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114
113화
이름 없는 마을 영주관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낸 강훈은 시후의 집으로 올라왔다.
올라오니 늦은 밤이었다.
“형- 신발요.”
“어? 아-”
강훈은 수원에서 게이트를 통과해 영주관에서 놀고 그대로 올라왔다.
그러다 보니 신발에 대해선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세세한 걸 참 잘 봐?”
“관찰력인 거죠. 그런데 형 요즘 일이 많이 바쁜가 보죠?”
“왜?”
“얼굴에 다크서클이 짙어요. 뭔가 바르셔서 감춘 거 같은데….”
시후의 말에 강훈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강훈은 여러모로 상당히 바빴다.
백부의 일본 도시락 사업이 거의 망해가는 수준이어서 이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거기다 윤 식품의 모 기업 윤성 그룹의 회장 윤성웅의 건강이 나빠졌다.
그로 인해 자식들의 경쟁이 더 심화되었다.
강훈은 윤성웅의 2세대 경쟁 구도에 끼어있는 상태였다.
하아-
“잘 봤네. 솔직히 좀 쉬고 싶었다. 그런데 영감님이랑 술 한잔할 수 있어서 쉬고 좋았지 뭐.”
“형- 쉬엄쉬엄해요. 건강 잃으면 아무것도 없어요.”
시후는 부엌으로 들어가 예전에 담가놓았던 설삼청을 꺼내 차로 만들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설삼 차가 되려나?
달그락-
소파에 앉아 있는 강훈 앞에 시후는 찻잔을 내밀었다.
“드세요. 술도 좀 깰 거예요.”
강훈은 찻잔을 들고 향을 맡았다.
쌉싸름한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그때,
강훈을 보고 있던 두 사람이 불콰한 얼굴로 말했다.
“나도 줘!”
“나도.”
시후는 하윤과 휘준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하윤 형은 제가 종종 드리는데요?”
“뭐? 언제?”
“형한테 글 쓰면서 마시라고 드리는 텀블러. 그거 설삼 물인데요?”
“…설삼 물?”
하윤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시후를 쳐다보았다.
시후는 하윤과 휘준 알게 모르게 그들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음식을 해주었다.
시후는 하윤을 보며 입을 열었다.
“형 글 쓸 때 맨날 새벽 4시경에 일어나서 글 쓰시잖아요. 그때가 제일 잘 써진다고.”
“어… 그렇지? 아!”
하윤은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
그 시각에 일어나면 일단 비몽사몽 했었다.
그런데 시후가 챙겨준 텀블러의 물을 마시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치 황소가 그려진 캔을 마시는 느낌.
시후는 불콰해진 두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속으로 혀를 찼다.
“두 사람은 차보다는 물이 낫겠네요.”
하윤과 휘준은 부엌으로 가는 시후를 보았다.
“보리차 아니었냐? 그거?”
시후의 등에 대고 물은 휘준의 말.
“보리차는 따로 있고 설삼 물은 바로 만들어야 해.”
시후는 설삼을 꺼내 또각 부러트렸다.
그런 뒤 설삼을 손에 쥐고 꽉 짰다.
압착기를 쓴 것처럼 설삼에서 몇 방울의 즙이 받아놓은 투명한 물병에 떨어져 내렸다.
또옥- 또옥-
더 짜도 나오지 않는 설삼 즙을 본 시후.
그는 손에 남은 설삼 찌꺼지를 물컵에 담아 놓았다.
쫘르르르륵-
텃밭에서 가져온 우물물을 유리병에 옮겨 따랐다.
유리 물병과 컵을 들고 거실로 나와 그들 앞에 내려놓았다.
쪼르륵-
그들 앞에서 물을 따라 나눠주었다.
“어- 땡큐-”
두 사람은 시원하게 물잔을 들이켰다.
그 모습을 보던 시후가 강훈에게 말했다.
“형- 늦으셨는데 주무시고 가시죠? 내일 일요일이잖아요.”
“어? 내일도 너희 일해야 되잖아.”
시후는 강훈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강훈은 흠칫했다.
‘설마? 아니겠지?’
강훈을 보고 있던 시후의 입이 열렸다.
“하룻밤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 가게에서 일 조금 도와주신 뒤 식사하고 가세요.”
“…….”
강훈은 말이 없어졌다.
사마윤에게 듣긴 했지만, 저 미소에 강훈 역시 흔들렸다.
휘준과 하윤은 시후의 환한 미소를 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형-. 여기로 따라오는 게 아니었어.’
