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186
185화
시후가 마당에서 바람과 새소리를 즐길 때.
강훈은 집무실 안을 몇 번이나 서성였다.
할아버지 윤대한의 말이 떠올랐다.
“그 친구에게 네가 가진 것을 밝히지 않으면 돌아설지도 모르겠구나.”
강훈은 할아버지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강훈은 시후가 부모님을 잃은 사고를 당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 당시 정말 안타까웠지.’
아르바이트생이었던 시후의 처지가 딱했다.
병원에서 보았던 무기질적인 표정과 행동.
그 모든 것이 자신과 비슷했다.
온몸으로 모든 것을 거부했다.
세상에 홀로 남은 기분.
그 어두웠던 시기.
강훈은 할아버지 윤대한을 통해 빛을 발견했다.
할아버지에게 받았던 따스한 정(情).
그로 인해 강훈은 그 당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래서 강훈은 자신도 모르게 정을 시후에게 베풀었다.
재벌 3세의 입장에서 베푼 것은 아니었다.
그저 연민의 마음이었다.
후우-
강훈은 여러 가지를 시후에게 숨겼다.
자신이 재벌 3세라는 것.
그리고 현재 윤식품의 사장이라는 것.
[SeeYou]를 원래 윤식품 산하 레스토랑으로 삼으려다가 시후에게 양도한 것.일본에 음식을 배우기 위해 간 게 아닌 백부님의 프로젝트 때문에 갔었던 것 등등.
‘생각해보니 한두 가지 숨긴 게 아니구나….’
강훈은 숨기는 것이 점점 스노우볼 굴리기가 되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 멈춰야지.’
강훈은 결심했다.
그리고는 집무실 건너로 보이는 건물 그리고 오가는 차들을 내려다보았다.
‘생각해보니까. 시후에게 받은 게 정말 많구나.’
강훈 역시 시후에게 받은 것도 많았다.
정말 특별한 경험.
블랙 고블린들과의 만남.
이 세계에서 그들의 문화와 복식의 경험.
마치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받았다.
강훈은 눈앞의 하윤을 쳐다보았다.
‘쟤도 많은 경험을 했다고 했지?’
주하윤 그가 강훈의 집무실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었다.
그의 차림은 멋들어진 슈트 차림이었다.
출판사의 행사에 참석했다가 강훈의 연락을 받고 온 것이었다.
강훈이 시후에게 재벌 3세라는 것을 밝힌다고 하윤에게 이야기했을 때.
하윤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시후. 아마도 눈치는 있을걸?”
“어떻게?”
“그 녀석 보기보다 관찰력 정말 좋아. 사람을 보는 눈. 그리고 행동들. 뭔지는 모르겠지만 촉이 좋다고 해야 하나?”
하윤의 말에 듣고 있던 강훈은 다리를 반대로 꼬았다.
그리고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래서 네 말은 이미 시후가 알고 있을 것 같다?”
“어-. 우리가 밝힌다 해도 그렇게 놀라진 않을걸?”
“흐음….”
하윤의 말에 강훈은 팔짱을 풀고 무릎 위에 팔꿈치를 올린 뒤 손으로 턱을 받혔다.
지금까지 시후의 행동을 보면 ‘그럴지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윤이 네 생각은 어때?”
“난-, 시후에게 밝히는 게 좋다고 생각해.”
두 사람의 대화.
그리고 난 결정.
두 사람은 시후에게 자신들의 위치 그리고 그동안의 고마움을 알리기로 했다.
“시후 가게 확장이나 이런 건 절대 사양하겠지?”
강훈의 말에 하윤이 피식 웃었다.
“당연하지. 형이랑 추억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그 녀석.”
하윤의 말에 강훈은 조금은 기뻤다.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
그것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 싶었다.
강훈은 시후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하자.’
마음속으로 그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시후의 번호를 눌렀다.
뚜르르-
-네, 형- 오랜만이에요.
수화기 너머 들린 시후의 목소리는 듣기 좋았다.
