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134
133화
제조실로 들어온 이에게 시후가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네요. 홀비신 씨.”
홀비신 역시 시후를 보고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네-. 시후님.”
홀비신은 시후가 만든 지금까지 ‘이름 없는 마을’의 식탁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시후님. 덕분에 두부구이랑 된장찌개 거기다 쿠코크 알까지 해서 식탁이 풍요로워졌습니다.”
홀비신의 행복한 표정에 시후 역시 기분이 좋아졌다.
시후가 알려준 요리 그리고 가져다준 닭들이 낳은 달걀이 이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 시후의 기분을 들뜨게 했다.
시후는 콩이 삶아지고 있는 냄비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저 솥에 된장을 함께 풀었습니까?”
시후의 말에 홀비신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아-! 시후님. 역시 한눈에 알아보셨네요. 그리밍이 된장을 넣고 삶으면 더 구수하게 잘 될 거라 해서 넣었습니다.”
시후는 홀비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국자로 콩을 조금 떠 올린 시후는 콩 하나를 집어 으깨어 보았다.
“지금 물 버리고 으깨면 될 것 같네요.”
시후의 말에 홀비신은 끓고 있는 냄비를 들었다.
“오-.”
시후의 눈은 홀비신에게 멈췄다.
‘어떻게 작은 몸에서 저런 힘이 나오는 거지?’
콩이 들어 있어 솥 무게가 무겁고 뜨거울 텐데 홀비신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그는 콩 삶은 물을 촘촘한 망에 대고 따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서 시후는 그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하네-. 콩을 하나라도 안 버리려고 저런 촘촘한 망까지 만들고…. 머리가 좋은 종족이라고 하더니 거의 지능이 인간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시후는 홀비신이 물을 깔끔하게 따라 버린 냄비에서 바가지 비슷한 걸로 콩을 절구에 옮기는 것을 보았다.
‘저건 또 언제 만든 거야?’
나무로 된 절구 그리고 절구공.
시후는 헛웃음이 절로 튀어나왔다.
블랙 고블린들에게 된장을 만드는 것을 보여 준 것은 한 번밖에 없었다.
블랙 고블린들과 함께 만들었던 날.
그런데 홀비신은 이렇게 된장 만드는 순서를 기억하고 도구를 만들어 쓰고 있었다.
콩- 쿵- 콩콩- 쿠웅-
시후는 리듬 있는 절구 소리가 들려 홀비신을 쳐다보았다.
그는 어느샌가 알갱이가 있는 콩을 조금씩 퍼다 사각형 틀에다 옮기고 있었다.
혼자 하는데도 작업이 굉장히 빨랐다.
한참을 넋을 놓고 보는 중이었다.
“시후님-.”
“네?”
시후는 그리밍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밍은 시후를 데리고 건조실로 향했다.
바닥을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
바닥에 손을 대니 딱 알맞은 온도가 손바닥에 전해졌다.
“음 좋아요. 이제 딱 맞네요. 건조는 될 거고. 발효실도 보았는데, 잘 만드셨더군요.”
시후의 칭찬.
그리밍은 부끄러운 듯 머리를 돌려 어깨에 턱을 비비고 있었다.
그리밍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아- 된장을 가르고 숙성시킨 된장이 있는데 한번 봐주시겠어요?”
시후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리밍은 시후와 함께 숙성실로 향했다.
블랙 고블린들이 장을 가르고 숙성시킨 된장을 보여 주었다.
나무 향과 된장의 냄새가 시후의 후각을 자극했다.
달칵-
그리밍은 그중 나무 뚜껑 하나를 열어 주걱으로 된장을 살짝 떠 종지에 담았다.
작은 종지와 작은 수저를 시후에게 내밀었다.
시후는 종지와 수저를 받으며.
“그럼 맛을 볼게요.”
시후는 된장을 살짝 떠서 입에 넣어 보았다.
냠-
우물우물-
시후가 맛을 보고 있는 동안 그리밍의 표정은 기대와 불안, 초조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
시후의 눈이 점차 커졌다.
자신의 혀에서 느껴지는 맛을 믿을 수 없었다.
머리가 살짝 기울어졌다.
시후 역시 메주를 띄우기 위해 삶은 콩에 된장을 넣으면 콩의 비린 맛이 잡힌다고는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전’은 달랐다.
