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actor who brings misfortune RAW novel - Chapter (535)
불행을 몰고 오는 천재 배우 535화(534/571)
불행을 몰고 오는 천재 배우 (535)
꼴 보기 싫은 얼굴의 주인공은 노아 패터슨.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을 때 내게 갑자기 시비를 걸었던 애였다.
한때 내가 칼로 협박했던 애이기도 하고.
뭐, 정확히 말하면 칼이 아니라 스패출러였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넘어가자.’
녀석이 내게 계속 시비를 걸 것 같아, 인종 차별 발언이 담긴 녹음 파일을 보냈었다.
그 뒤로 마주치거나 얽힐 일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지.
‘이렇게 마주치게 될지 몰랐네.’
난 무표정하게 녀석을 바라봤다.
노아 패터슨은 이전에 봤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내 눈치를 보며 엉거주춤 서 있었다.
‘끙.’
쪼잔하게 굴지 말자.
마주치게 돼서 기분이 나쁠 뿐이지, 우연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애초에 나 혼자 쓰는 LA도 아니고.’
살다 보면 마주칠 수도 있는 거지.
그냥 서로 무시하면서 살자는 뜻으로 고개를 까닥인 후 녀석을 스쳐 지나갔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저기….)”
녀석이 말을 걸지 않았다면 말이다.
고개를 돌리자, 노아 패터슨이 머뭇거리며 다음 질문을 건넸다.
“(그, 뭐냐. 너 모델 할 생각 없냐?)”
“(…?)”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러자 한껏 더 쪼그라든 목소리가 돌아왔다.
“(그게, 우리 아빠가 이번에 남성복 브랜드를 런칭하는데, 아빠가 네가 모델 하면 딱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
“(너랑 나랑 한때 안 좋은 감정 있었던 건 아는데 어차피 과거 일 아니냐. 내가 사과도 했고…. 좀 봐, 봐줄 수 있어?)”
나랑 눈도 못 마주치는 주제에 말은 잘하네.
노아 패터슨의 목소리는 갓 태어난 양처럼 벌벌 떨리고 있었다.
“(…….)”
나는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상대방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노아 패터슨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도 더 많아졌다.
그때였다.
“(밤비야, 나 배고파. 이제 들어갈까?)”
이 상황을 견디기 힘들었는지, 미아가 애써 웃으며 날 끌어당겼다.
난 미아를 보며 싱긋 웃었다.
“(너 먼저 들어가 있을래? 난 얘기 좀 하다 갈게.)”
“(밤비야.)”
“(들어가 있어. 금방 갈게.)”
미아는 울상을 짓더니 나와 노아 패터슨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러곤 별수 없다는 얼굴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난 미아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한 후에야 상대에게 다가갔다.
‘마음 같아선 욕을 하고 싶지만.’
이 자식한테 녹음기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니까 섣부르게 말을 꺼내지 않는 게 좋겠지.
그래서 꼭 필요한 말만 하기로 했다.
“(네 말이 맞아.)”
“(뭐?)”
“(과거는 과거 일이라고. 굳이 과거에 얽매여 있을 필요 없지.)”
“(…! 그, 그럼 같이 일하는 거야?)”
상대방의 표정이 한없이 밝아졌다.
내가 창피할 정도의 강약약강의 모습이었다.
순간 밀려오는 혐오감을 참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과거는 과거 일이고, 현재는 현재 일이잖아.)”
난 최대한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
“(근데 난 너랑 현재에도 엮이고 싶지 않아. 미래도 마찬가지고.)”
미아가 설명해 준 노아 패터슨은 전형적인 상류층 X새끼였다.
유명한 디자이너이자 인종 차별주의자인 아버지 밑에서 어화둥둥 자란 외동아들.
워낙 막대한 자본을 가지고 있는 터라, 할리우드의 잘나가는 배우들도 그의 눈치를 본다고 들었다.
그런 애가 나한테 이렇게 군다는 건….
‘내가 그만큼 위로 올라갔다는 거지.’
그렇구나.
사실 별 감흥은 없었다.
‘우 팀장님은 좋아하시겠네.’
나는 뭐라 말할까 잠시 고민했고, 고민은 짧았다.
무심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아버지가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신다고? 잘되길 바랄게.)”
