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157
156화
원장의 뒤를 따라 이동하는 중 태민은 시후 뒤에서 속삭였다.
“대학생 봉사활동이라면 여대생들도 와 있겠지?”
태민의 말에 시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
“왜 대답이 없어?”
시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후우-
“넌 학교 다닐 적에 여자애들한테 그렇게 치여놓고도 만나고 싶냐?”
시후는 같은 반 여학생들에게 치인 것만 생각해도 치를 떨었다.
치를 떠는 듯한 시후의 말에 태민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그건 인정한다. 이름도 기억이 가물 가물 한데. 윤정인가? 유정인가? 걔가 칼 들고 소리 지르는 건 지금도 꿈에 나오고 있어.”
태민의 말에 시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걔 이름 유정이고 그건 네가 백번 잘못했고. 칼 들고 채 써는 연습하는 애한테 뒤에서 놀라게 했잖아. 왜 놀라게 하냐?”
시후의 말에 태민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교실에 칼 들고 채 써는 연습 하는 걔가 잘못이지 내가 잘못했냐?”
요리학교다 보니 가끔 교실에서 연습을 하는 애들도 있었다.
태민의 말에 시후는 그를 차갑게 식은 눈으로 째려보았다.
“칼 든 사람을 놀라게 하는 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고 그걸 만든 건 너였어. 이젠 그러지 마라.”
“알아. 나도 이제 어른이라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후 일행은 어느새 문 앞에 도착했다.
원장은 조리실이라고 쓰여 있는 문을 열며 말했다.
“이곳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아이들은 저기서 다 함께 식사를 하고 있어요.”
원장의 말에 시후는 조리실 안을 휘휘 둘러보았다.
싱크대와 가스레인지는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다.
가스레인지 벽면의 기름때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전 청소를 한 듯한 흔적이 보였다.
“봉사활동 하시는 분들이 조리실도 청소를 했나 보네요? 깔끔하네요.”
시후의 말에 원장도 지금 본 것처럼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러게요. 이번 대학생들 손이 꼼꼼하네요.”
복지관은 격주로 한 번씩 봉사자들이 와서 청소며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해 주기도 한다.
기업에서 신입사원 채용 시 사회봉사 시간을 반영하는 곳도 있기 때문이었다.
“원장님. 저희 조리대 좀 써도 될까요?”
시후의 질문에 원장이 조리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 네 그러세요. 그런데 재료가….”
원장의 말에 시후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금방 올 거니까요.”
“네? 뭐…가요?”
복지관 원장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질 때.
끼이익-
타앙- 타악-
주차장에서 탑 트럭 한 대가 들어와 뒷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제가 재료를 주문했거든요.”
“네?”
“아니…. 왜?”
원장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눈앞의 [SeeYou] 사장 강시후.
이전에도 봤지만, 조금은 알 수 없는 남자였다.
차가워 보이지만, 행동은 따뜻하다는 우진호의 말이 떠올랐다.
덜커엉-
“배달왔습니다.”
야채와 고기 그리고 냉동식품들을 가득 쌓은 캐리어를 끌고 들어오던 운반 기사는 시후를 보며 인사를 했다.
“사장님. 주문해 주신 물품 맞는지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
시후는 남자가 내민 거래명세서를 보고 눈으로 들어온 물건들을 빠르게 훑었다.
장사 원데이 투데이 하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태민 역시 옆에서 빠른 속도로 물건을 조리대 옆 준비 테이블에 올렸다.
“물건은 다 맞게 왔네요.”
시후의 확인이 떨어지자 배달온 기사는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네 수고하십시오.”
배달 기사는 가져온 캐리어를 끌고 복지관 주차장으로 떠났다.
시후는 조리대 위에 있는 재료들을 보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머릿속으로 떠올린 후 태민에게 물었다.
“너 수타면 칠 줄 알지?”
시후의 질문에 태민의 시선은 자신의 손목으로 향했다.
“어? 칠 줄이야 아는데. 손목이….”
흠-. 저 녀석 아직 손목 컨디션이 아직 안 좋았구나.