* * *
시후는 엘리베이트 문 앞에 우뚝 선 태민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왜 그래? 빨리 나가.”
“어? 그, 그게.”
시후는 태민의 어깨를 밀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어?”
시후 역시 내리자마자 깜짝 놀랐다.
엘리베이터와 조금 떨어진 곳에 한 여직원이 손을 배 앞에 가지런히 모은 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시후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어-? 음….”
당황한 시후는 일단 주위를 빠르게 훑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은 시후.
사마윤과 함께 자연스럽게 앞으로 향하는 하윤을 보았다.
‘이게 두 분이 숨긴 비밀인 건가?’
시후는 어렴풋이 눈치를 채고는 있었다.
윤강훈 그리고 주하윤의 관계.
아무리 사장과 아르바이트 직원이라고 해도 가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친밀함을 보였다.
그 당시 ‘친척이 아닐까?’라는 의심.
종종 강훈에게 연락이 왔을 때를 떠올린 시후.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여직원의 목소리에 잠깐 생각에 잠겼던 시후는 고개를 들었다.
시후와 하윤 그리고 태민은 여직원의 안내에 따라 이동했다.
그리고 들어간 곳.
널찍한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사마윤 팀장의 목소리였다.
태민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하윤은 소파에 앉으며, 시후와 태민을 보곤 물었다.
“두 사람 음료 뭐 마실래?”
시후는 녹차를 이야기했고 태민은 커피를 이야기했다.
하윤 역시 커피를 선택했다.
잠시 뒤.
조금 전 봤던 여직원이 각자 앞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하윤은 찻잔을 들고 입으로 가져갔다.
태민은 그 모든 행동이 기품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평소에 보지 못한 [SeeYou]총괄 팀장의 모습.
시후 역시 찻잔을 입에 가져다 대며 말문을 열었다.
“형이랑 강훈 형 두 분 다 저에게 이야기할 마음이 드셨나 봐요?”
헛-!
시후의 말에 하윤은 헛숨을 삼키면서 커피가 기도로 들어갔다.
쿨럭- 콜록-
빠르게 테이블 위에 있던 티슈로 입을 닦으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깜빡이는 좀 켜고 들어오지?”
하윤의 가벼운 타박.
시후는 그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언제 이야기해 주시나 했어요. 그렇지 않나요? 강훈형?”
태민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달칵-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강훈이었다.
하윤은 강훈을 보며 피식 웃었다.
“내가 말했지? 이 녀석 눈치채고 있을 거라고.”
“그러게….”
하윤이 강훈을 가리키며 두 사람에게 소개했다.
“두 사람 다 알겠지만 전 [SeeYou] 오너이자 현재 윤식품 대표이사 윤강훈.”
하윤의 소개에 가장 놀란 것은 태민이었다.
“어? 네? 무, 뭐라고요? 대표이사? 사장님?”
시후는 태민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푹 찔렀다.
“가만있어.”
“어? 너 같으면 가만있을 수 있냐?”
태민의 말에 시후는 어깨를 으쓱였다.
“나? 가만있잖아.”
강훈과 하윤은 두 사람의 티격태격에 미소를 지었다.
“언제 알았어?”
강훈의 질문.
시후는 잠깐 생각 후 입을 열었다.
“처음 아르바이트 시작하고 한 달 지났을 때쯤. 형과 하윤 형의 관계가 정말 친한 형 동생 관계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일단 거기서 먼저 ‘음- 친척인가?’라는 생각을 했었죠.”
시후의 말에 강훈과 하윤은 마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리고는 뭐 그 뒤부터 그냥 ‘아- 두 사람의 관계가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되나 보다’ 하고 그냥 가만 있었죠.”
시후의 말에 강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번 팝업 스토어 건은?”
“그건….”
시후는 말을 하다 말고 태민을 쳐다보았다.
태민은 가만히 찻잔을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는 것 같았다.
시후는 태민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어? 왜?”
태민은 시후의 팔이 어깨로 올라오자 의문을 표했다.
그리고 시후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슬립-.”
순간 태민의 눈이 감기고 몸이 추욱 늘어졌다.
