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actor who brings misfortune RAW novel - Chapter (237)
불행을 몰고 오는 천재 배우 (237)
※ 이번 회차에 유혈과 관련되어 다소 잔인한 묘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상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장 요원이 식겁하며 혼을 흔들었다.
[“야! 너 왜 그래!”]혼은 코피를 흘리다 못해 뿜어내고 있었다.
장 요원은 소리칠 대상을 바꿨다.
[“혼이 이상해! 당장 문 열고 의료진 데리고 와!”]도대체 애가 이 상태가 될 때까지 뭐 하고 있던 거야.
피가 지글지글 끓는 기분이었다.
[“감시 팀 안 들려?! 빨리 문 열라니까!! 얘 상태 이상하다고!”]CCTV를 향해 아무리 소리를 질러 봐도, 철문은 열리지 않았다.
발길질도 해 봤지만 두꺼운 문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콜록, 콜록.”] [“H! 괜찮아?!”]그사이에 혼의 정신이 들었다.
그가 기침을 뱉을 때마다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잠깐만 기다려 봐. 괜찮아. 의사 곧 올 거야.”]매트릭스가 젖을 정도로 막대한 양이었다.
어느새 장 요원의 셔츠도 혼의 피로 젖었다.
장 요원은 괴로움에 몸을 떠는 혼을 토닥이며 머리를 굴렸다.
‘감시 팀이 혼이 죽는 걸 가만히 둘 리가 없는데.’
금방이라도 저 철문이 열리고 직원들이 우르르 들어와야 했다.
그게 정상이었다.
문밖에 아무도 없는 게 아닌 이상….
[“……어?”]등 뒤로 쎄한 감각이 스쳐 지나갔다.
장 요원의 눈동자가 옅게 흔들렸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장 요원은 애써 생각을 다잡으며 침을 꿀꺽 삼켰다.
[“조금만 기다려 봐. 조금만 기다리면 곧―.”] [“아무도, 콜록, 아무도 안 와.”]혼이 피를 뿜어내며 답했다.
생각지도 못한 답에 장 요원이 굳자, 혼이 윽 소리를 냈다.
[“죽는 거 정말 아프구나. 석이 형이 과장한 게 아니었네.”] [“……무슨 말을.”]장 요원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혼은 “지금 표정 되게 바보 같아.”라며 웃었다.
상황에 맞지 않는 장난스러운 웃음소리에 장 요원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도 안 온다는 게.”] [“진짜 아프네…. 이거 언제 끝나는 거야.”] [“뭘 알고 있는 거야. 말해 줘. 넌 왜 이러는 건데. 네가 죽긴 왜 죽어.”]혹시 이거 내 실험 카메라야?
장 요원의 물음에 혼이 빵 터졌다.
[“하하, 방금은 조금 웃겼다.”]괴로움으로 찌푸려진 소년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순간적으로 생기가 도는 듯한 모습에 장 요원이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혼. 네가 알고 있는 걸 말해 줘야 내가 널 도울 수 있어.”]장 요원이 집요하게 물어 오자, 혼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까만 눈동자가 오늘따라 색 바랜 구슬 같아 보였다.
[“내가 다 죽였어.”] [“뭐?”] [“다 죽였다고.”]혼이 연한 미소를 지었다.
후련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복잡한 그런 미소였다.
* * *
같은 시각. 119에 전화가 걸려 왔다.
[“얼른! 얼른 와 주세요!! 제 남편이, 남편이 죽었어요!”] [“진정하세요. 누가 죽었다고요?”] [“몇 번을 말해요! 제 남편이 죽었다니까요! 자고 일어나니까 옆에, 흐윽.”] [“지금 경찰관 출동했습니다. 전화 끊지 마세요. 남편분께서 숨을 쉬고 있지 않은 게 확실합니까? 숨소리가 나지 않는지 한번 확인을―.”] [“아뇨, 아뇨!! 당신은 이해 못 해요! 죽었다고요! 확실히 죽었다고요!!”]겁에 질린 여자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다 찢겨 있어요!!”] [“네?”] [“나도 모르겠어요. 터지기라도 한 것처럼, 피랑 살점이 온 방에, 세상에, 제발, 제발 빨리 와 주세요!!”]그녀는 이성이 완전히 나간 것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남편과 함께 잤는데, 눈을 떠 보니 옆에 덩어리로 보이는 뭔가가 있었다, 처음엔 남편인지도 몰랐다, 마치 함께 ‘터지기라도 한 것처럼’ 찢겨 있는 옷을 보고 나서야 남편이라는 걸 눈치챘다 등등.
구급대원이 믿기에는 허무맹랑한 말이었다.
구급대원은 소름 끼치는 기분을 무시한 채, 최대한 사무적인 태도로 현장 팀에게 넘겼다.
[“별일이 다 있네.”]동료를 향해 애써 웃었던 그는 금방 웃음을 잃게 됐다.
방금 전과 유사한 내용의 신고 전화가 무자비하게 쏟아졌기 때문이다.
