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150
149화
하윤이 부먹의 장점을 이야기하며 태민의 편을 들어줬다.
그러자 태민은 자신을 알아준 하윤에게 엄지를 내밀며 말했다.
“오- 역시 우리 주 팀장님. 제 마음을 이렇게 잘 알아주시다니. 역시 부먹이 맛있죠.”
“그럼요-. 그럼요-. 그래도 취향 존중은 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차피 탕수육 두 접신데 하나는 ‘부먹’으로 하나는 ‘찍먹’으로 놔두면 되죠.”
“아-!”
“이제야 눈치챘냐?”
시후의 빈정거림에 태민은 그제야 탕수육 두 접시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시후를 보며 중얼거렸다.
“맛알못-.”
“소금물 게임도 못 하면서….”
두 사람의 티격태격을 보며 직원들은 웃으면서 맛있는 점심 식사를 끝내고 다시 김장의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갔다.
바로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과정이었다.
시후는 오전에 벽에 세워 놓았던 통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워낙에 배추가 많이 들어가야 하니 나무로 만들어 놓은 통이었다.
밀키트 팀원 하나가 시후를 옆에서 돕다 코를 킁킁거렸다.
“어? 쉐프님 이 나무통에서 나는 향기 진짜 좋은데요?”
“그런가요? 편백 나무를 썼다던가 그랬던 것 같은데….”
팀원은 시후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편백요? 그 일본에서 히노끼라고 부르는 그 나무로 이걸 만들었다고요?”
“어…. 네.”
시후는 팀원의 반응에 조금 당황했다.
저쪽 목욕탕에 쓰인 나무들이 전부 이 통과 같은 나무들인데?
시후는 일본 온천에서 편백나무 향이 마음에 들어 저쪽 목욕탕을 지을 때 영지민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었다.
그랬더니 어디선가 편백나무를 잔뜩 가져와 목욕탕을 만들어 주었다.
‘이 나무가 귀한 거였나?’
시후는 현실에서 편백 나무가 얼마 정도 하는지를 몰랐던 것이었다.
직원은 나무 통을 여기저기 만져보고는 입을 열었다.
“수, 쉐프님 이 정도 크기의 편백 나무통이면요. 최소 몇십만 원 이상 할건데요?”
“그 정도까진 안 할 거예요. 나무 두께가 얇아서요.”
직원은 큰 눈을 뜬 채 시후를 보고 있었다.
시후는 주방 벽에 세워 두었던 두꺼운 두루마리 비닐을 가지고 나오며 팀원을 불렀다.
“여기 비닐 좀 잡아 줘요.”
“아- 예.”
“휘준아- 태민아. 이것 좀 같이 좀 잡아 줘.”
시후의 말에 휘준과 태민은 시후가 내민 비닐을 잡고 쭉- 당겨 절임 통으로 비닐이 제대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그 뒤. 비닐을 한번 씻어 내고 다시 나무통에 물이 채워지길 기다렸다.
“태민아-. 소금 포대 하나만 가져와 줘라.”
“예압- 쉐프.”
태민의 장난스러운 말에 시후는 피식 웃고 말았다.
일단 물이 받아졌으니 소금을 풀어 농도를 맞춰야 했다.
“배추 1포기 절이는데 물 500ml 와 소금 100ml가 들어가. 그러면 배추 500포기를 한 번에 절이려면….”
시후의 중얼거림에 직원들은 다들 문과라고 중얼거리며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난 문과야.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과도 문과잖아? 그러니까 그냥 난 조용히 있을게.”
“저도…. 문관데요?”
“그까짓 거 대충 눈으로 해? 너의 혓바닥을 믿어라. 시후야.”
태민의 말에 시후는 피식 웃고 말았다.
시후는 시선을 돌려 물이 찰랑거리고 있는 통을 보았다.
그런데 소금을 녹이는 것만 해도 일이겠다.
나무통 크기만 해도 가로 230cm 세로 200cm 높이가 90cm의 직사각형이라 배추 500포기를 넣어도 충분해 보인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숨이 죽으니까.’
그러나, 배추를 절일 때 필요한 소금양이 좀 많이 들어간다.
배추 한 포기 절일 때 들어가는 소금 양만 해도 100ml씩 500포기면 5만ml가 필요하다.
