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202
1화
시후와 처음 만났을 때(1)
율은 포티를 삶아 샐러드로 만든 것을 입에 넣었다.
우물- 우물-
시후가 만들어 준 것이었다.
눈앞엔 엘라가 입 주위에 가득 묻히고 먹고 있었다.
-시후가 깨끗하게 먹으라고 했어. 입 닦아.
-싫어! 엘라는 이렇게 먹는 게 맛있어.
율은 고개를 저었다.
-엘라. 너 시후랑 만난 거 기억나?
-응? 아! 율이 잔뜩 다쳐서 시후가 안고 사라진 건 기억나.
율은 창가 너머로 보이는 시후가 오가는 게이트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 듯.
시선이 멀어졌다.
* * *
그날도 여느 날과 같은 날이었다.
따듯하면서도 선선한 바람이 율을 깨웠다.
포티가 너무나 먹고 싶었던 율이었다.
흥얼거리며 집을 나선 율.
-오늘도 그 발자국이 있을까?
율은 텃밭에서 발견한 휴먼 발자국을 떠올렸다.
몇 달 전부터 꾸준히 찍혀있는 휴먼의 발자국이 신경 쓰였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있을까?
율은 텃밭 앞에서 서성거렸다.
-어? 오늘도 있네.
율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지? 대체 언제 왔다 가는 걸까?
율은 큰마음을 먹고 작은 나무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글을 썼다.
[이 텃밭은 주인이 있는 경작물입니다. 함부로 가져가지 마세요. 주인 백.]율은 정중하게 글을 썼다.
휴먼이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모르겠다.
일단 써 놨다.
내일도 텃밭의 작물이 없어질까?
율은 궁금했다.
율은 포티를 하나 캐서 흙을 툭툭 털었다.
스윽- 스윽-
몸에 포티를 문지른 뒤.
한입을 물었다.
아삭-
우적 우적-
율은 포티를 우물거릴 때였다.
“dlfrdjwntutj rkatkgkqslek.”
어디선가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언어에 율은 몸을 낮추었다.
빼꼼-
율의 눈이 부엉이보다 더 커졌다.
휴먼과 생김새가 조금 달랐다.
까만색 머리카락.
다른 휴먼들보다 피부가 하얗게 보였다.
그리고 휴먼이 뭔가를 내려놓고 있는 게 보였다.
‘저게 뭐지?’
율은 궁금했다.
텃밭의 작물들의 그림자를 통해 조금씩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이 휴먼이 우리가 농사 지은 작물을 가져갔구나-.’
율은 이상하게 화가 나지 않았다.
일단 이 마을은 아무도 들어올 수도 없었다.
그리고 나갈 수도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들어왔을까?
율은 궁금했다.
가까이 다가가 물어보고 싶었다.
“dhlwjsdptj aksgdms Ejrqkqdmf vnfehfhr gkrpTtmqslek.”
뭔가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휴먼이었다.
율은 휴먼의 언어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율은 장로에게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찌르르르르-
율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차-
그리핀 한 마리가 날개를 접고 하강하고 있었다.
어어?
찌르르르-
파아앗-
그리핀이 하강하며 날개를 활짝 폈다.
날개에 의한 풍압이 율을 감쌌다.
으으악-
율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핀의 발톱이 자신을 움켜잡고 있었다.
-사, 살려줘어어어.
휴먼이 고개를 휙 돌리더니 뛰어왔다.
타타탁-
율은 휴먼 쪽을 쳐다보았다.
뭔가 손에 들고 있었다.
휘이익-
끼아악-
어?
율은 순간 자신의 몸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으아아악-
털썩-
끄으으-
율은 신음을 흘렸다.
휴먼의 눈빛은 걱정과 안타까움으로 물들어 있음을 깨달았다.
으-
율은 그 기억이 마지막으로 눈이 감겼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따끔-
아프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슬쩍 떠 보았다.
반짝이는 벽 안에 갇힌 것 같았다.
-여긴…?
율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온몸이 아팠다.
-여긴 어디야?
