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219
18화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르네
하윤은 시후에게 받은 인벤토리를 열어보았다.
눈앞에 떠 오른 목록.
게임 시스템과 똑같았다.
물건을 넣었다 뺐다.
한참을 그렇게 들고 있던 펜을 넣고 뺐다.
얼마 전 탑 공략을 했을 때 들어온 전리품 중에 인벤토리 마석이 들어 있었다고 했다.
하윤은 처음에 인벤토리 이야기를 들었을 때.
꽤 놀란 상태였다.
“이걸 왜 날 줘?”
“형이 제가 인벤토리 쓸 때마다 너무나 부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어서 말이죠.”
“나 그렇게까지 부러운 표정 안 지었는데?”
“흠흠- 아무튼 아세트 장로님이 이걸로 인벤토리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만들었어요.”
시후는 하윤의 손목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이 돌멩이로 손목에 문양을 새겨야 하는데…. 형 손목에 문신이 생길 건데 괜찮아요?”
“무슨 걱정을 인벤토리만 있으면 해외 여행할 때. 여권이나 중요한 소지품 잃어버리지도 않잖아.”
“네?!”
“거기다가 후후훗-.”
하윤의 말에 시후는 잠깐 얼이 빠졌다.
나중에 여자 친구 생겼을 때 마법처럼 꽃다발 같은 걸 숨겼다가 서프라이즈 할 수 있다는 말을 한 것이다.
“아- 네.”
시후는 그렇게 건성으로 대답한 뒤.
공간이 얼마 되지 않는 인벤토리를 하윤에게 선물해 주었다.
흠흠- 흠흠흠-
하윤의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다.
인벤토리를 받은 날.
하윤은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가져다 준 뒤.
자신의 외사촌 형인 강훈에게 쪼르르 달려가 인벤토리 자랑질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뒤.
시후는 대문 앞의 강훈을 멍청하게 쳐다보았다.
“형? 어쩐 일이세요?”
“흠흠- 오늘 저녁이나 같이 먹으려고 왔어.”
집으로 찾아온 강훈을 보며 내심 웃고 말았다.
대충 찾아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윤 형이 자랑 많이 했어요?”
“어? 뭐, 뭘?”
“인벤토리 새겨 드렸더니 형에게 달려가서 자랑하셨나 보네요?”
“어? 음…. 뭐. 그렇지.”
시후의 말에 강훈은 볼을 긁었다.
“그리고…. 있으면 편할 것 같아서 말이지.”
그 반응에 하윤이 강훈에게 자랑을 심하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인 뒤 부엌으로 들어갔다.
‘인벤토리라는 판타지적인 소재…. 참을 수 없지. 어차피 형들이나 휘준에게 줄 생각이었으니까.’
시후는 홀로 거실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쉬고 있는 강훈을 쳐다본 뒤 움직였다.
강훈은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윤과 만났을 때를 떠올리는 중이었다.
“형형- 이것 봐라?”
“뭔데?”
“이거 시후가 준 인벤토리야.”
“어? 인벤토리? 그거 공간확장…”
“어! 그거.”
하윤에게 처음 이야기 들었을 때.
어린아이 마냥 질투심이 폭발했었다.
나도 가지고 싶다고!
그런데, 내가 시후를 어떻게 돌봐 줬는데…. 라는 말이 나오자 하윤에게 욕은 다 먹었다.
“형! 그렇게 안 봤는데-. 시후에게 뭔가 얻기 위해서 돌봐준 거임?”
하윤의 싸늘한 표정과 말 한마디에 퍼뜩 정신을 차린 강훈이었다.
사촌 동생인 하윤이지만, 꽤나 팩트 폭행을 잘 날리는 녀석이었다.
그런 하윤에게 실망했다는 시선을 받자 강훈은 고개를 저으며 반성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 다만 네가 너무 자랑하니까….”
강훈의 말에 하윤의 말투는 싸늘했다.
“그럼 그냥 부럽다고 할 것이지 시후를 왜 끌어들여?”
“그러게….”
“시후 앞에서 그런 소리 입 밖에도 내지 마. 할아버지 지금까지도 정정하신 건 시후 덕분이니까.”