여기서 소금 밀도가 있지 않던가?
소금 밀도를 대략 1.2g/ml라고 한다면 소금양만 해도 60kg이 필요하다.
‘뭐- 일단 염도계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시후는 태민이 가져온 소금 한 포대를 전부 물에 쏟아부었다.
“와악- 그걸 다 부어?”
휘준의 놀람에 시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500포기 절이려면 소금 세 포대 필요한데? 이제 시작이란다.”
“짜지 않겠냐?”
“의외로 배추가 잘 안 절여지는 경우도 있어. 너 혹시 ‘나일롱 배추김치’라고 알아?”
“그게 뭔데?”
휘준은 호기심 넘치는 눈빛이었다.
시후의 이야기를 듣던 태민은 속으로 헛기침을 삼켰다.
‘저 자식이?’
시후는 학교 다닐 적 동기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동기의 어머님께서 김장을 담갔는데 배추가 절여지긴 했지만 이상하게 배추가 경화가 되어 망한 김치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풀었다.
“그래서 그 김치는 어떻게 되었는데?”
“절이는 과정에서 제대로 안 절여지고 오히려 더 경화되어 버려서 결국엔 버렸다고 하더라.”
시후의 이야길 듣던 태민이 귀를 파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휘준이 태민을 보며 물었다.
“태민아- 혹시 너희 집 이야기냐?”
휘준의 질문.
“어- 그 뒤부터 울 엄마 김장할 때마다 소금을 아주 때려 부으시더라. 그리고 절여지는 최적의 시간을 감으로 잡아서 하시는데 그때 실패 이후로 울 엄마 김장김치도 맛있어.”
시후는 태민과 휘준을 보며 소금을 더 가져오게 한 뒤 물에 소금을 녹였다.
소금을 어느 정도 녹인 다음 배추 밑동이 아래로 가게 해서 절임 통에 차곡차곡 세웠다.
“쉐프님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어요?”
밀키트 팀원의 질문.
“눕혀서 배추를 절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잎 부분은 금방 절여져서 짜고 아랫부분은 싱겁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밑동을 아래로 해서 절이면 골고루 소금에 절여지거든요.”
팀원들은 배추 절이는 방법에 대한 팁 하나 배웠다면서 좋아했다.
처억-
챠학-
터업-
시후는 직원들이 옆에 쌓아놓은 배추를 차곡차곡 세워 빈틈없이 통에 꽉 채웠다.
탁탁-
시후는 손을 털며 배추를 옮기고 썬다고 지친 직원들을 둘러보았다.
“고생했어요. 절여지는 시간이 있어야 하니까 오늘은 홍게라도 하나 쪄 먹고 내일은 양념 버무려서 대게랑 수육이랑 해서 맛있는 거 함께 먹어요.”
시후의 말에 태민은 주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그럼 내가 가서 홍게 찔게.”
“어- 그래 주면 땡큐.”
* * *
밀키트 팀원들을 먼저 집으로 돌려보냈다.
배추 500포기 썰고 가르고 옮기고 하는 것만 해도 꽤 고된 일이었다.
태민은 가게에 남아 휘준과 함께 홀의 배추 겉잎을 주워 포대에 넣어 꽉꽉 누르며 청소 중이었다.
시후는 그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하윤과 시후는 뒷문으로 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참, 소원권 어떻게 할 건데?”
하윤의 질문에 시후는 잠시 휘준의 청소하는 모습을 뒷문에 기대서 보다가 말했다.
“그거 휘준이 영상 편집자 구해 주는 걸로 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영상 편집자?”
“네- 휘준이가 혼자 영상 찍고 편집하고 하더라고요. 요즘 일이 많아서 편집을 못 해서 힘들어해서요. 편집자라도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
“그럼 그걸로 소원권 한 장을 쓰겠다는 말이야?”
“네.”
시후의 대답에 하윤은 휘준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휘준이 생각 많이 해주네?”
시후는 휘준을 잠시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그때 기수한테 당하면서 절 부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외로 의리 있는 놈이다 싶었거든요.”
기수한테 그렇게 된통 당하면서도 시후에게 의리를 지킨 휘준이를 그날부터 조금 다시 보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
“하긴- 휘준이 지금까지 지켜봤는데 나름 성실하고 열심히 하려고 하더라. 몸도 얼굴도 변했으면 여기 그만둘 거라고 생각했거든.”
