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actor who brings misfortune RAW novel - Chapter (61)
불행을 몰고 오는 천재 배우 (61)
‘피곤해.’
하루 종일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고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점심시간에 내가 발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에도 오승현은 껴 있지 않았다.
내게 발을 걸려고 했던 애는 이름도 모르는 다른 반 애였고, 우연인지 나에게 발을 내밀다가 자기 발에 걸려 스스로 넘어졌다.
그러면서 자기 친구들을 붙잡고 넘어지는 바람에 자기들끼리 음식물을 묻히고 난리 법석을 떨었다.
그 뒤로도 마찬가지였다.
불행 인자가 떨어져서 그런지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사고는 번번이 비껴갔지만, 그래도 주변이 평소보다 시끄러워 훨씬 피곤했다.
‘내일은 오늘보다 심하려나.’
피곤함에 욱신거리는 눈가를 꾹꾹 눌렀다.
오늘 오승현이 자기 친구들을 이용해서 날 괴롭히려고 한 횟수는 무려 7번이었다. 7번.
이 정도면 꽂혔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저 정도 집착이면 내일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약해지진 않을 것 같다.
원래 3~4일은 두고 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내일 중으로 오승현이 주도했다는 증거 하나 잡아서 얘기 좀 해 봐야지.
“오늘따라 되게 정신없네.”
“그러게.”
직접적으로 연루된 일은 없었지만, 오늘따라 주변에서 끊임없이 생기는 사고 때문인지 노비혁이 의아하게 중얼거렸다.
할 말이 없어 대충 답하긴 했으나 괜히 미안했다.
그래도 오늘 치 불행은 끝났으니 다행이지.
가방을 정리하며 노비혁과 함께 교실에서 나왔다.
“나 오늘은 걸어서 가.”
“잉? 매니저 형님은?”
“오늘 미팅 있으시대.”
“오~ 그럼 우리 오랜만에 노는 건 어때. 노래방 가자!”
나처럼 피곤한 목소리로 대꾸하던 노비혁의 표정이 확연히 밝아졌다.
귀찮긴 했으나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어 알겠다고 하자, 같이 걷던 발걸음이 한층 더 가벼워졌다.
“노래방 진짜 오랜만에 간다. 박하도 부를 걸 그랬나.”
“다음에 셋이서 가면 되지.”
“그래~! 좋다, 좋다.”
정말 신이 났는지 콧노래까지 부른다.
노래가 정말 좋은가 보네. 상상만 해도 좋은지 눈빛이 더욱 선명해졌다.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이 저렇게 빛날 수 있다는 게 무척 신기했다.
나도 저렇게 뭔가를 좋아할 수 있으려나.
“우리 골든으로 가자. 거기 서비스 많이 주더라.”
“그래.”
학교 건너편에 있는 노래방을 가기 위해 신호등 앞에 섰다.
오늘따라 유난히 안 바뀌는 것 같은 빨간불을 보며 멍때리고 있는데, 노비혁이 내 어깨를 툭 쳤다.
“왜?”
“뒤에.”
뒤? 턱짓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생각지도 못한 인영이 서 있었다.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웬일이래. 본인이 먼저?
차분한 표정으로 서 있는 오승현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새를 못 버티고 노비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노래방 가야 하는데.”
“……오래 안 걸릴 거야.”
“오래 안 걸리면 내일 하면 되잖아.”
얘는 또 왜 이래.
그만하라는 뜻에서 팔을 툭 치자, 왜 편들어 줘도 난리냐는 얼굴로 내려다본다.
오승현에게 무슨 얘기냐고 물었더니, 둘이서만 대화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 말에 한층 더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는 노비혁을 말리고, 마침 바뀐 초록색 신호등에 먼저 가라고 등을 떠밀었다.
“먼저 들어가 있어. 나도 바로 갈게.”
“……알겠어. 빨리 와.”
노비혁은 찝찝한 얼굴로 망설이더니 결국 한숨을 쉬고 먼저 길을 건넜다.
점점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다 고개를 돌렸다.
“자리 옮길 필요는 없지? 무슨 얘기 하고 싶은데?”
차가 바로 옆에서 쌩쌩 다니는 횡단보도라 대화하기 썩 적합한 환경은 아니었으나, 따로 장소를 옮기고 싶진 않았다.
내일 중으로 오승현과 얘기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솔직히 말을 섞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저렇게까지 싫은 티를 내는 사람이랑 대화하고 싶지 않은 건 당연하니까.
