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actor who brings misfortune RAW novel - Chapter (421)
불행을 몰고 오는 천재 배우 (422)
[흑인 비하? 인종 차별? 논란 폭발한 데드 익스프레스 예고편 대공개] [美 팟캐스트 진행자 “흑인을 모욕하는 연기” 이연재에게 사과 촉구] [“선 넘었으니 죽이자” 이연재 살해 협박 글 잇따라 올라와….] [이연재 출국 이대로 괜찮나? 팬들 불안감 호소, 소속사는 “묵묵부답”]이연재는 최근 해외 가십 사이트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배우였다.
뭘 해도 화제가 되는 미아 브라운, 말이 필요 없는 릴리 스위티, 미국의 대표적인 호감 배우인 데이비드 밀스 등.
유명인들과 함께 파파라치 사진에 찍히거나 그들의 공식 인터뷰, 개인 SNS에서 언급되는 일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미국 의학 드라마 ‘아틀라스 딜레마’의 성공적인 복귀를 도운 은인이었다.
이연재는 난치병으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에단’을 연기했으며 눈에 띄는 외모와 몰입력,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의 차기작인 ‘데드 익스프레스’는 무려 글렌 사이먼 주연, 맥플 스튜디오 제작, 프레디 형제 연출로 알려진 초대형 좀비 드라마였다.
앞서 보여 준 수준 높은 연기 덕분에 이연재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인 편이었고, 몇몇 사람들은 기대된다는 평을 남겼다.
그러나 ‘데드 익스프레스’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 * *
Hey, bro.
[“(여기서 죽고 싶어요?)”]길거리를 가득 채운 좀비 떼를 마주친 주인공.
그리고 휘파람 소리와 함께 등장한 소년.
[“(정신 차려요, 맨. 기껏 구해 줬는데 그냥 죽을 거예요?)”]영웅처럼 등장한 소년은 얼떨떨해하는 주인공의 뺨을 세게 내려쳤다.
[“(죽기 싫으면 따라와요.)”]귀찮음이 덕지덕지 묻은 목소리, 툭툭 내뱉듯이 빈정대는 말투, 특정 단어에서 강조되는 악센트까지.
낡은 비니를 푹 눌러쓴 채 대사를 뱉는 이연재의 모습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이상해….’
그건 위화감이었다.
흑인 특유의 깊은 발성, 단단한 목소리, 껄렁거리는 제스처를 동양 배우의 연기에서 발견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 아니었다.
영 익숙하지 않은 모습에 느껴진 위화감은 캐릭터 설명을 보고 나서야 풀렸다.
제이크: 어렸을 때부터 흑인 커뮤니티에서 자란 아시아계 미국인
비교적 단출한 설명이었지만 위화감의 원인을 깨닫기엔 충분했다.
위화감은 곧장 불쾌감으로 바뀌었고, 많은 흑인들이 이에 대해 분노했다.
―장난해?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총을 맞는 사람들이 넘쳐 나는 상황에, 우리를 따라 하고 싶다고? 지금 누구 놀리는 거야?
―이게 따라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웃겨. 인종 이슈를 단순 소잿거리로 삼은 것 같아서 무척 불쾌해 🙁
―평생 피하고 놀려 먹기 바빴으면서 이제 와서 따라 하고 싶다? 와우, 이젠 장난감 취급까지 하는구나!
―우린 몇십 년이 지나도 타 인종의 손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거야.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고 있는 나라인 만큼, 인종은 언제나 예민한 이슈였다.
특히 오랜 시간 차별을 겪었던 흑인은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의 의도치 않은 말에서도 차별을 느끼는 사례가 많은데, 아예 흑인을 모방하는 캐릭터가 등장한 것이다.
이런 캐릭터를 만든 작가의 탓도 있겠지만, 분노의 화살은 너무나 생생한 연기를 보여 준 이연재에게 향했다.
―저 새끼를 찢어 죽이자!
―본보기를 제대로 보여 줘야 해.
―이대로 넘어가면 모두가 흑인을 우습게 볼 거야.
그동안 백인이 태닝을 하고 다니는 것, 드레드 머리를 하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지만, 이는 ‘패션’이라는 단어로 반박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연재가 연기한 제이크는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예고편 속 그는 흔히 말하는 ‘흑인 갱단’을 따라 하다 못해, 그대로 흡수한 모습이었다.
여러 팟캐스트에서 이연재를 공공연하게 욕했고, 한 후원 사이트에선 ‘이연재 살해 모금’에 대한 후원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해당 사이트에서 곧장 후원을 중지시키긴 했으나, 그 정도로 반발이 무척 심했다는 의미다.
