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actor who brings misfortune RAW novel - Chapter (168)
불행을 몰고 오는 천재 배우 (168)
“연재야!!”
“윽.”
눈을 뜨자마자 내게 달려드는 안개를 간신히 껴안았다.
“안녕, 안개야.”
“오늘 촬영 너무 좋았어! 너무 재밌었어!”
“그랬어? 다행이다.”
“연재는 진짜 천재 같아! 어떻게 그렇게 시간을 딱딱 맞춰?!”
“고마워. 일단 우리 앉을까?”
오늘따라 흥분한 안개를 달래 겨우 앉혔다.
오늘 찍었던 명우 침대 광고는 평소와 달리 특정 인물에 몰입하지 않고 촬영했다.
즉, 안개 입장에서는 내 에너지를 볼 시간이 새벽 연기 시간 외에는 없었다는 거고.
‘그런데 왜 이렇게 좋아하지?’
안개의 머리를 살살 쓸어 넘기면서 물었다.
“이번 촬영 때는 내 에너지 못 보지 않았어?”
“응! 못 봤는데!”
“그런데 왜 이렇게 좋아해?”
“…?”
안개가 고개를 기울였다.
“연재가 연기했으니까!”
“내가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 건 내 에너지를 실컷 볼 수 있어서잖아.”
“응? 무슨 소리야??”
당혹스러워하는 안개를 보고 나도 당황했다.
너야말로 무슨 소리야.
“나는 그냥 연재가 하는 거라 좋은 건데…?”
“…….”
나는 갈색 눈동자를 마주 보다,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랬어? 언제부터?”
“응? 처음부터?”
“그랬구나. 내가 몰랐네.”
부드럽게 답하며 머리를 살살 쓸어 넘기자, 안개가 고양이처럼 골골댔다.
내 손바닥에 머리를 비비적거리는 안개를 보다 말했다.
“나 좋아해 줘서 고마워. 안개야.”
“응! 그런데 연재도 나 좋아하잖아!”
“맞아. 좋아해.”
망설임 없이 입을 열자, 안개가 히히 웃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왜 이런 기분이 들까 고심하다가, 내가 연기하지 않고 입 밖으로 좋아한다는 말을 꺼낸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걸 깨달았다.
“연재는 손가락도 예쁘다.”
“네가 더 예뻐.”
내 손가락을 잡고 장난치는 안개를 바라봤다.
‘……그렇구나.’
네가 내 첫사랑이구나.
“안개야.”
“응?”
“좋아해.”
“나도!!”
마찬가지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돌아오는 답을 들으며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요괴든 뭐든.
‘이제 상관없어.’
이쯤 되니 안개의 존재가 뭐든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더 편해졌다.
그 뒤로 안개와 아무것도 아닌 얘기로 한참 떠들다 물었다.
“그런데 오늘은 왜 백서진 모습을 하고 있어?”
“응? 그냥?”
“원래 비혁이나 성이준 모습 자주 했잖아. 아니면 진배 형이나.”
평소보다 질문이 많은 내가 이상했는지, 안개가 이마를 찡그렸다.
가늘어진 눈가에서 ‘이걸 왜 물어보지?’라고 생각하는 게 보였다.
“아무 생각 없었는데…. 왜애? 이 인간 싫어? 다른 인간으로 바꿀까?”
“너만 괜찮으면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
아무래도 여자와 남자의 신체적인 차이가 있으니까.
백서진이나 박하은의 모습을 한 안개를 끌어안을 때면, 안개인 걸 알고 있음에도 찜찜하곤 했다.
“알겠어! 원하는 인간 있어?”
막상 그렇게 물으니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대로 있어도 돼. 어차피 너니까.”
“…….”
잠깐의 침묵 후, 안개가 히히 웃으며 모습을 바꿨다.
예전에 자주 하던 4살짜리 아이의 모습이었다.
“연재야. 나 안아 줘!”
대답도 안 했는데 안기는 건 무슨 경우인가.
그래도 핀잔 주지 않고 조용히 마주 안았다.
품 안에 있는 온기가 따끈따끈했다.
아기한테서 나는 특유의 살냄새까지 그대로였다.
‘졸리다.’
그렇게 피곤하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눈이 감겼다.
“연재야. 난 네가 진짜 좋아….”
흐려져 가는 시야 속에 들리는 목소리에 살포시 웃었던 게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 * *
“―우님. 배우님!”
귓가에서 속삭이듯 조심스러웠던 목소리가 잠깐 커졌다.
마치 천둥 치듯 크게 들린 목소리에 눈을 벌떡 떴다.
뭐야.
고개를 돌려 보니 걱정스러운 얼굴의 진배 형이 침대 옆에 서 있었다.
