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116
115화
시후의 말을 빠르게 이해 못 한 아세트 장로.
“네?”
“몇 명이 일하고 있기는 한데….”
“그래요?”
시후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걸고 콩밭으로 걸음을 옮겼다.
콩밭에 도착하자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코옹바앋 메에는~ 아나악네가~”
시후는 노랫소리를 듣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작고 귀여운 블랙 고블린들.
성인이라 해도 키 140도 안되어 보이는 이들이 콩밭에서 콩을 수확하고 있었다.
백태.
일명 흰콩 또는 메주콩이라고 불리는 콩이 쌓여 있었다.
시후는 이전 메주를 담을 때도 느꼈지만, 이곳의 콩은 현실의 콩과 때깔부터 차이가 조금 났다.
“어? 시후님 오셨어요?”
“여, 영주님!”
블랙 고블린들은 일을 하다 말고 일어나 시후에게 폴더인사를 했다.
시후는 어색하게 그들의 인사를 받았다.
“껍질 까 놓은 콩은 어디에 있어요?”
시후의 질문에 고블린 중 한 명이 다가와 바구니를 보여주었다.
“아- 이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제가 가져가도 될까요?”
시후의 물음에 블랙 고블린은 고개를 저었다.
왜? 못 가져가게 하는 거지?
시후는 의아했다.
그러자 블랙 고블린은 살짝 웃으며.
“영주관 두부 팀에게 가져가고 있으니까. 시후님은 거기서 기다리셔요.”
아하-. 그러니까 자신에게 저 콩들을 맡기지 않겠다?
시후의 생각을 알았는지 블랙 고블린이 샐쭉이 입을 내밀며 말했다.
“저희들의 영주님인데, 이런 건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필요하면 ‘가져와라’라고 하면 된다고요.”
시후는 그의 말에 머리를 긁적였다.
직접 움직이면 움직였지.
믿지 못한다면 일을 애당초 맡기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네. 생각해 보겠습니다. 일단 콩 조금만 가져갈게요. 실험해봐야 할 게 있어서요.”
“그런가요? 그러면 잠시만요.”
블랙 고블린은 잠시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비닐 봉투’였다.
그리고는 비닐 봉투 안에 콩을 퍼 담는 그의 모습이 마치 옛날 시골 장의 어르신이 담아 주는 모습 같았다.
아닌가?
어르신?
어? 그러고 보니….
시후는 이쪽의 시간 흐름이 현실과 달랐지만 그들의 나이에 대해 잠깐 생각했다가 소름이 돋았다.
그들은 현실의 자신들보다 훨씬 더 오래 산 생명체들이었다.
존대하는 게 맞았다.
시후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머리를 털었다.
“여깄습니다.”
블랙 고블린은 상인들이 하듯 손에 쥐고 가기 쉽게 비닐 봉투의 손잡이 부분을 벌려주었다.
‘장사 잘하시겠는데?’
시후는 봉지를 들고 영주관으로 돌아와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 장독대에서 가져왔던 된장을 꺼내놓았다.
콩을 갓 수확한 상태이기 때문에 불리는 과정 없이 바로 삶았다.
보글- 보글-
시후는 익어가는 콩을 꺼내 손으로 문질렀다.
콩이 부드럽게 으깨졌다.
이 정도면 됐고, 시후는 차가운 물에 삶은 콩을 전부 건져 담갔다.
그리고는 열감을 식힌 뒤.
작은 돌절구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들었다.
콩을 전부 넣고 절구 공이로 빻는 게 아닌 부드럽게 눌러 으깨었다.
‘이만하면 됐고.’
가져다 놓은 된장에 으깨어 놓은 콩을 넣고 손으로 주물 거리며 섞었다.
얼마나 섞었을까?
시후는 된장을 입에 조금 넣어 보았다.
“?!”
숙성 된장보다는 조금 덜 하긴 하지만 고추나 장아찌를 넣어 현실에서 숙성시키면 맛있을 듯했다.
“도매상에 깻잎이랑 콩잎을 좀 많이 주문해서 양념 된장 깻잎이랑 콩잎 담아서 무인 쇼케이스에서 팔아도 되겠는데?”
시후는 혼잣말 이후 빠르게 된장 한 통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된장을 항아리에 넣고 인벤토리에 넣었다.
이걸로 된장찌개를 한번 끓여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시후.
그리고 실험작으로 양념 된장 깻잎과 콩잎도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시후님-”
시후가 된장을 섞고 나자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밍.
