 감독이 올린 게시 글 봤어?]이연재 처음 만난 자리에서 테스트라고 ‘보육원에서 행복했냐’, ‘부모님이 버렸을 때 어땠냐’ 이런 거 물어봤대…. ㄹㅇ 미친 거 아님??
지금 이연재 팬카페 난리 났던데… 나 같아도 내 연예인이 저딴 취급 받은 거 알면 진짜 멘탈 깨질 듯
―에바긴 함. 트윈스 촬영할 때면 이연재 14살이었잖아. 요즘 애들 성장이 워낙 빨라서 그렇지, 14살이면 그냥 애임. 이제 막 중학교 들어간 건데… 안 그래도 힘든 생활 보냈던 애한테 저딴 질문 건네는 게 맞냐? 난 걍 예술병 걸린 놈으로밖에 안 보임 ㅇㅇ
―내가 이연재 팬이 아니라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걸 수도 있는데… 난 그래도 뒤늦게라도 사과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물론 저 빻은 발언 옹호하려는 건 아님! 그런데 이미 당사자한테 사과했고 어떻게 보면 끝난 사건인데 저렇게 공개적으로 다시 얘기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
└맞아. 난 그래서 트윈스 홍보차 의도적으로 올린 건가 했어. 남우 주연상 타고 안 그래도 화제였는데 더 기름 넣는 느낌이라.
└뭐, 진짜 의도야 윤강연만 알겠지만…. 글 전문 다 읽어 본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연재한테만 사과한 게 아니라 지금까지 자기가 테스트했던 모든 배우들한테 따로 다 사과했다잖아. 그리고 앞으로 작품 찍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무례한 것을 예술로 포장하지 않겠다는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었음.
―다 필요 없고 우리 밤비 앞으로 무례한 감독이랑 일 안 했으면 좋겠음….ㅠㅠ 내 새끼 다정한 사람들이랑만 함께했으면….
└팩트는 저 무례한 감독 때문에 전 세계 최연소 남우 주연상 타이틀 따냈다는 거임
└ㅠㅠㅠㅠㅠ 더러운 세상
“괜찮으세요?”
윤 감독을 만나자마자 물었다.
“엉.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아 보여요.”
작업실 바닥에는 온갖 초콜릿 포장지들이 널려 있었다.
윤 감독은 새 초콜릿을 뜯어 입에 욱여넣었다.
“어차피 다 각오하고 올린 거야.”
그렇게 말하는 얼굴은 나름 차분해 보였다.
물론 덜덜 떨리는 손에서 속마음이 다르다는 것이 보였지만.
‘왜 저런 선택을 했지.’
이해가 안 갔다. 본인 이미지에 좋을 리가 없는 선택이었으니까.
윤 감독의 실제 성격이 어떤지는 모른다. 그동안 내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줬으니.
천진난만함, 진지함, 엄숙함, 분노 등등.
하지만 대중 앞에서는 ‘철학적이고 수준 높은 영화감독’ 이미지를 늘 고수해 왔다.
그런 사람이 그런 글을 직접 올렸다.
‘굳이?’
아무리 반성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용 때문에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 윤 감독에 대한 사회적인 비난이 팽팽했다.
인터넷을 잘 안 하는 나도 체감될 정도니까.
도대체 왜 그랬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윤 감독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난 내가 꽤나 좋은 사람인 줄 알았어.”
“네?”
“내가 종종 또라이 같은 짓을 한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최악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네 말 듣기 전까지는 말이야.”
윤 감독의 시선이 바닥에 달라붙었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무례한 질문을 많이 했잖아. 그게 무례하다는 건 알고 있었어.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했지. 테스트라는 목적이 있었고, 끝나고 사과하면 될 문제라고 생각했거든. 지금까지 매번 그렇게 했고, 모든 배우가 괜찮다고 답했어. 네가 그때 말해 주지 않았으면 난 아직도 그게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거야.”
“…? 그래서 그때 저한테 사과하셨잖아요.”
그리고 나는 받아 줬고. 그럼 끝난 일 아닌가?
내가 의아하게 바라보자, 윤 감독이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그때 한 사과는 상황 모면에 가까웠지. 물론 진심이긴 했는데,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었어.”
“…….”