구급대원 시야에서 벗어난 카메라는 도시 곳곳을 움직여 비췄다.
피와 살점으로 뒤덮여 있던 출근길 골목, 고급 세단 뒷좌석을 가득 채운 핏자국.
[“꺄아악!!”]평범한 아침의 출근길이 아비규환이 되었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며, 다들 어지럽게 움직였다.
카메라는 공포에 질린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쳐 한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건물이었다.
하지만 로비는 발목이 잠길 정도로 피가 가득 차 있었다.
평온한 출근길을 맞이한 사람들이 입고 있었을 정장, 실험실 가운 같은 것이 찢어져 피바다에 잠겨 있었다.
카메라는 피범벅이 된 로비를 천천히 보여 준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띵 소리와 함께 열린 엘리베이터.
하얀 조명만이 가득한 기다란 복도도 로비와 다를 것 없었다.
살점이 여기저기 튀어 있었고, 온통 피로 가득했다.
카메라는 한 방으로 들어갔다.
시설을 관리하는 곳인지, 방에는 모니터 화면이 가득했다.
이곳 역시 피와 살점이 가득했다.
앳된 남자의 얼굴이 박힌 사원증이 피가 묻은 상태로 바닥에 놓여 있었다.
모니터에는 로비, 엘리베이터, 각 층마다 놓인 CCTV 화면이 비치고 있었다.
모두 피바다였다. 한 곳만 제외하고.
카메라는 수많은 화면 중 유일하게 움직임이 포착되는 모니터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곳엔 혼과 장 요원이 있었다.
* * *
[“네가 죽였다고….”]혼은 멍한 표정의 장 요원을 보며 피식 웃었다.
[“나 거짓말은 안 했다? 도망갈 생각은 지금도 없어.”]그런데 도망치는 거랑 죽이는 거랑은 완전히 다른 문제잖아.
혼이 가볍게 웃었다.
그가 입을 벌릴 때마다 검붉은 피가 덩어리째로 흘러나왔다.
[“……어떻게 죽였는데?”] [“어제 사람들 몸속에 전부 넣어 놨지. 내 피를.”]투자자들부터 운영진, 현장 팀, 유지 보수 팀, 감시 팀.
혼은 시연회가 열린 날, ‘H 프로젝트’와 관련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혈액을 넣었다.
[“그동안 분자 단위로 피를 쪼개는 연습을 했거든. 마치 공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작게.”]액체를 기체로 바꾸는 것에 비하면, 사람의 몸속에 피를 넣는 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쉽다.
눈, 코, 입, 귀. 들어갈 수 있는 통로는 무척 많다.
그렇게 모든 직원들에게 피를 넣은 후, 기다렸을 뿐이다.
최적의 타이밍을.
[“한껏 방심했을 때 죽이고 싶었어.”]혼은 자신의 피를 머금은 한 사람, 한 사람을 느낄 수 있었다.
출근 전 여유롭게 커피를 사고 있는 사람, 비서의 안내를 받고 뒷좌석에 타는 사람, 담배를 피우러 골목에 들어간 사람.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죽을 만한 타이밍이 아닐 때. 너무나 평온한 순간에… 그렇게 죽었으면 했어.”]혼은 그들이 웃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흩어져 있는 피를 하나씩 터트릴 때마다, 주변에 퍼지는 혼란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인간을 터트리고 나서야 혼은 자신이 한 행동이 ‘복수감’에서 비롯됐다는 걸 인지했다.
그걸 깨닫자 혼은 행복해졌고, 동시에 불행해졌다.
혼은 얘기를 듣고 얼어붙은 장 요원을 보며 웃었다.
[“아, 말실수했네. 모두 죽인 건 아니야. 한 사람은 뺐지.”]피가 묻은 손가락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소년의 손가락이 남자를 향했다.
[“당신.”] [“…….”] [“지금 당신 몸에도 들어가 있어. 느껴져?”]혼이 콧등을 찡긋대며 웃었다.
동시에 장 요원은 배 쪽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어, 맞아. 거기 있어.”] [“…….”] [“당신 몸에는 더 많이 넣어 놨거든. 다른 사람보다 더 확실하게 죽이고 싶어서.”]그렇게 말하는 소년의 눈은 애달픈 웃음기로 가득 차 있었다.
[“하필 딱 오늘 새벽에 찾아오다니. 난 일부러 온 줄 알았잖아.”] [“나, 나는….”] [“알아. 당신 아무 생각 없었던 거. 그래서 안 죽였어.”] [“…….”] [“나도 참 바보 같지. 어제 당신이랑 대화하는데… 좋더라고. 그래서 당신은 안 죽이기로 했어. 그냥 그러고 싶었어.”]장 요원은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혼을 바라봤다.
혼은 대화 내내 참았던 기침을 쏟아 냈다.
침이 섞인 피가 혼의 턱 밑으로 늘어졌다.
[“네가… 죽는다는 건 무슨 소리야. 네가 어떻게 죽어. 그게 가능해?”]혼은 뭘 그렇게 당연한 걸 묻냐는 얼굴로 씨익 웃었다.
