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235
34화
국밥 한 그릇
두 요리장은 흑단 마을 영주가 대체 뭘 하는 건지 궁금했다.
‘대체 저 두툼한 뼈로 뭘 한다는 거죠?’
‘나도 몰라. 그냥 지켜봐.’
두 사람은 눈동자만 굴리면서 흑단 영주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흑단 영주의 행동을 궁금해했던 2급 요리장 넥스니스.
“저…. 영주님?”
“네?”
“지금 그 뼈가 대체….”
“아- 이건 붉은 오크 뼈인데 국물을 우려낼 재료예요.”
손길이 점차 빨라지는 시후의 행동을 지켜본 두 사람.
그들 눈엔 처음 보는 요리 도구들이 인벤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눈만 끔벅이는 중이었다.
‘대체 뭘 하려는 걸까?’
1급 요리장 유하제르의 머리는 계속 기울어졌다.
시간이 지난 후.
바글바글 끓고 있는 뽀얀 국물을 본 두 요리장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분명 붉은 오크는 먹지 못하는 몬스터로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자이 왕국의 흑단 마을 영주 강시후.
그는 그 붉은 오크의 뼈를 물에 담그고 불을 켜더니 한참을 끓이고 그 위에 뜬 부유물을 걷어 내는 작업을 했다.
그걸 본 두 사람은 서로 속삭이듯 말을 주고받았다.
‘뭔가 구수한데요?’
‘그러게? 이 구수한 냄새 속에 약간의 누린내가 있긴 한데…. 저 영주는 대체 뭘 만들려고 그러는 건지 참….’
그때.
영주의 손에 든 커다란 갈고리가 끓어오르는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유하제르.
그는 대체 저 갈고리를 왜 넣는지 궁금했다가 이내 깨달았다.
끓어오르는 저 육수에 들어간 붉은 오크 뭉텅이 고기들을 건져내기 위함이었다.
뭉텅이 고기들이 갈고리에 걸려 나오자 이내 칼질을 하는 시후.
서걱- 사악-
고기를 어느 정도 두께로 살짝살짝 저며놓은 뒤.
까만색으로 된 그릇 두 개를 꺼내더니 육수를 몇 국자 퍼담았다.
그릇째. 화로에 올려 다시 한번 썰어 놓은 고기를 넣고 끓이는 것이었다.
‘대체 저건 뭔지….’
두 사람의 눈엔 아무리 봐도 모를 음식이었다.
잠시 뒤.
그릇 안에선 국물이 끓어올랐다.
보글 보글-
까만색 그릇에서 용암이 끓어오르듯 보글거리는 뚝배기 세 그릇.
유하제르와 넥스니스 그리고 세터 앞에 놓였다.
“오-. 영주님. 이건 냄새가 정말 구수한데요?”
“만드실 때부터 대체 무슨 음식인지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시간도 꽤 많이 걸린 것 같은데 말이죠.”
세터와 넥스니스의 말에 시후는 미소를 지었다.
“저희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돼지국밥인데, 뼈를 충분히 우려낸 뒤. 뚝배기에 고기랑 내장 등을 넣고 한 번 더 끓여내면 든든한 한 끼가 완성되죠.”
세 사람은 눈앞에서 아직도 뜨거운 열기를 뿜으며 끓고 있는 뚝배기를 내려다보았다.
“일단 먼저 국물 맛을 본 뒤. 그다음. 취향에 맞게 새우젓 또는 양념(다대기)이나 그리고 들깨 가루 또는 썰어놓은 대파 등을 넣고 드셔 보세요.”
시후의 권유에 세 사람은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들고 국물을 떠먹어 보았다.
후르릅-
유하제르와 넥스니스의 눈엔 느낌표가 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난 뒤 눈을 감고 무슨 맛과 비슷한지를 비교하는 듯 보였다.
그 다음부터 세 명의 행동이 빨라졌다.
그들의 행동을 지켜 보던 시후.
‘흥미로운데?’
프리벤 왕국의 시종장 세터의 행동이 가장 흥미로웠다.
세터는 국물을 맛본 뒤.
새우젓을 조금 떠 국물에 빠뜨렸다.
그리고는 휘휘 저은 뒤.
다시 국물 한 모금을 떠먹었다.
탁탁-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 숟가락까지 살짝 터는 모습.
전날 거하게 한잔한 중년 아저씨가 국물 간을 맞추는 모습이 떠오른 시후였다.
다음으로 파를 듬뿍 넣고는 들깨 가루를 큰 숟가락으로 털어 넣고 휘휘 저은 뒤.
또 한 번의 맛을 보는 세터.
그는 아예 뜨겁긴 해도 뚝배기 채 들고 국물을 들이켰다.
그 모습에 시후는 고개를 돌렸다.
친숙한 중년 아재의 모습이 제대로 겹쳤다.
크아-
들려오는 세 사람의 감탄사.
그들은 뭔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거 뭔지 모르지만, 술 한잔이 그리운 맛입니다?”
“오-. 저도 그렇습니다.”
“저도요.”
세 사람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술 한 잔과 함께하고 싶은 맛.]세 사람은 붉은 오크 국밥(돼지국밥)을 어느샌가 다 먹은 뒤였다.
“입에 맞으셨나 봅니다?”
“네- 정말 이런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영주님네 영지 사람들이 부러워지는데요?”
돼지국밥을 선보인 것은 프리벤 왕국이 처음이었다.
뜨거운 국물.
