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actor who brings misfortune RAW novel - Chapter (273)
불행을 몰고 오는 천재 배우 (273)
“도유영 왜 저러고 있음?”
“어제 잠 못 잤대.”
“아하.”
고개를 끄덕이던 반 친구가 떨떠름하게 말을 이었다.
“……그럼 지해수는 왜 저럼?”
“난들 아냐.”
답하던 친구도 떫은 표정을 했다.
두 사람이 바라보는 곳엔 지해수와 도유영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유영 몸에 들어간 신이었지만.
“도유영, 너 오늘―.”
“야, 야. 나한테 말해.”
“왜?”
“도유영 오늘 몸 안 좋아. 걍 나한테 말해.”
도유영은 아침부터 내내 책상에 엎드려 있었고, 지해수는 그의 보디가드라도 된 것처럼 옆을 지키고 있었다.
애들이 다가올 때마다 쳐 내는 모습이 언뜻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둘이 친한 사이라는 건 다들 알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꽤나 수상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무슨 상황극 하는 거 아니야?”
“헐, 그럼 나도 껴 달라고 해야지.”
반 친구가 곧장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
“야! 나도 껴 줘라.”
“무, 뭐?”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지해수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뭔데. 왜, 왜.”
한참 도유영에게 뭐라 속삭이고 있던 참이라, 급히 고개를 든 얼굴엔 당황함이 가득했다.
동시에 고개를 살짝 들고 있었던 도유영도 다시 책상에 엎드렸다.
찰싹! 그의 볼이 책상에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영 부자연스러운 두 사람의 모습에, 반 친구는 더욱 의아해졌다.
“반응 왜 그럼? 너네 지금 하는 거 껴 달라고.”
“뭐, 뭘. 우리가 하긴 뭘 해.”
“상황극 하는 거 아니야? 나도 껴 줘. 심심해.”
“……아, 뭐래. 꺼져. 그런 거 아니야.”
지해수가 김빠진 얼굴로 손을 휘저었다.
“그럼 아침부터 둘이 뭐 하는 건데. 점심도 따로 먹고. 사람 섭섭하게 난 왜 뺌?”
“뭘 빼. 걍 아픈 애 간호해 주는 건데.”
“지랄을 해라. 도유영이 아프다고?”
반 친구, 홍진연이 코웃음을 쳤다.
그는 지해수 다음으로 도유영과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했다.
“한겨울에도 감기 한번 안 걸리던 애가 아프긴 뭘 아파. 야, 도유영.”
홍진연이 허리를 숙였다.
“고개 좀 들어 봐.”
“홍진연, 애 좀 놔둬라.”
“진짜 아픈 거면 병원을 가야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
그는 지해수의 손을 피해, 도유영의 어깨를 흔들었다.
도유영이 진짜 아팠다면 “정신 사나우니까 그만 좀 흔들어.”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도유영은 자신의 손길에도 고개만 처박고 있었다.
마치 절대 고개를 들지 말라고 명령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뭐야.’
홍진연이 더욱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말을 안 해. 고개 좀 들어 보라니까. 어? 얘 힘주는 것 봐.”
홍진연은 목에 힘을 준 채 버티는 도유영을 보고 헛웃음을 쳤다.
‘어딜 봐서 이게 아픈 사람 모습이야.’
홍진연이 어떻게든 도유영을 일으키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도유영은 무슨 책상에 꿀이라도 발라 놓은 사람처럼 굴었다.
“얘 그냥 내버려 두라니까.”
“아, 넌 좀 빠져 봐.”
홍진연은 이제 오기가 생겼다.
지해수를 뿌리친 그가 도유영을 일으키기 위해 힘을 썼다.
도유영도 최대한 버텼지만, 애초에 홍진연의 체격이 훨씬 컸기에 싸움은 되지 않았다.
결국 힘에 밀린 도유영은 의자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모두가 멍하니 바라봤다.
“이게 무슨….”
홍진연은 벙찐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눈앞에는 도유영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여전히 책상에 얼굴을 박은 상태로.
그러니까, 천장을 향해 책상을 높이 들어 올린 상태였다.
“……진짜 아픈 거야?”
홍진연이 아연한 얼굴을 했다.
이쯤 되니 조금 아니, 많이 무서웠다.
“쟤 왜 저래?”
“도유영 뭐 하는 거임? 뜬금 체력 쇼야?”
반 애들의 반응도 홍진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군거리는 애들 사이에서 지해수가 눈을 질끈 감았다.
