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218
17화
육포와 인벤토리
매미가 우는 계절.
시후는 새벽같이 뒷 산에서 우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마당으로 나왔다.
끄으응-
양팔을 하늘로 기지개를 편 뒤.
늘 마당에서 운동을 하던 휘준의 그림자가 스치는 듯했다.
“벌써…?”
하늘엔 뭉개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원래 있던 [SeeYou]자리가 무너지고 한국대 병원에 자리 잡은지도 1년이 다가왔다.
어느샌가 대학도 졸업할 때가 다가왔다.
대학 졸업 후.
[SeeYou]는 대학병원 운영시간에 맞춰 돌아가게 된다.병원 내 직원들에게 정말 많은 칭찬을.
환자들에게도 많은 칭찬을 듣는 시후의 가게 였다.
직원들의 친절함.
음식의 정갈함까지 거기다 시후의 과동기들도 와서 음식을 먹고는 엄지를 내밀고 가는 [SeeYou]였다.
특히나 두부의 맛과 샐러드는 여전히 인기가 좋았다.
두부를 한번도 안먹은 사람은 있지만 한번만 먹은 사람은 없었다.
중환자 빼고는 환자식 맛없다며 내려와 몰래 먹고 올라가는 환자도 있었다.
그런 환자들의 투서(?) 아닌 진정서(?) 때문이었을까?
시후와 태민은 한국대 병원 조리실에서도 가끔 일을 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SeeYou]가 휴무일 때 병원 조리실에서 일을 했다.
그럴 때면,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간호사 근무 직원들까지 몇 번씩 오가며 먹고 잔반 하나 남기지 않았다.
“이렇게 깨끗하게 먹을 줄 정말 몰랐는데?”
직원들이 먹은 식판을 보며 태민의 중얼거림에 시후 역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
시후는 병원에서 직원식당에 대한 병원측의 제의를 들었던 날을 떠올렸다.
[SeeYou] 의 쉬는 날 일을 해 달라는 병원 측의 제의에 시후와 태민은 인상을 찌푸렸다.쉬는 날을 방해받으면 기분 좋을 사람이 어딨을까?
시후는 이왕 받은 제의에 조건을 걸었다.
첫 번째로 환자식에 대해선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
두 번째는.
“저희 홍 쉐프와 제가 병원에서 일을 하면서 만들어진 음식들 중 일부는 제가 후원하는 아동보호센터에 지원을 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이 조건을 거절하면 시후와 태민을 할 생각이 없었다.
이유? 쉬는 날 이들은 아동보호센터(고아원)에 가서 아이들을 위한 음식을 해 주고는 했었다.
거기에 플러스.
점심 한 끼만 만들어 주기로 했다.
‘이정도 이야기 하면 안들어 주겠지.’
시후의 생각과 다르게 병원 측에선 OK를 했다.
“쉐프님. 전 제육 좀 많이 주세요.”
“똑같이 드릴 수밖에 없어요.”
주방으로 들려오는 말에 시후와 태민은 피식 웃고 말았다.
시후와 태민이 주방으로 들어오자 원래 있던 조리실 담당자가 배식을 하는 중이었다.
처음엔 조리실 담당자들의 반발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반발은 없었다.
오히려 시후에게 조리법을 배우려 했다.
그런 모습에 시후는 신이 나 그들에게 한식 조리들 중에서 몇 가지 비법을 풀었다.
그러자, 직원 식당의 음식 맛 퀄리티가 월등히 올라갔다.
후우-
시후와 태민은 휴무날 병원에서 직원 식당에서 근무를 마친 뒤.
병원을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흐아악-
비명소리에 시후와 태민이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저거 매 아냐?”
태민의 목소리에 시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조류의 종류를 쳐다보았다.
“매가 맞긴 하는데….”
남학생은 손에 쥐고 있던 것을 하늘로 던져버렸다.
매는 올라온 것을 낚아 챈 뒤 다시 하늘로 유유히 날아올랐다.
“헐-. 대체 뭐야?”
“그러게? 이 뒷산에 매가 살았구나….”
“매 뿐만 아니고 부엉이도 많이 있다고 하던데?”
“길 고양이는 얼마나 많은데…”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민은 오히려 매가 사람의 손에 든 뭔가를 뺏아 날아갔다는 것이 흥미로웠는지 눈을 빛내고 있었다.
“에이- C.”
뭔가를 빼앗겼던 남학생이 씩씩 거리며 병원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먹지도 못했는데…. 에이….”
