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135
134화
시후는 사마윤 팀장이 반찬류를 만들어 판매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동안은 시후가 만든 망한 된장을 없앨 생각에 나눔을 했다가 손님들에게 판매요청을 받았던 것이었다.
‘블랙 고블린들의 된장을 팔아 주는 게 좋겠지? 일단 사마윤 팀장이랑 이야기를 해 봐야겠네.’
시후는 그동안은 가게에서 손님들에게 된장 채소 절임을 작은 항아리에 담아 팔았던 거 외엔 없었다.
시후는 된장 채소 절임을 대량으로 판매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고블린들의 된장으로 채소절임을 만들고 생각이 바뀌었다.
‘블랙 고블린들이 만든 된장으로 프리미엄
된장 채소절임을 팔아볼까?’
생각에 빠져 있는 시후의 귀에 하윤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우- 배고파-.”
하윤이 배를 문지르며 안방에서 거실로 나오고 있었다.
“올라오셨어요?”
“어- 뭐 먹냐?”
“저번에 그리밍 씨네가 만든 된장으로 된장 채소절임을 만들어놨었거든요.”
“그래? 맛있냐?”
“드셔보세요.”
“그럴까?”
시후의 권유에 하윤은 다가가 젓가락을 들고 된장에 파묻힌 풋고추를 집어 입에 넣었다.
아삭- 아삭-
우물- 우물-
하윤은 씹으면 씹을수록 놀랍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오! 이거 네가 담근 채소절임이랑 맛이 똑같네?”
하윤의 말에 시후 역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저는 망한 된장을 살려서 빨리 없앨 생각으로 만든 절임이었고. 그리밍 씨네는 된장을 그대로 갈라서 숙성한 거고요.”
아삭- 아삭-
하윤은 계속해서 된장 풋고추를 집어 먹었다.
그 모습을 보던 시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형- 짜요.”
시후는 쌀밥을 퍼서 하윤 앞에 내려놨다.
“밥이랑 드세요.”
“어- 땡큐.”
하윤은 시후에게 인사 후 쌀밥과 함께 풋고추를 먹었다.
다른 반찬 하나 없이 오직 밥과 된장 풋고추 절임.
하윤의 입에 쌀밥과 풋고추가 입에 딱 맞았다.
‘할머니께서 이 맛에 드신 건가?’
어릴 적 할머니께서 이렇게 드시면 이해를 못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먹어도 맛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하윤의 혀 위에서 느껴지는 구수하면서도 짭조름한 콩.
치아에서 부드럽게 부드러운 콩 알갱이가 씹히며 아밀라아제와 함께 섞였다.
하윤은 그 맛의 조화에서 밥이 계속 당기는 것을 느꼈다.
분명 배가 고프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먹을 일은 아니었다.
문득.
할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윤아. 입맛 없을 때 이렇게 먹으면 좋아. 너도 나이 들면 이 맛이 좋을 거야.”
하윤은 할머니의 말이 떠오르고 숟가락을 멈췄다.
‘나…. 나이 든 건가?’
* * *
염홍석 작가는 담당 메인 PD에게 결재받고 예산 집행을 신청했다.
[SeeYou]의 1일 매상을 300만 원으로 책정하고 5일 정도를 보전해 주기로 했다.염홍석은 [SeeYou]의 사장 시후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다.
일정 역시 알렸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 가게 일정을 확인하고 손님들께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염홍석은 그동안 시후의 방송 참여 조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그 덕에 판다가 친구 할 듯한 다크서클이 눈 밑에 깔려있었다.
“염 작가 괜찮아?”
동료의 질문에 염홍석은 책상에 엎드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죽겠다-. 이번 프로그램 서브 게스트들 조건 맞춘다고 힘들어….”
“누구길래 그래?”
“그 너튜브에 ‘쭈꾸미’ 채널이라고 있는데 쭈꾸미 친구.”
“뭐? 쭈꾸미 친구면 오징어냐?”
동료의 말에 염홍석은 자세를 바로 하고 ‘쭈꾸미’ 방송을 켜서 보여 주었다.
염홍석은 검지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여기 이 사람이 쭈꾸미고 그 옆이 이번 섭외 게스트.”
동료의 눈동자는 점차 커지면서 입술을 핥으며.