“…….”
“형- 그리고 시후가 내 것만 준비하진 않았을 거라는 거 형도 알잖아.”
강훈은 말 한마디 잘못해서 하윤에게 아주 피라냐에게 물어 뜯기듯 뜯겼다.
후우-
그날을 떠 올리자 강훈은 시후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을 줄은….
시후 덕분에 자신이 사장 자리에 올라간 것도 있었다.
‘이건 뭐 은혜를 뭘로 갚은 것도 아니고…’
두 사람은 시후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달칵-
“형- 차 좀 드세요.”
시후가 가져온 다기를 내려다보았다.
“어? 다기 바뀌었네?”
“네-. 하윤 형이 인벤토리 받았다고 고맙다면서 사다준 거예요.”
“그래? 난 네가 차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찻잎을 사 왔는데.”
부스럭-
강훈은 가져온 쇼핑백을 시후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마실게요. 형이 전에 사다 준 찻잎도 맛있어서 요리에 적용해 봤는데 맛있더라고요.”
시후의 말에 강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런 녀석이었다.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시후야- 하윤이 자랑질을 하긴 했는데. 얻고 싶어서 온 건 아니고, 전에 네가 도와줬던 K-디저트 부분이 정식으로 출시될 거야. 그래서 너에 대한 인센티브가 지급될 거라는 소식을 겸사겸사 가져온 거야.”
“오-.”
시후는 강훈의 소식에 기뻤다.
“형- 그러면, 그 인센티브 보육원에 기부해 주세요.”
“어? 기부?”
“네-. 전 [SeeYou]에서 나오는 수익도 그리고 가끔 경매에 내보내는 저쪽 물건들로 꽤 많은 돈을 가지고 있거든요.”
시후의 말에 강훈은 입술을 일자로 만들었다.
“그래서, 인센티브는 보육원 아이들에게 기부하겠다?”
“네-.”
“보호 종료 아동 중에서 몇몇은 저희 [SeeYou]두부 가게에 취업도 시켰어요.”
시후의 말에 강훈도 그 소식을 하윤에게 듣긴 했었다.
철저히 보호 종료 아동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시후의 생각.
부모님 없는 것도 서러운데 고아라는 이유로 취직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하는 그들.
그들의 설움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싶다는 시후의 말이 강훈의 가슴에 박혔다.
강훈은 조금은 답답했다.
윤식품 이라는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 후원하고 기부도 했다.
하지만, 그건 기업 입장이었지, 강훈 개인의 기부는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눈앞에 있는 대학생 시후의 뒷모습이 커 보였다.
후우-
“웬 한숨이세요?”
“어? 아니. 그냥 네가 대단해 보여서.”
강훈의 조용한 읊조림에 시후는 가만히 그를 쳐다보다 말했다.
“형 손목 좀 주세요.”
“어? 손목은 왜?”
“하윤 형이 자랑 많이 했다면서요.”
“응? 그 인벤토리 주려고?”
“네.”
시후의 대답에 강훈은 머뭇거리며 손목을 내밀었다.
그러자 시후는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작은 돌멩이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강훈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뭐-, 뭐냐? 돌멩이를 손목에 박으려고?”
“네?”
시후는 순간 당황한 얼굴로 강훈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형도 하윤 형이랑 똑같은 말을 하시네요.”
“어? 하윤이도 그랬다고?”
“네. 처음에 엄청 기겁을 하시더라고요. ‘돌멩이를 손목에 박을 생각이냐?’라면서요.”
“그, 그래?”
강훈은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그리고 이내 얌전히 시후를 향해 손목을 내밀었다.
돌멩이를 손목 위에 얹고, 시후의 입에선 알 수 없는 언어가 나왔다.
“tlswkr Tmsms wnd aksgdms rhkstlady.”
그러자, 돌멩이는 강훈의 손목으로 스며들 듯 빛을 내며 사라졌다.
따끔-
따끔함을 느끼며 손목을 내려다본 강훈의 눈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기하학적 무늬가 손목의 요골동맥이 뛰는 곳에 문신처럼 새겨진 것이다.
“이거 원래 살짝 따끔거리냐?”
