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17
16화
시후는 강훈의 목소리가 들리길 기다렸다.
-미안, 옆에서 이야기하는 소리에 시끄러워서 좀 조용히 해 달라고 했어.
“그렇군요. 아! 형. 요리는 어때요? 재밌어요?”
-어? 어. 배운다는 게 즐겁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지.
시후는 강훈의 말에 자신이 한식을 배울 때의 느낌을 떠올렸다.
이내, 가게가 바빠도 너무 바쁜 것도 함께 떠올라 고개를 가로저었다.
“형. 그런데 가게가 너무 바빠요. 형 있을 때도 이렇게 바빴을까요? 전 그 당시 아르바이트라서 잘 몰랐는데 제가 직접 운영해 보니까 장난 아니네요.”
시후의 말에 강훈은 웃음을 터트리기 바빴다.
또한 시후가 굉장히 가게 운영을 잘하고 있음에 기특하단 생각도 들었다.
강훈이 하윤에게 듣기론 [SeeYou]의 옆 가게 때문에 시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화 상에서 시후는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 녀석 걱정 끼치기 싫어서 또 말을 안 하네.’
강훈은 시후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 주었다.
옆 가게 이야기가 언제 나올지 기다렸지만, 시후의 입에선 그 이야기가 나올 생각을 안 했다.
강훈은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
-시후야, 너 옆 가게랑 문제 있다며?
“문제요? 아! 있긴 하죠. 그런데, 크게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아요.”
-뭐? 안 써도 된다고?
“네, 손님들 떨어지면 스스로 자멸하겠죠.”
시후의 말에 강훈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너 대단한 자신감이다?
시후가 한 말은 음식에 대한 자신감.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강훈이 침묵을 지키자 시후는 말을 이었다.
“형. 전 하던 대로 오는 손님들에게 좀 더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내면 돼요.”
시후의 말에 강훈은 지금까지의 업무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강훈과 비슷한 생각을 시후가 했기 때문이었다.
가까이 있다면 꼭 안아 주고 등을 다독여주고 싶었다.
“이야, 언제 이렇게 컸냐? 정말 한국 가면 꼭 크게 칭찬해 줄게“
-어우, 그런 말씀 말고 오시면 일식 요리 한번 해주세요.”
시후의 말에 강훈은 말문이 막혔다.
‘일식이라….’
-그래, 기분이다. 형이 한국 들어가면 해 줄게.
“정말요? 저 기대해도 되죠?”
시후의 기쁨에 들뜬 목소리에 강훈도 기분이 좋아졌다.
조카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어, 그래. 형 이제 일이 있어서 그만 끊을게.
“형! 목소리 들어서 기뻤어요. 많이 바쁘실 텐데 건강 챙기면서 하세요.”
-그래, 너도 몸 챙기면서 해. 괜히 예전처럼 또 섭식장애 생기지 말고.
시후는 강훈의 말에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아, 안 그래요. 형. 걱정 고맙습니다.”
-들어가.
“네, 형도 좋은 밤 되세요.”
핸드폰을 쥔 손을 내려다보며 시후는 가슴이 따듯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시후에겐 강훈이 정말 고마운 사람이었다.
걱정해 주고 아껴주고, 지원해 준 요즘 같은 세상에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후우-
시후는 소파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았다.
* * *
전화를 끊은 강훈은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윤강훈의 비서 사마윤 이었다.
“전무님. 통화 끝나셨나요?”
사마윤의 질문에 강훈은 그를 쳐다보았다.
“통화 듣고 있었어요?”
“아닙니다. 너무 즐겁게 통화하셔서. 보기 좋았습니다.”
“…….”
윤강훈보다 한 살 많은 사마윤은 유능했다.
반듯한 자세의 그는 올곧은 시선으로 강훈을 쳐다보았다.
너무 유능해서 무서울 정도였다.
“그리고 전무님께서 알아보라고 하셨던, [SeeYou] 옆 가게 일은 조치 들어갔다고 보고 받았습니다.”
강훈은 사마윤의 말에 책상 위의 서류들을 쳐다보았다.
강훈의 눈빛이 가라앉자 사마윤이 들어온 이유를 말했다.
“유림식품의 구 회장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후-, 네. 가시죠.”
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두 사람은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 * *
잠시 소파에서 쉰 시후는 시계를 본 뒤 일어나 안방으로 향했다.
오늘은 꽤 많은 양의 재료를 텃밭에서 가져와야 했다.
한숨을 내쉰 시후는 안방 지하실로 내려갔다.
안방 지하실에서는 텃밭의 환경이 환하다는 것만 보였다.
텃밭으로 들어가니 비가 오고 있었다.
“비 오네.”
텃밭에서 비 오는 날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재료 수확을 잠시 고민하던 시후는 바구니를 들고 텃밭으로 들어갔다.
시후는 비 오는 날의 텃밭의 흙이 부드럽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내디딜 때마다 움푹 파지는 흙.
시후는 조심스럽게 채소와 과일 등을 따기 시작했다.
찌르르르르-
얼마 전 텃밭에 내려왔을 때 들었던 새 소리였다.
비가 오는데도 날아다니는 새를 보았다.
활공하는 듯 보였다.
고등학교 때 보았던 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독수리가 땅의 쥐를 잡기 위해 저렇게 날개를 펴고 날았다는 사실을 떠 올렸다.
근처에 먹이가 있나 보다고 생각한 시후는 과실수로 다가가 과일을 따기 시작했다.
휘이이잉-
갑자기 불어온 강한 바람에 시후는 나무 아래에 주저앉았다.
축축한 흙의 감촉이 엉덩이에서 느껴졌다.
“어우-. 옷 다 버렸네. 뭐 올라가서 샤워해야지.”
