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167
166화
“만약 제가 이번 대회에서 대상을 타게 되면 저희 영지는 자이 왕국의 일원으로서 영지 이름을 정할 예정입니다.”
“이름을 바꾼다고요?!”
“네, 저희 영지는 ‘이름 없는 마을’로 오랜 시간 봉문 하다시피한 마을이었습니다. 저희 블랙 고블린 영지민들이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생각한다면 이름을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후의 말에 진행자는 살짝 당황해서 자이 국왕 쪽을 슬쩍 쳐다보았다.
국왕은 처음과 같이 표정 없는 얼굴로 무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국왕은 내심 복잡한 마음이었다.
‘자이 왕국 내에서는 왕비가 마법으로 블랙 고블린들을 찾아낼 수 있지만, 국경을 넘어가면… 힘든데… 일단 축제가 끝나고 시후 영주에게 이야길 해 봐야겠군.’
국왕은 옆에 앉은 왕비를 쳐다보았다.
왕비는 은은한 미소를 띠며 무대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이번엔 어떤 음식으로 우리 입을 즐겁게 해 줄 것인지 기대되는군요.”
프란 3세는 자신의 왕비 로즈의 중얼거림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저도 기대가 됩니다.”
두 사람은 무대를 내려다보며 한 사람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시후는 음식을 하기 전 자신만의 루틴을 시작했다.
눈을 감고 만들 음식의 순서를 떠올렸다.
유자단자 전통적인 방식은 아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K-디저트였다.
‘찹쌀가루랑 설탕이랑 체에 한 번 내린 뒤. 치자액으로 색을 내야겠지.’
시후는 첫 번째 과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위생장갑을 낀 손가락을 풀었다.
뚜둑- 뚝-
긴장을 하긴 했나 보다.
어깨도 목도 좀 뭉쳐 있었기에 시후는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긴장감을 날렸다.
시후는 머릿속에 구상한 대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찹쌀가루와 설탕을 체에 한 번 쳐 주며 곱게 걸렀다.
그리고는 치자액을 가루에 넣고는 준비한 유자청을 끓인 물에 우려내며 그 물을 찹쌀가루와 함께 ‘익반죽’을 해 주었다.
숙성 과정을 위해 잠시 반죽을 놓아두고 준비한
앙금과 함께 호두 분태와 유자청 건지를 가지고 속 재료를 만들었다.
반죽의 숙성이 끝나고 시후는 반죽을 한입 크기로 자른 뒤.
만들어 놓은 속 재료를 넣고 동글동글하게 빚었다.
‘여기까지 해 놓으면 이제 끝났고, 물을 끓여 볼까?’
시후는 휴대용 버너에 불을 켠 다음 물을 팔팔 끓이기 시작했다.
그다음 만들어 놓은 유자단자를 전부 넣었다.
‘유자단자가 끓어오르고 전부 물에 뜨면 건져 낸 뒤 찬물에 서너 번 식히고 물을 빼면 끝이지.’
시후는 준비한 코코넛 가루를 스테인리스 쟁반에 수북하게 뿌려놓았다.
그러자 무대 아래에서는 관객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허공에 투사 되는 화면을 보고 있었다.
-저게 뭐래?
-저 하얀 것은 뭐지?
-이상하게 생겼다.
관객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시후는 유자단자가 끓는 물에 데쳐질 때까지 금귤 에이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에이드야 뭐 금귤청 넣고 그 위에 탄산수나 사이다를 넣고 예쁘게 데코만 해 주면 끝이지.’
부그르르-
냄비에 넣어 놓았던 유자단자가 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체를 사용하여 물 위에 뜬 단자를 꺼내 바로 얼음을 띄운 찬물에 넣었다.
그리고 물기를 털어낸 뒤.
다시 한번 찬물에 넣어 식혔다.
그 뒤.
다시 한번 물기를 빼낸 뒤 유자단자를 코코넛 가루 위에서 굴렸다.
마치 뽀송뽀송한 털옷을 입고 있는 듯한 느낌의 동그란 유자단자가 완성 되었다.
