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169
168화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진 시후.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낯선 천장과 들려오는 낯선 소리에 시후는 고개를 돌려보았다.
순간 이곳이 어딘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 요리 1기수들과 함께 호텔에서 1박을 했었지?’
어젯밤 이 세계 요리 1기수들이 와인 맛에 빠져 버렸다.
‘술꾼들일 줄이야….’
시후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다가 어지러움에 비틀거렸다.
‘어우- 와인을 괜히 마셨나?’
하윤과 휘준이 호텔 라운지 바에 있던 와인을 털어 와 함께 마셨었다.
시후는 테이블 아래에 굴러다니는 와인 병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끄으으-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음 소리에 시후는 고개를 돌렸다.
“……?”
어지러웠지만 천천히 조심스럽게 신음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강훈…형?’
강훈이 식은땀을 흘리며 뭔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듯 몸부림치는 것이 보였다.
시후는 찬물을 맞은 듯 정신이 들었다.
이내, 욕실로 들어가 물에 적신 수건을 들고 강훈에게로 향할 때였다.
“어? 일어났어?”
강훈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시후를 반겼다.
“아- 네. 형 꿈 꾸시는 것 같아서…. 여기 수건요.”
강훈은 시후의 손에 있던 수건을 받아들었다.
“뭐야? 적신 수건이었어?”
“네. 땀을 많이 흘리신 것 같아서요.”
강훈은 수건을 잠시 바라본 뒤.
“고마워. 아침 어떻게 할 거니?”
“조식을 먹으러 가고 싶은데…. 저 친구들이 있어서요.”
“아아- 그러면 룸서비스로 시켜서 먹여야지.”
스윽- 슥-
강훈은 시후가 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땀을 많이 흘린 것을 확인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안 꾸던 옛날 꿈을 꾸다니….’
이사회에 인정받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악몽을 꾼 거로 생각했다.
강훈은 자신에게 수건을 건네고 방 밖으로 나서는 시후의 뒷모습을 가만 쳐다보았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있는 게 고맙긴 한데…. 왠지 찔리네….’
끄으음-
강훈은 옆의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일어나라- 윤아.”
“어? 엉-. 울 엄마는?”
하윤은 퉁퉁 부은 얼굴로 눈을 비볐다.
그 모습을 본 강훈은 피식 웃으며 방 밖을 쳐다보았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정리하고 있는 시후 모습이 보였다.
“정신 차려. 시후 온다.”
“어? 시후? 아! 맞다.”
하윤도 그제서야 제대로 정신 차린 듯 보였다.
“형- 오늘 회사 안 가봐도 돼?”
“하루 휴가 썼다.”
하윤은 강훈의 말에 잠이 확 달아났다.
평상시 일 중독이라고 불릴 정도인 강훈이었다.
그런데, 하루 쉰다고?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 * *
시후네 일행은 아침 역시도 룸 서비스로 다 함께 식사를 끝내고 호텔을 빠져나왔다.
점심은 다 함께 윤숙희 명장님의 식당에서 먹기로 했기에 다 함께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요리 1기수들은 차에서 밖을 쳐다보며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다 뭘 발견했나 보다.
“시후- 쌤-. 저기 가게는 뭐예요?”
시후는 리스가 가리키는 쪽을 쳐다보았다.
“아- 저긴….”
리스가 가리킨 곳은 모 기업의 ‘팝업스토어’ 였다.
“가보고 싶어요.”
“저도요.”
블랙 고블린들의 요청에 시후는 운전을 하던 강훈을 쳐다보았다.
“저기 앞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있을 테니까 그럼 다녀와. 시후는 한번 보는 것도…, 괜찮을 거야.”
“형은 안 가세요?”
시후의 물음에 강훈은 고개를 저었다.
“업체에서 문자가 와서 통화를 좀 해야 해서. 너희들끼리 다녀와.”
“네….”
강훈의 말에 시후와 휘준 그리고 하윤과 함께 요리 1기수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함께 이동했다.
지이잉-
가게 문을 들어서자.
‘화아- 아-’
그림자에서 감탄하는 목소리들이 속삭이듯 새어 나왔다.
그 목소리에 시후는 피식 웃고 말았다.
시후 일행이 들어온 팝업 스토어는 모 쥬얼리 회사에서 진행하는 곳이었다.