남학생은 중얼거리며 매고 있던 가방에서 또 뭔가를 꺼냈다.
시후는 그것을 보며 눈을 살짝 빛냈다.
‘수제 육포?’
시후는 육포를 보며 침이 살짝 고이는 것을 느꼈다.
맛있게만 만들면 정말 감칠맛 넘치는 육포가 되는 소고기 육포.
남학생이 시후 곁을 지나며 육포를 한입 베어 물어 뜯었다.
쫘악-
소리까지 좋았다.
시후는 잠시 스쳐 간 남학생의 손의 육포를 힐끔 쳐다보았다.
스쳐 지나가는 동안 풍긴 육포의 향기.
향기 속에서 많은 정보가 들어왔다.
‘일단 한우네? 양념 냄새가. 이건 불고기양념에 굴 소스 그리고 후추에 참기름?’
그때.
태민이 기겁하는 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야야! 저기. 저기!”
태민이 가리킨 곳을 보자 매가 하늘에서 한 바퀴 돌더니 다시 시후가 서 있는 방향으로 날아오는 것이었다.
“에이씨-”
소동을 들은 남학생은 육포를 손에 쥐고는 병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타겟이 사라지자 매는 다시 하늘로 사라졌다.
조금은 신기한 경험한 시후와 태민은 매가 사라진 방향을 보다 걸음을 옮겼다.
시후의 머릿속엔 조금 전 남학생이 손에 든 육포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 * *
“사장님-. 혹시 한우 홍두께 들어왔어요?”
“아-. 미리 전화를 해 줘서 가져다 놨는데 얼마나 드릴까?”
시후는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을 위해 좀 많이 만들기로 결심했다.
“한 10Kg 정도 주시겠어요?”
“그렇게나 많이? 가게에서 쓸거야?”
“아뇨- 육포 만들려고요.”
“육포라….”
정육점 사장은 냉장실로 들어가더니 고기팩을 서너개 가져 나와 보여 주었다.
“고기 어뗘?”
“괜찮아 보이네요.”
“그렇지? 이거 싱싱해서 육회 만들어 먹어도 돼.”
“음….”
시후는 조금 고민했다.
“일단 육회 해 먹을 분량 한 근 끊어 주시고 나머지는 그냥 주세요.”
“그려. 아참- 불고기 용도 좀 있는데. 그건 필요 없어?”
“그건 내일 가게로 보내 주세요.”
정육점 사장의 입꼬리가 귀에까지 걸렸다.
“사장님 한우 홍두께 맞죠?”
“그럼- 내가 언제 강사장 한테 호주산 권하는거 봤어?”
정육점 사장은 기분 좋게 육회를 해 먹을 고기를 끊어 숭덩숭덩 썰기 시작했다.
잠시 뒤.
정육점 사장은 박스 두 개를 만들어 쥐어 주었다.
“사장님- 많이 파세요.”
“그려-. 근처에 없으니까 점심 먹을 때가 없어.”
정육점 사장님의 정겨운 소리를 뒤로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고기가 상할까 싶어 시후는 박스 두 개를 들고 정육점 근처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로 들어간 이유는 게이트 열고 바로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아무도 없는 화장실 한칸에 자리 잡은 뒤.
게이트를 열고 바로 집으로 이동했다.
평상시엔 게이트 이동을 절대 하지 않는 시후였다.
그러나, 가끔 물건을 많이 구매하거나 상할 위험이 있는 물건을 살 땐 임시방편으로 게이트 이동을 하곤 했다.
예전에 경험했던 인벤토리 역시도 보이는 곳에서 잘 사용하지도 않았다.
후우-
급하게 게이트를 열고 도착한 곳은 시후네 앞 마당이었다.
집에 도착한 시후는 빠르게 옷을 갈아 입은 뒤.
육포를 만들기 위해 홍두께 살을 1cm 간격으로 썰기 시작했다.
양이 많다 보니 써는 대도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다.
시후의 칼질.
시원 시원하게 홍두께 살을 자르기 시작했다.
덜커엉-
“뭐 하냐?”
“아- 전통 육포를 좀 만들어 보려고요.”
“그래? 근데 한식에서 육포도 있었어?”
“그럼요. 옛날에 소가 귀한 시절. 육포를 만들어 놓고 먹곤 했다고 해요.”
“그래?”
“그리고, 조선 시대에는 명절만 다가오면 다리를 절고 다친 소가 참 많았다고 해요.”
“왜?”
