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189
188화
태민의 질문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빠진 시후 였다.
“음식의 기본이 뭐냐?”
시후의 뜬금없는 질문에 태민은 대답했다.
“칼질이지 않나?”
“칼질도 칼질인데, 무엇보다 제철에 나는 신선한 재료가 우선이야. 너도 알다시피 음식은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하잖아.”
태민은 시후가 할 이야기의 얼개를 잡았다.
즉. 음식은 식약동원 ‘먹거리와 약은 그 뿌리가 같다.’라는 것이었다.
시후는 태민의 표정을 보고 입을 열었다.
“중식의 기본은 재료가 워낙 광범위하니까 엄선하는 것부터 시작이지 않냐?”
시후의 말에 태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농담 삼아 ‘중국 음식은 흙도 튀겨 먹는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재료의 방대함이 있는 것이 중식이다.
“한식 역시 재료의 엄선부터 시작해. 너도 학교 다니면서 배웠잖아. 음식의 맛의 70%는 신선한 제철 재료와 그에 맞는 조리법이라고.”
후르릅-
시후는 말을 마치고 맥주 한 모금에 칠리새우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내가 묻고 싶은 건, 네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맞는 조리법을 다 다르게 하냐는 거지.”
태민의 질문에 시후는 어깨를 으쓱였다.
“손님을 보면, ‘오늘 뭐가 드시고 싶겠구나-’ 하는 느낌이 온달까?”
시후의 말에 태민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의 말 대로라면 손님을 관찰한 결과로 맛을 더하고 빼고 한다는 것이다.
그때 시후의 말이 이어졌다.
“손님의 표정이나 옷차림을 힐끔 보면 아 이 사람은 오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구나. 그러면 조금 매콤하게 하자.”
시후는 맥주캔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아- 이 사람은 땀을 많이 흘리는구나 그럼 수분 보충을 해줘야겠네? 아. 이분은 짜게 드시면 안 되겠구나. 약간 심심하게 해 드려야겠다.”
시후는 말을 이은 뒤 피식 웃었다.
“너도 이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태민은 시후의 질문에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다 잠깐 생각한 후.
“관찰력이 극성이 달한 사람이라면 알 수 있긴 해. 늘 상대를 관찰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요리에 적용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태민의 말에 시후는 피식 웃었다.
“관찰력이라기보다는 아픈 과거의 산물이지….”
시후의 말에 태민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중학교 3년 동안 일진들에게 얻어터지면서 살아남기 위해 극성으로 발달한 게 눈치와 촉과 관찰력이었어.”
콰지직-
맥주 캔을 우그러뜨리는 소리에 태민은 시후를 쳐다보았다.
“중학교 때 엄청나게 얻어터지고 집에 갔는데,엄마가 오랜만에 일찍 퇴근했다며 집에 계셨어. 그리고 그때 해 준 된장찌개에 마음이 풀어지더라. 음식을 먹는 동안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맛.”
카치잇-
맥주 캔을 따자 거품이 새어 나왔다.
후릅-
“매일 먹던 된장찌개였거든. 그런데 그날만큼은 이상하게 마음이 풀어지면서 눈물이 나더라. 그때 결심했지. ‘아- 나도 이런 음식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혼자 노력해서 김치찌개를 끓여서 부모님께 드렸어.”
시후의 말에 태민은 그저 듣고 있었다.
“아버지가 드시고 시판 김치찌개냐는 말에 조금 서운하긴 했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만큼 맛있다는 것이었잖아.”
“…그렇지?”
“그때 두 분이 그러셨어. 정말 맛있다고, 그리고 행복한 표정으로 날 보셨지. 그 모습을 보면서 내 안에 뭔가가 깨지더라.”
“…….”
“고등학교 때 요리대회를 나가서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가 심사위원들의 혀 상태라던가 컨디션을 고려해서 만들어 낼 수 있었거든….”
시후의 말에 태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요리대회에 심사위원들은 많은 인원의 음식을 맛을 보려면 ‘혀가’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시후는 그 심사위원들의 컨디션을 파악하고 과제 음식을 조리해서 제출했다는 것 아닌가?
태민은 옆에 앉아 맥주를 홀짝거리는 시후가 괴물 같았다.