퍼덕- 퍼덕-
날개짓 소리와 함께 거대한 그림자가 시후를 가렸다.
시후는 순간 목덜미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어 바로 고개를 숙였다.
휘이이잉-
바람이 한 번 더 불고는 조용해졌다.
고개를 든 시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지?”
찌르르르르-
조금 전 들었던 새 소리가 귀에 들렸다.
“에이-. 설마.”
시후는 설마 저 하늘을 날고 있는 새가 자신을 먹이로 알고 내려와 잡으려고 했을까 싶었다.
바스락-
시후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타다다닥-
뭔가 도망치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시후는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다시 과실수 옆으로 이동했다.
과일을 따고 두릅을 채취하던 중 또다시 어디선가 들려온 소리에 고개가 돌아갔다.
시후는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뭔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신경 거슬렸다.
‘뭔가 있나?’
시후는 주변을 다시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무언가를 발견할 수 없었다.
더 살펴보길 그만두고 지하실로 통하는 길로 나가는 도중 시후는 눈이 살짝 커졌다.
‘어?’
채소와 과일을 따기 위해 이동할 때는 보이지 않았던 발자국들이 보인 것이다.
비가 오고 있어 그 발자국들은 선명했다.
‘까치발을 든 것 같은데?’
물이 닿는게 싫은 듯.
발 끝으로만 선 동물 같다는 생각이 든 시후였다.
포유류와는 살짝 다른 동물발자국과는 조금 다른 발자국이 깊이 찍혀 있었다.
‘이곳에 사는….? 특별한 뭔가가 사는 게 분명해. 다음엔 꼭 마주치고야 말겠어.’
시후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인 뒤 남은 재료들을 들고는 안방 지하실로 들어왔다.
툭- 투욱-
발에 묻은 흙들을 털었다.
그리고는 한쪽에 놓아두었던 빗자루를 꺼내 들었다.
쓰아악- 싸아악-
지하실에 떨어진 흙을 다시 텃밭 쪽으로 쓸어냈다.
후우-
“내일 나갈 양으로 충분하겠지? 비가 와서 많이 못 땄는데….”
시후는 가져온 식재료들을 바라보다 입구에 서서 텃밭 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잠시 멍하게 텃밭을 보던 시후는 망태기를 메고 안방으로 올라갔다.
* * *
정신없이 일과 텃밭에서 재료를 수확하는 일상을 보내던 시후는 무심결에 달력을 보았다.
“아…, 학교 어쩌지?”
시후는 가게를 인수하게 되면서 자신이 다니는 대학교의 휴학 또는 자퇴를 생각해야만 했다.
후우-
고민에 한숨을 내쉰 시후가 핸드 리어카를 끌며 가게로 향할 때 뒤에서 누군가 불렀다.
“강시후 학우님?”
시후는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뒤를 돌아보았다.
자그마한 키의 여대생이 전공 서적을 꼭 껴안고 서 있었다.
‘처음 보는데 누구지?’
시후가 의아한 표정으로 있자, 작은 키의 여학생이 시후를 올려다보곤 웃으며 이야기했다.
“안녕하세요. 저 홍미래라고 해요.”
“아, 네.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홍미래는 자신을 위해 무릎을 살짝 굽힌 시후를 보며 눈을 살짝 빛내며 용건을 이야기했다.
“학과 조교님께서, 연락해도 안 받는다고 가게 갈 일 있으면 말 좀 전해달라고 해서요. 가게 지나갈 때마다 줄을 서 있어서 들어가서 이야기를 못 했다고 하던데요?”
“아….”
그랬다.
가게가 너무 바빴던 탓에, 학과 담당 조교와 이야기를 한다는 게 깜박하고 있었다.
“고마워요. 알려주셔서.”
홍미래는 조교의 전언을 시후에게 말했다.
“조교님이 ‘학교 한번 올라오던지, 아니면 전화를 하던가’라고 이번 주 내로 해 달라고 했어요.”
“네. 그렇게 할게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화아악-
홍미래는 시후의 얼굴을 보며 인사를 했다.
“아니에요. 학우님. 그럼 저 가볼게요.”
무엇이 그리 급한지 홍미래는 뒤돌아 학교 방향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시후는 그녀의 뒷모습을 잠시 본 뒤 [SeeYou]로 향했다.
가게 문이 이미 열려 있었다.
따라랑-
안에서는 하윤이 홀 정리를 빠르게 마치고 쇼케이스(업소용 냉장고) 정리를 하고 있었다.
“형, 뭐 이렇게 빨리 왔어요?”
“그러는 너는? 20분이나 빨리 왔잖아.”
시후는 시계를 보며 피식 웃었다.
“빨리 준비하고 밥 먹고 하죠.”
시후의 말에 하윤이 물었다.
“아! 너 학교는 어떻게 할 거냐?”
“아무래도 오늘 같은 과 학우가 저한테 조교의 말을 전해 주던데요.”
시후의 말에 하윤은 대충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너 핸드폰 왜 들고 다녀?”
“…….”
시후는 할 말이 없었다.
스마트폰.
현대인들의 필수품이라고 불릴 만큼 그 용도가 다양하다.
하지만, 시후에겐 인터넷 검색용과 시계 그리고 알람으로 사용 중이며 가끔 걸려 오는 전화를 받는 문명의 이기였다.
하윤은 시후의 얼버무리는 표정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너희 과 조교가 우리 과 조교랑 친한지 우리 과 조교도 나한테도 와서 이야기했다. 너 보면 전해 달라고.”
시후는 하윤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네? 아…. 빨리 결정해야겠네요.”
시후의 고민 섞인 표정을 본 하윤이 진지한 목소리로 불렀다.
“시후야.”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