“와- 이 자식. 마스크랑 신체 비율 봐라.”
동료의 감탄사를 들으며. 염홍석은 한마디 덧붙였다.
“거기다 요리도 잘해. 한식 요리대회 고등학생 부문 대상을 휩쓴 천재. 거기다 이 쭈꾸미라는 친구도 얼마 전 함께 만나 봤는데….”
동료는 팔짱을 낀 채 염홍석의 이야길 듣고 있었다.
그리고는 보여 준 영상을 가만 보고 있었다.
동료의 표정을 본 염홍석이 한마디 날렸다.
“가로챌 생각 하지 마라. 그리고 이 친구 보통 아니야. 가게 보전비와 친구와 함께 섭외 안 해주면 안 나오겠다고 해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윤 식품에서 스폰이 붙는 거야.”
“윤 식품에서?”
“어. 그래서 이 친구들 섭외하는 조건으로 진행하기로 했지.”
동료는 그 말에 턱을 쓰다듬으며 염홍석에게 물었다.
“윤식품과 뭔가 있어? 이 친구?”
염홍석은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저었다.
모른다는 뜻이었다.
염홍석은 시계를 쳐다보고는 빠르게 짐을 챙겼다.
후다닥-
염홍석은 빠르게 문으로 향하며.
“잊어버릴 뻔했다. 나 메인 PD랑 회의 있어서 먼저 간다.”
“어? 어. 고생해라.”
남아 있던 동료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검색창에서 ‘너튜버 쭈꾸미’를 검색했다.
* * *
주말이 되고 시후는 부모님께 가기 위해 준비를 마쳤다.
시후는 이틀 동안 태민에게 주방을 맡겼다.
태민에게 주방을 맡길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태민이 [SeeYou]에서 일하면서 시후에게 경양식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 뒤로 태민은 틈틈이 시후 대신 경양식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내었다.
시후만큼은 아니지만 맛있게 만들어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칭찬 역시 이어진 태민이었다.
그 사실을 알기에 시후는 안심하고 맡길 수 있었다.
시후가 없는 주말 이틀은 태민의 전공인 중식으로 ‘오늘의 메뉴’를 진행했다.
하아-
시후는 준비된 음식을 확인했다.
추모공원에서 지낼 간단한 제사상.
준비가 끝난 시후는 부모님이 안치된 추모공원으로 향했다.
도착한 시후는 간단한 제사상을 차려 절을 올렸다.
‘저 왔어요….’
시후는 부모님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나무 근처에 앉아 일상생활 있었던 일들, 가게 일 등을 뿌듯한 마음으로 부모님께 이야기했다.
그리고 방송에 출연하게 된 이야기도 했다.
하늘을 쳐다보았다.
시리도록 맑고 푸른 하늘.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 * *
시후는 추모공원을 다녀와 짐을 내려놓은 뒤 정리 중이었다.
지잉- 지이잉-
핸드폰을 확인하니 염홍석 작가의 문자였다.
[12월 10일부터 15일까지 촬영 일정이 잡혔습니다. 업무에 참조하여 주십시오.]시후는 문자를 읽은 뒤.
하윤에게 문자를 보냈다.
[형- 방송국 촬영 일정 잡혔네요. 12월 10일부터 15일까지. 가게 앞에 붙여주세요. 저희는 12월 8일부터 해서 17일까지 넉넉하게 쉬죠.]문자를 송신하자마자.
덜커엉-
철대문 소리에 시후는 반사적으로 핸드폰 시계를 보았다.
“아-.”
[SeeYou]가 끝나고 좀 지난 시각이었다.현관문이 열리고 하윤이 들어오며.
“그래서 10일을 쉰다고?”
“네.”
“그럼 별그램 공지는 지금 하고 가게 앞에는 내일 붙여 놓을게. 그런데 잘 다녀왔냐?”
“네. 잘 다녀왔어요. 정리하는 중이었어요.”
“그랬냐?”
하윤의 말에 시후는 대답을 한 뒤 부엌으로 향했다.
‘뭔가 기운 없어 보이네.’
하윤은 시후의 뒷모습을 보며 가게에서 일하면서 들었던 이야기를 해 주려 했다.
“시후야-.”
하윤의 부름에 시후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하윤은 목소리를 살짝 깔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프리카엔 말야 호랑이들이 운전을 하고 다닌대-.”