물론 모든 흑인이 이에 동의하는 건 아니었다.
―저 어린애를 칼로 쑤셔 버리자고?? 세상에, 이런 발언에 동조한 사람이 몇천 명이라니. 같은 흑인으로서 창피하다.
―진정 좀 해 봐, 얘들아. 어떤 상황에서도 폭행은 금지되어야 해.
―난 흑인을 따라 하는 것의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고 봐. 어렸을 때부터 함께 본 사람들을 따라 하는 걸 수도 있잖아. 그 상대가 흑인인 것뿐이지.
└맞아. 백인 사회에서 자란 아시아인이 백인을 따라 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렇다고 그게 백인을 차별하는 건 아니잖아?
└그거랑 이거랑 다르지. 누가 백인을 차별해? 난 살면서 한 번도 백인을 차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그리고 아시아인이 백인 사회에서 차별을 당하면 무슨 차별을 당한다고? 우리가 매번 수학 잘한다고 칭찬해 주잖아!!
└야, 너 방금 인종 차별했어. 그건 알고 얘기하는 거지?
└뭐?? 내가 무슨 인종 차별을 했는데?
인종의 차이를 인지하는 것과 인종으로 대우를 달리하는 것은 다르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인종으로 구별하는 것이 차별이었다.
‘흑인이니까’ 마약 등의 범죄와 연관이 있을 거라고 단정 짓는 것.
‘백인이니까’ 상식이 없고 멍청할 거라고 단정 짓는 것.
‘아시아인이니까’ 똑똑하고 모범적일 거라고 단정 짓는 것.
인종마다 공통적인 특징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고정 관념을 갖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차별로 이어지기 쉬운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흔히 고정 관념은 상대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기곤 한다.
그리고 모르는 것은 공포와 관련이 깊었다.
‘정체불명의 사람에게 느끼는 공포감.’
내가 대화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우린 그 공포를 다스리기 위해 상대방을 어떻게든 ‘내가 아는 것’의 영역으로 끌어당기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쉽게 갖게 되는 것이 고정관념이고, 이 고정관념으로 사람을 대하면 차별이 된다.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여러 인종에 대해 더 알아야 했다.
그러나 내가 별생각 없이 뱉은 말이 인종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은 두려워하며 말을 아끼는 선택을 한다.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문제를 썩게 하는 건 아닐까?’
한 유튜버가 올린 영상에 의해 이러한 의견이 더욱 힘을 갖게 되었다.
[“안녕, 난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이야. 하지만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을 받아. 왜 그렇게 영어를 잘하냐고 칭찬을 받기도 해.”]그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그동안 자신이 겪은 힘든 점을 토로했다.
[“때론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외로움이 들어. 지금은 비교적 받아들인 상태지만, 내가 10대일 땐 정말 힘들었어. ‘평범한 미국인’처럼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주된 인종과 내 인종이 다를 때, 당사자가 느끼는 괴리감과 외로움은 엄청나다.
유튜버는 자신이 어렸을 때 일부러 동양인들과 어울리지 않고, 금발로 염색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알아. 이 외로움은 그런 행동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걸. 어쩌면 제이크라는 캐릭터는 10대의 나를 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한마디로, 제이크는 자신이 겪는 외로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캐릭터일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박 역시 거세게 이어졌다.
공개된 건 공식 예고편밖에 없음에도, 수많은 네티즌들은 이연재가 나오는 컷마다 캡처 해 스토리를 분석했다.
몇몇 흑인들은 이연재가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말투를 하거나 조롱하는 것도 아닌데, 인종 차별로 몰아가는 것은 신빙성이 약하다고 말했다.
그때 타오르는 불을 대차게 꺼 버린 사람이 있었다.
―만약 이연재가 정말 ‘흑인을 따라 하고 싶었다면’ 내게 알앤비나 힙합 송을 달라고 했겠지, 이지 리스닝 곡을 달라고 하지 않았을 거야.
이연재의 노래 ‘Bambi’와 ‘Biyeon’을 작곡한 프로듀서, 톰 워싱턴이 SNS에 글을 올린 것이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무척 잘나가는 흑인 프로듀서로, 흑인 커뮤니티에서도 샤라웃을 많이 받는 사람이었다.
이연재가 흑인을 모욕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지지하는 선언이었다.
이에 추가적인 지지 선언을 한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떠오르는 신예 배우 ‘애쉬 녹스’였다.
글렌 사이먼의 에이전트와 계약한 이후 여러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유명세를 얻고 있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연재가 제이크를 연기하기 위해 들인 노력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 이상이에요. 그는 반년 동안 제이크에 정말 미쳐 살았어요.)”