“(…….)”
“(나한테도 행운을 빌어 줄래?)”
“(뭐?)”
“(하반기에 새로 런칭하는 패션 브랜드가 있거든. 그리고….)”
일부러 느릿하게 입을 뗐다.
“(내가 대표 모델을 맡기로 했어.)”
“(…….)”
상대방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졌다.
노아 패터슨에게 어느 정도 지능이란 게 있다면, 내가 말하는 ‘하반기에 새로 런칭할 브랜드’가 어디인지 알 것이다.
그곳은 바로….
‘Myeong-u.’
내가 자란 모린 보육원을 후원하고 있는 명우 기업이었다.
낙하산 이사 김민혁이 일하는 곳이기도 했고.
최근 깊은 논의 끝에 대표 모델 계약을 맺기로 결정했다.
수십억이 걸려 있는 큰 계약 건이라 우 팀장과 법무 팀 직원들이 밤새워서 계약서를 검토했다.
‘명우 기업 정도면 사이즈가 꽤 크지.’
한국에 대해 전혀 모르는 외국 사람들도 ‘명우’라는 단어는 안다.
그만큼 유명한 대기업에서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런칭한다는 소식에 재작년부터 떠들썩했다.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노아 패터슨의 아버지가 그 소식을 모를 리도 없었고.
‘내가 모델이라는 소식은 못 들었나 보네.’
난 심심한 충격을 받은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행운은 받은 걸로 칠게. 잘 들어가.)”
“(…….)”
“(다음부턴 얼굴 봐도 아는 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싱긋 웃었다.
노아 패터슨은 어떤 말도 하지 못한 채 얼굴만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재밌는 광경이었지만, 난 더 구경하는 대신 등을 돌리는 걸 택했다.
‘미아 기다리겠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데 등 뒤에서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레스토랑 직원들이 기겁해서 달려가는 소리도.
‘다신 여기 못 오겠네.’
아무리 높은 위치의 사람이라도 이렇게 대놓고 행패를 부리면 블랙리스트로 찍히겠지.
‘크.’
이상하다.
아직 저녁은 먹지도 않았는데.
놀라울 정도로 포만감이 들었다.
* * *
릴리 스위티의 신곡이자 이연재와의 콜라보 곡 ‘Cross’의 공개 일정이 잡혔다.
꽤 빡빡한 일정이었음에도 작년 겨울부터 논의하고 있던 거라 결국 무사히 나올 수 있었다.
아직 공개가 되지 않았음에도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제목: 이연재 릴리 콜라보 곡 너무 기대돼]작년 릴리 스위티 LA 콘에서 둘이 듀엣 부를 때 진짜 좋다고 생각했거든
한동안 그것만 들었는데 아예 공식으로 나온다니까 너무 행복함ㅠㅠ
이제 유X브 안 들어가도 들을 수 있다ㅜㅠ
―본문이랑 다른 얘기이긴 한데 이연재 진짜 커리어 하이 제대로 찍은 듯
└그치 릴리 스위티랑 노래 내고 그다음엔 바로 숀 코너리 영화 나오잖아
└근데 그거 내용 뭐야?
└알려진 거 없음 그냥 뮤지컬 영화라고만 뜸
└뮤지컬 영화라…. 흠 이번에 반응 안 좋으면 영화도 싸그리 망한다고 봐야겠네
[제목: 이연재는 하는 것마다 잘돼서]이번에도 대박 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봄
―내가 말했잖아 이연재 완전 대중 픽이라니까
└엥 이연재는 완전 팬덤 느낌 아니냐
└팬덤이라고 하기엔 대중적 이미지가 너무 크잖아
└그냥 팬덤도 크고 대중적 선호도도 큰 연예인인 듯
―아 몰라 빨리 뮤비 나왔으면 좋겠다
[제목: 이연재 릴리 뮤비 파파라치 샷 뜸]이번에도 미아 브라운이랑 찍었다고 함
+모르는 사람을 위해 정리
미아브라운: 이연재랑 열애설 3번 난 핫 걸
=할리우드 10대 셀럽 중에 팔로워 가장 많음
=남친이랑 헤어지고 이연재가 꽃 주는 사진 찍힘
=그전에도 요트 같이 타는 등 목격담 많았음
―이연재랑 미아 브라운이면 이번에도 사랑이 주제겠네
└둘이 아예 컨셉 확실하게 잡은 듯?
