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203
2화
시후와 처음 만났을 때(2)
처음 보았을 때와 같은 방이었다.
율은 킁킁거리기 바빴다.
거실을 이리저리 다니며 냄새를 맡기 바빴다.
털썩-
휴먼은 의자에 앉아 자신을 내려다 보았다.
율은 휴먼의 앞에 놓인 단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폴짝-
-나 할 말이 있는데….
휴먼은 부드럽게 고개를 저으며 뭔가를 이야기했다.
“야옹아, 미안. 네가 무슨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내가 못 알아들어.”
율은 뭔가 이야기하는 휴먼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일단 안심 시켜야지’
율은 시후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휴먼의 온기가 전해져 왔다.
율의 몸을 휴먼이 양팔로 감싸 안아 주었다.
“따뜻하네-. 야옹이.”
휴먼이 뭐라 이야기했다.
율은 그를 잠깐 쳐다 보았다.
손을 머리로 들어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자 휴먼이 눈치챘다.
“어? 손 달라고?”
휴먼이 뭔가 이야기를 한 뒤 손을 쭈욱 내밀었다.
‘물어야 하니까 좀 미안하네.’
율은 잠깐 손을 쳐다보았다.
콰득-
“아야-”
휴먼의 손가락을 물어버렸다.
검지에 빨간 액체가 맺혔다.
율은 빠르게 다가가 그 액체를 할짝거렸다.
휴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내 정신을 차렸을까?
“야- 그거 핥는 거 아냐.”
휴먼은 급하게 손가락을 뺐다.
어디론가 가더니 휴먼은 흐르는 물에 손을 씻는 듯 보였다.
“요리사가 피를 보면….”
휴먼이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율은 휴먼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미안.
율은 휴먼을 보며 말을 이었다.
-영주 링이 없어, 피를 마셔야 했다.
휴먼은 깜짝 놀란 듯 보였다.
“뭐, 뭐야. 네가 이야기한 거야?”
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 이름 율.
이름을 밝혔다.
휴먼은 더듬거리며 말을 했다.
“어? 이름이 율이라고?”
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휴먼은 당황한 듯 보였다.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한 뒤 어디론가 향했다.
율은 휴먼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뭔가 따뜻한 느낌이 들어.’
율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 따듯하다.
휴먼은 뭔가 하고 있는 듯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일어나 조금 전 있었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고마워. 구해줘서.
율은 솔직하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후우-, 나도 모르게 구했던 거야. 고마워 할 필요는 없어.”
율은 그 말에 그저 휴먼을 쳐다보았다.
-뭐야? 이름?
율은 휴먼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휴먼은 율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내 이름? 시후. 강시후라고 해.”
율은 다시 한번 더 인사를 건넸다.
블랙 고블린 종족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사를 그에게 건넸다.
양손을 모은 뒤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시후. 고마워.
시후의 손이 율의 머리 위에 올라왔다.
율은 텃밭에서의 일을 말했다.
-시후. 텃밭에서 서리했다.
그러자 시후의 표정이 변했다.
미안해 하는 듯 보였다.
율은 엘라가 발견하고 장로가 이야기한 ‘예언의 사람’이 시후일 것 같았다.
-시후, 예언의 사람.
율을 쳐다보는 시후의 머리가 살짝 기울어졌다.
“예언의 사람?”
율이 계속 시후를 쳐다보았다.
시후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턱을 괴고 중얼거렸다.
꼬르르륵-
배에서 소리가 심하게 났다.
율은 양팔로 배를 감싸 안았다.
부끄러웠다.
“배고파?”
시후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흐르는 물이 나오는 곳으로 향한 시후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뭔가를 네모난 상자에서 꺼냈다.
‘어?’
타앙- 타앙-
율이 볼 때 시후가 날카로운 쇠붙이를 들고 새고기처럼 보이는 것을 내리치고 있었다.
옆에서 보려고 하니 시후가 입을 열었다.
“율, 다치니까 아까 있었던 자리에 가 있을래?”
율은 고개를 저었다.
시후를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시후가 네모난 테이블 앞에 있는 의자를 꺼내 주었다.
“율, 그럼 여기 식탁에 앉아 있을래?”
율은 의자 위에 얌전히 발을 모으고 앉았다.
그러자 시후가 웃음을 터트렸다.
‘웃는 모습 너무 예쁘다….’
시후를 본 느낌이 그랬다.