애쉬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위화감을 자기 역시 느꼈다고 말했다.
“(정말 신기해요. 걔가 연기하는 제이크엔 흑인이 쓰는 말투라거나 제스처가 분명 담겨 있긴 한데, 그게 단순히 따라 하는 느낌만 들진 않았거든요.)”
그는 드라마가 공개되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거라며, 다음 말을 추가적으로 덧붙였다.
“(이연재랑 5분만 얘기해 봐도 알 거예요. 그가 어떤 마음으로 제이크를 대하고 있는지요.)”
인종 차별을 하는 사람들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바꿔 말해, 이연재가 인종 차별을 하지 않는다면 그와 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거였다.
이연재는 반응이 잠잠해지길 기다렸다는 듯, 예고편 공개 3일 만에 입을 열었다.
“(지금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상했던 부분이라 크게 놀라진 않았습니다.)”
인터뷰어의 질문에 이연재는 덤덤히 말했다.
“(제이크도 진작 알고 있었을 거예요. 자신이 원하는 소속감은 어떤 말투나 제스처, 억양을 따라 한다고 느껴지는 게 아니라는 걸요.)”
그는 진정한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걸 제이크 본인이 가장 먼저 알아차렸고, 비참함에 그만뒀을 거라고 말했다.
주인공과 만났을 무렵엔 그는 이미 누군가를 따라 하는 행위를 그만둔 상태였을 거라고.
“(제가 생각하는 제이크는 그랬어요. 그래도 몇 년 동안 따라 했던 흔적은 남았을 테니, 자연스럽게 입에 밴 억양만 살리는 쪽으로 연기했습니다.)”
프레디 형제 감독은 좀 더 강조하길 원했지만, 결국 배우의 뜻을 존중해 줬다는 말로 인터뷰가 마무리되었다.
인터뷰어는 그가 캐릭터를 언급한 태도에 대해 주목했다.
실제 제이크가 살아 있는 것처럼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인 것이다.
인터뷰 영상까지 풀리자, 많은 사람들의 분노가 차츰 가라앉았다.
그렇게 ‘일단 드라마를 보고 나서 얘기해 봐야 할 듯?’ 쪽으로 기세가 기울었다.
‘다행이네.’
이연재는 이런 상황이 꽤 만족스러웠다.
물론 그를 향한 살해 협박은 여전했다.
하지만 이는 할리우드 스타라면 반드시 거치는 신고식이었다.
릴리 스위티가 받은 살해 협박만 해도 40번은 가뿐히 넘을 것이다.
‘경호 인력도 두 배로 늘렸고.’
비연에게 걱정 말라는 글도 올렸겠다.
그는 이제 더 신경 쓰지 말자는 판단을 내렸다.
‘이 정도면 충분해.’
애초에 모든 사람을 설득시킬 순 없는 노릇이었다.
과격분자야 어딜 가도 있는 거니까.
‘드라마 공개될 때까지 기다리면 되겠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유X브에 이런 영상이 올라오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STOP blaming Lee Yeon-jae immediately!!(이연재에 대한 비난을 멈춰)]갓 만든 채널에 올라온 동영상은 하나.
영상은 “이연재는 당신 같은 쓰레기들한테 이런 취급을 받을 사람이 아니야.”라는 말로 시작했다.
영상 제작자는 ‘이연재를 칼로 쑤셔 버릴 것’이라는 댓글을 띄운 후 온갖 비난을 쏘아붙였다.
그는 “과연 이 영상을 보고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자막을 달았다.
그리고 이어진 건….
[“(안녕하세요. 이연재예요. 보시다시피 멀쩡히 살아 있습니다.)”]매트리스 위에 앉아 있는 이연재의 영상이었다.
카메라를 똑바로 보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새파랬다.
[“(수술도 받았고 피도 방금 멈췄습니다. 하지만 돈을 당장 보내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제 앞에 있는 분이 전해 달라고 하시네요.)]”그렇다.
이건 이연재가 작년에 납치범의 요구에 의해 찍은 영상이었다.
영상 속 그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고, 피가 묻은 붕대가 옆구리에 두껍게 매여 있었다.
영상은 간신히 잊혔던 사건, 그러니까 이연재가 칼에 찔려 납치당했던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초췌한 이연재의 모습이 주는 파급력은 컸다.
영상은 “제발 이런 가여운 애를 더 괴롭히지 마.”라는 말로 끝났고, 협박한 사람들은 머쓱함에 글을 지우기 시작했다.
* * *
그리고 같은 시각.
영상을 확인한 이연재의 입에서 험악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시X.”
누가 봐도 개빡친 사람의 목소리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