피로 뒤덮인 얼굴로 장난스럽게 웃는 광경이 꽤나 기괴했다.
[“어제 시연회 참석한 사람이며 우리 회사 직원들이며, 한두 명이야? 당연히 과다 출혈이지.”] [“…….”] [“사실 나도 긴가민가했어. 저번에 팔다리 잘렸을 때도 살아남았으니까.”]혼이 다시 한 번 기침했다.
[“그런데 이 능력이란 게, 콜록, 모르겠네. 쓸 때마다 내 회복력도 깎아 먹는 건지. 한 명씩 터트릴수록, 하아, 몸에 힘이 빠지더라고.”]나도 완벽한 불사신은 아니었나 봐.
혼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눈가를 휘었다.
그의 호흡이 점차 가빠졌다.
장 요원은 죽어 가는 소년의 몸통을 붙잡았다.
현실감이 없었다. 머리가 꿈꾸듯 몽롱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철문을 향해 돌진했다.
쉬지 않고 몸통으로 밀치며, 발길질을 반복했다.
언뜻 발이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 쓸 틈도 없었다.
하지만 단단한 철문은 끝끝내 열리지 않았다.
‘무력감.’
그렇게 장 요원은, 혼이 5년 동안 느껴 왔을 감정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마침내, 누구보다 생생하게 말이다.
끝은 울음이었다.
장 요원은 혼을 붙잡고 미안하다며 울었다.
쌕쌕 숨만 쉬던 혼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형….”] [“뭐?”] [“……석이 형.”] [“…….”]소년의 앳된 목소리가 처절했다.
장 요원은 이를 악물며 눈물을 참았다.
[“미안해….”] [“…….”] [“미안, 미안해…. 난 석이 형이 아니야.”]소년의 귓가에 대고 끊임없이 속삭였다.
그때, 미약하게 상대방이 웃는 소리를 들었다.
고개를 들자,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혼이 보였다.
[“뭐라는, 거야. 요석이 형… 말한 건데.”] [“…….”] [“형으로… 불러도… 된다며.”]장 요원, 아니, 장요석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올라가는 입가와 달리, 소년을 보는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장요석의 눈물이 혼의 볼에 떨어지고, 흐른 눈물이 귓바퀴에 고였다.
[“응. 형이라고… 불러. 네가, 네가… 원하는 대로 해.”]혼은 장요석이 애써 웃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같이 웃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하지, 왠지 모르게 얼굴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한참 후, 매트리스 위로 손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흐윽.”]동시에 남자의 울음소리가 거세졌다.
두 사람을 담고 있던 카메라는 점점 멀어졌다.
방에는 매트리스와 시체 한 구, 소년을 끌어안은 남성이 있었다.
곧이어 화면의 한가운데에 ‘Killing Horn’이란 글자가 떴다.
오프닝 때마다 보았던 제목이었다.
빨간색의 문구는 마치 핏방울이 떨어지는 것처럼 천천히 아래로 흘러 사라졌고, 늘 그랬듯 ‘H’라는 글자만 남았다.
유일하게 남은 ‘H’는 카메라가 180도 돌며, 단단히 닫혀 있는 철문을 보여 주고 난 후에야 사라졌다.
그리고 검은 화면.
“…….”
시청자들은 침묵 속에서 엔딩 크레딧을 바라봤다.
감독과 배우, 제작진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오는데도,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2분 정도의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겨우 복잡한 기분에서 빠져나오려던 참이었다.
갑자기 화면이 밝아졌다.
“…?”
화장실을 가려 했던 몇몇 시청자들은 재빨리 앉았다.
여전히 화면은 두꺼운 철문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위잉―. 기계 소리와 함께 밖에서 철문을 뚫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오랜 시간에 걸쳐 철문이 부서지고 나서,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카메라도 그에 맞춰 다시 180도 돌았다.
사람들은 시체 두 구와 정신을 잃은 남자 한 명을 발견했다.
한 의사가 정신을 잃은 남자의 피를 뽑아 작은 기계에 돌렸다.
모두의 시선이 작은 기계에 향했다.
기계에 ‘Match’라는 글자가 뜨자마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아, 다행이다.”] [“이상하네. ‘H 프로젝트’ 실험체는 소년의 형태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잘못 입수한 정보겠지. 다른 회사 프로젝트 정보를 정확하기 알긴 어려워.”]여자는 피 검사에서 통과했으니, 이 남자가 틀림없다고 단언했다.
[“자, 다른 회사에서 냄새 맡기 전에 빨리 움직여야 해. 30초 내로 나간다, 실시.”] [“시체는 어떻게 할까요?”] [“버려. 남자만 챙긴다.”]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장요석을 들것에 옮긴 남자가 질문했다.
[“박사님. 이거 어디로 옮기면 됩니까?”]여자는 밝게 웃었다.
[“우리 회사 실험실로.”]카메라는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은 장요석의 얼굴을 담았다.
그의 얼굴 위로, 방금 전 사라졌던 ‘H’ 글자가 떴다.
그렇게 ‘킬링 혼’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