“죄송해요. 아무리 노크해도 답이 없어서 들어왔어요.”
“아….”
“괜찮으세요? 바로 병원 갈까요?”
“네? 크흠.”
아침부터 무슨 소리를 하냐고 말하려고 했는데, 목이 엄청 잠겨 있었다.
그제야 오늘 일어나면 몸살이 꽤 심하게 올 거라는 안개의 말이 기억났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세네.’
눈앞이 몽롱했다.
눈꺼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자꾸 감겼다.
내가 제대로 답을 못하고 웅얼거리자, “잠시만요.”하며 진배 형이 차 키를 챙기는 소리가 들렸다.
“형, 크흠. 병원, 안 갈래요.”
“네?”
“상비약으로 사 놓은 몸살 약 있죠. 그거 주세요. 약 먹고 두 시간 정도만 침대에 누워 있을게요.”
“배우님.”
“병원 가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제 몸 상태는 제가 알아서 그래요. 2시간 후에도, 크흠, 여전히 아프면 병원 갈게요.”
진배 형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날 이길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의 한숨이었다.
‘하지만 연기 연습도 못 한 상태로 밖에 나갈 순 없잖아.’
확실히 평소보다 컨디션이 안 좋긴 했지만, 연기를 아예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누워서 2시간 정도 대충 몰입하다 보면 오늘 치 불행은 다 사라지겠지.
내가 대수롭지 않게 손을 뻗자, 진배 형이 망설이다 약을 줬다.
“그럼 주무세요. 배우님 잠들 때까지 옆에 있을게요.”
“죄송한데 혼자 있고 싶어서요. 우리 딱 두 시간만 있다가 얘기해요. 제가 거실로 나갈게요.”
워낙 여린 사람이라 이상한 오해를 하진 않을까 걱정이 됐다.
그래서 최대한 부드럽게 말을 꺼냈지만, 목소리 때문인지 거칠게 들렸다.
어째 말을 꺼내면 꺼낼수록 표정만 안 좋아지는 것 같네.
“2시간 후에도 안 나오면 바로 들어오세요.”
“……알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작게라도 부르세요.”
진배 형이 영 찜찜하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문을 닫고 나갔다.
“크흠.”
목 상태가 안 좋긴 하네.
전형적인 몸살 근육통의 형태였다.
오버할 일도 아니었고, 보통은 한숨 푹 자면 낫겠지만….
‘한가한 소리를 할 수는 없지.’
지금 나한텐 불행 인자가 잔뜩 붙어 있을 테니까.
할 일은 하고 쉬어야 한다.
지금 상태에서 가장 몰입하기 쉬운 인물을 떠올리다가, 안개한테 제대로 인사도 못 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쉽다.’
안개와 있을 때 잠든 게 처음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현실로 바로 돌아올 때도 있었고, 여전히 안개와 함께 있던 적도 있었지.
어떤 경우든 오늘 밤에 또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걸 이젠 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보고 싶냐는 거지.’
내 감정이지만 참 신기했다.
“…….”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안개야. 지금 보고 있어?
“보고 싶어….”
답을 기대하지 않는 속삭임이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역시나 답은 없었다.
* * *
호윤아사랑해 @hyeonsaengeopseum
안녕, 나의 썸머 2 김호윤&정한나 CUT
(영상)
└지금 2754568번째 돌려 보는 중…. 누가 나 좀 말려 줘….
└과제 다 미루고 이 영상만 보면서 히죽대고 있는 내 인생이 레전드다
연재데이 @yeonjae_day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 있는 거임?
어떻게 한 사람이 비참한 삶을 사는 쌍둥이를 연기하다가 한순간에 갓 여친 생긴 존잘남으로 변할 수 잇는 거임??
영원히작은아기밤비 @little_bambi
팬 카페에는 그렇게 딱딱한 말투로 글 쓰다가 막상 만나면 “여러분을 만난 게 꿈만 같아요.” 이런 얘기나 하는 아기 밤비를 가리키는 독일어가 하나쯤은 생길 때가 됐는데
[제목: 호윤아 내가 널 어떻게 잊었는데….]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니
이제 내 인생에 그만 나타나….
