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21
20화
시후의 집은 학교에서 걸어서 40분.
시후는 강의가 끝나고 운동한다는 생각으로 집까지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면 메뉴에 대한 아이디어도 곧잘 떠 오르곤 했기에 종종 걸었다.
버스정류장에서 산을 쳐다보았다.
‘도시 재정비 좀 안 하나?’
언제나 집으로 오르는 오르막 골목은 걷기 힘들었다.
골목 중간중간에 있는 계단까지.
시후가 철들고 나서부터 오르내린 이 골목.
봄이 되자 골목에도 봄이 찾아왔다.
길고양이들이 담장 위에서 웅크리고 앉아 늘어지게 하품하는 모습도 보였다.
시후는 봄이라는 계절이 싫긴 했지만, 생명이 역동하는 모습은 싫지 않았다.
‘꽃가루만 아니라면….’
에이취-
훌쩍-
훌쩍이는 코를 휴지로 막으며 철 대문을 밀었다.
끼이익-
덜커엉-
집으로 오자마자 등에 멘 가방을 소파에 던졌다.
털썩-
그 모습이 꼭 중학생 때의 시후 같았다.
부엌에서 바구니와 망태기를 들고 안방 지하실로 향했다.
텃밭을 들어가자 선선한 공기가 느껴졌다.
‘어?’
시후는 어제 텃밭을 내려왔을 때보다, 약간 더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에 놀랐다.
‘가을 같은 느낌인데?’
시후는 텃밭에서 선선한 바람을 느꼈다.
주위를 둘러보니 싱싱한 작물들이 보였다.
한국 식물과 비슷한 텃밭 작물.
‘이곳에 겨울이 있으려나?’
시후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필요한 작물만 빠르게 수확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부터 묘한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바구니를 잠깐 두고 다른 곳을 다녀오면 항상 뭔가 들어있었다.
‘이 세계 텃밭’에서도 국화, 장미, 백합, 작약 같은 게 있음을 알게 된 계기였다.
시후는 오늘도 바구니 안에 작은 꽃 한 송이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으음-, 대체 뭘까?’
텃밭에서의 필요한 작물을 수확한 뒤, 집으로 올라왔다.
부엌으로 올라와 식탁 위에 야채를 다듬기 위해 올려놓았다.
많은 채소와 작물들.
토옥- 톡-
채소를 다듬으면서 시후는 얼마 전 발견한 바다를 떠올렸다.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와 작물들로 음식을 했을 때 효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바다에서 나는 생물들로 요리한다면?
지이잉-
시후는 식탁위에 올려둔 핸드폰을 확인했다.
하윤의 문자였다.
[너 혹시 가게에서 너튜브 촬영 허가할 생각있어?]시후는 하윤의 문자에 고개를 기울이다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르-
찰칵-
-여보세요?
“형, 이게 무슨 말이에요? 너튜브 촬영이라니요?”
-별그램에서 [SeeYou]가 유명하다 보니 너튜브 중에서 [사실확인]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딱따구리]라는 너튜버가 있어.
시후는 하윤의 말을 대꾸 없이 계속 듣고 있었다.
사람들이 너무나도 칭찬 일색이라는 점이 수상했다는 것이다.
“그 딱따구리라는 사람이 가게에서 직접 음식을 먹어보고 평가한다는 이야기인가요?”
-한 줄 요약하자면 그렇지.
하윤은 한숨을 살짝 내쉬는 듯 말했다.
-촬영 허가해 준다고 해도 오전 10시부터 15시까지밖에 안 하는데 너튜버라는 애가 언제 올지 모르잖냐.
“뭐…. 그건 그렇죠. 그리고 그 딱따구리? 그 분이 오는 건 상관없는데, 다른 손님들 식사를 방해할까 걱정이네요.”
수화기 너머로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시후의 목소리가 살짝 차가워졌다는 느낀 것이다.
“손님 방해 없이 조용히 앉아서 음식 드시고 다른 분들 기분 상하지 않게 하신다면 괜찮을 것 같네요.”
시후는 이때까지만 해도 너튜버의 요청을 그저 음식을 드시러 오는 손님의 요청이라고 생각했다.
* * *
여느 때와 같이 시후는 알람이 울자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시작된 재채기의 향연.
에이취-
패앵-
훌쩍-
꽃가루 알러지 환자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아침 재채기.
재채기가 멎자 시후는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 냉장고를 열고 보리차가 담긴 병을 꺼내 물컵에 따랐다.
쪼르륵-
황금빛을 띠는 보리차를 벌컥거리며 마시자 몸과 정신이 깨는 듯했다.
보리차는 항상 자기 전에 끓여 놓고 식혀놓았다.
‘날이 따뜻해지니….’
시후는 전기 유리 주전자를 보았다.
텃밭 우물에서 떠 온 물에 보리와 옥수수알갱이를 넣고 끊인 물이 식어 있었다.
씻어놓은 유리병에 가득 채워 냉장고에 넣어놓았다.
가게로 가야 할 시간이 있으니, 핸드폰 시계를 확인했다.
[06시 10분]시후는 안방 지하실을 통해 텃밭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텃밭.
채소를 따러 들어올 때는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저 조용했다.
쭈악- 찌엑-
쿄르르르-
알 수 없는 동물들의 소리만이 간간이 들렸다.
터벅- 터벅-
텃밭 주위를 돌며, 몸을 가볍게 풀었다.
과실수 주변까지 간 시후는 탐스럽게 열려 있는 ‘사과포도’를 한 송이 땄다.