“너랑 촬영을 하면 할수록, 네가 담긴 장면을 편집하면 할수록… 더 미안해지더라. 내가 항상 예술로 여겼던 대사와 장면들이 누군가한테는 현실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 그렇기에 더욱 조심해야 했다는 것도.”
이어지는 목소리가 참담함에 잠겨 있었다.
“그래서 사과문 올린 거야. 너와 지금까지 찍었던 배우들한테 진심으로 사과하기 위해서. 그리고… 두 번 다시 같은 짓 하지 않으려고.”
흔들리던 시선이 천천히 나를 향했다.
“미안해. 연재야.”
“…….”
“그때 모진 말로 상처 줘서 미안.”
왜 이렇게 진지하지.
괜히 머쓱해서 목덜미를 긁적였다.
“저 괜찮아요.”
“…….”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있었어요. 아무튼 바로 사과해 주셨고, 그리고 지금까지 몇 번이나 사과하셨잖아요. 정말 저 괜찮으니까―.”
“연재야.”
단호한 목소리가 내 말을 잘랐다.
“너 괜찮다는 말 좀 그만해.”
“네?”
“그때 내가 했던 말은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말이었어. 그깟 사과 몇 마디 한다고 네가 받았던 상처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윤 감독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우수수 떨어지는 초콜릿 부스러기는 신경도 쓰지 않고, 곧장 내게로 다가왔다.
“안 괜찮은 상태여도 괜찮아.”
“…….”
“꼭 괜찮은 상태로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 건 아니야. 네가 받았던 상처를 사과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없던 일로 치부할 수는 없어. 괜찮다고 말한다고 정말 괜찮아지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괜찮아서 괜찮다고 말한 것뿐인데.
이 정도면 그냥 내가 안 괜찮길 바라는 거 아닌가, 혹시 날 세뇌할 생각이냐고 농담을 건네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지. 진지한 눈동자를 보니 말이 목에서 턱 막혔다.
내가 입만 달싹거리자, 윤 감독이 다시 한 번 사과했다. 미안하다고.
“…….”
괜찮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난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윤 감독은 사형 선고를 기다리는 죄수처럼 얌전히 날 마주봤다.
“알겠어요. 감독님. 괜찮다고 안 할게요. 그래도 사과해 주셔서 감사해요.”
“……난 진짜 걱정된다. 당연한 걸 가지고 왜 네가 고마워해. 너 그러다 호구 취급당하면서 산다고.”
나도 만만히 보이는 건 싫었다.
하지만 그냥, 사람과 사람 간의 예의 아닌가.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사람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일.
그게 ‘호구 같다’라고 보인다면 딱히 할 말은 없네. 그럼 호구 하지, 뭐.
“손해 보는 짓은 안 하니까 걱정 마세요.”
“그래. 넌 잘하겠지. 그래도….”
윤 감독이 머뭇거렸다.
“혹시 내 얼굴 보는 거 불편하면 말해. 앞으로 내가 너 피해 다닐게.”
“도대체 어디까지 가세요, 감독님. 과장하지 마세요.”
“너나 가볍게 생각하지 마. 그렇게 달라붙는 사람 다 받아 주지 말라고. 세상에 못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잘라 낼 사람은 잘라 내! ……물론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한데.”
“됐어요. 감독님 얼굴 보는 거 안 불편하니까 이 얘기는 그만해요.”
무엇보다 당신이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
그럼 장기 말 다시 구해야 하잖아.
“그래서 제가 알아봐 달라고 했던 건 어떻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말을 돌리자, 윤 감독이 곧장 답했다.
“아, 그거. 대충 리스트는 뽑아 놨어. 그런데 그게 왜 필요해?”
의아하다는 얼굴에 어깨를 으쓱했다.
“신문사 리스트가 필요한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제보할 게 있어서지.”
“뭘 제보할 건데?”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며 덤덤하게 답했다.
“설승준 배우가 마약 하는 사진이요.”
“……엉?”
“저한테 설승준 배우랑 패거리들이 마약 하는 사진이 있거든요. 음주 운전 하는 사진도 있고.”
“그게 왜 너한테, 아니, 그럼 신고하면 되지. 왜 제보를 해??”
설승준 뒤에 성희 그룹 막내딸, 박예희가 있으니까.