하윤은 속으로 강훈의 명복을 빌었다.
강훈이 일하던 그때와 달리 지금 [SeeYou]의 아침 일과는 엄청나게 많아졌다.
큼큼-
강훈은 헛기침을 내뱉으며 말했다.
“시후야. 형이 내일 오전에 중요한 미팅이 있어. 그래서 여기서 최소한 7시에 나가봐야 해.”
시후는 강훈의 말에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쉽네요. 그럼 내일 새벽에 가볍게 북엇국 끓여 드릴 테니까 드시고 가세요. 오늘 좀 드셨잖아요.”
“어. 그래. 그러면 나 하윤이랑 자면 되겠지?”
강훈은 하윤을 쳐다보았다.
하윤이 ‘그러지 뭐!.’라고 중얼거린 뒤,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형- 방 정리되면 부를게요.”
하윤이 자기 방으로 올라가며 말했다.
“어- 그래.”
시후는 조용히 휘준과 하윤의 뒷모습 그리고 강훈을 보았다.
그들은 시후 자신에게 여러모로 의지가 되는 사람들이었다.
친구 그리고 형.
마음이 쓰이고 따스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
시후는 그들이 좋았다.
좋다는 표현만으로 조금은 부족했다.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은 아니었지만, 나름 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시후였다.
‘혼자 있기보다 함께 북적거리니까 좋긴 하네.’
시후는 그들이 앉았던 테이블 위를 치우며 생각했다.
* * *
시후가 운영하는 [SeeYou] 가게 앞.
한밤중.
그것도 한 새벽이라 불러도 될 시각.
[SeeYou]와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남자는 낮 동안 확인한 가게와 주위의 CCTV를 망가뜨리기 시작했다.‘주차장의 차량 방향은 다른 쪽이고 [SeeYou]쪽을 보는 차는 한 대도 없으니 됐고.’
남자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SeeYou] 가게 앞에 놓인 비어있는 쇼케이스 앞으로 향했다.
손에 든 몽키스패너.
남자는 그것을 머리 뒤까지 높이 들었다 있는 힘껏 쇼 케이스를 내리쳤다.
타앙-
‘?!’
남자는 쇼케이스를 내려쳤다가 당황했다.
쇼케이스 유리가 몽키스패너를 튕겨냈다.
차량 유리도 몽키스패너로 잘 치면 부서지는데, 눈앞의 쇼케이스는 부서지지도 않았다.
몇 번이나 내려쳤다.
타앙- 티앙-
남자는 쇼케이스를 내려치다 옆의 카드 결제 단말기를 부숴버렸다.
그는 쇼케이스를 이루고 있는 재료를 노려보았다.
‘설마? 방탄유리?’
그는 몇 번을 몽키스패너로 유리를 내려쳤다.
칫-
아무리 때려도 부서지지 않는 쇼케이스를 잠시 내려다 본 그는 혀를 차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하암-
침대에 누워 눈이 절로 떠진 시후는 스마트 폰을 확인했다.
[04:20]시후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늘 하던 루틴대로 물 한잔을 마셨다.
꿀꺽- 꿀꺽-
아침 보리차 한잔은 잠도 깨게 해주는군.
시후는 다락방 쪽을 보았다.
불이 켜지지 않은 걸 보니 아직 두 사람은 자는 듯했다.
시후는 대충 츄리닝으로 갈아입은 뒤.
이 세계 텃밭으로 향했다.
영주관으로 가는 게 아닌 텃밭.
그곳에서 어김없이 시후는 아세트 장로를 만났다.
“오셨습니까?”
시후는 아세트에게 인벤토리에 넣어 놓았던 5단 찬합 꾸러미를 건네며 말했다.
“네- 일이 많이 바쁘시죠?”
아세트 역시 익숙한 듯 찬합을 받으며 대답했다.
“늘 그렇죠.”
“자이 왕국은 별다른 말이 없나요?”
“보내 주는 음식 꾸러미의 음식 양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전언이 있었습니다.”
시후는 아세트의 말에 눈이 살짝 커졌다.
“그 찬합 혼자 먹기엔 양이 상당히 많을 텐데요? 미식가인 왕의 입에 맞춘 건데…. 혹시?”
시후는 눈이 가늘어졌다.
“시후님. 말씀처럼 왕께서 혼자 드시지 않으시고 가족과 함께 드셨다고 하더군요.”
“아….”
실수다.
왕도 가족이 있을 텐데, 왕만 챙겨주었다.