포도처럼 생겼지만, 사과와 포도 맛을 적절히 섞어 놓은 맛 같아 시후가 붙인 이름이었다.
포도송이에 붙은 포도를 한알 한알을 따 먹으며 다시 지하실로 돌아왔다.
아침마다 텃밭으로 내려오는 일과.
주위를 걸으며 운동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공기가 무엇보다 좋았기 때문이었다.
‘공기는 채집 안 되나?’
시후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재채기 때문에 힘들었다.
오죽하면 텃밭 공기를 마시며 ‘딱 봄에만 마스크 형태로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후아아-
마지막으로 공기를 힘껏 들이마신 시후는 안방으로 올라왔다.
핸드폰을 확인하면서 시후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06시20분]’분명 텃밭에서 꽤 오래 돌아다녔는데?‘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은 것이었다.
지금까지 텃밭 안을 그렇게 돌아다녀도 시간 확인을 안 했다.
시후 안에서는 한가지 가설이 생겨났다.
’설마, 텃밭 안의 시간은 현실보다 빠른 건가?‘
그렇다면 식물들이 다음 날 내려갔을 때 다 자라 있는 게 이해가 되었다.
머릿속으로 식물이 그토록 빨리 자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시후가 하윤을 통해 많이 읽었던 판타지 소설 속에서 ’이 세계‘라고 하면 마법이 대표적이었다.
’식물 성장 마법 같은 건 줄 알았네.‘
시후는 가져온 사과포도를 올려놓고 간단하게 누룽지를 끓여 김치와 먹고는 나갈 준비를 했다.
***
원룸 2층의 작은 방.
암막 커튼이 쳐져 있고 배경은 까맣게 된 방.
어두컴컴한 방에 한쪽은 환한 조명이 켜져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인터넷상의 불타오르는 댓글들을 확인하고, 유명하다는 식당을 가 볼까 합니다.”
한 남자가 방안에서 둥근 원 조명 세 개를 켜놓고 실시간 영상을 촬영 중이었다.
“네? 한국 대학교 앞에 있는 [SeeYou]라는 가게가 그렇게 맛있다는 말인가요?”
남자는 올라오는 채팅을 보다 한 글에 시선이 멎었다.
호기심 어린 톤으로 남자는 이야기했다.
“오- 그렇군요. 그러면 별그램에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딸깍- 딸깍-
화면을 분할 후 댓글들을 영상에 하나씩 출력한 남자의 눈이 커졌다.
“네? 이건 뭔가요? 별그램을 읽어 보겠습니다. ’두부 스테이크를 먹고 한 달에 10kg? 어떤 분은 3일 만에 4킬로?‘이게 말이 됩니까?”
남자는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카메라 앞에서 쳤다.
그러자 남자의 발언에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사실임.
└나도 거기 먹고 운동하면서 꽤 많이 뺌.
└구리야. 너도 가서 거기서 먹고 살을 빼는 게 어떠니?
└우리 구리 운동 안 하지? 너도 [SeeYou]에서 두부 스테이크 먹고 운동하자!
남자는 사람들의 채팅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을 움직였다.
또 다른 댓글과 별그램을 찾아, 클릭을 하던 남자는 가게 주인을 찍은 사진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허얼-. 아니, 여러분. 이렇게 젊은 남자가 이곳 가게를 운영한다고요? 아르바이트생을 착각하신 거겠죠.”
빠르게 올라가는 댓글들에 시선을 쫓던 남자는 한 글을 보며 놀랐다.
“네? 실제로 한국 대학교 학생이고 2학년? 그리고 학교 수업 때문에 가게 운영시간을 줄여 버렸다고요?”
실시간 채팅창은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남자는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그 중얼거림이 마이크를 통하자 실시간 채팅창은 조금 전보다 더 빠르게 올라갔다.
“다이아몬드 수저냐? 다 가지게? 생긴 것도 음식도 잘한다고?”
하아-
남자는 채팅창을 보다 결심한 듯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그러면 [사실확인] 저 딱따구리가 가게로 가서 음식을 먹어보고, 사실확인을 해보겠습니다. 정말인지 아닌지 딱따다다닥 후벼 파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채팅창은 정적이 일었다.
아무도 채팅을 올리지 않다가 한 번에 채팅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미쳤냐? 거기 줄이 얼마나 긴데 직접 가서 사실 확인한다고?
└거기, 포장도 돼. 다른 사람 방해 말고 포장해서 먹어.
└야, 아무리 니가 딱따구리 새끼라고 해도 그 바쁜 가게를 사실 확인하겠다면서 깽판 치는 거 우리 용서 못 한다.
딱따구리라고 불린 남자는 화면에 대고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이고-, 구리님들 오해예요. 제가 사실확인 한다고 가게 가서 언제 깽판 쳤다고 그럽니까? 진짜 오햅니다.”
남자는 오해라며 울상을 지었다.
“일단-. [SeeYou]의 가게 사장님께 방문일정을 잡은 뒤 뵙도록 하겠습니다. 딱따구리의 사실확인 생방송 오늘도 시청 가아암싸! 합니다.”
└야! 가지마 가지마. [SeeYou] 사람 많아지면 우리도 못 먹어!
방송을 종료하고도 올라가는 채팅을 보던 남자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줄이 길어 못 먹는다고?”
남자는 방송이 꺼질 때까지 올라오는 채팅창을 팔짱을 낀 채로 모니터링 했다.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