조만간 저쪽 이 세계의 약 가져다줘야겠네.
잠시 생각하던 시후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 뒤.
“그럼 내가 칠 테니까 탕수육 좀 만들어 주라.”
“그래. 그렇게 하고 너 수타면 힘들다. 알지?”
“잘 알지. 너 예전에 치는 건 좀 많이 봤으니까.”
시후는 태민에게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구석에 놀란 눈으로 안절부절 서 있는 원장에게 다가갔다.
“아이들 수가 어떻게 돼요?”
“퇴소한 아이들 빼고 10세 미만 아이들이 스무 명 정도 20세 미만 아이들이 스무 명 해서 총 마흔 명의 아동들이 있어요.”
시후는 원장의 이야기에 눈이 가늘어졌다.
조금 전 보았던 낡았지만 깨끗한 옷을 입었던 아이의 모습.
그리고 건물 역시 낡지만 깔끔하게 보수된 천장과 벽.
누군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부분들이라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하는 중에 옆에서 태민이 원장과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 짜장면이나 탕수육 같은 거 그럼 자주 먹어요?”
“중국 음식은 정말 행사 때 아니면 먹지 못해요. 대신 짜장라면을 자주 끓여주긴 하죠.”
“…그래요?”
태민의 목소리가 살짝 잠기는 것이 느껴졌다.
다른 또래 친구들은 짜장면을 먹고 싶으면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복지관 아이들은 먹고 싶은 음식을 참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태민의 말에 대답한 원장은 복지관 내의 봉사자들을 확인하러 자리를 비웠다.
태민은 시후가 왜 자신을 여기로 데려왔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여기가 시작일 뿐이다. 태민아.”
“뭐? 아-. 그렇구나.”
시후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태민은 깨달았다.
밀키트 팀원들의 출신 복지관이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태민도 알고 있었다.
태민은 가져왔던 두건을 머리에 쓰고는 뒤로 묶었다.
시후 역시 가져온 두건을 머리에 쓰고 일회용 가운을 걸쳤다.
“오- 강시 그건 또 언제 챙겼냐? 있으면 나도 하나 주라.”
“여기 받아라.”
휘익-
태민의 말에 시후는 가방 안에 있던 일회용 위생 가운을 던져주었다.
펄럭-
태민은 아이들이 앉아, 식사하는 테이블 중 하나를 가져온 행주로 깔끔하게 닦고 마른행주로 다시 닦았다.
퍼러럭-
“어? 이게 어디서 났어?”
태민은 깜짝 놀란 눈으로 자신이 닦은 테이블 위를 보았다.
테이블을 전부 덮을 수 있는 넓고 투명한 얇은 비닐이었다.
태민의 눈을 본 시후는 피식 웃으며, 조리대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에 있더라. 그래서 깔았지.”
이는 시후의 거짓말이었다.
시후는 인벤토리에서 빠르게 비닐을 꺼내던 것이었다.
인벤토리를 하도 이용하다 보니 이젠 원하는 것을 빠르게 꺼낼 수 있었다.
태민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비닐을 깐 테이블 위를 깨끗하게 닦기 시작했다.
채소와 야채들 중 아이들이 먹을 것만 빼서 다듬기로 하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을 생각으로 문을 열었다.
달칵-
“?!”
“??”
냉장고 문을 연 두 사람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휑하네. 김치류밖에 없네….’
냉장고의 야채칸을 열어봐도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들 매일 먹이는 것 아니었나?
설마 굶기는 것인가?
두 사람이 냉장고를 보며 충격에 빠져 있을 때였다.
“어? 오늘 배달 왔나?”
중년 아주머니 한 분이 조리실로 들어와 배달 온 야채와 비 조리 음식을 보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냉장고 문을 열고 있던 시후와 태민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누구야? 청년들은? 누군데 여기서 냉장고를 마음대로 열어 봐?”
대뜸 처음 보자마자 반말?
시후는 기분이 살짝 상했다.
