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actor who brings misfortune RAW novel - Chapter (238)
불행을 몰고 오는 천재 배우 (238)
망령을떠도는자 @deadchive
킬링 혼 하루 만에 다 봄
졸ㄴ라 피곤해 진짜
암 생각 없이 1화 깠다가 숨도 못 쉬고 8화까지 다 봤다
하필 1교시 있는 날이라 학교 가는 중인데 교수님 자장가 벌써 들림
사무직쪼랩 @himeulsumgim
나오기 전: 저녁 먹으면서 하루에 1화씩 봐야겠다ㅎㅎ
나온 후: 저녁? 화장실도 못 가고 8시간 풀로 달림
킬링 혼 보실 분들은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지 확인하시고 1화 누르는 걸 추천드립니다.
특히 개허접체력직장인이라면(댓츠 유) 그냥 참았다가 주말에 보셈
미디어중독자 @dopaminlover
ㄴㄴ 윗 트윗 무시하고 걍 봐라 얘들아
지금 드라마 나온 지 하루도 안 됐는데 탐라에 스포 지뢰밭임
이 험난한 SNS 세상에서 스포 없이 보기 위해선 걍 지금 봐야 함
[제목: 누구냐 일요일 저녁에 킬링 혼 공개하자고 한 사람]나와서 대가리 박아라
니네가 월요일에 대신 출근해 줄 거임? 개1자식들아
―뭐임;; 왜케 흥분함. 진정해;;
└(ㄱㅆ) 너 드라마 안 봤지
└드라마 안 본 듯. 봤으면 이런 리액션이 나올 리가 없음
―오늘 날밤 까고 회사 갔는데 대리며 주임이며 눈깔 다 맛 갔던데ㅋㅋㅋㅋ 부장님만 멀뚱멀뚱하드라
└(ㄱㅆ) 근데 솔직히 우리 잘못 아니라고 본다. 이건 중간에 끊어서 볼 수 있는 전개가 아니었음
└ㄹㅇ 드라마만 봤을 뿐인데 정신 개피폐해짐;
[제목: 너네 킬링 혼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이 뭐야??]난 강 석 죽고 혼 오열하는 신!
이연재 연기 너무 잘해서 진짜 소름 돋았어.
―모든 장면이 레전드임. 명장면이 너무 많아서 꼽을 수도 없다.
―이연재가 ‘형아!’ 외치는 신 >_
└앜ㅋㅋ 그거 쇼츠에 엄청 뜨더라 ㅋㅋㅋㅋ
└이 장면 첨 볼 땐 마냥 귀여운데 드라마 끝까지 달리면 못 봄ㅠㅠ 내 눈물 버튼임
―이정현이 빌런 연기를 이렇게 잘할 줄 누가 알았겠어
└내 말이ㅋㅋㅋ 이연재랑 같이 찍었다길래 달콤힐링물인 줄 알았다고ㅠㅠ 힐링은 무슨ㅎ 드라마 볼수록 멘탈 가루됨
―이연재는 무슨 빙의 수준임. 걔는 연기라는 생각도 안 들고 그냥 진짜 H 데리고 찍은 것 같더라
└빨리 비하인드 떴음 좋겠다. 과몰입 넘 심해서 일상생활 어려움
* * *
킬링 혼이 공개되기 전, 제작진들은 예상했다.
이 드라마가 중박은 칠 거라고.
그리고 제작진의 예상은 무참히 깨졌다.
―‘킬링 혼’ 공개 후 하루 만에 1억 시청 기간 기록.
―전 세계 휩쓴 K-드라마 열풍, 해외 매체에서도 쏟아지는 극찬.
―비영어 부문 1위 → 글로벌 TOP 전체 1위. ‘킬링 혼’ 나날이 신기록.
중박을 넘어, 그야말로 초대박이 났기 때문이다.
공개일부터 남달랐던 반응은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졌다.
5일도 지나지 않아, 한국을 포함한 29개국에서 TV 드라마 부문 1위를 기록하기까지 했다.
일종의 신드롬이었다.
어딜 가도 킬링 혼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누굴 만나도 킬링 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물론 그만큼 말도 많았다.
―근데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지 않았냐? 연출 너무 과했던 것 같음
└청불인데 무슨 필요 이상 ㅇㅈㄹㅋㅋㅋㅋ
└요즘에 청불 의미가 있냐. 초딩들도 다 보더만. 그런 거 다 고려하고 제작해야지
―외국인들한테 한국 드라마는 죄다 잔인하다고 편견 심어 주긴 좋을 듯
└아니, 외국인들 눈치는 왜 보냐고. 개답답하네;
접근성이 쉬운 OTT 드라마 특성상, 청불 등급에도 불구하고 누적 시청자 수는 끊임없이 올라갔다.