나도 현생 살아야지 ㅠㅠㅠㅠㅠ
(안녕, 나의 썸머 2 호윤 캡처 1)
(안녕, 나의 썸머 2 호윤 캡처 2)
(안녕, 나의 썸머 2 호윤 캡처 3)
응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할게
계속 나타나 줘
김호윤 영원하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쓰니야 비하인드 영상도 올라왔어 보러 가 봐ㅋㅋㅋㅋ
└헐 윗댓 진심 감사
└아 영상 나도 봤는데 진짜 김호윤 VS 이연재 차이 넘나 명확해서 개웃김ㅋㅋㅋㅋ 컷 소리 들리자마자 무표정으로 바뀌는 거 왜케 웃기지
└근데 비연인 나는 그 차이에 치인다…^^ 우리 밤비 일 잘하고 얼굴도 잘하고… 만능 천재
“연재야…! 이 부분 먹어. 여기가 제일 맛있어.”
“고마워.”
성이준이 가리킨 부분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었다.
담백한 생선 살이 혀에 닿자마자 사르르 녹았다.
순간 벙쪘다.
“……진짜 맛있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맛있어서 놀랐다.
내 반응을 보던 성이준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다행이다! 여기, 여기도 맛있어!”
“고마워. 형도 먹어.”
“나는 여기 자주 와서… 평소에 많이 먹었어. 너 다 먹어.”
“오늘은 처음 온 거잖아. 얼른 먹어.”
내 부추김에도 성이준은 너부터 먹으라고 버텼다.
새 젓가락을 꺼내 생선 살을 성이준의 그릇에 옮겨 줬지만, 내가 다른 곳을 잠깐 보고 나면 내 그릇 위에 돌아와 있었다.
‘얘도 진짜 한 고집 한다니까.’
내 주변에는 고집 센 사람밖에 없는 것 같다.
뭐, 나도 고집 센 건 마찬가지이긴 한데.
‘이래서 끼리끼리라는 말이 있는 거구나.’
더 이상 같은 말을 하는 걸 그만두고 얌전히 생선 살을 입에 넣었다. 맛있다.
“요즘 액션 배우는 건 어때? 재밌어?”
“응. 다닐 만해.”
“다행이다! 근육통 심하면 말해. 집에 있는 찜질 기계 빌려줄게.”
“고마워.”
“아, 내가 쓰던 거라 찝찝할 수 있으니까 아예―.”
“형, 하나도 안 찝찝해. 얼른 밥부터 먹어.”
급발진하려는 성이준을 말렸다.
하여튼, 느릿느릿하게 말하다가도 나한테 뭘 줄 때만 말이 빨라졌다.
대화하느라 도통 식사에 집중을 못 하는 성이준을 달랬다.
“그거 한 입 더 먹어.”
“으응.”
한마디 할 때마다 억지로 밥을 먹이고 있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무슨 애 키우는 것 같네.’
성이준은 나보다 2살 많은 형이었다. 한세영과 동갑.
그런데도 순한 얼굴과 느릿한 말투,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눈치를 보는 눈 때문인지 괜히 동생처럼 느껴졌다.
‘안개랑 느낌도 제일 비슷해.’
순딩한 얼굴로 물을 마시는 성이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안 묻었어. 그런데 형, 혹시 학교 다닐 생각은 없어?”
성격이 착한 건 좋은데, 너무 물러 터져서 걱정이 됐다.
‘친한 사이’라고 규정한 뒤로부터 나한테 심할 정도로 매달리는 편이기도 했고.
‘아무래도 친구가 더 필요할 것 같은데.’
학교를 다니면 조금 낫지 않을까 싶어 건넨 말이었는데, 성이준이 곧장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나는…. 싫어, 안 다닐래.”
“알겠어.”
“……미안해. 연재야. 넌 신경 써서 한 말일 텐데….”
“아니야. 나도 별생각 없이 한 말이야.”
괜히 말했네. 애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곧장 다른 화제로 돌렸지만, 하얗게 질린 낯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럴 땐 차라리 직접 묻는 게 낫다.
“학교 다니기 싫은 이유가 있어? 말하기 싫으면 말 안 해 줘도 돼.”
“…….”
무심한 얼굴로 묻자, 상대방이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미국에서 학교 다닐 때는 별일 없었는데, 한국으로 전학 왔을 때 조금… 일이 있었거든. 초등학교 때 애들이 많이 괴롭혀서….”
아, 그런 문제였구나.
나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구나. 말해 줘서 고마워.”
더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성이준은 그 뒤로도 한참 조용히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쯤에 작게 속삭였다.
“연재야. 내 얘기 들어 줘서 고마워. 괜한 얘기해서 미안하고.”
“그런 말이 어딨어.”
“……그래도 고마워. 너랑 얘기하는 거 진짜 즐겁거든.”
“나도 그래.”
내 대답에 맑은 웃음이 돌아왔다.
안개를 떠올리게 하는 순한 얼굴에, 등을 토닥이며 생각했다. 걱정 마.
‘친구야 만들어 주면 되지.’
문제가 있으면 해결 방안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성이준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