괜히 어쭙잖게 신고했다가 성희 그룹 차원에서 사건을 묻으면 일이 허무하게 끝나 버릴 수도 있었다.
내 설명에 윤 감독의 얼굴이 훨씬 더 멍해졌다.
“……그래서 나한테 리스트 달라고 한 거야? 성희 그룹이랑 덩치 비슷한 신문사 리스트를?”
“네. 감독님도 괜히 꼬리 밟혔다가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그중에서 가장 괜찮은 곳으로 골라서 전달해 주세요. 취재원 보호 확실하게 하는 곳으로요. 아시죠?”
“참 나… 알겠다, 알겠어.”
윤 감독은 기가 막힌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내가 뭘 상대하는 거냐.”라는 중얼거림이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나라고 타고난 간이 커서 이런 일을 벌였겠나.
지금도 뭐 하나 잘못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더 철저히 준비하는 거고.
‘그래도 이 정도면 잘 마무리되겠네.’
윤 감독은 장기 말로 훌륭했다.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함인지 뭔지는 몰라도, 기자들 연락망까지 다 꿰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동안 안개를 통해 윤 감독의 일상을 유심히 지켜봤었고, 그가 설승준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내 얘기를 꺼내지 않는 것도 확인했다.
입이 무거운 것도 확인했으니, 일을 더 미룰 필요도 없지.
‘얼른 감옥 갔으면 좋겠다.’
설승준이 얼마나 악질인지는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렇게 여러 사람을 괴롭힌 사람이 별장에서 호화롭게 살다 죽는 건 불공평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며 초콜릿 포장지를 줍고 있었는데, 윤 감독이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근데 이럴 거면 그때 제보하지 그랬어. 왜 지금에서야 해?”
“…?”
왜 그런 당연한 걸 물어보지 싶어서 의아하게 답했다.
“그때 이준이 형 드라마 방영 전이었잖아요. 괜히 잡음 생기면 어떡해요.”
“…….”
정확히 지난주에 ‘개들의 목줄’ 드라마가 끝났다.
이제 설승준은 죗값을 치르면 되는 거고.
명쾌한 답이었는데, 윤 감독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답할 뿐이었다.
“넌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다.”
“네?”
“됐어…. 나 초콜릿 더 먹을래. 브라우니 사다 주라.”
“감독님이 직접 사 드세요. 그때 1시간 기다렸어요.”
“너무해….”
엄숙한 어른 같은 얼굴은 어디 가고, 다시 칭얼거리는 어린애로 돌아온 윤 감독을 바라봤다.
‘신기하다, 신기해.’
요즘은 이 생각만 하는 것 같다.
정말 사람의 성격은 다양하다고.
* * *
윤 감독과 몇 마디 더 나눈 후 회사로 돌아왔다.
그래서 이미지 관리하는 방법은 언제 알려 줄 거냐고 했더니, 자기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답만 돌아왔다.
뭐, 사실 나도 시간이 없긴 했다.
차기작을 골라야 했으니까.
“이 중에서 고르면 돼. 집에 가져가도 되니까 천천히 보고 알려 줘….”
회사에 도착하자, 곧 죽을 것 같은 우 팀장이 대본 몇 개를 건네줬다.
“괜찮으세요?”
“아니, 죽겠어…. 그래도 어쩌겠냐. 전 세계 최연소 남우 주연상 배우를 키우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다크서클이 입꼬리까지 내려온 우 팀장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250번째 듣는 ‘전 세계 어쩌구’였다. 저렇게 좋을까.
헛웃음을 지은 후 얌전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차기작을 정했다. 20분 만에.
―벌써 골랐다고?
휴대폰 너머 우 팀장 목소리가 얼떨떨했다.
“네. 괜찮으시면 그걸로 하고 싶어요.”
―어…, 괜찮긴 당연히 괜찮지. 조건도 그게 제일 좋은데. 그런데 의외네. 네 취향은 아닐 것 같았는데.
정확히 봤네. 내 취향의 대본은 아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같이 출연하는 배우가 이 사람이니까.
―그럼 정현이한테도 알려 줘야겠다. 걔도 좋아하겠네.
“네. 제가 지금 알려 드릴게요.”
그렇다.
이번 차기작은 정현이 형과 함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