두부 팀의 팀장이었다.
“네. 팀장님-”
시후는 그에게 호칭을 불러주자 순간 눈이 커졌다.
그는 손으로 얼굴을 비볐다.
마치 고양이가 세수하는 것처럼 보이긴 했다.
시후는 내심 귀엽다는 생각을 삼키고는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시후의 질문에 그리밍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시후님께서도 보고를 받으셨을 겁니다. 저희 두부가 자이 왕국의 수도 프란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시후도 그 이야긴 들어서 알고 있었다.
프란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두부구이가 인기라고 했다.
두부를 구울 때 물기를 없앤 뒤 전분 가루를 묻혀 굽는다.
이때 사용하는 기름은 들기름을 살짝 넣고 기름에 튀기듯 구우면 아주 맛있는, 바삭하고 고소한 두부구이가 완성된다.
“시후님이 알려 주신 레시피대로 했을 때 대박을 터트렸지 뭡니까.”
대박?
방금 눈앞의 고블린이 대박이라는 소리를 했다고?
어디서 배운 말일까?
시후는 내심 궁금해졌다.
“잘 팔린다면 좋은 거죠. 그것 뿐만이 아닌 것 같은데 뭐가 필요하신가요?”
시후의 질문에 그리밍은 품에서 작은 통을 꺼냈다.
통을 열자 풍겨온 냄새.
시후가 익히 알고 있는 냄새였다.
“된장?”
“네. 시후님이 이 영주관 옆에 있는 일렬로 세워진 항아리들 안에 담긴 것과 같은 겁니다.”
“그러면 저 항아리에 있는 걸 뜨셨다는 말인가요?”
시후의 질문에 그리밍은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저희가 따로 만들어보았습니다. 까만 액체는 어디에 사용할지 몰라 일단 놔두긴 했습니다만….”
그리밍은 시후에게 된장이 담긴 통을 내밀었다.
시후는 그들이 된장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그들은 시후가 된장 만들 때 유심히 보며 따라 만들어 본 것이었다.
“따라 만든 된장이라….”
시후는 혼잣말을 중얼거린 뒤 통을 들어보았다.
“어? 나무?”
내민 통의 재질을 살펴보니 나무.
나무도 그냥 나무가 아닌 은은한 향이 감돌았다.
나무통에 된장을 발효하는 방식은 일본에서 사용한다.
그런데 눈앞의 고블린들이 일본의 된장 숙성 방식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조금은 놀라웠다.
일본 된장은 사용하는 콩과 곡류에 따라 맛이 달랐다.
그런데 고블린이 내민 것은, 오직 콩만 사용했다.
한국 전통 방식으로 만들었지만, 숙성은 나무통.
시후는 그 사실이 조금 재밌게 느껴졌다.
나무 수저를 꺼내 그리밍이 내민 된장을 조금 떠 입에 넣어 보았다.
우물- 우물-
“?!”
시후는 입에 된장을 넣고 우물거릴 때마다 콩의 단맛과 감칠맛 그리고 깊은 단맛 뒤에 살짝 감춰진 신맛을 느꼈다.
거기다 희미한 나무 본연의 향까지 느껴졌다.
이 신맛은 나무의 향에서 느껴지는 거겠지.
그런데….
“이거 조금만 더 놔두면 과숙성 될 것 같은데 지금이 딱 좋은 거 같아요. 냉장고가 있으면….”
시후는 냉장고라는 말을 하고는 천장을 쳐다보았다.
저 태양열 판넬이 전기를 생산하고 모으는 것을 영주관 집무실에서 쓰는 기기들의 전기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만든 된장 과숙성 되기 전에 다 냉장고에 넣어 주고 싶었다.
“얼마나 만든 거예요? 이 된장?”
“얼마 만들지 않았습니다. 전에 시후님이 두부를 넣고 끓여준 수프를 먹어보려고 저희들끼리 만든 거라…. 허락도 없이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그리밍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접어 고개를 숙였다.
“아니에요. 허리 펴세요. 항아리에 숙성방식도 좋지만 나무 숙성도 괜찮긴 하네요.”
“네?”
“된장 맛있다고요. 그런데 과숙성 될 것 같아서 시원한 곳에 넣어야 할 것 같은데….”
시후의 말에 그리밍은 아세트 장로를 불렀다.
“왜 그러나. 그리밍.”
아세트는 그리밍 앞에 있는 시후에게 가볍게 눈만 깜박였다.