과거에 얼핏 보았던 휴먼들보다 시후가 아름다웠다.
찰랑거리는 까만색 머리카락.
그리고, 연한 갈색이 감도는 눈동자도 예뻤다.
율은 시후의 널찍한 등판도 마음에 들었다.
업히고 싶었다.
그리고 어깨 위에서 잠깐 서 있고 싶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좌불안석이 되었다.
들썩- 들썩-
엉덩이를 계속 들고 싶었다.
율이 시후를 쳐다보다 시선이 마주쳤다.
“너 고양이야?”
시후가 질문한 고양이가 뭔지 안다.
낮 동안 있었던 곳에 있었던 아픈 친구들이 ‘고양이’였다.
율은 고개를 저었다.
-난 블랙 고블린 종족. 그리고 정령의 힘을 써. 드루이드.
시후가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잠시 뒤.
보글- 보글-
율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킁킁-
코가 절로 움직였다.
‘어? 이 냄새는?’
-쿠코크 냄새다.
타악-
‘응? 이게 뭐지?’
시후가 뭔가를 율 앞에 내려놓았다.
“잠시만 기다려. 이거 살 발라줄게.”
처억- 찌익-
율은 시후의 손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쿠코크의 살점이 뜯겨졌다.
너무나 부드럽게 찢어지는 고기.
츄릅-
율의 입안엔 침이 고였다.
텃밭 근처에서는 야생 쿠코크 조차도 없었다.
‘쿠코크를 이렇게 많이 준다고?’
시후가 살점을 발라 올려준 접시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율은 어릴 적 생각이 떠올랐다.
‘엄마 아빠가 해준 쿠코크 요리가 떠 올라.’
눈앞이 뿌옇게 변했다.
‘아- 눈물이구나.’
율은 그제야 눈물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토옥-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
엄마 아빠 생각이 났다.
시후가 부드러운 종이로 얼굴을 닦아 주며 물었다.
“왜? 울어?”
목이 메었다.
부모님 생각이 났다.
-율이 어릴 때. 제국에서 아빠, 엄마가 쿠코크 사 와서 이렇게 요리해 줬어.
크흡- 훌쩍-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시후의 커다란 손이 머리에 올라왔다.
부드러운 시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먹고 네가 살던 곳으로 가자. 엄마 아빠 기다리시겠다.”
시후는 분명 모르고 한 말일 것이다.
-아빠, 엄마 하늘나라에 있어.
“…….”
시후를 쳐다보았다.
검지로 볼을 긁고 있었다.
‘아름답고도 마음씨가 고운 휴먼인 거 같아.’
율은 시후를 보며 생각했다.
정말 착한 휴먼인 것 같다고.
“어느 정도 식었으니까 먹자.”
접시를 내려다보았다.
어느샌가 쿠코크 고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스윽-
율은 손으로 고기를 집었다.
“율 그렇게 먹으면 지지해.”
-지지?
“응 손으로 먹지 말고 이걸로 이렇게 먹으렴.”
시후가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신기하게도 삼지창처럼 생겼다.
시후가 하는 것처럼 삼지창으로 쿠코크 고기를 찍었다.
옴뇸뇸-
쿠코크 고기가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녹아내렸다.
이런 쿠코크 고기는 처음 먹어 본다.
정말 맛있다.
-흑, 맛있어. 엄마, 맛있어.
한참을 먹다가 말 실수 한 것처럼 느껴졌다.
시후를 쳐다보았다.
하얀 얼굴에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너무 예쁘게 보였다.
옴뇸뇸-.
정말 맛있게 쿠코크 고기를 한참이나 먹었다.
꺼억-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이런 쿠코크 요리를 엘라도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조금은 아쉽다.
가져가고 싶다고 하면 안 되겠지?
시후를 쳐다보자 하얀 뭔가가 담긴 잔을 가져 왔다.
타악-
-이건?
“우유라고 해.”
-우유?
우유가 뭘까?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혀를 살짝 가져다 대어 보았다.
‘어? 어디선가 먹어 본 적 있는데?’
후릅- 후르릅-
아! 생각났다.
어디서 먹어 봤는지 떠올랐다.
이거 카우밀이다.
율은 시후를 쳐다보았다.
-이거 카우밀이야.
시후는 미소를 짓고는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율은 계속 이야기했다.
-카우밀. 이것도 제국에서만 나는 건데….