‘망했다.’
지해수가 속으로 탄식했다.
‘내 잘못이야.’
신에게 무슨 수를 쓰더라도 책상에서 절대 얼굴을 떼지 말라고 속삭인 것이 그였다.
신은 그저, 충실하게 그의 말을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젠장.’
신의 영혼이 들어간 도유영은 평소의 도유영과는 전혀 달랐다.
은근하게 늘어진 표정이며, 묘하게 말랑말랑한 분위기며, 모두.
무표정을 지어 보라고 시켜도 봤지만, 채 1분도 가지 못했다.
조금만 방심하면 실실 입꼬리가 올라가며 자연스럽게 눈웃음까지 쳤다.
매일 도유영을 마주하던 반 친구들이라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챌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최대한 평범해 보이게 한 건데.’
그래서 대화는 당연하고 얼굴 또한 보일 일 없게, 아픈 척 엎드려 있으라고 시킨 거였다.
그리고 덕분에 엄청 수상해졌다.
“야, 일단 책상 좀 내려놔. 안 무거워?”
홍진연의 말에도, 도유영은 묵묵무언했다.
아무리 나무로 된 거라 해도, 책상은 책상이었다.
본인도 무거운지, 책상을 위로 들어 올린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끙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말없이 서 있는 모습이 더욱 괴상해 보였다.
“도유영, 그냥 책상 내려놔.”
결국 지해수가 한숨이 잔뜩 섞인 말을 뱉었다.
도유영은 잠깐 망설이다가 천천히 책상을 바닥에 내려놨다.
몇 초간 바닥을 내려다보던 도유영이 힐끔 지해수를 쳐다봤다.
‘뭐야.’
홍진연과 반 애들이 의아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왜 도유영이….
‘지해수 눈치를 보는 것 같지?’
마치 소파를 물어뜯다 주인에게 들키기라도 한 개처럼, 도유영은 은근히 주눅 들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던 애들의 표정이 점차 묘해지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
지해수도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교실을 가득 채운 정적이 숨 막히게 조여 오던 참이었다.
탁!
“3반 도유영! 너네 담임이 교무실로 오래.”
교실 앞문이 열리며 다른 반 애가 크게 외쳤다.
도유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교무실? 담임?”
그 순간, 반 애들이 동시에 인상을 찡그렸다.
뭐지?
‘말투가 왜….’
왠지 모르게 닭살이 돋았다.
‘뭔가 이상해.’
분명 뭐가 이상한데, 정확히 뭐가 이상한지 모르겠다.
홍진연과 반 애들이 혼란스러워하던 찰나, 지해수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야, 너. 아씨, 일단 나가. 아니, 같이 나가자.”
도유영의 교복을 움켜잡은 지해수가 성큼성큼 움직였다.
“교무실? 해수―.”
“쉿, 쉿.”
재빨리 손으로 도유영의 입을 막은 지해수가 복도로 나가며 뒷문을 닫았다.
교실에 남은 반 애들이 멍한 얼굴로 서 있었다.
“……방금 뭐였냐.”
홍진연이 작게 읊조렸다.
안타깝게도 그의 의문을 풀어 줄 사람은 없었다.
혼란스러운 침묵이 교실을 맴돌았다.
* * *
“컷! 아, 방금 좋았다! 너무 좋았어!”
감독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외쳤다.
“너네 합 왜 이렇게 좋아? 연기 구멍이 한 명도 없네. 다들 연습을 얼마나 한 거야?”
자고로 감독의 칭찬만큼 배우를 들뜨게 하는 건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배우들이 곧장 수줍은 얼굴로 바뀌었다.
감독은 엑스트라 배우들 한 명, 한 명에게 칭찬을 건넨 후 서지오에게 다가갔다.
“어이, 홍진연이. 우연에서 뽑은 신인이라더니, 진짜 연기 잘하네?”
“감사합니다. 감독님.”
“표정 너무 좋더라. 미간 확 찌푸린 게. 크흐~. 여기서 목소리만 더 크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존재감 더 두드러지게.”
“…!”
서지오가 눈을 크게 뜬 것도 잠시, 재빨리 그러겠다고 답했다.
그가 연기한 역할은 도유영의 반 친구, 홍진연.
이름도, 대사도 있는 역할이었지만 사실상 엑스트라와 큰 차이 없는 단순 조연에 불과했다.
총 러닝 타임을 따져 봤을 때 몇 분 나오지도 않았고.