주연배우인 이연재가 이제 16세가 되었다는 것 또한 하나의 논란으로 대두되었다.
어떤 사람은 미성년자가 촬영하기에 적절한 소재가 아니었음을 꼬집었으며, 어떤 사람은 이러한 말들이 아역 배우를 직업적으로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제작사 측에서 ‘배우들의 안전한 촬영을 위해 언제나 의료진이 현장에 있었으며, 촬영 시 배우의 컨디션을 항상 체크한 후 진행하였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연재가 촬영 중간중간 웃고 떠드는 비하인드 영상까지 올라오자 논란은 한풀 꺾였다.
문제는 한국이 아니라 외국이었다.
‘킬링 혼’의 일부 장면이 숏츠 플랫폼을 통해 공유되었는데, 몇몇 외국 시청자들이 이를 실제 동영상으로 착각한 것이다.
피에 잔뜩 절어있는 소년이 울부짖는 모습을 보고, 아동 학대로 신고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K-문화에 익숙한 몇몇 외국 인플루언서들이 ‘이것은 픽션이며, 울고 있는 소년은 유명한 한국 배우이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앞다퉈 올리면서, 드라마를 언급하는 범위가 점점 넓어졌다.
―맙소사. 드라마라니, 상상도 못 했어. 소년의 표정이 너무 현실적이야!
―오우, 이게 요즘 틱X에 뜨는 그 영상이야?
―확실한 건 한국 드라마는 자극적이라는 거야. 그리고 난 너무 좋아 XD
드라마라는 게 알려진 후, 이야기는 다르게 흘러갔다.
바로 핑거 스냅으로 피를 터트리는 혼의 초능력이 외국인들의 눈에 띈 것이다.
피가 터지는 고어틱한 배경과 달리 장난꾸러기 같은 혼의 미소는 사람을 묘하게 끌어당기는 요소가 있었다.
그가 핑거 스냅을 할 때 나는 틱, 소리마저도 매력적으로 들렸다.
즉,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엔 충분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틱X 인플루언서였다.
그들은 빨간 액체를 담은 풍선을 천장 곳곳에 붙여 놓은 후, 핑거 스냅을 하면 풍선이 터지는 것처럼 연출한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한 명이 영상을 올리자마자, 비슷한 영상이 줄줄이 올라왔다.
‘킬링 혼 챌린지’라는 이름까지 붙은 이러한 영상은 해외를 뒤덮었다.
빨간 액체를 만들기 위해 식용 색소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색소를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크랜베리 주스, 토마토 주스로 대체하는 ‘유머틱한 영상’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챌린지에 환장을 했다.
유행이라니까 일단 찍긴 찍었는데, 그래서 이게 왜 유행인지 모르는 외국인들도 수두룩할 정도로.
며칠이 지나지 않아, 챌린지 영상은 외국 연예인들한테까지 퍼졌다.
한국 사람들도 알 만한 유명 외국 연예인들이 챌린지를 찍기 시작하자, 오히려 얼떨떨해진 건 한국 시청자들이었다.
‘뭘 이렇게까지 좋아해…?’
외국인들의 흥미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아래와 같은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경악한 한국 드라마?! 킬링 혼 감상한 외국인들 반응 총정리
―지금 미국은 OOO 챌린지 홀릭 중! LA 유학생이 직접 말하는 한류 체감
―[해외 반응] 이것이 K-드라마다! 킬링 혼 보고 놀란 미국 학생들
그렇다. 한국인이라면 참을 수 없는 ‘국뽕’ 라인에 킬링 혼이 낀 것이다.
때마침 넷X릭스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기 시작하며, 실제로 드라마에 관심을 가지는 외국인들이 늘어났다.
자극적인 챌린지 영상이 시초이긴 했으나, 킬링 혼은 드라마 자체로 봤을 때 꽤나 괜찮은 작품이었다.
한국 드라마 특유의 쫄깃한 전개와 시원시원한 액션신으로 드라마의 평점 또한 높았다.
드라마가 미국과 유럽 전반에도 인기를 타면서 자연스럽게 출연 배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중 앳된 얼굴로 성인 배우들을 압도하는 연기를 가진 이연재에게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Blood boy(피에 젖은 소년)’
이연재는 블러드 보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국 인기 TV 토크쇼 ‘짐 퓨리쇼’에서 이연재를 찾은 건, 킬링 혼이 공개된 후로부터 불과 2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 * *
“토크쇼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네. 미국 유명 토크쇼예요. 짐 퓨리라고 코미디언이 진행합니다.”
진배 형이 곧장 영상을 띄운 휴대폰을 건네줬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토크쇼라고 보시면 돼요. 파급력도 상당하고, 기존 한국 배우들도 나갔던 곳입니다.”