시후는 턱을 괴고 율을 쳐다보고 있었다.
율은 카우밀을 조금씩 마시며 시후를 쳐다보았다.
“율이 사는 곳은 제국이야?”
시후의 율은 눈을 깜박였다.
“…….”
율은 잠시 눈을 감았다.
‘아세트 장로의 아빠가 우리를 위해 숨겼다고 이야기하는 건 좀 아니겠지?’
율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는 제국에서 멀리 떨어져서 살아. 제국에서 산 적도 있어.
‘시후는 우리 세계 사람이 아니야.’
율은 그렇게 확신했다.
조금 전 따뜻한 느낌이 든 방에 뭔가가 있었다.
그리운 느낌이 드는 곳.
율의 느낌이 그랬다.
그곳에서 자신이 있던 마을로 가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율은 시후를 보며 물었다.
-시후. 왜 우리 텃밭에 있는 작물을 서리했어?
시후는 갑자기 허둥거렸다.
그 모습이 약간은 웃기게 보였다.
율은 이야기를 꺼냈다.
-시후. 우리가 사는 곳이 꽤 넓어. 바다도 있고 강도 있고 밭도 있고, 시후가 본 텃밭도 있어.
“오- 그래?”
-응. 강에는 물고기도 많이 살고 있어. 그리고 바다도 있는데. 굉장히 큰 물고기도 많이 살아.
“그래?”
-응. 거기다가. 엘라라고 있는데. 엘라는 동생이거든? 그런데 물을 다룬다?
“물을 다룬다고?”
-응. 그리고 그리고
“율- 흥분하지 말고 천천히 이야기해도 돼. 다 듣고 있어.”
율은 그 말에 안심이 되었다.
설명을 하고 싶은 말은 너무나 많았다.
누군가가 들어준다는 것이 율은 기뻤다.
“바닷가 근처에 갯벌도 있을까?”
-응? 갯벌?
율은 엘라의 영역을 떠 올렸다.
엘라가 종종 가는 곳이 있었다.
‘엘라 찾으러 갈 때마다 발이 푹푹 빠지는 곳을 이야기하는 건가?’
잠시 생각을 하던 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있어. 거기에 뽀꼼 뽀꼼 하게 구멍도 뚫리고 엘라가 거기에 손을 넣으면 뭔가 꿈틀꿈틀 하는 것도 잡혀.
“응? 그렇단 말이지?”
시후가 뭔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율은 가만히 시후를 쳐다보았다.
‘뭘까? 이 분위기 어디서 느꼈는데….’
율은 한참을 생각하다 다시 시후를 쳐다보았다.
‘닮았는데?’
율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시후를 보니 눈이 너무나 무서웠다.
-시후, 눈 무서워.
“어? 그래? 무서웠구나. 미안해….”
시후가 사과하는 모습이 재밌었다.
재밌다고 생각하니 수염이 앞으로 쏠렸다.
움찔- 움찔-
커다란 시후의 손이 머리 위에서 쓰다듬어진다.
그르륵- 그르륵-
기분이 좋았다.
‘아! 맞다. 물어봐야지 발자국이 생긴 게…’
시후를 쳐다보았다.
-시후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텃밭에서 서리해 가는 거야?
“어? 그, 그게….”
시후는 잠깐 말을 머뭇거리다 이내 입을 다물고 뭔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장로님한테 오늘 쿠코크 먹은 것이랑 카우밀 먹은 거 자랑해야지.’
율은 자랑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시후에게 이야기했다.
-시후. 아세트 장로에게 자랑할래.
“뭘?”
-시후가 만들어 준 쿠코크 요리, 그리고 카우밀.
율은 시후를 쳐다보았다.
정말 이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 미소 본 적 있다.
어릴 적 아빠가 짓던 미소다.
“율 이리 와. 집에 가자.”
시후의 말에 율은 쪼르르 뛰어갔다.
답삭-
시후의 다리를 안았다.
따듯함이 전해졌다.
번쩍-
시선이 높아졌다.
시후가 안아 든 것이었다.
율을 안고 시후는 어디론가 걸어갔다.
‘여긴? 그리움이 느껴지는 장소잖아?’
율은 고개를 기울이다 물었다.
-여긴 조금 전 들어왔던 따뜻한 곳?
율의 질문에 시후는 어디론가 쳐다보며 물었다.
“아! 율. 혹시 이거 보여?”
뭘 보라는 거지?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