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229
28화
주변 정리 그리고….
[SeeYou]가게에 앉아 동료들과 식사를 하고 있는 위석천을 지켜보던 시후.그는 시후의 도움으로 병원 숙직실에서 문을 열고 나왔다.
그것도 수술복 위에 가운을 걸친 채로.
당연히 병원은 뒤집어졌다.
사라졌던 이가 나타났고 경찰이 질문을 했을 때 위석천은 기억이 안 난다고 이야기했다.
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동안.
병원을 그만둔다고 하자 병원 측과 주하 그리고 석천의 어머니가 가장 놀랐다.
지금까지 모았던 돈들.
그리고 모았던 마정석을 시후의 도움으로 이 세계에 판매한 돈들 중 일부를 현금화했다.
대략 2억가량 모였다.
세금 떼고 수수료 떼고 남은 돈을 전부 어머니와 주하에게로 나눠 준 석천.
병원 퇴직금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탑으로 돌아가기 3일 전.
위석천은 같이 일했던 의사 간호사들에게 한턱 내기로 하고 [SeeYou]의 시후에게 부탁을 해 놓은 상태였다.
“많이들 드세요.”
“어머? 선생님 [SeeYou]의 강사장님이랑 친하세요? 어떻게 여기를 전세를 내셨데?”
“오- 강 사장님 실력 발휘 엄청 하셨나 보네요. 거기다 홍 쉐프님도….”
[SeeYou]의 영업이 끝나고 전세를 낸 위석천이었다.시후의 배려 덕분이었다.
가게의 블라인드는 전부 내린 상태에서 위석천과 함께 일한 조들만 내려와 있는 상태였다.
[SeeYou]는 원래 술은 팔지 않았다.병원 내 가게이기도 했고 환자와 보호자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했기에 주류판매는 없었다.
그러나, 탑으로 돌아가는 위석천을 위해 술을 내주었다.
[SeeYou]에서의 식사 위석천에게는 정말 즐거운 한때였다.“멀리 나간다고?”
“예.”
“가서 몸 건강하고.”
“오빠-. 대체 거기서 뭐 하는데 한국대 병원 버리고 가는 거예요?”
“어? 좀 먼 곳이라서….”
위석천은 자신을 오빠라 부르는 후배를 보며 약간은 슬픈 미소를 지었다.
“에이- 연락하고 지낼 거죠?”
“어? 음…. 거기가 완전 오지라서 핸드폰이 안 터질 거야.”
거짓말은 아니다.
탑은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곳이었다.
“오지? 의료 봉사 가는 거였어요?”
“난 선배가 다른 멋진 선진국 병원 간다고 들었는데?”
“형! 어디 가는 거예요? 알려줘 봐요.”
“좋은 곳이면 저희도 함께 가요.”
사람들의 목소리에 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좋은 곳은 절대 아니다.
현대 문명에 익숙해 있는 사람이라면 단 하루 지나면 집이 그리워 눈물을 떨어뜨릴 곳이다.
위석천의 회식 자리를 쳐다보던 시후는 가게 뒷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왔어요?”
“응.”
하윤이었다.
시후가 부탁한 몇 가지 재료를 사 가지고 온 것이었다.
“위하여-”
다들 잔을 부딪히고 있었다.
시후는 탑 소환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 상당히 저기압이었다.
뭔가 일이 터지기 직전의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후우-
별일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 * *
시후를 기다리는 블랙 고블린 아이들은 영주관 한쪽에 있는 접객실에 모여있었다.
다리만 흔들거리며 시후가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엘라 드라마 보고 싶다.
-하윤 부영주님이 너 그만 보래.
-왜? 엘라가 뭘 잘못했는데?
-너 저번에 본 드라마 대사 따라 하다가 하윤 부영주님한테 혼났잖아.
-아! 그건 엘라가 실수한 거고.
엘라는 삐쳤다는 듯 문을 열고 나갔다.
아코-
문을 나서려다 누군가와 부딪히자 고개를 들었다.
-어?
“엘라 어디 가?”
하윤의 모습을 본 엘라는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엘라. 그냥….
“응? 그냥?”
하윤은 문 밖에서 엘라의 투덜거림을 듣긴 했었다.
원래는 모른 척 해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엘라의 반응을 보자.
