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actor who brings misfortune RAW novel - Chapter (468)
불행을 몰고 오는 천재 배우 (468)
사람의 목을 조르는 건 생각보다 어렵고, 생각보다 쉬운 일이다.
‘윽….’
발버둥 치는 상대방을 있는 힘껏 제압할 때 느끼는 초조함.
1분 1초가 1시간처럼 느껴지는 압박감.
빨리 모든 게 끝나 버렸으면 하는 긴박함까지.
동시에 이 일이 끝나고 나면 결코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그리고 그 확신을 마주하고 나면, 사람의 이성은 완전히 무너지고 난다.
‘크, 크헉….’
‘…….’
목을 움켜쥐느라 힘이 잔뜩 들어간 손에는 핏줄이 서고, 상대방의 입에선 컥컥 소리가 흘러나온다.
점점 동공이 풀리는 상대방을 보며 나 역시 이성을 내려놓아야 하는 행동.
그것이 바로 목 조르기이다.
‘엄연한 폭행이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상식이지만, 이는 자칫 잘못하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갈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부상의 유무와 상관없이 형사 처벌이 가능한 폭력적인 행동.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감독과 내가 실제로 목을 조르자고 결정한 것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
“뭐? 진짜 네 목을 조르라고?”
맨 처음 이 얘기를 꺼냈을 때, 남인후는 어벙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시늉이 아니라? 진짜로?”
“응. 진짜 내 목을 졸라 줬으면 좋겠어.”
“왜? 리얼해 보이려고??”
그 말에 나를 뭘로 보는 거냐고 정색했던 기억이 난다.
‘리얼함은 개뿔….’
물론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
영화를 만드는 사람 중에서 유독 사실주의를 강조하는 유형이 많으니까.
실제로 목 조르기 연기를 하다 기절했다는 에피소드를 마케팅 요소로 써먹는 경우도 빈번했다.
‘정현이 형한테 진짜 담배를 피우라고 강요했던 감독도 그랬을 거고.’
하지만 난 그런 유형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라면 반대였지.
‘리얼함을 위해서 실제로 사람의 목을 조른다?’
장난하나.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리얼함은 연기력으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문제였다.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실제로 목을 조르라고 지시한다면, 그건 배우에 대한 모욕이었다.
만약 윤 감독이 내게 그런 지시를 했다면, 난 수치스러워서 못 하겠다고 했을 것이다.
물론 옛날의 윤 감독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윤 감독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지만.
그와 처음 작업한 영화 ‘트윈스’에서도 목을 조르는 신이 있었다.
모든 걸 알게 된 강태일이 쌍둥이 형제인 이진우를 찾아가 그의 목을 조르는 장면.
그 장면을 위해 남인후와 나는 적당한 선에서 목을 조르고, 졸리는 연기를 했었다.
왜?
‘그걸로도 충분했으니까.’
사실 미디어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목 조르기 신은 그럴듯한 흉내에 가깝다.
연기와 연출, 편집으로 충분히 사실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일을 굳이 인간적인 선을 넘어가면서까지 고집부릴 필요는 없었다.
‘그거야말로 예술병에 걸린 사람들의 핑계겠지.’
하지만 이런 타당한 결정에는 유일한 한계가 존재했다.
바로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서는 편집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것.
점차 고조되는 음향, 쉴 틈 없이 바뀌는 장면 전환이 병행되어야만 실감 나는 장면이 완성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윤 감독과 내가 실제로 목을 조르자고 결정한 이유였다.
“뭔 소리야. 지금 나만 이해 안 돼?”
남인후가 미간을 찌푸렸다.
영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에 명쾌하게 답했다.
“목 조르는 신을 무편집으로 내보내기로 했어.”
“…….”
“각도 변경, 장면 전환 없이, 30초 넘게 쭉.”
아무리 연기가 뛰어나도 편집이 없으면 커버가 불가능한 영역이 있다.
