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actor who brings misfortune RAW novel - Chapter (453)
불행을 몰고 오는 천재 배우 (453)
“죄송해요. 영 안 고쳐지네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진배 형이 딱딱하게 답했다.
“왜 그러시는지는 알아요. 하지만 모든 일을 배우님이 해결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때론 어른이 필요한 일이 있어요.”
“알아요. 하지만….”
아직도 큰 소리를 내고 있는 스태프를 쳐다봤다.
“제가 어른이 아니더라도 출연 배우인 건 맞잖아요.”
“…….”
“제 작품에 관련된 일이니까 저도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위를 살며시 올려다보자, 낮은 한숨 소리가 돌아왔다.
“하아. 알겠습니다.”
진배 형은 못 말리겠다는 듯 날 흘겨봤다.
“그럼 어른이랑 배우가 함께 해결하는 걸로 하죠.”
그러곤 내가 보고 있던 쪽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아니, 사람이 말을 하, 헉…!”
커다란 덩치를 가진 사람이 불쑥 다가오니 싸우던 사람들이 흠칫하며 말을 멈췄다.
“대화 중에 실례합니다. 이연재 배우 매니저, 안진배라고 합니다.”
“아….”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고함 소리가 들려서요.”
진배 형의 물음에도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스태프는 언제 버럭 소리를 질렀냐는 듯 침묵했고, 여자는 당황한 듯 어버버거렸다.
진배 형은 누군가 내게 손댈 수 없게 일정 거리를 만들어 놓고 나서야 날 쳐다봤다.
이제 내가 나서도 된다는 눈빛에, 곧장 여자한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희 촬영 때문에 불편하셨죠.”
“아, 그렇긴 한데….”
“이쪽 골목 오가시는 분들이 불편하지 않게 했어야 하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자, 여자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손을 휘저었다.
“그게, 그쪽 보고 화낸 게 아닌데요….”
“네. 사과해야 할 사람이 또 있죠.”
고개를 돌려 스태프를 쳐다봤다.
스태프는 진배 형이 나타난 순간부터 입에 본드를 바른 듯이 조용했다.
내가 쳐다보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스태프에게 쏠렸다.
결국 스태프는 떫은 얼굴로 작게 중얼거렸다.
“……소리 질러서 죄송합니다.”
끝으로 갈수록 말이 뭉개져서 들리지도 않는 최악의 사과였다.
‘쯧.’
그걸 지금 사과라고 하냐고 따지고 싶었으나, 스태프는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람이었다.
촬영에 관련된 스태프 이름은 웬만하면 다 외워 놓는 편인데, 얼굴도 익숙하지 않은 걸 보면 급히 투입된 사람인 듯 했다.
‘일단 윤 감독 사람은 아닐 거고.’
모든 촬영을 스튜디오에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외부 공간을 빌려야 할 때가 많았다.
이 말은 즉, 외부 공간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불편을 겪게 해야 한다는 거였다.
영화 및 드라마 촬영으로 시민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일은 예전부터 자주 언급되는 문제였다.
일명 ‘촬영 갑질’.
그리고 윤 감독은 이 문제에 무척이나 예민한 감독이었다.
‘다들 명심하세요.’
그는 외부 촬영을 할 때마다 매번 스태프한테 선포하곤 했다.
아무데서나 담배 피우지 말고, 괜히 소란 피우지 말고, 모든 쓰레기는 촬영 후에 다 수거해 가야 한다고.
이런 문제로 인터넷에 올라가는 순간 가만 안 두겠다는 으름장이었다.
그 속에 담긴 의도는 뻔했다.
‘누가 내 이미지 깎아 먹기만 해 봐.’
어떻게 쌓은 이미지인데, 이런 문제로 구설수에 오를 수 없다는 의지가 번뜩이는 눈동자에서 보였다.
‘트윈스 때도 그랬지.’
윤 감독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일해 본 사람이라면 그의 철학을 모를 수가 없었다.
촬영 때문에 불편함을 겪은 시민한테 사과하긴커녕, 되레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스태프를 보자마자 곧장 ‘새로 온 사람이구나.’라고 판단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에휴.’
처음 본 사람한테 사과 똑바로 하라고 훈수를 둘 순 없어서, 다시 여자를 쳐다봤다.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아니, 전 그냥 집으로 들어가게만 해 주면 돼요. 제가 저기 빌라 살거든요….”