그러나 최대한 정중하게 기분 나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시후는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원장님께 허락받고 오늘 아이들에게 음식을 해 주러 왔습니다.”
시후의 말에 아주머니는 팔짱을 끼며 혀를 찬 뒤 시후와 태민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난 들은 적이 없는 걸? 그리고 어린 것들이, 뭘 할 줄 안다고?”
태민의 이마에서 혈관이 돋아오르며 아주머니께 반박했다.
“말씀이 좀 심하시네요? 어려 보인다고 함부로 이야기하시는데….”
태민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태민아- 원장님 불러와라.”
“어? 어.”
태민은 시후의 표정을 보고 아무런 말도 없이 원장을 부르기 위해 조리실을 빠져나갔다.
“뭐야? 원장님 부른다고? 잘됐네. 나도 좀 따져야겠다. 함부로 조리실에 들어오고 말이야.”
아무리 봐도 이 아줌마 나와 태민이를 일일 봉사자로 생각하나 보네?
시후는 내심 웃고 말았다.
타다닥-
조리실로 들어온 원장은 시후의 표정을 보고 멈칫한 다음.
서 있던 중년 여성의 어깨를 때리며 너스레 떨 듯 말했다.
“아유- 이모-. 강 사장님께 함부로 했어요?”
“뭐? 강 사장님이요?”
“우리 진호가 취업한 곳의 사장님이세요.”
원장은 중년의 여성에게 속닥거리듯 말했다.
“…진호가 취업한 곳 사장이라고?”
시후는 이모라고 불린 아줌마의 행동을 보며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원장이 이모라고 부르며 상대를 높이는 것을 본 시후는 냉장고가 빈 이유에 대해 대충 알 것 같았다.
‘주위에서 들리는 말들이 좀 있었으니까.’
시후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는 원장을 보며 냉장고 문을 열어 보였다.
그리고 냉장고 속을 가리키며 말했다.
“원장님. 아이들 식사를 어느 분이 담당하시는지 몰라도 재료가 아예 없네요.”
“네?!”
원장은 깜짝 놀랐다는 듯 서 있는 이모라 불린 여성을 쳐다보았다.
“어? 어, 어제 다 떨어져서 오늘 주문 넣으려고 했어. 그리고 내가 주문한 거 여기 왔네.”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테이블 위에 놓인 재료들을 가리켰다.
“?!”
태민은 순간 얼이 빠진 얼굴을 했다.
‘지금 저 아줌마가 뭐라 한 거지? 미쳤네. 시후 건드려 봤자 좋은 거 없는데….’
이모라는 분은 몰랐을 것이다.
물건이 들어올 때 원장도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거기다 시후와 태민이 들어온 물건의 거래명세서를 보며 확인을 했다는 것을.
“내가 주문한 거 왔으니까 됐지. 뭘 그렇게 쳐다봐?”
원장의 얼굴은 서서히 붉게 달아올랐다.
자기 사람을 관리하지 못한 부끄러움이었다.
원장의 그런 표정을 시후는 표정 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원장은 시후의 표정을 보고 차안에서 우진호가 이야기한 것이 떠올랐다.
‘저희 메인 쉐프 인 강 사장님요 화나면 표정이 일단 없어져요. 그리고 목소리에 고저가 없어요. 거기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가차 없어요. 형태가 만약 그 뒤에 조금이라도 엇나갔어 봐요. 사장님이 바로 조치하셨을 거예요.’
원장은 진호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된 순간이었다.
눈앞에 이모는 자기가 주문한 것이라며 우기면서 야채에 손을 대려 하고 있을 때.
시후가 입을 열었다.
“이모님이라 불러드려야 할까요? 주문을 하셨으면, 거래명세표가 있겠죠? 보여 주시겠어요? ”
태민과 원장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였다.
태민은 이모라는 사람을 보며 생각했다.
‘저 아줌마는 간은 내놓고 다니는 건가?’
시후의 저런 목소리를 듣고도 태연했다.
“거래처에서 물건 보내주고 말일 날 원장에게 갖다줘서 지금 없는데?”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