“처음엔 살짝 그럴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그런데 어떻게 사용해?”
사용 방법을 묻자 시후의 눈엔 장난기가 살짝 맴도는 것을 강훈은 보았다.
“나와라! 인벤토리!”
“…….”
장난을 친 시후는 강훈의 눈이 살짝 차가워지는 것을 보고는 헛기침 후.
다시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냥 마음으로 인벤토리라고 이야기해 보세요.”
시후의 말에 강훈은 사용을 해보았다.
오-.
이내 강훈의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몇 번을 사용해 본 강훈.
“이거, 회사 중요 문서 같은 거 넣어 놓고 다니면 잃어버릴 일 없겠다.”
“…….”
시후는 그 말에 고개를 살짝 저었다.
“형도 하윤 형이랑 혈연관계라는 게 여기서 드러나네요.”
“응? 그게 무슨?”
“하윤 형도 중요한 원고가 든 USB나 테블릿 같은 거, 넣어 놓고 다니면 잊어버릴 일 없다고 좋아하던데요?”
“그런가?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형-. 인벤토리가 좋긴 하지만… 실제로 현실에 적용된다고 하면 이 부분은 굉장히 큰 파장을 불러와요.”
강훈은 시후의 설명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네 말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네-.”
강훈은 시후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알 것 같았다.
시후가 가진 인벤토리엔 거의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것들이 들어있다는 것을 하윤을 통해 들었다.
음식과 물 그리고 의약품들.
거의 재난이라도 터지면, 가까운 이들에게 계속 음식과 물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쉘터 역할도 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네가 걱정하는 게 뭔지 알겠다. 형이랑 하윤이 믿지?”
강훈의 말에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 왔어?”
시후는 하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넌?”
“나? 저쪽 일 좀 처리하고 올라왔지.”
“그래? 요즘 거기도 많이 바쁘다고 하던데.”
“어우- 말도 마. 제국에서 자이 왕국에서 시작한 한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는 이야길 하는데…. 그쪽에도 형네 K-디저트 좀 넣어 줘야 할 것 같아.”
“그거야 발주서 넣어 주면 되는 일인데. 저쪽에서도 디저트에 눈떴데?”
“어- 거기다가 막걸리가 퍼지자 무슨 와인처럼 마시더라.”
“막걸리가 와인은 맞지. 코리안 와인.”
강훈과 하윤의 대화를 들으며 시후는 준비한 소 갈비찜을 식탁 위에 올렸다.
그리고 강훈은 소 갈비찜을 집어 먹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시후야. 혹시- 인벤토리 음식 넣으면 안 상해?”
강훈의 질문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네- 갓 끓인 된장찌개를 4개월 전에 넣어 놓고 잊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시후는 자신의 실수 하나를 말해주며 인벤토리에 들어간 음식이 상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때.
“그러면 사람은 어떻게 들어가?”
하윤의 질문.
시후는 살짝 당황했다.
“네?”
“그때 저쪽에서 시후 너의 인벤토리에 나 들어가 본 적 있잖아.”
아- 생각났다.
그 당시 하윤을 인벤토리에 넣고 빠르게 출납했던 기억이 난 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
“네.”
“자자- 일단 먹고 이야기하자.”
강훈의 말에 다들 갈비를 뜯기 시작했다.
시후는 두 사람의 잘 먹는 모습을 보며 보고만 있어도 배부르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형들에게 인벤토리를 선물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시후에게 있어 이 두 사람은 혈연은 아니었지만 이미 가족이었으니까.
“많이 드세요.”
“어- 나 이거 집에 갈 때 좀 싸주라.”
“네? 어떻게 가져… 아!”
시후는 강훈의 말에 피식 웃었다.
“인벤토리에 넣어 놓고 조금씩 꺼내 드실려고요?”
“어-. 차가운 음료수도 좀 넣어 놓고 하려고.”
“어? 그거 좋은 생각이다. 형. 난 그 생각은 못 했는데.”
강훈과 하윤의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시후는 인벤토리 안에서 잠자고 있는 대량의 육포들을 떠올렸다.
‘아이들이 좋아하겠지?’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