로컬 매장이긴 했지만, 그 안에서 있는 내용은 꽤 흥미로웠다.
‘쥬얼리와 음료를 함께 매칭 했다고?’
시후는 꽤 놀라웠다.
보석에는 색상이 있다.
그 색상과 같은 음료에 보석 이름을 붙인 것 자체가 시후에겐 조금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때.
그림자 속에 요리 1기수들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 가지고 싶어. 그런데 저런 거 우리 쪽에서 못 만드나?’
‘우리도 식당 이제 운영하잖아. 거기서 해보는 건 어때?’
‘그래도…. 저런 반짝거리는 거 하나 있으면 좋겠다….’
요리 1기수들의 속삭임에 시후는 매장 한쪽에서 파는 작은 팔찌 하나씩을 구입했다.
시후는 블랙 고블린들과 함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둘러보며 머릿속으로 강훈과 함께 할 팝업 스토어의 얼개를 짜고 있었다.
타악-
누군가 어깨를 치는 느낌에 고개를 돌렸더니 휘준이었다.
“뭘 그렇게 생각해?”
“아. 3월에 강훈 형이 도와 달라고 했던 것 좀 구상한다고….”
“그래?”
“왜?”
“혼자 뭘 그렇게 보면서 생각에 빠져 있나 싶어서 와 봤지.”
휘준은 그림자를 가리키며 이동할 시간이라는 것을 알렸다.
시후는 머쓱한 듯 볼을 긁으며, 그림자를 슬쩍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구경을 제대로 못 했겠네요.”
‘아뇨- 다 했어요. 진짜 신기한 게 많았어요.’
‘응응. 정말 신기했어요.’
그녀들은 휘준과 하윤의 그림자에서 이동하면서 구경했다고 알려왔다.
“그럼 밥 먹으러 가볼까요?”
그림자에서는 속삭이듯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시각.
차 안에 있던 강훈은 전화를 받으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래서 반대하는 사람은요?”
-현재로서는 현 전무이사가 팝업 스토어에 회의적입니다.
하아-
강훈은 앞머리를 꼬며 멀리서 오고 있는 시후 일행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내일 출근하면 이 전무한테 나 좀 보자고 해 줘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사장님. [SeeYou]의 밀키트 판매량이 너무 늘어나 버리자 다른 업체에서 모방해서 내놓고 있는데, 어떻게 처리할까요?
“그건 내일 이야기하도록 해요.”
-네 알겠습니다.
띡-
전화 끊기가 무섭게 차량 문이 열리며 시후 일행이 들어왔다.
“와- 정말 신기한 게 많았어요. 강훈 님.”
“반짝 반짝이는 것도 있었고….”
리스를 시작으로 에리자와 하리 역시 차 안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강훈은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시후 넌 표정이 왜 그래?”
시후는 가슴께를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아- 윤숙희 명장님을 뵈러 가려고 하니 명치가 답답해져서요.”
“왜? 명장님이랑 관계있어?”
강훈은 알면서도 모른 척 물어보았다.
시후의 표정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저 학교 다닐 적 특강 선생님이신데…. 작년 겨울 이맘때. 선생님께 한번 찾아뵙고 음식을 먹었는데….”
“그런데?”
“하아- 바쁘다고 스승의 날도 까먹고 찾아뵙는다고 해 놓고는 잊어버려서…. 뵐 낯이 없네요.”
시후는 어느새 전방을 보고 있었다.
시후의 옆 모습을 보던 강훈은 차선을 바꾸기 위해 방향 지시등을 켜고 사이드미러를 보며 말했다.
“그러냐? 이해해 주시겠지. 너도 식당을 한다는 거 알고 계시지 않냐?”
“알고 계시긴 한데….”
시후는 말끝을 줄였다.
어느샌가 강훈은 윤 명장의 식당 주차장에 차를 대었다.
끼익-
강훈이 차를 세우고 시후를 보며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시후를 이해하실 거야. 대학생이면서 식당을 운영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계실 테니까.”
“…….”
“그러니까 가서 인사 드리고 맛있는 거 먹고 우리 고블린들에게도 한국 전통 음식을 먹여봐야 하잖아?”
“…네.”