손에 가득 준 힘 때문에 살가죽이 밀려나고,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르는 현상.
육체적인 변화를 클로즈업으로 선명하게 담아내기 위해서는 진짜로 그 행위를 해야만 했다.
물론 여기서 장면 전환이나 카메라 무빙을 섞는다면, 짧은 컷을 이어 붙이는 것으로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윤 감독은 그보다 더 묵직한 장면이 탄생하길 바랐다.
‘이해해.’
욕심이 날 수밖에 없지.
최성인이 스파이더의 목을 조르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였다.
하이라이트에서의 강렬함을 최대로 살리고 싶은 건 모든 감독의 욕심일 것이다.
윤 감독은 내게 어떻게 해야 그런 장면이 나올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난 그런 윤 감독에게 곧장 건넸던 말을, 남인후에게도 다시 한 번 망설임 없이 건넸다.
“진짜 내 목을 졸라 줘.”
“…….”
“보는 사람도 목이 졸리는 기분이 들 수 있도록, 아주 강하게.”
멍한 얼굴의 상대방을 보며 싱긋 웃었다.
* * *
“복덩아.”
“네?”
“오늘 촬영 진짜 괜찮겠냐?”
윤 감독이 걱정 어린 얼굴로 다가왔다.
배우랑 같이 각본에 대해 이야기 하면 이런 것도 가능하다며, 한껏 신나 했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
‘막상 촬영할 때가 닥치니 걱정되나 보네.’
손바닥 뒤집듯 바뀐 태도가 어이가 없으면서도, 날 걱정해 주는 게 나쁘지 않아서 피식 웃었다.
“걱정 마세요. 저야 가만히 목만 졸리면 되는데요, 뭘.”
“농담하지 말고. 이거 잘못하면 진짜 큰일 나는 거 알지?”
“네. 알아요. 조심할게요. 그나저나 감독님도 티 내시면 안 되는 거 알죠?”
“내가 뭘.”
“조금 이따 연기 잘해요. 너무 과하게 걱정하지 말고.”
윤 감독이 나지막한 한숨을 쉬었다.
“알겠어. 진짜 나도 난데… 너도 너다. 어떤 배우가 감독한테 연기하라고 그러냐?”
“지금 감독님 앞에 선 사람이요.”
“이게 한마디도 안 지네. 얼른 촬영 준비나 해!”
윤 감독이 성질을 내며 등을 돌렸다.
그 모습에 힘들게 웃음을 참았다.
‘놀리는 거 재밌다.’
성이준을 놀릴 때랑은 영 다른 맛이다.
걘 놀려도 워낙 맹해 가지고 귀엽기만 하던데, 윤 감독은 왈왈거리는 소형견 같았다.
‘뭐, 소형견한테 연기하라고 시킨 나도 나지만.’
윤 감독에게 시킨 연기는 별거 아니었다.
내가 실제로 목이 졸려 힘들어하더라도, 헐레벌떡 다가오거나 과하게 걱정하지 말 것.
‘연기에 너무 몰입하다가 살짝 목이 졸린 배우’ 정도로 취급할 것.
이 말인즉, 실제로 목을 조르는 건 나와 남인후, 윤 감독만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선례로 남으면 안 돼.’
이것이 선례로 자리 잡으면 다른 감독이 악용하기 쉽다.
이연재 같은 배우도 저러는데 너희는 왜 못 하냐면서, 연기에 진심이 아니라서 그런 거라는 막말도 하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난 미성년자였다.
‘알려지면 논란밖에 더 되겠어.’
이로 인해 오늘 촬영에 참여하는 스태프 인원도 최대한으로 줄였지만, 사실 큰 의미는 없었다.
어차피 영원한 비밀은 없으니까.
3명 이상이 모이면 소문이 생기고 퍼지는 것이 인간이었다.
이를 완전히 방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스태프도 속여야지.’