눈앞엔 투명한 벽 같은 게 있었다.
율은 힘을 써 보려 했다.
‘불어오는 선한 바람이여. 이 투명한 벽을 깨부셔라.’
-……?
율은 깜짝 놀랐다.
‘어? 이상하다? 왜? 안 되지?’
율은 다시 한번 노래를 불렀다.
‘불어오는 선한 바람이여!’
달칵-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율은 들어온 사람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휴먼?
들어온 이는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휴먼이었다.
뭔가를 이야기하는 휴먼.
율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만 휴먼의 행동에서 따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휴먼은 자신을 가둔 이 투명한 벽을 여는 듯했다.
휴먼의 검지가 자신의 코 앞에 다가왔다.
킁킁-
율은 자신도 모르게 휴먼의 검지 냄새를 맡았다.
신기하게도 휴먼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냄새가 났다.
뭔지 모르지만 마음이 편안해졌다.
휴먼이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기분 좋다-’
율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까무룩 잠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이곳에 있는 동물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집사는 왜 이렇게 안 오는거냥-”
달칵-
율은 혹시나 자신을 구해준 휴먼인가 싶어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이었다.
푸른색의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지쳐 보이는 듯한 표정으로 율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자신에게 온 휴먼과 같이 투명한 벽을 열었다.
그리고는 반짝이는 그릇을 보며 뭔가 이야기했다.
-어?!
율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떻게 내 말을 알아듣는 거야?
푸른색 옷을 입은 사람은 피식 웃었다.
“궁금해? 아! 그런데, 너한테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네 말 알아듣는다는 거 비밀이다? 알았지?”
율은 궁금했다.
이곳이 어딘지.
그리고 자신은 이곳에 왜 있는지 눈 앞의 푸른 옷을 입은 이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친절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이제 궁금증은 다 해결됐니? 꼬마야?”
-꼬마?
“음…. 너처럼 작은 아이를 부르는 말이긴 해.”
-저기 있잖아. 날 구해준 휴먼과 이야길 나누고 싶어.
“그건 좀 곤란해.”
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다 꼬마야. 내가 너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면 난 여기 그만둬야 하거든.”
-왜? 그만두는 건 또 뭐야?
율은 정말 궁금했다.
푸른 옷의 남자는 율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친절했다.
한참을 설명 후 그는 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우리 꼬마 친구는 궁금한 게 많구나?”
이곳에서 자신을 구해준 휴먼이 사는 곳이라는 것은 배웠다.
푸른 옷을 입은 남자의 설명에 고개를 갸웃거릴 때도 많았다.
“아이쿠- 입원실에 너무 오래 있었네.”
그는 입원실에 걸려 있는 붉은색으로 깜박거리는 것을 보며 말했다.
“벌써 교대 시간이네. 꼬마야. 내일 또 보도록 하자. 쉬어라.”
그는 문을 열고 나가며 다른 생물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벽 옆에서 들려오는 인사 소리가 들렸다.
“내일 또 보자옹-”
“잘가량-”
달칵-
문이 닫히자 옆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집사가 안 온 다옹”
-거기, 집사가 뭐야?
“집사를 모르냐옹?”
-응. 그게 뭐야?
“집사는 집사다옹! 날 위해 감자도 치워주고 맛동산도 치워주는 집사!”
율은 옆방의 생물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고개가 기울어졌다.
율은 고요함 속에서 멀리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샌가 잠이 들었다.
“dlfrdjwntutj rkatkgkqslek. dhlwjstlwkrdlqslek”
귓가에 들리는 소리에 율은 눈을 떴다.
-아! 휴먼이다.
자신을 구해준 휴먼 옆에 또 다른 휴먼이 보였다.
두 휴먼은 뭔가를 대화 중이었다.
“언제쯤 퇴원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
“낫는 속도가 다른 고양이들보다 굉장히 빨라서 늦어도 내일 저녁 정도는 퇴원이 가능할 것 같네요.”
율이 보기에 휴먼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투명한 벽을 열었다.