당연히 와이프도 있을 거고 아들, 딸도 있을 것인데….
간과했다.
시후는 살짝 웃으며 아세트에게 말했다.
“제가 내일 내려올 때는 왕의 가족분들 것도 함께 챙겨 드리겠습니다.”
“시후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저도 조금은 안심일 듯합니다.”
“제가 생각을 거기까지 못 해서 괜히 장로님만 곤란하게 한 것 같네요.”
아세트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시후님 그럼 전 영주관으로 가서 일을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리고 두부 팀 에게 전해 주세요. 저녁에 게이트 열 때 두부 20상자 정도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아세트는 시후에게 받은 음식 꾸러미를 인벤토리에 넣고는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텃밭에 덩그러니 혼자 남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아아-
시후의 머리카락을 스치는 바람.
“일단 쓸 것만 먼저 가져가 볼까?”
시후는 텃밭에서 무랑 몇 가지 채소를 뽑아 집으로 올라온 뒤 부엌으로 향했다.
쌀을 씻어 밥솥에 앉혔다.
‘쌀을 불린 뒤 밥을 해야 하니까 그사이에 재료부터 썰어 볼까?’
시후는 재료들을 전부 준비하고는 썰기 시작했다.
콩나물.
아스파라긴산으로 간의 해독작용에 좋다.
간의 해독작용에 좋은 콩나물.
기관지에 좋고 천연 소화제로 알려진 무.
다이아스테이스가 든 무는 천연 소화제이다.
음주와 기름진 음식으로 위장기능이 약해져 있을 때 무가 들어간 국이 들어가면 위를 편안하게 해 준다.
서걱- 서걱-
콩- 콩콩-
시후는 모든 채소를 다 썰어 준비를 해 놓고 말린 황태를 꺼내 들었다.
조용히 반죽 밀대를 들고 마당으로 나간 시후.
그리고 새벽부터 북어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캉캉- 캉캉캉-
카캉- 캉캉캉-
새벽부터 이웃집에 민폐라는 것을 안 시후는 10번의 두들김으로 북어를 박살 내 다시 피했다.
‘흠- 이 정도면 됐고.’
시후가 어릴 적 아버지가 술 마시고 들어오면 아무리 바빠도 엄마는 새벽에 통 황태를 마당에서 때렸다.
엄마의 그 표정.
시후는 잊을 수 없었다.
엄마는 통 황태를 마당에서 두들겨 패다시피 하면서 뭔가 후련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시후는 통 황태를 10번을 때리면서 엄마의 심정을 조금 알 것 같았다.
‘이거 은근 스트레스 풀리는데?’
시후는 빠르게 집 안으로 들어 다시 북엇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후와-
“어우- 시원해. 새벽에 마당에서 난 쿵쿵거리는 소리가 이거 치는 소리였냐?”
식탁에서 시원한 북엇국 한 스푼을 들이킨 후 강훈의 질문.
시후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먹고 바로 가게 나갈 거지?”
하윤의 질문.
“네-. 별일 없으면 오늘 오후엔 마치고 도서관을 좀 가려고요.”
“도서관?”
“네. 지금 저쪽 장독대에 뭐가 문젠지 모르겠는데 된장 맛이 좀….”
시후가 영주관을 오가며 된장 맛을 봤을 때,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간장은 그런대로 괜찮았었다.
그런데 된장이….
된장을 전통 방법 그대로 했음에도 제대로 숙성되지 않는달까?
시후는 일단 알고 있는 선에서 조사를 해 보고 싶었다.
학교 도서관 및 그리고 시립도서관에서 자료를 한번 찾아보려 한 것이었다.
시후의 말에 강훈은 북엇국을 후릅거리며 떠 마시다 눈을 살짝 빛냈다.
시후는 강훈의 그 눈빛을 눈치채지 못했다.
달그락-
“시후야.”
시후는 국을 떠올리다 강훈의 부름에 시선을 맞췄다.
“다음 주에 형이 놀러 올 테니까 된장찌개 한번 끓여줄래?”
“어….”
시후는 하윤을 쳐다보았다.
이전에 하윤이 된장 숙성도를 살펴볼 때는 분명 잘되었었다.
그런데 그 이후 문제가 터졌기에 시후는 선뜻 ‘알겠다’는 말을 못 했다.
“그때 내가 봤던 장독은 잘되지 않았나?”
하윤의 말에 시후는 잠시 생각하듯 말이 없었다.
“…그때.”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