“그래서, 손님들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맛을 원하는지 메뉴가 떠 오르는 것이고?”
한쪽 귀로 태민의 말을 듣고 있던 시후는 시선을 멀리 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태민은 흉내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분야라는 것을 깨달았다.
“괴물이네….”
“뭐? 사람 앞에 두고 괴물이라니. 네가 괴물을 진짜 못 봐서 그래.”
“뭐? 꼭 본 사람처럼 이야기하네?”
“맹우석 선배.”
“아아-!. 그 선배도 괴물이긴 하지. 혓바닥에 AI라도 장착했는지 미세한 소금까지도 맞추는 그런 혓바닥은….”
태민은 말을 하다가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그런 태민을 보며 시후가 피식 웃었다.
“궁금증은 해결됐냐?”
“어? 어-. 그냥 난 기초적인 재료 선별의 눈 그리고 칼질, 웍질을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식은 더 배우고 싶어?”
“당연하지. 집에서 맨날 해 먹는 게 한식이잖아. 사람들은 집밥이라고 하지만, 다 한식이지.”
“그렇긴 하지…. 집밥.”
시후는 한식의 기본은 매일 차리는 집밥이라고 생각했다.
“특별한 날에 먹는 잔칫상이 아닌 이상 매일 먹는 국 찌개 반찬 구이 조림 여러 가지가 한식이지.”
시후의 중얼거리듯 하는 말에 태민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제철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준 요리사의 음식을 먹고 기운을 낸다라…. 그런 의미로 내일 나도 먹고 싶은 거 있는데 해 줄래?”
태민의 말을 듣던 시후는 그의 표정을 보고 바로 대답했다.
“삼계탕?”
“…어떻게 알았어?”
“표정에 쓰여 있는걸?”
“헐-.”
태민은 정말 깜짝 놀랐다.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삼계탕이 먹고 싶었던 태민이었다.
그걸 단번에 알아맞춘다고?
조금 전 했던 이야기를 떠올려 보았다.
태민은 시후의 관찰력에 대해 반신반의 했었다.
내일 먹고 싶은 메뉴를 단박에 맞추는 시후의 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역시 괴물이네….”
* * *
다음 날 오후.
[SeeYou]가 끝나고 직원식사로 나온 것은 삼계탕이었다.하윤이나 강훈에게 해 주었던 설삼이 든 삼계탕이었다.
비록 20년 묵은 설삼이긴 했다.
완성된 삼계탕은 직원들 앞에 한 뚝배기씩 놓였다.
“오- 삼계탕. 역시 더워질 때는 이만한 것도 없죠.”
휘준의 자리를 채우고 있는 이진솔의 감상이었다.
다른 직원들은 삼계탕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작년에 휘준 씨가 이거 먹었다고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홀팀의 우진호는 휘준에게 이야기 들었을 때 부러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는 그는 닭다리를 하나 뜯어 베어 물었다.
“?!-”
우진호의 동공은 사정없이 떨렸다.
그리고는 시후를 쳐다보았다.
“사장님- 이거 대체 무슨 맛이에요?”
우진호의 말에 시후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네? 입에 안 맞아요?”
시후의 질문에 다른 직원들과 우진호는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다.
“너무 맛있어서요.”
그 모습을 보던 하윤은 피식 웃었다.
‘저러니 직원들이 저 녀석이 만들어 주는 밥때를 기다리는 거지.’
그중 고개를 푹 숙이고 국물을 조심스레 떠먹고 있는 태민.
‘이래서 사람들이 시후의 음식을 먹고 추억 돋는다는 말을 한 거구나….’
태민은 처음 시후의 삼계탕을 받았을 때, 충격이었다.
어릴 적 기억이 고스란히 눈앞에 펼쳐졌다.
태민은 나름 금수저까지는 아니었지만, 은수저 정도는 되는 집안이었다.
친가보다는 외갓집이 좀 사는 집이었다.
그러나 태민은 도시에 사는 외할머니보다는 시골에 있는 할머니가 더 좋았다.
태민이 7살 때.
시골 할머니 댁에 여름방학 때 혼자 놀러 갔었다.