율은 쓰다듬어 주는 줄 알고 머리를 가져다 대었다.
쓰담- 쓰담-
율은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자신도 모르게 ‘그르륵-’ 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휴먼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다 미소를 지었다.
“기분이 좋은가 보구나?”
율은 자신을 구해준 휴먼 옆에 서 있는 이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도 이 손길이 좋다.
* * *
율은 다음 날 들어온 푸른 옷을 입은 남자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푸른 옷을 입은 남자에게 나는 냄새랑 자신을 구해주었던 휴먼 에게서 나는 냄새가 비슷했다.
-궁금한 게 있어.
“뭘까? 우리 꼬마?”
-식물이랑 동물을 좋아해?
율의 질문에 푸른 옷의 남자는 웃는 듯했다.
“음- 식물도 좋아하고 동물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왔던 곳으로 떠날 땐 너무나 슬프지.”
‘어?’
율은 순간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푸른 옷의 남자에게서 느껴진 또 다른 냄새가 느껴졌다.
‘이 냄새는….’
율은 깨닫고 말았다.
이 푸른 옷의 남자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남자는 율이 깨달았다는 것을 안 건지 검지를 세워 입술 앞에 붙이며 말했다.
“우리 꼬마 친구. 비밀 지켜 줄 거지?”
율은 아무런 대답을 못 했다.
자신을 구해준 휴먼이 사는 곳에서도 자신과 같은 힘을 가진 사람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는 다시 한번 율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때? 꼬마야.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할까?”
-뭐, 뭘요? 비밀 지켜달라는 것요?
푸른 옷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말도 안 통하는데. 말을 할까요?
율은 자신도 모르게 푸른 옷의 남자에게 말을 높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게? 그럼 약속 지키는 거다?”
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푸른 옷의 남자는 뭔가를 확인하더니 놀라워했다.
“오늘 우리 꼬마 친구 저녁에 퇴원하네? 널 구해 줬던 사람이 데리러 오나 보다.”
-…….
율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을 구해줬던 휴먼이 데리러 온다는 말에 수염이 움찔거렸다.
푸른 옷의 남자는 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꼬마야-. 언젠가 또 보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건강하게 잘 지내야 해.”
푸른 옷의 남자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자신이 있는 방의 투명벽을 닫았다.
그리고는 다른 방에서 남자와 생물이 이야기하는 게 들렸다.
“아이고- 그랬쪄용?”
“어이구. 밥을 왜 이렇게 안 먹었을까? 우리 친구?”
율은 남자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분명 나와 같은 힘을 지닌 휴먼이다. 그리고 죽음도 함께 하는….’
율의 능력은 ‘드루이드’였다.
남자에게 동물과 식물에 대해 물었던 것도 힘에 대해 물은 것이었다.
그런데 저 휴먼의 힘은 죽음의 힘이 강했다.
‘어쩌면…. 동물과 식물이 왔던 곳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휴먼일지도….’
율은 비밀을 지키기로 했다.
‘빨리 저녁인가 왔으면 좋겠다…. 날 구해준 휴먼의 향기는 너무 좋았는데….’
율은 그렇게 생각하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
쌔액- 쿠으-
쌔액- 꾸으.
* * *
율은 어떤 상자에 갇혔다.
반짝이는 상자가 아닌 폭신하면서도 부드러운 상자 같았다.
흔들 흔들-
조금 전의 기억을 떠올린 율.
구해준 휴먼이 찾아와 어떤 상자에 자신을 넣었다.
그리고 휴먼이 걷자 그에 맞춰 상자가 흔들렸다.
휴먼은 혼자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휴먼이랑 대화가 통했으면 좋겠다.’
휴먼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했다.
그런데, 피를 봐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휴먼을 상처 입히고 싶진 않은데….’
율은 진심으로 고민했다.
‘방법이 없을까?’
작은 머리로 고민을 해 봤자 답은 안 나왔다.
율은 뭔가를 결심한 뒤.
주먹을 꽉 쥐며 생각했다.
‘그래 결심했어!’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