블랙 고블린들이 만든 된장을 먹어 본 시후는 그들에 대한 평가를 수정해야 했다.
막말로 마을에 있는 고블린을 아무나 잡아서 시후가 요리를 가르친다 해도 잘할 듯했다.
시후는 눈앞의 된장을 보다 그리밍에게 물었다.
“이 된장 좀 저에게 좀 줄 수 있을까요?”
시후의 말에 그리밍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밍은 빠르게 유리병을 꺼내와 된장 한 병을 가득 담아 시후에게 건넸다.
유리병을 받은 시후는 그것을 인벤토리에 넣은 뒤 된장 제조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곤 텃밭에서 오이와 풋고추 깻잎과 콩잎 등을 수확해서 집으로 바로 올라왔다.
시후는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된장을 꺼냈다.
두부 1팀이 만든 된장을 꺼내 함께 맛을 보았다.
착각이 아니었다.
망한 된장과 두부 1팀이 만든 된장 맛이 똑같았다.
“아! 그거 때문인가?”
된장들을 쳐다보며 시후의 눈빛은 가라앉았다.
시후가 만든 된장과 그리밍이 만든 된장엔 차이가 하나 있었다.
현대에서 가져간 백태와 함께 이 세계 콩을 섞었던 시후의 된장.
그리고 고블린들은 100% 이 세계 콩으로 된장을 만들었다.
‘흠…. 이 세계 콩의 효능이 지방분해와 근육증가였던가?’
시후는 검지로 자신의 팔을 톡톡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가져온 이 세계 채소를 씻어 작은 통에 된장을 담아 채소 된장 절임 샘플 두 개를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놓았다.
그로부터 5일 뒤.
시후는 이 세계의 여성형 블랙 고블린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가르칠 것은, 한식 중 된장찌개와 두부구이(부침) 그리고 잡채와 돼지고기 장조림이었다.
장조림은 간단하지만 밥 도둑에 속한다.
짭조름한 장맛이 스며든 찢어진 돼지고기를 하얀 쌀밥에 척 걸쳐 한입 먹으면?
침 고이지 않는가?
‘고기는 오크 고기를 쓰면 될 것이고, 장은 이들이 만든 간장을 사용하면 되니까.’
특히 고기는 이 세계에서 시후가 맛보았던 돼지고기와 비슷한 ‘오크’살을 이용해 장조림을 만들 생각이었다.
“자. 오크 고기가 도착했으니까 일단 재료를 먼저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시고요.”
시후의 목소리에 4명의 여성 고블린들은 일사불란하게 손을 움직였다.
시후는 블랙 고블린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맛을 봐주며, 그들을 가르쳤다.
시후는 의외로 가르치는 데 있어 재미를 느꼈다.
‘선생님들의 기분이 이런 거였나?’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블랙 고블린 학생들이 발전하는 모습에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후가 블랙 고블린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이유가 있었다.
“시후야- 종이에 쓰여있는 재료와 조리법으로는 만드는 것을 알 수가 없다네?”
“후우-. 간단하게 조리하는 법을 써서 줬는데도요?”
“어-. 와서 시범을 보여 달라고 하던데?”
“그럼 프릴리아 식당은 어떻게 만들 수 있데요?”
“그건 그리밍 씨가 직접 가서 뚝배기 납품하면서 레시피 주면서 시범을 보여 주고 가르쳤대.”
“그래요?”
그 뒤 블랙 고블린 중 몇 명의 지원자를 받아 요리 클래스를 연 시후였다.
시후가 이 세계를 일일이 다니면서 그들에게 요리를 알려 줄 수가 없었다.
‘설삼 에이드가 없었으면 세 사람 다 과로사인데…. 어느 세월에 해?’
그래서 세 사람의 의논 끝에 나온 것이 요리 파견직이었다.
아세트는 일이 늘어난다며 대머리 고블린이 되어 간다고 비명을 질렀다.
시후는 아세트에게 현대의 술과 안주로 일을 더 시키기로 했다.
파견을 나가게 된 고블린들은 에리자, 하디, 리스, 메디 네 명이었다.
이들의 미각은 뜨거운 것 빼고는 정말 잘 파악했다.
시후는 이들을 교육하고, 그들의 요리를 맛을 봐주었다.
시후가 이들에게 느낀 고사성어가 있었다.
‘일취월장. 청출어람.’
시후는 파견직 요리 클래스 수업을 마치기 전 그들에게 숙제를 내었다.