‘응? 저 눈깜박임은….’
고양이들이 아이 컨택시 하는 인사였다.
시후는 이들 종족 명을 붙인 신이 있다면 신에게 블랙 고블린들의 정체를 물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리밍과 아세트는 둘 다 뭔가 이야기하더니 시후를 보며 말했다.
“시후님께서 저희가 만든 통을 시원한 곳에 넣어 놓아야 한다고 합니다. 장로님께서 만들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세트는 잠시 턱을 쓰다듬더니 시후를 보며 말했다.
“저 밖의 항아리들은 괜찮은가요?”
“아- 저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일단 그리밍 팀장이 만든 된장을 섭씨…. 아 섭씨가 뭐냐면….”
시후는 기온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아세트에게 해 주었다.
그러자 아세트는 온도계를 시후에게 요청했다.
정확하게 온도가 유지되는 상자를 만들어 놓겠다고 한다.
아세트의 말에 시후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못 만드는 건 뭘까?
마법도 잘 쓰고 능력도 괜찮은 것 같은 인재.
거기다 술은 또 엄청 좋아하는데?
시후는 거기까지 생각하다 판타지 소설의 한 종족을 떠 올렸다.
에이-. 아니겠지.
시후는 그리밍의 된장을 가지고 부엌에서 텃밭 재료와 함께 두부를 넣어 ‘된장찌개’를 끓여 주었다.
후릅-
맛을 한번 본 시후는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약간 달았다.
‘고춧가루를 좀 넣어 주면 좋겠는데.’
청양고추와 고추를 텃밭에 심어 고춧가루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다.
“장로님. 그 이쪽 텃밭에 저희 쪽에 있는 식물이 고추품종 몇 가지를 심으려고 하는데 자리가 있을까요?”
시후의 질문에 장로는 자리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시후는 겨울철 김장배추 품종과 함께 고추품종을 심어 겨울 김장김치를 담을 계획을 세웠다.
후릅- 후릅-
계획을 세우는 시후 앞에서 계속 땀을 뻘뻘 흘리며 뜨거운 된장찌개를 그냥 먹고 있는 그리밍을 보았다.
그는 땀을 흘리고 있긴 했지만,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맛있어요?”
시후의 질문에 그는 눈이 반달로 변하며 엄지를 내밀었다.
저건 또 어디서 배웠데?
“정말 끝내줘요!”
아-.
대체 누가 이들의 말투를 이렇게 바꿔 놓는 거야?
시후는 소리 없는 한숨을 내쉬고는 인벤토리에서 주먹밥을 꺼내 그리밍에게 내밀었다.
“이거랑 드셔보세요.”
“네?”
그리밍은 시후가 내민 주먹밥을 한입 먹고 된장찌개를 한입 떠먹었다.
“오옷-. 오오오-.”
그리밍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너, 너무 맛있습니다. 이거 프란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이렇게 해서 금화 1개 받아도 팔릴 것 같습니다!”
시후는 그리밍의 말에 눈이 살짝 커졌다.
‘금화 1개? 두부구이는 그럼 얼마인 거야?’
프란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두부구이를 얼마에 파는지 궁금해진 시후였다.
된장찌개와 주먹밥을 해치운 그리밍은 시후에게 된장찌개 레시피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의 손엔 하윤이 사다 줬던 연필과 수첩이 들려 있었다.
“오-. 그렇군요. 음음-.”
그리밍은 꽤 빠른 속도로 습득했다.
“자 만들어 보세요.”
시후는 그에게 뚝배기를 하나 내밀었다.
그러자 그리밍은 뚝배기를 보며 말했다.
“시후님. 저희에게 이 뚝배기를 팔지 않으시겠습니까?”
“네?”
그리밍에게 뚝배기 수출제안을 받을 줄이야.
시후는 내심 놀라웠다.
“그건 일단 부 영주에게 이야기해 놓겠습니다. 만들어보세요.”
시후는 하윤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아무래도 학교 갔다가 이쪽 세계의 업무를 봐 준 뒤 집에서 글 쓰고 공부하는 형이었다.
그런데, 일을 늘렸다.
하윤은 이쪽 일을 정말 재밌어라 일을 즐기고 있었다.
뚝배기 수출쯤은 괜찮겠지?
시후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리밍이 된장찌개를 만드는 순서를 보고 있었다.
보글- 보글-
뚝배기가 끓고 시후가 된장찌개 한입을 맛을 보았다.
“어?!”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