친할머니댁은 화장실이 수세식도 아닌 과거 ‘변소’라 불리는 곳이 있었다.
그 당시 할머니 댁엔 닭과 오리를 마당에 풀어 놓고 키우셨었다.
태민이 닭과 오리를 한곳으로 몰이하며 놀다가 닭들이 ‘변소’로 도망을 치다가 그곳에 빠진 것이었다.
“할매- 삐약이들이 변소에 빠졌는데…요.”
태민의 말에 할머니는 깜짝 놀라셨다.
“아이구야- 태민아! 우짜꼬- 아이고- 우야노-”
할머니는 긴 막대를 들고 화장실로 뛰어가셨다.
후다닥-
할머니는 ‘변소’에 빠진 닭과 오리를 구해 내셨다.
푸세식 화장실에서 나는 암모니아 냄새와 구린내가 마당 가득 퍼졌다.
그리고 태민은 할머니께 엄청나게 혼났다.
“나가 놀아!”
할머니의 축객령에 태민은 시골 논과 밭을 걷다 동네 아이들과 한참을 놀다 들어왔다.
마루에 앉아 뉘엇뉘엇 넘어가는 해를 보고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정지(시골부엌)에서 작은 상을 가져 나오셨다.
상위엔 보글보글 끓고 있는 뚝배기가 보였다.
그리고 빼꼼히 내민 뽀얀 빛깔을 보이며 얌전히 다리를 꼬고 있는 닭이었다.
태민은 한참을 뛰어 놀아 배가 너무 고팠다.
숟가락을 들고 뽀얀 국물을 한입 떠먹었다.
후르릅-
할머니가 해 준 삼계탕이었다.
한참을 닭 다리를 뜯고 먹는 중 할머니의 시선이 느껴졌다.
“응? 할머니 왜요?”
“맛있냐?”
“네? 네! 맛있어요.”
“그래. 많이 먹어. 냉동실에 또 있으니까….”
어릴 적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후르릅-
태민은 시후가 해준 삼계탕을 먹으며 어릴 적 할머니가 이야기한 의미를 깨달았다.
그리고 삼계탕을 먹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
태민의 웃음소리에 시선이 모아졌다.
그의 눈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깜짝 놀란 시후가 물었다.
“왜? 맛이 없어?”
“아냐- 어릴 적 기억이 떠올라서.”
“무슨?”
“내가 어릴 적에 우리 할머니 집에 놀러 갔거든?”
시후는 태민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야- 그냥 다 먹고 이야기해라.”
“어? 그럴까?”
태민은 수저를 빠르게 놀렸다.
닭 한 마리를 순식간에 해치워 버린 태민을 본 시후는 미소를 지었다.
직원들이 먹은 닭은 저쪽 이 세계에서 가져온 닭들이었다.
품종은 한국에서 넘어갔지만, 물 좋고 공기 좋은 시골에서 자란 닭과 다를 바 없는 닭이었다.
태민과 직원들은 식사를 다 하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맛있었다.-”
“정말 맛있었어요. 어쩜 닭이 이렇게 보드라운지….”
설거지 이모 김은주의 아쉬운 목소리가 들렸다.
“가족에게 해 드리고 싶으신 거죠?”
시후의 질문에 김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실 때 챙겨 가세요. 챙겨놨으니까요.”
시후의 말에 김은주의 눈은 감동으로 물들었다.
태민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여전히 사람은 잘 챙기네….’
시후는 태민을 보며 물었다.
“아까 하려던 이야기 마저 해 봐.”
“아? 아! 그거?”
태민이 입을 열어 어릴 적 썰을 풀어 놓았다.
시골에서 할머니의 삼계탕을 받은 태민은 할머니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태민을 데리러 온 아버지께도 할머니는 삼계탕을 끓여 주었다.
“어머니- 닭을 왜 이렇게 잡은 거예요?”
아버지는 냉동실에서 뭔가 꺼내려다가 발견한 냉동된 닭과 오리를 보고 물었다.
“그거? 태민이가 사고 친 거다.”
“네? 그게 무슨?”
할머니는 아버지께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조금 전 먹은 삼계탕의 정체를 알고 깜짝 놀라 태민을 보았다.
“아들- 너 정말!”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