“자- 다음 수업의 숙제는?”
시후의 말에 네 사람은 자신 있는 분야 숙제가 나오길 희망했다.
“선생님-. 조림! 조림! 조림! 숙제로!”
“구이 숙제!”
“나물! 나물 숙제요!”
클래스 학생들은 시후에게 원하는 숙제를 달라고 눈을 빛내고 있었다.
에리자, 하디 그리고 리스, 메디의 눈을 맞춘 시후가 입을 열었다.
“자-. 여러분들이 이야기 한 말에 정답이 있었네요?”
하디는 쾌활하게 손을 들며 물었다.
“누구요? 시후 선생님?”
시후는 하디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메디 씨 말처럼 나물 숙제입니다. 다음 수업 시간까지 시금치나물과 콩나물무침을 만들어 오는 겁니다.”
시후가 낸 시금치나물과 콩나물무침 숙제.
간단하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나물을 다듬고 끓는 물에 데치는 과정부터 나물의 맛과 식감을 좌우하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블랙 고블린들은 콩나물의 경우 콩을 키우는 것부터 숙제라는 것을 눈치챘다.
‘질문이 없는 거 보니까 콩을 키우는 것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눈치챘네.’
시후는 더 이상의 질문이 없는 것을 확인 후 수업을 끝내기로 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시후의 말이 끝나자.
파견직 요리 클래스의 리더 메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렷-. 시후 선생님께 인사.”
그리고 남은 이들이 시후에게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시후는 이 인사를 가르쳐준 적이 없었다.
‘인사를 누가 가르쳤을까? 형일까? 휘준일까?’
시후는 블랙 고블린들에게 눈인사를 건넨 뒤.
영주관으로 돌아오자 새로운 인원. 휘준까지도 서류작업에 파묻혀 있었다.
“나 안 해!”
한참을 서류에 파묻혔던 휘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외치자 하윤이 말했다.
“금화 1개 노 베이에 올려서 경매 띄워 준다.”
“옙-. 팀장님.”
휘준은 얌전히 자리에 도로 앉아 서류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시후가 조용히 하윤에게 물었다.
“형- 노베이 금화 1개 경매 얼만데요?”
“어? 한 개 1천부터 시작.”
“오올-.”
시후는 휘준을 보며 물었다.
“휘준아- 너, 얼마나 벌었어?”
시후의 말에 휘준이 서류 더미에서 고개를 들었다.
“한 3천만 원 가까이? 대학 등록금은 다 벌었어.”
“그럼 돈 많이 벌었으니까 가게 그만둘 거야?”
시후의 질문에 휘준은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야이- 싸장님아. 내가 왜 그만둬. 이렇게 재밌는데. 이런 경험 아무나 하나? 절대 못 해. 특히 물 좋고 공기 좋은 이런 곳에서, 거기다 귀여운 우리 꼬맹이들도 있고….”
휘준의 말에 시후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 이유 뿐인 건가?”
“…….”
휘준은 말없이 시후를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싸장님아-”
“왜?”
“고맙다.”
그의 눈동자엔 여러 감정이 혼재하고 있었다.
시후는 그 눈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됐네. 나 집에 올라간다. 두 분 다 적당히 하고 올라오세요.”
“어-. 이건만 처리하고 올라갈게. 무슨 직장생활 전초전 하는 느낌이다. 난.”
“저도요 형. 서류에 파묻힌 공무원 같은 느낌요.”
두 사람의 투덜거림에 시후는 피식 웃으며 안방으로 올라왔다.
며칠 전 된장에 절여놓은 샘플 채소절임을 냉장고에서 꺼내 보았다.
여러 통으로 나눠놓은 반찬류인 절임.
그중 풋고추를 절여놓은 통을 꺼내 건져 입에 넣었다.
아삭-
된장에 절여져 있음에도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었다.
우물 우물-
꿀꺽-
“이거 물밥 당기는데?”
시후는 밥솥에서 밥 한 주걱 떠서 물에 말아 풋고추를 함께 먹었다.
된장의 구수함과 짭조름한 맛이 밥과 정말 잘 어울렸다.
블랙 고블린들이 만든 된장은 절임에 특화 되어 있었다.
시후가 망한 된장을 살려낸 맛과 비슷했다.
‘블랙 고블린들이 만든 된장으로 채소절임을 해도 될 것 같은데?’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