강훈은 시후가 현실에서 마법을 쓰는 것은 처음 보았다.
훗카이도에서 저쪽 이 세계 게이트를 여는 건 보았지만 말이다.
시후는 태민을 소파에 편하게 눕힌 뒤.
강훈과 하윤 근처로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 추측은요. 윤숙희 한식 명장님도 형의 ‘친척분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강훈과 하윤은 정말 놀랐다.
관찰력이 좋다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좋을 줄 몰랐다.
“첫째로 제가 가게 인수 후 메뉴를 정할 때 강훈 형이 티켓을 주셨죠.?”
“어? 어.”
“그런데 제가 알고 있기론 그 티켓은 정말 귀하거든요. 그리고 하윤 형과 갔을 때, 윤숙희 명장님의 시선에서 하윤 형을 아는 느낌이 들었어요.”
“헐-.”
하윤의 놀람을 뒤로 한 채.
시후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전부 털었다.
강훈과 하윤은 시후의 이야기에 눈이 점점 커졌다.
결국엔 두 사람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윤은 웃으며 물었다.
“그럼 얼마 전 중년 손님의 정체도 알고 있었겠네?”
“뭐- 대충은요. 그런데 두 분. 고종 이종 관계세요?”
“정답-”
하윤은 강훈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 말 맞지? 이 녀석 다 눈치채고 있었다니까.”
“모르는 것도 있을걸? 시후가 가지고 있는 수원 하우스 그게 내 것이라는 것을.”
강훈의 말에 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알고 있었어요.”
“엥? 어떻게?”
시후는 강훈과 하윤의 궁금증을 전부 이야기해 주었다.
한참 뒤.
피식-
피식-
강훈과 하윤은 피식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이 녀석 능구렁이였네….”
“그러게요.”
“다 알면서도 그냥 가만히 있었다라….”
“형. 다른 사람이면 입을 열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 했을걸?”
두 사람은 시후의 입이 무겁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원래도 말이 없는 편인 녀석이었다.
말하기, 보다 들어 주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말을 하기보다는 행동을 하는 녀석이었다.
두 사람은 시후의 마음이 고마웠다.
“형 나 홀가분 한데?”
“나도 그렇다.”
시후는 두 사람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조금은 진실로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두 사람이 뭔가를 감추고 있을 때.
시후는 저 두 사람에게 투명한 벽을 느꼈다.
넘을 수 없는 선이 느껴졌다.
그러나 시후는 기다렸다.
두 사람이 언젠가 자신에게 이야기해 줄 것이라고 믿으며.
그 믿음이 오늘 보답을 받은 것 같았다.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요. 형들.’
시후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 * *
태민은 어리둥절했다.
시후가 어깨에 팔을 올리고 갑자기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니 화기애애한 분위기.
그리고 네 사람은 윤 식품 사옥을 빠져나왔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네 사람은 차를 타고 이동했다.
태민은 건물 앞에서 깜짝 놀랐다.
“헐- 여긴?”
태민의 놀람을 뒤로하고 세 사람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시, 시후야 기다려줘.”
태민은 시후 옆으로 빠르게 붙었다.
그리고 올라간 개별 룸이 있는 레스토랑.
그곳에서 태민의 눈은 커지기 시작했다.
“시, 시후야. 여기 주, 주차석 대가가 있는 곳이야.”
시후도 대충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있는 태민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야야-! 나 여기 주차석 대가님 음식 몇 번이나 먹으러 왔었는데….”
흥분한 상태였다.
“크아- 이렇게 오게 될 줄이야.”
시후는 태민의 들떠있는 모습을 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태민은 계속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주차석 중식 쉐프.
시후는 이 중식 레스토랑에 있는 쉐프의 이름을.
예전에 블랙 고블린들과 방문했을 때, 본 적 있었다.
호텔 건물과는 다른 층이었기에 방문을 못 해본 곳.
시후는 강훈과 하윤이 왜 이곳으로 자신을 데려왔는지 알 것 같았다.
“형들, 혹시…?”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