그런 역을 맡은 배우에게 존재감을 더 드러내라는 감독의 말은 일종의 허락이었다.
여기서 더 욕심을 부려도 된다는 허락.
“자, 십 분만 쉬었다가 바로 찍읍시다! 다들 목 좀 축이시고!”
“네~!”
감독의 말에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크게 답했다.
난 바닥을 멍하니 보고 있는 서지오에게 다가갔다.
“서지오.”
“네?”
녀석이 화들짝 놀라더니 나를 보고 나서야 어색하게 웃었다.
“아, 연재…. 왜? 할 말 있어?”
“아니.”
내가 고개를 가볍게 젓자, 서지오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할 말도 없는데 왜 왔냐는 표정이었다.
‘진짜 칼 같네.’
노비혁이나 성이준 같은 애들만 보다가, 얘를 보면 기분이 묘했다.
단단히 쳐져 있는 벽이라고 해야 되나.
거리감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물론 그렇다고 선을 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니었다.
그러기엔 선 안에 들인 사람이 지금도 많아서.
“형아!”
그런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한하람이 달려왔다.
“지금 쉬는 시간이니까 말 걸어도 되지? 나 얌전히 앉아 있었어!”
“잘했어. 배는 안 고파?”
“응! 연재, 아니, 형은?”
한하람이 내 옆에 있는 서지오의 눈치를 보며 급히 호칭을 바꿨다.
서지오는 그런 한하람을 흥미롭게 쳐다봤다.
“안녕?”
“안녕하세요….”
“난 연재 친구야. 서지오라고 해. 이준이 형한테도 네 얘기 들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반갑다.”
“……이준이 형 알아요?”
서지오가 느릿하게 웃었다.
“응. 연재가 소개해 줬어. 너도 그렇지?”
“네에….”
한하람은 어색해하면서도, 성이준이랑 친하다는 말 때문인지 한껏 경계심이 풀린 얼굴로 답했다.
하여간.
‘능구렁이 같네.’
느슨한 웃음을 짓고 있는 서지오를 쳐다봤다.
한하람과 짧게 대화를 마친 녀석이 나를 바라봤다.
“그럼 둘이 편하게 대화해. 난 저기 있을게.”
“응.”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지오는 한하람을 향해 슬쩍 웃은 후 발을 움직였다.
한하람이 내 품에 한쪽 볼을 붙인 채, 점점 멀어지는 서지오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연재야. 저 형이랑도 친해?”
음.
노비혁을 상대로도 들어 봤던 질문에 잠시 망설였다.
당연히 노비혁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응. 친해.”
그래도 영 나쁜 사이는 아니었다.
녀석이 내게 붙어 있는 목적이 확실해서 그렇지.
“그렇구나….”
한하람이 입술을 우물거렸다.
난 피식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 마음에 안 들어?”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뭔가 이상해서.”
“뭐가?”
“연재 옆에 있는 다른 형들이랑 분위기가 달라.”
한하람은 한국어로 표현하기가 애매한지 영어로 옹알거렸다.
“(뭔가 으스스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데.)”
난 한하람의 이마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내 손길을 즐기던 녀석이 작게 중얼거렸다.
“(약간 뱀 같아….)”
“…….”
순간 멈칫했다.
‘애들은 역시 다 아는구나.’
헛웃음을 뱉었다.
방금 한하람과 대화하던 서지오는 겉으로 보기에 충분히 친절해 보였다.
예민함을 가리는 느슨한 미소도 평소와 같았고.
지금도 서지오는 엑스트라 배우들 옆에서 느릿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내 눈엔 보였다.
배우들을 재빠르게 스캔하는 녀석의 눈이.
‘누가 더 뜰 가능성이 큰지 보는 건가.’
정말 목적 지향적인 녀석이었다.
‘쟤도 참 대단해.’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느릿느릿한 말투로 속 모습을 감추고 있을 녀석에게 시선을 뗐다.
“그래도 괜찮을 거야.”
“응?”
멀뚱한 눈으로 날 올려다보는 한하람을 쓰다듬었다.
“그래 봤자 독사는 아닐 것 같거든.”
“독사?”
한하람은 그게 뭐냐며 고개를 갸웃했다.
순진무구한 눈동자를 보며 그저 웃었다.
“됐어. 신경 쓰지 마. 같이 간식 먹으러 갈까?”
“응!”
한하람의 손을 잡으며 간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기분 탓인가.’
등에 왠지 모를 시선이 느껴졌다.
뱀의 송곳니처럼, 따끔한 시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