“표정 펴라. 무슨 도살장에 끌려가는 송아지 같은 표정 짓지 말고.”
시후는 강훈의 말에 거울을 힐끔 보았다.
표정을 보기 위해서였다.
달칵-
안전벨트를 푼 강훈이 먼저 차에서 내리자 시후와 휘준이 차에서 내렸다.
주차장에서 나와 얼마 걷다 보니 와 보았던 기와집이 보였다.
시후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교무실 들어가는 기분이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여전히 가게 안을 맴도는 은은한 난초와 묵향이 시후의 코끝을 스쳤다.
“어서 오세요! 예약자분 성함이…?”
직원은 강훈을 보며 놀라는 듯 보였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안내하기 시작했다.
시후는 직원과 강훈의 행동에 물음표가 떴다.
‘…설마.’
머릿속을 지나간 가설을 흩뜨린 시후는 직원의 뒤를 묵묵히 따라갔다.
강훈은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국에서는 한식 명장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강훈과는 고모와 조카 사이였다.
거기다 하윤과도 혈연 관계였다.
강훈과 하윤은 이 상황이 조금은 불편했다.
그러나 늘 그랬듯 두 사람은 시후를 위해 얼굴에 철판을 깔기로 했다.
드르륵-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면 금방 차와 메뉴판을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네.”
직원의 안내에 시후 일행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1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넓직한 장소였다.
개별 룸 형식이어야 요리 1기수들이 나와 함께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행이 자리를 잡자 강훈이 시후를 보며.
“선생님 뵙고 오지 그래?”
“어…. 네. 나가기 전에 잠깐 뵙죠.”
시후의 말에 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문자를 보냈다.
잠시 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인영에 시후는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허리를 접어 인사를 했다.
“서, 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시후의 행동에 휘준도 얼떨떨하게 일어났고 강훈과 하윤 역시 일어나있었다.
들어온 이는 윤숙희 명장이었다.
“다들 앉아요.”
“아- 네.”
윤숙희는 강훈을 보며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당황해하는 시후를 보곤 미소를 띠우며 입을 열었다.
“시후 학생. 오랜만이에요.”
“네. 선생님…. 그동안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시후 학생이 어떻게 지내는지는 종종 귀동냥으로 듣고 있었으니까요.”
강훈과 하윤은 시후와 윤숙희 명장의 대화를 곁눈질로 쳐다보고 있었다.
“차 한잔 즐기면서 음식을 곧 내올 테니 천천히들 즐겨요. 그런데, 예약은 8인분이던데… 네 사람이 다 먹을 수 있을까? ”
윤숙희 명장의 말에 시후는 뒷목을 쓰다듬으면서 입을 열었다.
“저 친구가 요즘 몸이 허해서 좀 많이 먹이려고요.”
시후가 가리킨 사람은 휘준이었다.
휘준은 어색한 미소를 띠며 다 먹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자. 윤숙희 명장은 미소를 머금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네. 선생님.”
드르륵-
윤숙희 명장이 방을 빠져나가자 시후와 휘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후 쌤이 긴장하는 모습은 처음 봐요.”
“응, 긴장해서 어버버하는 모습 귀여워요.”
에리자와 하리의 말에 시후의 귓불이 빨개졌다.
“긴장은 누가 했다고…. 그래요.”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도중.
똑똑-
노크와 함께 방문이 열리고 주문한 음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음식을 상위에 올린 뒤 룸 밖으로 나갔다.
직원들의 발소리가 멀어지고 시후가 그림자를 향해 말했다.
“다들 자리에 앉아봐요.”
“네에-”
수라상 위에 올려진 기본 상엔 밥과 국, 김치와 장, 거기에 조치와 찜과 전골이 보였다.
거기에 반찬은 12첩 이상으로 보였다.
조림과 구이, 생채와 숙채, 산적과 함께 회와 편육도 보였다.
시후는 그녀들에게 수라상의 기원과 먹는 방법을 이야기를 해준 뒤 식사를 시작했다.
“잘 먹겠습니다!”
그녀들은 조심스럽게 젓가락을 쥐어 보았지만 서툴렀다.
결국엔 그녀들이 사용하는 집가락을 꺼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시후는 맛있게 먹는 강훈과 하윤 그리고 휘준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런 날도 꽤 재밌네….’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