하윤의 말에 시후도 그 부분은 동의했다.
그러나 휘준은 그러지 않았다.
시후의 가게에서 성실하게 그리고 저쪽 블랙 고블린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교육도 해주었다.
물론 시후가 걸어놓은 금제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었다.
“강시- 우리 청소 다 했는데, 가도 되냐?”
“아직 가지 마! 너는 나랑 양념 재료 미리 썰어놔야지.”
“뭐? 내일 하는 거 아냐?”
“뭐래? 밑 준비 미리 해 놔야지 내일 양념 버무릴 때 편하지. 오늘 저녁에 배추도 같이 헹궈야지.”
시후의 말에 태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 뽕을 뽑아 먹는구나. 친구야. 너무 한다. 나 엊그제 집에서도 김장 150포기 했거든.”
“어머님 김장도 꽤 늦었네?”
“요즘 날이 따뜻해지고 김치냉장고도 있고 하니까 늦게 하시더라고 마침 그때 휴가라고 하니까 아주 각 잡고 불러서 일 시키시던데.”
시후는 그 말에 씨익 웃었다.
“그럼 우리 식당 일도 각 잡고 하자.”
“그래, 저녁엔 이 형이 맛있는 거 사줄게.”
하윤의 말에 시후와 태민의 눈이 살짝 커졌다.
“뭘 사주실 건데요?”
“요 앞에 한국대 뒤쪽에 참치 집 하나 생겼더라? 거기서 참치회 사줄게.”
“오오오- 형님!”
태민은 정말 좋아했다.
휘준도 뭔 일인가 싶어 뒷문 쪽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홍시는 왜 저렇게 좋아해?”
“형이 참치 회 사준댄다. 일 끝내고 나면.”
“오올-. 형! 인세 타셨어요?”
휘준의 질문에 하윤의 양쪽 입꼬리가 올라가며 엄지를 내밀었다.
“어! 이 형이 인세를 탔단다! 애들아.”
시후는 하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하윤과 휘준 그리고 태민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시후는 이 순간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를 인수하고 끝까지 남았던 하윤 형.
그리고 휘준과의 일.
거기다 태민의 [SeeYou]합류.
시후는 주위에 좋은 이들이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고마웠다.
배추들이 절여지는 모습을 보며 함께 도와주는 직원들, 친구들 그리고 형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지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나에겐 큰 힘이 되니까.’
시후는 잠시 수다를 떠는 세 사람을 보며 박수를 쳤다.
짝짝-
“자자- 수다 그만들 떠시고, 이제 야채들을 썰고 다듬어 볼까요?”
시후는 세 사람과 함께 새벽에 배달온 야채 상자들을 꺼내어 일을 하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챠박- 챠박-
스윽- 스윽-
주방에서 하윤은 파를 다듬고 양파 껍질을 까고 있었다.
휘준은 생강을 손에 쥐고 부수고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시후와 휘준은 부피가 큰 무를 씻어놓고 자리에 앉아 무를 다듬기 시작했다.
“네가 채 썰래? 내가 썰까?”
시후의 질문에 태민은 잠시 고민한 뒤 말했다.
“채는 채칼 쓰면 되잖아.”
“아- 그냥 연습한다고 생각하고 칼 써라.”
시후의 말에 태민은 어쩔 수 없이 자기의 중식도를 꺼내 들었다.
“얼 만큼 얇게 썰어?”
“5미리 두께로 썰어줘. 양념에 섞였을 때 위화감 없이 씹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맛있더라고.”
“네이- 네. 쉐프님 말씀대로 썰겠습니다.”
태민은 대답과 함께 무를 적당한 길이로 썰어놓은 뒤 채를 치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탁-
리드미컬 한 소리의 칼질과 함께 붉은색 대야에 쌓이기 시작하는 하얀 무채가 쌓이기 시작했다.
태민 역시 칼질은 잘하는 편이었다.
시후는 채를 써는 태민을 잠시 본 뒤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여전히 채는 잘 치네.”
시후의 말에 태민은 채를 치던 손길을 멈추고 그를 쳐다보았다.
“설마?”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