남인후에겐 기절만 시키지 말아 달라고 농담했지만, 진짜 기절해서는 안 됐다.
당연하게도 힘든 티도 내지 말아야 했다.
스태프들은 내가 진짜 목을 졸리는 거라고 생각도 못 하고 있을 테니까.
‘호흡 관리를 잘해야겠네.’
나는 ‘컷!’ 소리와 함께 주인공 연기를 멈추고 나면, 곧바로 ‘목이 졸리지 않은 사람’의 연기를 시작해야 한다.
연기와 또 다른 연기.
심지어 하나는 비밀로 하는 연기라.
‘재밌겠다.’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 * *
촬영 시작 직전.
“배우님, 이거 드세요.”
진배 형이 굳은 얼굴로 내게 비타민 음료를 건넸다.
‘아, 한 명 더 있네.’
윤 감독과 남인후 말고도 내가 진짜 목에 졸릴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
바로 진배 형이었다.
‘표정이 너무 어둡네.’
지난밤, 진배 형에게 차근차근 내가 이런 결정을 한 이유를 설명했다.
당연하게도 진배 형은 이게 말이 되냐고 따졌다.
적어도 스태프들한테는 알려야 한다고, 그래야 위급 상황에 대한 대처가 더욱 빠를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리고 난 이렇게 대꾸했다.
‘하지만 형이 알잖아요.’
‘…….’
‘저한테 무슨 일 생기면 형이 바로 도와주실 거 알고 있어서 이러는 거예요. 만약 정말 무슨 일 생기면 형이 도와주세요.’
‘제가 배우님 버릇을 잘못 들였어요….’
마른세수를 하는 진배 형을 보며 웃음을 힘겹게 삼켜야 했다.
‘그런 후회를 하기엔 너무 늦은 거 아닌가.’
진배 형은 이래저래 불만이 많았으나, 결국 내 입장을 존중해 줬다.
‘물론 맨입으로 넘어가진 않았지.’
진배 형은 현장에 대기하고 있는 구조 대원들의 수를 2배 늘릴 것, 모든 촬영이 끝난 후 한동안 목 관리를 받을 것을 약속받았다.
내가 진배 형이었어도 걱정될 거라는 걸 알아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분위기 왜 이래? 뭔가 엄청 긴장되네.”
“하이라이트 신 찍어서 그런 거 아니야?”
“내가 그걸 모르겠냐. 그냥 뭔가 분위기가 좀 살벌해서 그렇지.”
옆에서 스태프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애써 무시했다.
‘죄송해요.’
그거 아마 진배 형 눈빛 때문에 그런 거일 거예요….
“형, 인상 좀 푸세요.”
난 오전부터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진배 형을 쳐다봤다.
“걱정 마세요. 저 못 믿어요? 제가 잘 해 볼게요.”
“배우님이 잘 해내실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걱정은 되네요.”
“맨날 괴롭혀서 죄송해요.”
진심이었다.
이 착한 사람이 나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게 유쾌할 리도 없었고.
그럼에도 내 옆에 있다는 게 좋아서 실실 웃었다.
“제가 많이 좋아해요, 형. 오늘 진짜 안 다치고 잘 찍어 볼게요.”
“믿겠습니다.”
진배 형이 눈썹을 찌푸리더니 결국 내 등을 토닥였다.
부디 다치지 말라는 작은 속삭임과 함께.
“슛 들어가겠습니다~!”
스태프의 외침에 벌떡 의자에서 일어났다.
남인후가 창백한 얼굴로 서 있는 게 보였다.
감독석의 윤 감독도 힘을 잔뜩 주고 있었고.
그 영향 때문인지 스태프들도 평소와 달리 떠들지 않고 침묵 속에서 조용히 움직였다.
“자, 다들 준비하시고. 레디―.”
모두의 시선이 나에 꽂힌 것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심장이 점차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액션!”
그렇게 눈을 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