“네? 그게 무슨?”
“그런데, 하루는 호랑이가 운전을 하고 딱 가는데 사자가 막 뛰어가는 거야.”
“…….”
하윤은 시후의 표정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지 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마저 이야기하기로 했다.
“사자를 본 호랑이가 차를 세우고 심각하게 차창을 내렸어.”
시후는 하윤의 표정을 보며 입을 열었다.
“…형. 설마. 타-. 이거?”
“…….”
시후가 먼저 이야기하는 바람에 하윤은 아무런 말을 못 하고 거실에 소파에 주저앉았다.
털썩-
소파에 앉은 하윤은 깍지를 끼고는 시후를 보며 물었다.
“알고 있었냐?”
“네.”
“누구한테 들었어?”
하윤의 질문에 시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 휘준이가 기운 없어 보인다고 해준 이야기였거든요.”
“그래?”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가 기운 없어 보여요? 형?”
“어-. 항상 이맘때면 기운 없어 보였어. 인마.”
하윤의 말에 시후는 그저 입꼬리만 살짝 올리며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하윤이 입을 열었다.
“예전에 누군가가 해 준 말인데.”
하윤은 시후의 눈을 보며.
“너의 몸은 부모님의 유전자 절반씩 타고났잖아?”
하윤의 말에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시후를 보며 하윤은 말을 이었다.
“그러면 너를 이루고 있는 몸은 부모님과 함께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네가 지금 너무 슬퍼할 이유도, 기운 빠져 있을 이유도 없어.”
“…….”
하윤은 시후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머리카락을 헝클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기운 내.”
“…네.”
“그리고, You are not alone.”
하윤은 유창한 영어 발음으로 이야기한 후 다락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소파에 앉아 있던 시후는 하윤의 위로를 곱씹었다.
身體髮膚 受之父母(신체발부 수지부모)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다’라는 뜻과 같았다.
시후는 그 뜻을 깨닫고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거기에 넌 혼자가 아니라는 말까지.
눈앞이 살짝 뿌옇게 변한 시후였다.
‘고마워요. 형.’
* * *
며칠 뒤.
[SeeYou]는 여느 때와 같이 돌아갔다.라스트 오더 시간 즈음에 키 큰 남자 손님이 [SeeYou]로 들어왔다.
“아직 안 끝났죠?”
손님의 말에 휘준은 미소를 띠며 안 끝났다며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시후는 주방에서 방금 들어온 손님이 어디서 본 사람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
시후는 들어온 손님이 위주하의 나이 차이 나는 오빠라는 것을 알았다.
‘여전히 피곤에 쩔어 사시나 보네.’
그의 눈 밑은 여전히 까무잡잡했다.
시후는 주하 오빠의 주문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잠시 뒤.
“시후야-. ‘오늘의 메뉴’ 하나 있다.”
“네-.”
시후는 주문이 들어오자.
주방의 냉장고로 향했다.
냉동실에서 북어채를 꺼냈다.
그러자 보조하던 태민이 물었다.
“뭐냐? 북엇국 끓이려고?”
“어-.”
“그럼 난 무 썰어놓을게.”
“어-. 그리고 반찬들도 올려놔 줘.”
“예압-”
태민은 빠르게 재료와 반찬을 준비하러 이동했다.
시후는 미리 다듬어놓은 북어채를 꺼내놓고 뚝배기를 화덕에 올려 달궜다.
올려놓은 뚝배기가 열기를 머금자.
뚝배기의 열감을 확인한 시후는 북어채를 넣고 마른 상태에서 한번 볶았다.
북어채의 보풀과 함께 한번 비린 맛을 잡아 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는 참기름을 넣고는 나무 수저로 달달 볶았다.
그 뒤.
태민이 썰어놓은 무를 투척하자 무 역시도 참기름에 살짝 볶아졌다.
물을 넣고 끓을 때까지 기다리면 되었다.
주방에서 한참 ‘오늘의 메뉴’를 준비할 때 위석천은 주방을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음식이 나오면 시후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떼엥-
마침내 주문한 요리가 쟁반에 담겨 나오고 있었다.
위석천은 음식을 가져다준 직원을 보며.
“저 죄송한데…. 여기 쉐프님과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직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무슨 일이 신지요?”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