“네. 그러시군요.”
진배 형을 쳐다보자, 형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를 터 줬다.
난 여자가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옆에 붙었다.
“이쪽으로 가시면 돼요.”
“감사합니다….”
여자는 얼떨떨한 얼굴로 날 흘깃 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촬영은 언제까지 해요?”
“저는 오늘 저녁 9시까지 한다고 전달받았어요. 골목 끝에 안내해 주시는 분을 배치할 거라고 하셨는데….”
여자를 쳐다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효과가 없었던 것 같네요. 불쾌하셨을 텐데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저도 순간 울컥해서…, 그만 사과하셔도 돼요.”
“끝나는 시간이랑 일정 정리해서, 임시로라도 안내문 만들어 놓을게요. 골목 끝에 붙여 놓겠습니다.”
여자가 감사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어떡해.
‘아직도 많이 화나셨나 봐.’
나와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않는 모습에 입 안이 말랐다.
잠깐 망설이다가 말을 덧붙였다.
“저기, 제가 NG를 안 내 볼게요.”
“……네?”
“오늘 저만 잘하면 일찍 끝날 수 있어서요. 최대한 빠르게 끝날 수 있게 열심히 연기해 볼게요.”
내 강력한 의지가 말로 안 전해질까 봐 주먹까지 움켜쥐었다.
여자는 멍한 얼굴로 나와 내 주먹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웃음을 작게 터트렸다.
“하하! 네. 고마워요.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할게요.”
조심히 들어가시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여자는 빌라가 있는 쪽으로 조용히 들어가더니, 불쑥 다시 나왔다.
“저, 정말, 정말, 정말 죄송한데요.”
“네?”
“괜찮으시다면 사인 좀….”
여자가 머쓱한 얼굴로 건넨 말에 환하게 웃었다.
‘다행이다.’
기분 풀리셨나 보네.
“당연히 괜찮죠. 혹시 사진은 필요 없으세요?”
“헉, 저야 좋죠! 근데 방해될까 봐….”
“어차피 쉬는 시간이라 괜찮아요. 잠시만요, 형!”
진배 형이 기다렸다는 듯 냉큼 다가왔다.
난 진배 형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자연스럽게 설명했다.
“제 매니저 형이 사진을 정말 잘 찍어 주시거든요.”
“아하, 네.”
“제가 셀카를 못 찍, 기보다는 형이 워낙 잘 찍어 주셔서요. 진배 형이 찍는 게 좋을 거예요. 뭐니 뭐니 해도 사진이 잘 나오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렇죠?”
“네. 그래서…. 큼, 찍어 주세요!”
민망해서 말이 괜히 길어졌다.
작게 헛기침을 하고 촬영과 사인을 후다닥 마쳤다.
여자는 몇 번이나 감사하다고 답한 후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하.’
사진 연습 좀 꾸준히 할걸.
비혁이의 강의 덕분에 혼자 찍는 건 나름 나아졌는데, 다른 사람과 같이 찍는 건 여전히 각도 조절이 어려웠다.
‘반성하자.’
집에 가면 사진 찍는 연습도 추가로 해야지.
“배우님.”
그때 진배 형이 진지한 얼굴로 내 어깨를 붙잡았다. 아, 맞다.
“진짜 죄송해요, 형.”
형 얼굴을 보자마자 빠르게 사과부터 했다.
“절 조금만 더 믿어 달라고 말씀드렸잖아요.”
“형을 못 믿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전 형 없이 못 살아요.”
“……하아, 무슨 일 생겼을 때 뛰어나가는 거 고치셔야 합니다. 진짜 약속이에요.”
“네. 약속.”
진배 형과 손가락 약속을 3번 한 후에야 촬영장으로 돌아왔다.
스태프들 사이에서 이미 말이 한바탕 오갔는지, 현장 책임자가 곧장 다가왔다.
“연재 씨, 고마워요. 내가 처리했어야 했는데, 아휴.”
“아닙니다. 아까 그분은….”
“오늘 대타로 나온 사람이에요. 아까부터 자꾸 사고를 쳐서 그냥 안내나 하라고 했더니 저기 가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네.”
책임자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완장 하나 찼다고 아주 별…, 지금 윤 감독한테 탈탈 털리고 있어. 5분 뒤면 울면서 나올걸요.”