아하.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네.’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영상을 확인했다.
“장 대표님께 직접 연락을 했다고 하네요.”
“으흠, 대표님은 뭐라시는데요?”
대충 예상가는 답은 있었으나, 혹시 몰라서 물었다.
진배 형은 역시나 웃는 얼굴로 답했다.
“배우님 마음대로 하시라는데요.”
“……대표님도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아요.”
내가 안 한다고 하면 어쩌려고 그러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진배 형이 내 어깨를 토닥이며 웃었다.
“배우님이 워낙 잘하시니까 그렇죠. 이런 유명 토크쇼는 저희 쪽에서 아무리 돈 줘도 출연 못 해요. 따로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잘되시니, 대표님 입장에서는 아예 배우님께 맡기기로 하신 것 같습니다.”
“믿어 주시는 건 감사한데…. 형은 어떻게 생각해요?”
“저요? 저는 당연히 나가는 게 좋죠.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인 데다 심지어 단독 출연인데요.”
“네?”
눈을 깜박였다.
“저만 부른 거예요? 정현이 형이랑 석준이 형은요?”
“킬링 혼 출연 배우가 아니라 이연재 배우에게 흥미가 있다는 거겠죠.”
자랑스러워 죽겠다는 진배 형의 목소리에 헛웃음이 나왔다.
왜 저렇게 좋아한대. 귀엽게.
‘단독 출연이라.’
조금 부담되네.
내 얼굴에서 망설임을 읽었는지, 진배 형이 목소리를 차분히 낮췄다.
“배우님께서는 안 하고 싶으세요?”
“음, 녹화 방송 아니고 라이브죠?”
“네. 영어로 대화하는 게 부담되시면 통역사와 함께 나가셔도 됩니다.”
“그건 딱히 상관없는데요.”
어차피 한하람이랑 시도 때도 없이 영어로 대화하는데 뭘.
일 년 넘게 꾸준히 수업도 받은 터라, 영어는 걸리는 요소가 아니었다.
‘문제는 실시간이라는 거지.’
실수를 해도 걷잡을 수 없는 100% 라이브 방송.
“미국 문화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괜히 욕먹을 짓 하면 어쩌나 싶기도 해요.”
진배 형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걱정하실 만합니다. 당장 오늘 결정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조금 더 고민해 보세요.”
“네. 감사해요.”
“그런데 전 배우님은 잘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걱정은 안 되네요.”
부드럽게 웃는 눈가에는 신뢰감이 가득했다.
나는 마주 웃으며 속삭였다.
“그렇게 말해 주셔서 감사하긴 한데요. 저는 걱정할 수밖에 없거든요?”
“네? 왜요?”
왜라니.
나도 모르게 어이없는 얼굴을 했다.
“당연히 걱정되죠. 쇼 나가면 드라마에 대해 물어볼 거 아니에요.”
“그런데요?”
여전히 갈피를 못 잡겠다는 진배 형의 얼굴을 보며 한숨을 삼켰다.
“그리고 전 대답을 못 하겠죠. 드라마를 안 봤, 아니, 못 봤으니까.”
“……아.”
그제야 진배 형이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렇네요…. 하하.”
“봐도 된다는 말은 끝까지 안 하시네요.”
“배우님이 보시기엔 너무 잔인해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반박이 돌아왔다.
정현이 형 집에 모여 킬링 혼을 보기로 했던 약속은, 먼저 드라마를 감상한 진배 형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잔인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내 눈을 가려 주겠다는 전제가 붙어 가능했던 약속이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잔인해서 안 된다’라는 게 진배 형의 평이었다.
진배 형이 워낙 단호한 얼굴을 하는 바람에, 거의 울다시피 빌던 정현이 형도 결국 포기했다.
그렇게 난 드라마가 공개된 지 2주가 되어 가는 시점에도 정작 작품을 보지 못한 배우가 됐다.
……공식적으로는.
‘안개랑 이미 다 봤는데.’
드라마가 공개되자마자 안개랑 1화부터 8화까지 한 번에 봐 버린 입장에서는 양심에 찔렸다.
날 지켜 주겠다는 저 단호한 얼굴을 보니 더욱더.
‘안 되겠다.’
화제를 돌리자.
“일단 오늘 스케줄부터 끝내죠.”
“네. 스튜디오로 이동하겠습니다.”
진배 형이 운전대를 잡았다.
스튜디오에 도착하자, 익숙한 인영이 우다다 달려왔다.
망설임 없이 품에 달려드는 애를 끌어올리자, 녀석이 키득대며 남들 몰래 귓가에 속삭였다.
“안녕, 연재야.”
오늘은 한하람과 화보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