귀여움에 계속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엘라가 부영주님한테 서운했어.
“엉?”
뭐지?
귀여움에 물어보고 싶었는데 갑자기 내가 죄인 된 기분은?
“어? 그, 그랬어? 뭐가 서운했을까?”
-엘라가 보고 싶은 드라마 다 안 보여 주고.
하윤은 또박또박 말을 하고 있는 엘라에게 새로운 내용을 저장한 태블릿을 내밀며 물었다.
“엘라, 그 드라마 재밌었어?”
-응? 어떤 거 이야기하는 거야? 더 영광? 아니면 일타 강사? 어떤 거?
엘라는 그때부터 드라마에 대한 별점까지 매겨가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하윤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앞에 있는 어린 블랙 고블린 의외로 분석을 잘한다.
“엘라 이번에 준 테블릿 안에 소설이 몇 개 있는데, 괜찮다면 읽어보고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소설? 아! 전에 읽던 ‘레이드’물이나 ‘탑 등반’ 물 이야기하는 거지?.
“어? 응. 그 비슷한 건데….”
하윤이 말을 얼버무리려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엘라는 해맑은 표정으로 하윤을 보며 말했다.
-엘라 말고 다른 친구들한테 보여 줘도 돼? 어차피 드라마는 다 같이 볼 거니까.
“응, 그렇게 하렴.”
-그럼 엘라는 먼저 갈게. 하윤 빠빠이~!
엘라가 먼저 영주관을 빠져나가자.
뒤 따라 나온 아이들은 하윤에게 인사를 정중히 한 뒤 엘라를 찾아 나섰다.
우르르-
-엘라! 기다려!
-같이 가자고! 너 손에 태블릿! 야! 기다려!
-혼자 볼 거야?
아이들은 시끌벅적하게 엘라의 뒤를 쫓아 나갔다.
그 모습을 보던 하윤은 고개를 저었다.
하윤이 보기에 아이들은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었다.
아이들 나름의 생각과 가치관이 굉장히 뚜렷해 보인 것이었다.
아이들 앞에서 화를 내면 놀이터에서 아이들끼리 놀 때.
부모는 굉장히 낯부끄러운 상황에 빠진다고 한다.
하윤이 사색에 잠기기 위해 시후네 뒷산 근처 공원에 올라갔을 때.
아이들끼리 놀면서 대화하던 것이 떠올랐다.
“어머 어머? 지니 엄마. 어제 우리 그이가 말이야.”
아이들은 발음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엄마의 목소리와 행동을 따라 하고 있었다.
‘세상에- 애들은 어른의 거울이라더니 틀린 말이 아니구나….’
하윤은 새삼스럽게 아이들 앞에서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후가 아이들 앞에서 늘 차분하고 조용하며 항상 미소를 짓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생각에 빠져 있던 하윤을 깨운 것은 문소리였다.
달칵-
“형- 잠깐만 집으로 와 주실래요?”
시후가 영주관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불렀다.
“어? 어- 올라갈게.”
하윤이 내려온 이유는 아이들 중 아무나에게 영상을 저장한 테블릿을 건네주기 위함이었다.
* * *
하윤이 집으로 올라오자.
저녁을 준비 중인지.
부엌에서 나는 향기로운 음식 냄새에 코가 절로 움직였다.
“뭔 날이야? 어?”
하윤은 안방을 나서자마자 보인 인영에 깜짝 놀랐다.
“형- 오랜만입니다.”
“왔냐?”
휘준은 장난스럽게 경례를 해 보인 뒤.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하윤은 머릿속으로 계산이 빠르게 돌아갔다.
휘준이 입대한 뒤.
잊을만하면 며칠씩 휴가받고 나오는 휘준이었기에 제대했다는 생각을 못한 하윤이었다.
“군에서 언제 제대했냐?”
자연스러움을 가장한 하윤의 질문.
그러자 휘준은 부엌을 힐끔 보며 입을 열었다.
“3일 전에 했는데, 아버지가 몸이 좀 안 좋아서 병원 검사 시켜 드리고 이상 없다는 결과 보고 왔어요.”
“잘했다. 밥은 먹었고?”
“안 먹었다고 하니까 시후가 또 저렇게 고문하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갔네요.”
부엌에서 귀를 세우고 있던 시후.