└진짜 둘이 사귀었으면 좋겠음ㅋㅋㅋㄱ너무 잘 어울려
―난 좀 별로야…. 벌써부터 그림이 그려져 뮤비도 완전 뻔하게 나올 듯
└ㅇㅇ 그건 그래
[제목: 나만 한세영이랑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냐]느티나무 타는 나비 꽃 때문에 생각하는 건데
이연재는 미아 브라운보다 한세영이랑 이백 배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함
미아랑 그만 얽히고 한세영이랑 사귀었으면
―아 알아서 사귀겠지 왜 감 놓아라 배 놓아라야;
―연예인의 열애 1도 관심 없는 편인데 이연재 여친은 누가 될지 좀 궁금하긴 함
―댓글 추반하자
미아랑 사귀었으면 좋겠다 추 VS 한세영이랑 사귀었으면 좋겠다 반
└이 글을 이은택이 싫어합니다.
└갑분 이은택
[제목: 와 릴리 스위티 한국 활동 이번에 개빡세게 하네]이연재랑 예능 찍는다는데??
한국에서 일주일 넘게 있는대
따로 팬 미팅도 할 생각인 듯
―무슨 예능? 토크 쇼임?
└노노 버라이어티 예능이래
└헐 갑자기 호감
―릴리 그동안 한국에서 팬 미팅 한 적 없지 않냐 대박이네
└나 릴리 팬인데 이연재한테 고마움ㅜㅠㅠㅠ내가 릴리 용안을 실제로 보게 되는 날이 오다니
[제목: 앜ㅋㅋㅋㄱ 짐 퓨리 쇼 글 봤음?]이연재 이번에 신곡 나온다니까
제발 자기 쇼 출연해 달라고 사진 찍어서 올림
(사진)
팻말 들고 사진 찍은 것도 찍은 건데
한국어로 직접 쓴 게 너무 정성임ㅋㅋㅋ
글 보니까 본인이 직접 썼다고 하드라
진짜 이연재한테 제대로 빠진 듯
―이연재 출연 염불 외우는 거 왜케 웃기냐
└공식 계정에 올라온 게 ㄹㅈㄷ임
―이연재 나올 때마다 시청률 두 배로 뛴다잖아 나 같아도 물고 빨듯
└근데 이번엔 짐 퓨리 쇼 나가지 않을까? 릴리 스위티랑 같이 내는 곡인데 홍보 적극적으로 할 듯
[제목: 악 너무 궁금해]언제 나오는 거야 개미쳐 버리겠네
지금 초조해서 머리 뽑고 있음
제발 키스 신 있지 마라 제발제발
―이연재달달한로맨스찍어줘아니찍지마아니찍어줘아니죽어도찍지마아니….
└진짜 양가감정 오짐
―아니 근데 19살이 키스 신 너무 빠르지 않냐ㅜㅠ 진짜 나오면 에바임ㅜㅠㅠ
└19살 키스 신이 너무 빠르다고? 고조선에서 댓글 단 거임?
└다른 아역 배우들도 그쯤 찍는 듯 원래 그 시기에 성인 배우로 이미지 전환하는 거임
└너무 진한 키스 신 말고 입만 가져다 대는 건 괜찮지 않냐 내 친구들도 다 하는데
└실제 10대랑 하는 거랑 미디어에서 하는 거랑 다르지ㅡㅡ 애들한테 키스해도 된다고 알려 주는 거랑 똑같잖아
└(ㄱㅆ) 아 걍 뮤비 기대된다고 한마디 한 건데 왜 싸우는 거임 스트레스 받네
└원래 인기 많으면 따라오는 고충 같은 거임…. 이연재를 주제로 글 쓴 거면 받아들여야 해 글쓰나
└(ㄱㅆ) 오키…. 일단 뮤비 나올 때까지 인터넷 안 한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이연재와 미아 브라운이 주연으로 나온 ‘Cross’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반응은… 대충 이랬다.
―?????이게 머야???
―아니 이게 무슨
―ㄷㄷㄷㄷ 뒷통수 얼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