“소를 잡아먹고 싶긴 해도 그 당시엔 소를 도축 허가 없이 잡아 먹으면 ‘사형’이었거든요.”
“사형?”
“네. 옛날엔 소가 참 중요했죠. 농사를 짓는데 꼭 필요했으니까요. 소를 관청에서 관리를 했는데, 다친 소에 대해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다쳤다고 관청에 신고하면 도축 허가를 관청에서 내줬거든요. 그렇게 해서라도 한국인들이 소를 잡아먹었어요.”
“그러면 소를 먹기 위해서 소가 다쳤다고 거짓 신고 한 뒤에 잡아먹었다는 말이야?”
“네-.”
시후의 설명에 하윤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한국인들이 소를 그렇게 좋아했나?”
“한국인들이 소를 얼마나 좋아했냐면, 조선 시대에 고기 굽는 문화가 생겨났고 방방곡곡으로 퍼졌죠.”
시후는 고기를 어느 정도 썰어 놓고는 말을 이었다.
“특히 요즘엔 잘 볼 수 없는데. 벙거지 모자처럼 생긴 전립이라고 있는데. 저립을 숯불 위에 올려 달군 뒤. 챙 부분에 고기를 구워 먹었어요.”
“그러면 그 옛날 선비들이 쓴 갓 같은 것을 뒤집어 놓은 것을 이야기하는거야?”
“네. 가운데 오목한 부분엔 육수를 부워 고기와 채소 등을 넣고 끓여 먹기도 했거든요.”
“전골이라는게….”
“네. 전립투골 이라고 해서 이게 줄여져서 전골 이라고 이야기하죠.”
시후의 설명에 하윤은 썰어 놓은 홍두께 고기를 보며 물었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전골이야?”
“아뇨. 오늘 저녁은 소고기 뭇국에 육회 그리고 대충 집에 있는 반찬으로 먹을거에요. 육포는 만들어놨다가 저쪽 아이들이랑 마을사람들에게 나눠 줄 거구요.”
“그래?”
“네-. 아. 그리고 냉동실에 아이들 아이스크림 좀 많이 사다 놨는데, 저쪽으로 가시면 아이들이랑 마을 주민들에게 좀 나눠 주세요.”
“어- 그럼. 씻고 다녀와야지.”
서걱- 타악-.
서걱- 서걱-
시후의 홍두께 살 써는 모습을 잠시 본 하윤은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 많던 홍두께 살을 전부 저미듯 썰어 놓은 시후는 깨끗한 물에 홍두깨 살을 씻은 뒤.
담가 놓았다.
핏물이 빠질 때까지 그사이 양념을 만들어 놓기로 한것이었다.
‘고기를 재울 재료로 설탕이랑 청주를 미리 섞어 놓은 뒤에.’
시후는 큰 스텐레스 대야에 청주와 설탕을 미리 섞어 놓았다.
그리고 양념의 베이스가 되는 ‘채소육수’를 만들기 위해 물과 양파, 청양고추 그리고 마늘과 파, 통후추를 큰 곰솥에 넣었다.
만들 육포가 많다 보니 재료도 많이 들어가긴 했다.
이 세계 텃밭에서 자란 양파 그리고 마늘 파로 만드는 ‘채소 육수’
고기 핏물이 빠질 동안 채소 육수부터 먼저 뽑기로 한 시후였다.
‘핏물을 빼려면….’
핏물을 빼기 위한 고기의 상태를 본 시후는 채소 육수가 담긴 곰솥을 가스레인지 위에 올렸다.
보글 보글-
채소 육수가 만들어질 동안 간장과 설탕 그리고 꿀과 정종을 넣은 양념 간장을 만들어 냈다.
이제 모든 준비는 완료.
육포를 만들 준비는 끝낸 시후였다.
핏물만 빠지면 본격적으로 육포를 만들어 내면 되었다.
그사이.
하윤은 씻고 나와 냉동실에 있는 아이스크림들을 싹 쓸어 시후 앞에 내밀었다.
“얼음마법 걸어줘.”
하윤은 인벤토리를 사용할 수가 없었으니 시후에게 일일이 마법을 걸어 달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빨리 걸어줘. 아이들한테 갔다가 나 잠깐 해야 할 게 있거든.”
“그래요? 그럼, 손목 좀 잠깐 줘 볼래요?”
“손목은 왜?”
“작은 인벤토리 하나 드리려고요.”
하윤은 진심 놀랐다.
“뭐어어?!”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