사자후가 터졌다.
“야! 고문은 무슨 고문! 진짜 고문이 뭔지 보여줘?”
“아니-. 그건 좀 넣어둬라.”
시후의 휘준의 투덕거림을 보자 하윤은 이제야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한사람이 없는 집이 휑하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야- 밥 먹으러 와.”
“어? 간다. 가.”
“형도 오세요.”
시후의 부름에 두 사람은 식탁으로 향했다.
식탁 위를 본 휘준은 고개를 저었다.
“나, 진짜…. 크흡-”
휘준은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뭐가 진짜인데?”
시후의 물음에 휘준은 피식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식탁의 밥이 그리웠다고 잔칫상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휘준의 말에 담긴 속뜻을 깨달은 시후.
입가에 미소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랬냐? 많이 먹어.”
“형도 맛있게 드십쇼.”
“너도 많이 먹어.”
밥을 한 숟갈 크게 뜬 휘준은 그 위에 시후가 담근 김치를 척 걸쳐 올렸다.
그리고, 시후의 밥상에서 드물게 올라오는 숲햄을 잘라 밥 위에 같이 올리고 입에 넣은 휘준은 만족감에 어깨를 살짝 떨었다.
꿀꺽-
“김치 언제 담았냐? 진짜 맛있다.”
“어? 김치? 그거 내가 담은 거 아냐.”
“엥? 니가 안 담으면 그럼- 누가 담아?”
“우리 영지민들이.”
“벌써 김치까지 담을 줄 알아?”
“응. 그리고 제국에 있던 블랙 고블린들 아이들도 우리 마을로 들어와 살고 있어.”
“와- 엄청 변했겠다?”
“그렇게 변하진 않았고…. 문제가 좀 생겨서.”
“문제?”
시후는 고개만 끄덕였다.
“밥 다 먹고 이야기해 줄 수 있지?”
“응, 그리고 부탁할 것도 있고.”
세 사람은 수저를 빠르게 놀리기 시작했다.
식사가 끝난 뒤.
식탁을 빠르게 치우고 세 사람 앞에 각자 머그컵 하나씩 놓여 있었다.
“와- 이거 향 되게 좋다?”
“그거 강훈 형이 가져다 준 차로 우린 건데 꽤 향이 좋더라.”
“강훈 형이 들으면 좋아하겠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야?”
“아- 그게.”
시후는 한국대 병원에 있는 위석천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자.
“그래? 얼마 전 우리 부대에도 한 명이 갑자기 실종된 일이 있어서 난리가 나서 탈영이다 뭐다 했는데…. 혹시 그 친구도?”
“그건 모르지, 실제로 탈영했는지도 모르지.”
“사라진 장소는?”
“그게 ‘카더라’ 소문으로 들었는데, 화장실이라고 들었어.”
찌이이-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벨 소리가 들려왔다.
“올 사람 있어?”
“아니 오늘은 없는데?”
휘준의 질문에 시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당으로 향했다.
덜커엉-
“여길 어떻게?”
시후는 놀라고 말았다.
위석천이 대문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는 커다란 등산용 배낭과 함께 캐리어를 끌고 온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시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주변 정리는 다 하신 건가요?”
“응. 대충 했어. 그런데 들어가면 안 될까?”
“아- 들어오세요. 친구도 와 있어서.”
“친구?”
“네-.”
시후는 위석천을 안내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휘준은 예전에 주하와 함께 온 석천을 본 적 있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네- 신세 좀 지겠습니다.”
위석천의 인사가 조금은 어색했던 휘준이었다.
조금 전 들은 이야기 때문이었다.
탑이 소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 때문이었다.
그 당사자가 눈앞에 두고 보니 조금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온한 일상이 갑자기 깨지는 충격이 얼마나 클까 싶었다.
휘준의 마음을 안 것인지 석천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도, 강 사장 덕분에 주변 정리를 하고 다시 탑을 오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것만 해도 큰 행운이지.”
석천은 씁쓸한 듯 깍지를 끼며 말했다.
“거기서 강 사장을 만나지 못했으면 죽었을 거야.”
석천의 한마디에 다들 침울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데, 혹시 이거 좀 봐 줄 수 있을까?”
석천은 등산복 안 포켓에서 뭔가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
“이건….?”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