‘이제 접시 위에 올리고 예쁘게 데코를 해 주면- 끝.’
시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마무리 작업인 듯 보였다.
‘음…. 이제 접시에 담아내야겠군.’
시후는 작은 검은색 돌 접시 여러 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예쁘게 데코를 시작했다.
시후는 애플민트 잎을 유자단지 머리 위에 예쁘게 장식한 뒤.
작은 검은색 돌 접시 위에 유자단자 2개를 올렸다.
그리고는 그 옆에 긴 목 강화유리 투명 머그컵에 금귤 청을 크게 세 숟가락을 넣고 시원한 사이다를 부었다.
쏴아아아아-
기포가 터지면서 금귤청이 녹아드는 모습이 예쁘게 보였다.
“자- 이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이번엔 심사위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심사하지 않고 여러분들이 만드신 음식을 심사위원들께 가져다주시면 됩니다.”
진행자의 말에 시후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
시후는 고등학교 시절 요리대회에서 심사위원들이 돌지 않는 경우는 직접 음식을 제출해서 심사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경험으로 시후는 미리 심사위원 인원수를 파악하고 음식을 만들었다.
이 경우에 가장 먼저 제출하는 사람이 조금은 더 유리하다는 말도 있었다.
시후는 대회 때도 그랬지만 항상 먼저 제출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먼저 제출해야지.’
생각과 함께 시후는 나무 쟁반 위에 올려진 돌 접시와 에이드가 담긴 잔을 들고 심사위원들에게 향했다.
시후가 심사위원들에게 음식을 먼저 내려고 하는 이유가 있었다.
‘[초두효과]를 노리는 것이지.’
초두효과라는 것은 처음 제시된 정보와 인상이 나중에 제시된 정보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이야기한다.
시후는 이 점을 이용해 항상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먼저 제출하여 심사위원들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이 기억되게 했다.
자박- 자박-
시후는 심사위원들 앞으로 양쪽 손에 쟁반을 멋스럽게 올린 뒤 걸어갔다.
그리고는 손님께 대하듯 심사위원들에게 쟁반을 내려놓았다.
달칵-
쟁반을 내려놓은 시후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인사를 건넸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시후가 테이블로 돌아갔지만, 심사위원들은 앞에 놓인 유자단자와 에이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동글동글하게 귀엽대요?”
“어멋? 이 음료 진짜 상큼하면서 달콤한데요?”
“이 동글동글한 게 이름이…. 유자 단자라고 했던가? 이것도 드셔보세요”
“어머머? 겉은 쫀득하게 안은 달콤하면서 새콤하게 입맛을 정리해 주는 것 같아요.”
“그렇죠? 아우. 더 먹고 싶네요.”
심사위원들은 서로 음식에 대한 소감을 속삭이듯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멀찍이 지켜보던 강훈은 3월의 팝업스토어가 기대되었다.
시후가 낼 유자단자와 금귤 에이드 음료에 대한 평가를 상향 조정했다.
‘쟤가 직접 와서 만들어 주면 홍보도 되고 나의 입지도 굳어질 텐데…. 그러려면 일단은….’
강훈은 팔짱을 낀 채로 시후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모든 영지의 개인전 출전자들의 음식이 다 제출되고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마친 이후.
팡- 파바바방-
공중에서는 축포가 쏘아지며 요리대회 개인전 끝을 알렸다.
객석으로 내려온 시후는 요리 1기수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들으며 한숨을 내 쉬었다.
“고생했다.”
강훈이 다가와 시후의 어깨를 두들겨주며 말했다.
시후는 강훈의 말 한마디에 피곤함이 녹는 것 같았다.
“긴장을 좀 했나 봐요. 한동안 대회를 안 나갔더니, 감 많이 죽었네요.”
“그랬냐?”
강훈의 질문에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개인전 장려상부터 시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상식이 시작되고 요리 1기수들은 시후 주위에서 두 손을 모으고 무대 위를 보고 있었다.
그중 에리자와 하리는 시후의 허릿단에 있는 옷자락을 잡고 덜덜덜 떨고 있었다.