나오면 바로 돌려보낼 거란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서 처리해 주시니 다행이네.’
영화는 사회에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예술 작품이다.
내가 그런 작품에 속할 수 있다는 것에 나날이 뿌듯함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영화가 얼마나 뛰어난 예술이든 간에, 촬영 과정에서 시민이 겪어야 하는 불편함은 온전히 제작진 잘못이다.
영화 홍보 덕분에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 어쩐다 해도 그건 나중 문제잖아.
‘어쨌건 공공장소인데.’
아무리 권력 있는 자라도 공공장소를 일시적으로 점유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촬영이 불법인 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선 시민의 양해를 먼저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좋게 넘어갈 수 없을 정도의 불편함을 일으킬 정도면, 상식적으로 스튜디오를 지어서 찍는 게 맞았다.
그러지 않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지.
‘돈.’
돈 아끼려고 외부에서 찍는 거면 당연히 우리가 먼저 양해를 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소리까지 지를 수 있지.
‘진짜 이해가 안 되네.’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구나.
잠시 후, 남자는 현장 관리자가 말했던 대로 정말 눈가가 촉촉한 상태로 나왔다.
한껏 시무룩해진 모습만 봐도 윤 감독에게 얼마나 혼났는지 딱 보였다.
나한테 와서 죄송하다고 사과하길래 괜찮다고 답했다.
‘아까 그 여자분한테 사과나 제대로 하지.’
잔소리하고 싶은 걸 꿀꺽 삼킨 후 책임자에게 물었다.
“저분이 인터넷에 글 올리시면 어떡해요? 윤 감독님 비꼬는 글 같은 거 올리면….”
“아, 그건 걱정 안 해도 돼요. 이쪽 판 좁아서 그런 짓 했다간 다신 일 못 하거든. 경력 보니까 어느 정도 짬도 있더라고요.”
특히 윤 감독 눈에 찍혔다간 아예 이 판에서 떠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거란 말이 이어졌다.
경력도 있는 사람이 왜 그랬을까 생각이 들다가도, 경력이 있으니까 그랬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참 어렵다.’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그로부터 이틀 뒤, 인터넷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책임자가 말했던 대로 남자가 올린 글은 아니었다.
글을 올린 사람은 다름 아닌, 사인을 받아 가셨던 여자분이었다.
* * *
[제목: 이연재 인성 폭로 떳다]아까 ○○에 올라온 글인데 바로 퍼 옴
(사진)
갑질하는 스태프 막아 주고 사과도 해 줬대.
심지어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줬다고 함.
(글 끝에 보면 인증 샷도 있음)
갓연재의 인성 폭로한다
―기레기냐? 제목 어그로 개쩌네ㅡㅡ
―제목 낚시 개지리놐ㅋㅋㅋ
―깜짝 놀라고 들어왔다가 웃으며 나갑니다 🙂
└난 예상함ㅋㅋㄱㅋㅋㅋ
―얘는 까도 까도 미담밖에 안 나오는 것가타
└스태프들도 엄청 칭찬하자늠 저번에도 영양제 돌렸대
└이연재 영양제 사업함? 맨날 영양제 들고 댕겨
[제목: 이밤비 진짜 감옥 가야 함]얘가 커 갈수록 유죄남이 되고 있어
ㅇ너 양심 있어?
우리 책임져 줄 거야??
왜 계속 신도 늘려 이제 그만해 우리로 만족하라고
―진짜 갈수록 너무 심해. 얘 어디에다가 가둬 놔야 하는 거 아니냐???
└(ㄱㅆ) 아 내 말이. 안 그래도 머리 자른 거 잘 어울려서 더 화남
―뭐야. 다들 🙂 어디 갔어? 진짜 화난 거임…?
└(ㄱㅆ) 어. 진짜 화나고 진짜 질투 남. 이제 컨셉질도 못 해 먹겠음.
―야, 야 성이준 인X타에 밤비 올라왔다. 성이준이 촬영장에 커피 차 보냈대. 밤비가 글 올릴 거면 비연 보고 싶다고 써 달라고 했다는데?
└(ㄱㅆ) X바 내가 졌다…. 사랑해 이밤비연재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밤비연재는 또 뭐얔ㅋㅋㅋ
└(ㄱㅆ) 미들네임 빠지면 안 되잖아 🙂
└이모티콘을 붙이나 안 붙이나 미친 건 똑같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