그래도 기본적인 예의로 거북한 티를 내지 않았던 건데, 넌 뭔데 그런 표정을 짓고 있냐.
“승현아, 얘기하고 싶다며. 그렇게 노려만 보면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해.”
“…….”
단둘이 남자마자 표정을 바꾸고 나를 미워 죽겠다는 듯이 노려보는 걸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도대체 얘는 언제 철들려고 그러지.
아무리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지만, 저렇게 씩씩거리는 꼴을 보고 있자니 의욕은커녕 힘만 빠졌다.
‘오늘은 그냥 보내야겠다.’
하고 싶은 말이나 실컷 하라고 해야지.
저주든 욕이든 면전에 대고 말하면 쌓여 있던 게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막 빨간불로 바뀐 신호등을 슬쩍 보던 참이었다.
“…!”
어깨를 강하게 밀치는 힘에 대응할 틈도 없이 몸이 넘어갔다.
붕 뜨는 감각, 힘이 풀린 다리.
본능적으로 손을 휘저었지만 잡히는 건 없었다.
시간이 멈춘 듯 매우 천천히 흐르는 그 순간에 내 눈에 보인 건 하나였다.
환희에 차 있는 눈동자, 그 희열감.
순간 오싹해지는 기분과 함께 머리가 천천히 뒤로 넘어가는 걸 느꼈다.
그리고 다급하고, 시끄럽게 달라붙는 경적 소리까지. 와, 망했네.
이상할 정도로 너무 큰 경적 소리에 귀가 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머리에 강렬한 충격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눈앞이 어둠으로 변했다.
* * *
[13화 예고] ‘형, 여기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수상한 마을 축제! 회색 건물에 사는 귀신?! #미션 클리어3 EP.12―00:26 김민호 욕하는 거ㅋㅋㅋㅋ 개웃기네
└이호섭 곧바로 ‘막내, 비방! 비방!’ 하는 것도 웃김ㅋㅋㅋ
―벌써 마지막 화야ㅠㅠ 이번에 끝나면 내년까지 또 어떻게 기다려….
―이번 에피 진짜 이 악물고 만든 듯. 외국 공포 영화 느낌도 나네. 깔리는 비지엠까지 완벽.
―01:07 이 발은 누구 발임?? 성인 발이라고 하기엔 좀 작은데.
└어린애인 것 같음. 막판에 나온 거 보니 쟤가 최종 빌런이라는 데 우리 집 공기 건다.
└이연재래! 방금 기사 뜸!!
└이연재가 누구??
└이번에 느티나무 나온 애 있잖아. 님 아싸임?
└드라마 안 봐서 모를 수도 있지;; 방구석에서 연예인 이름이나 외우는 님이 더 아싸 아님?
└아싸 특: 급발진 / ㄹㅇ 과학이죠?
└그만 싸워 이 찌질이들아.
[제목: 얘들아!! 연재 미션 클리어 나온대!!](기사)
자세한 내용은 이미지로 첨부함. 미친 대박이다!!
―되게 바쁘네. 드라마 끝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바로 예능 출연;;; 너무 굴리는 거 아닌가.
└연재 분량은 한참 전에 끝났잖아. 난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맞아ㅠㅠ 따로 떡밥이 없어서 얼마나 굶주렸는데… 연재야 제발 X스타 열어 줘….
―우연이 확실히 일은 잘하는 듯. 예능도 연기 관련된 거로 끼워 줬넹.
―아는 지인 우연에서 일하는데 대표가 이연재 엄청 아낀대. 차기작 뭐 할지 하나하나 신경 쓰고 난리도 아니라고 하던데.
└카더라 ㄴㄴ 인증 없으면 삭제 ㄱㄱ
└근데 그게 당연한 거 아님? 나 같아도 물고 빨 듯;; 화제의 아이콘인데.
연재잘생김 @yeonjae_face_crazyㆍ20일 전
느티나무 막화를 기념하며 제가 편집한 연재 레전드 짤 공유합니다. 타래로 쭉 이을게요. 배경 화면 하셔도 무방합니다. 워터마크만 지우지 말아 주세요!