‘긴장은 왜 너희가 하는 거니?’
시후는 그렇게 묻고 싶었다.
이번 유자단자를 만들며 시후는 정말 만드는 것 자체를 즐겼다.
이 세계 텃밭을 발견해서 그리고 블랙 고블린들과 만났다.
그리고 그들의 가슴 아픈 선대의 사연 그리고 선대의 고결한 마음을 느낀 시후는 이들이 지금, 이 순간 여러 영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 돕는 과정에서 시후는 블랙 고블린들과 종족은 다르지만 종족의 주인 종주가 되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
거기다 현실에 있는 시후네 가게 [SeeYou]가 성공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되어 준 블랙 고블린들이 키우는 작물.
그리고 그들의 노동력.
시후가 생각을 이어가는 동안 무대 위의 진행자는 심사위원들의 결과에 따라 상을 수여하고 있었다.
“동상은…”
시후는 이 모든 것들이 고마웠다.
그래서 이들이 상을 받고 제국 전체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은상은….”
시후는 유자 단자를 만들면서 그들이 사는 세계에서 암살자로서가 아닌 노예로서가 아닌 한 명의 인격으로 살기를 바랐다.
“금상은….”
시후는 대상을 탈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만들어 왔던 한식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라면 시후는 퓨전 한식이 분명 이곳에서도 통할 것이라 믿었다.
“자- 이제 대상만 남겨 놓고 있는데요. 심사위원님들이 꼭 이 말을 해야겠다고 하시네요.”
진행자는 마법 구슬을 심사위원들 쪽으로 넘겨주었다.
“네- 먼저 대상을 타게 되실 분의 음식은 정말 머리털 나고 처음 먹어 보았습니다. 정말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저도-, 한입 먹고 드래곤 위에서 춤을 추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충격이었고 맛있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이하 여러 심사위원의 심사평이 나왔다.
듣고 있던 휘준이 시후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어째 듣고 있다 보니 네 디저트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
시후는 대답하지 않고 희미한 미소만 띠고 있었다.
그리고 아세트 장로뿐만 아니라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요리 1기수들을 보며 생각했다.
‘호텔에서 룸 하나 잡고 고급 요리를 먹여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아니면 윤숙희 선생님 가게에 한 번 데려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시후의 생각은 이어지지 못했다.
“자- 그럼 대상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촤라라- 촤라랑-
“대상! 이름 없는 마을의 강.시.후!”
단체전 대상에서는 있지 않았던 무대 효과를 본 사람들은 전부 환호성을 터트렸다.
와아아-
축하해요!
시후는 블랙 고블린들의 축하를 받았다.
거기다 하윤과 강훈의 축하한다는 말을 들으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펑- 퍼펑-
사방에서 꽃가루가 시후에게 날아들었다.
종이꽃이 아니었다.
‘으-. 왜 진짜 꽃을 날리는데? 꽃가루 알러지….’
시후는 코가 간질거리는 것을 참았다.
“대상은 자이 왕국의 국왕 자이로스코프 프란님 께서 직접 드립니다.”
프란은 시후의 표정을 보며 주위의 꽃을 손짓 한 번으로 무대 밖으로 날리며 관객들 머리 위에서 떨어지게 했다.
그 모습을 본 시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저 양반도 마법을 쓸 수 있었어?’
프란은 미소를 지으며 트로피를 건네주며 말했다.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프란이 시후에게 상을 준 뒤 자리로 돌아가자 진행자가 다가와 확성 마법이 걸린 구슬을 허공에 띄웠다.
“대상을 타시면 마을 이름을 바꾸신다고 하셨는데. 어떤 이름일까요?”
진행자의 말에 시후는 무대 아래 객석을 둘러 보았다.
그리고 블랙 고블린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저희 이름 없는 마을은 앞으로 [흑단 마을]로 명명하겠습니다.”
“흑단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
진행자의 질문에 시후는 마을 이름을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흑단은 고급 가구나 악기의 재목으로 쓰이는 나무입니다. 블랙 고블린들이 왕국 곳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베풀고, 재목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의미에서 흑단 마을이라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