(연재_1) (연재_2) (연재_3) (연재_4)
하이쨔 @Ddk_4565ㆍ4일 전
오, 이번 미션 클리어 에피에 이연재 출연하나 봄. 예고편 떴는데 일단 발만 나옴ㅋㅋㅋㅋ 이연재 관심 있는 분들 보러 가세요. 아직도 느티나무 여운에 빠져 있는 친구한테 링크 보내 줬더니 허겁지겁 달려감ㅋㅋㅋㅋ
인생뭐없다 @bujileopsdaㆍ5분 전
?? 지금 실트 뭐임??
소우주 @shine02ㆍ4분 전
이연재 사망 뭐야?? 진짜야?
자포자기 @zzzzzzzagiㆍ3분 전
기사 뭔데;;;;
[단독] ‘느티나무 타는 나비 꽃’ 이연재 사망? 교통사고 목격한 누리꾼들 술렁연재데이 @yeonjae_dayㆍ2분 전
미치겠다. 지금 일이고 뭐고 손톱만 물어뜯으면서 새로 고침 하는 중. 왜 똑바로 아는 사람이 없어? 기자들 뭐 해?? 우연 X새끼들 전화도 안 받고 진심 미쳐 버릴 지경.
* * *
한참 동안 어둠 속에 있었던 것 같다.
머릿속의 복잡한 회로들이 툭툭 끊겨 있는 기분.
생각을 하려고 해도 이어지지 않는다. 되게 익숙한 기분인데.
‘마치….’
그래, 안개를 처음 봤을 때 이런 기분이 들었다.
이시현 선생님의 모습을 하고 깝죽거리던 모습을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 내 입꼬리가 올라간 게 느껴진다.
이를 시작으로 천천히 눈, 코, 손의 감각이 돌아왔다.
“……여긴 또 어디야.”
마치 몇 년간 움직이지 않았던 것처럼 뻐근하게 느껴지는 발목을 천천히 돌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딱히 둘러볼 것도 없는 게, 정말 안개를 처음 봤던 날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깜깜했기 때문이다.
저번에도 이러다가 안개가 오면서 밝아졌으니까 이번에도 그러려나.
멀뚱히 서서 안개를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어떤 인기척도 느끼지 않았다.
기다리다 슬슬 아파 오는 다리에 결국 주저앉았다.
“설마 나 죽었나?”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될 불길한 얘기였으나, 사실 가능성 없는 일은 아니었다.
내가 서 있던 곳은 4차선 도로 앞 횡단보도였고, 퇴근길에 접어드는 시간이라 차도 많았다.
경적 소리가 유난히 컸던 걸 생각하면 피할 틈도 없이 바로 차와 부딪혔던 걸 수도 있고.
아니, 애초에 피하지도 못했을 거다. 곧바로 의식을 잃었으니까.
“…….”
천천히 상황 파악이 되면서 불안함이 점점 커져 갔다.
심장이 뛰는 속도가 빨라지는 게 느껴져서 손에 힘을 주었다.
정말? 이렇게 죽는다고?
아무리 교통사고 사망자들이 많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 당사자가 되는 건 다른 문제 아닌가.
‘아니지.’
차랑 부딪혀서 죽었다고 교통사고가 원인인 건 아니다.
만약 이걸로 죽은 거면 사고가 아니라 명백한 살인 사건이다.
목격자도 한둘이 아니었을 거고, 무엇보다 학교 앞이라 CCTV도 설치되어 있었다.
‘오승현은 무슨 생각으로 멍청하게 이런 일을 벌인 거지.’
호기로운 낯짝을 떠올리니 목구멍이 따끔했다.
긴장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개빡쳐서 그렇다.
마지막으로 봤던 눈빛에 담긴 의미가 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불만이 있으면 얘기를 하면 되지. 대화하자고 하더니 사람을 차도로 밀쳐?
“하아….”
짜증이 나서 머리에 열이 다 올랐다. 다행이었다.
불안함에 호흡이 가빠지던 참이었는데, 곱씹을수록 올라오는 빡침에 오히려 숨결이 가라앉았다.
‘만약 안 죽은 거라면…’
돌아가면 오승현부터 처리한다.
그 생각을 하니 없던 힘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일단 이렇게 사고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죽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포기하기엔 이르지.
돌아가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다.
어떤 신호도 없이 한 번에 휙 밝아지는 광경에 눈이 적응하기도 전에, 저 멀리서 뭔가가 날아왔다.
“윽.”
순식간에 달려온 그것은 내 품 안으로 격하게 달려들었다.
하필 명치를 쳐서 숨을 집어삼켰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떼는 게 우선이라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내 눈에 들어온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