그리고 국물과 함께하는 반주 한잔.
이 맛의 깊이를 알 수 있는 계절은 겨울이었다.
물론 한국에서는 겨울이 아니라 할지라도 생각나기도 한다.
세 사람의 호평.
그리고 아직도 끓고 있는 사골육수.
자박- 자박-
발소리와 함께 묘족 한 명이 조리실 입구에서 얼굴만 빼꼼히 내놓은 채 입을 열었다.
“저- 요리장님.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만….”
“아- 시간이 벌써? 금방 올리겠다고 전해 주게.”
“알겠습니다.”
식사 시간이라는 말에 시후와 조리장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돼지국밥으로 나갈 테니까, 준비 해주시죠. 영주님.”
“그렇게 하도록 하고, 식사가 끝나면 처음부터 해서 한번 만들어 보는 걸 확인하겠습니다.”
시후의 선언에 두 요리장 및 아래 요리사들의 큰 목소리의 대답이 들려왔다.
“네엡-!”
* * *
프리벤 왕국의 왕 알렉산더 프리벤.
그는 눈앞에 놓은 검은색 그릇 안에서 부글거리며 끓고 있는 음식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보기만 해도 뜨겁구나.’
세터는 머뭇거리는 왕에게 먹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러자 그가 숟가락을 들고 국물을 한 모금 떠먹었다.
“응? 이거 왜 이렇게 밍밍해?”
맛이 전혀 없었다.
국물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고기 냄새.
알렉산더는 세터를 이게 뭐냐는 듯 쳐다보았다.
그러자 세터는 옆의 그릇을 가리키며 말했다.
“작은 그릇에 있는 새우젓을 함께 있는 스푼으로 국물에 넣고 저어 드셔 보십시오.”
왕은 세터의 말대로 따라했다.
후릅-
“오-! 밍밍한 것이 사라지네?”
그리고는 새우젓을 조금 더 넣은 뒤.
간을 맞추고 다시 국물을 떠먹은 왕.
처음과 달라진 국물 맛에 꽤 놀란 표정이었다.
“처음엔 밍밍하면서 이게 무슨 맛인가 싶었는데, 이 새우젓이라는 것을 넣자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올라오는구나.”
세터는 왕의 말에 씨익 웃었다.
“그 옆의 썰어 놓은 파와 까만 가루를 넣고 한 번 더 맛을 보십시오.”
왕은 시종장 세터가 시키는 대로 했다.
점차 변해 가는 국물 맛.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깊은 담백하면서도 묵직한 맛이 알렉산더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거 꽤 맛있는데?’
숟가락과 놓여 있는 집게 같은 것으로 국물과 라스(쌀밥)를 함께 먹었다.
그러다 세터의 말대로 빨간 양념(다대기)을 풀어 놓고 거기에 남은 라스를 넣고 말아 입에 넣자.
또 다른 맛의 세계가 입안에서 펼쳐졌다.
머리카락 밑에서 송글송글하게 맺히는 땀방울.
그 땀방울이 관자놀이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도 모른 채.
알렉은 국밥을 먹었다.
달그락-
숟가락을 놓은 뒤.
후르릅- 후릅-
알렉산더는 뚝배기를 들고 국물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마셨다.
타악-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음식들 보다.
흑단 마을 영주가 직접 만들어 준 이 음식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든든한 한 끼가 뱃속으로 들어가자.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 알렉산더.
그는 식사 후 시후를 불렀다.
“조금 전 내어준 음식은 무엇으로 만들었는가?”
옆에서 보고 있던 세터는 입을 다물었다.
몬스터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사실을 왕이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왕은 여유로워 보였다.
세터의 시선은 시후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그 시선을 받은 시후.
“조금 전 내어드린 음식의 이름은 ‘돼지국밥’이며 이쪽 세계에서는 ‘붉은 오크 국밥’이 될 것 같습니다.”
알렉산더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부, 붉은 오크?”
“제가 있는 곳에서는 ‘돼지’라는 가축을 잡아 뼈를 고아낸 뒤. 고기와 내장 등을 넣고 끓인 ‘돼지국밥’ 한 그릇을 종종 먹기도 하는데, 이곳에서는 그 맛과 비슷한 고기가 ‘붉은 오크’라는 몬스터이더군요.”
시후의 말에 당황한 알렉산더.
그러나 이내 조금 전 먹었던 음식이 떠올랐다.
“그거 먹어도 탈이 없는 건가?”
“기름진 음식을 못 드시는 분들이라면 다음 날 배앓이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괜찮긴 합니다.”
“그, 그런가?”
시후의 추가적 설명에 알렉산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후가 이야기한 것.
가성비 면이었다.
붉은 오크를 잡게 되면, 그 고기는 삼겹살로, 뼈는 사골 육수로 내장은 국밥 재료로 넣는 것에 대해 설명했다.
붉은 오크의 머리에 대해선 시후 역시 고개를 저었다.
돼지와 맛은 비슷했지만, 머리 수육은 이곳 사람들에겐 난이도가 좀 높은 음식일 테니까.
그렇게 식사 시간이 끝나고, 두 요리장은 사골육수를 끓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이 끓여서 어디에 쓰시게요?”
두 사람은 육수를 끓이는 중에 시후에게 질문했다.
“돼지국밥을 만들 때마다 육수를 뽑으려면 손도 많이 가고 번거로워서 한 번에 뽑아 놓고 얼려서 보관해 놨다가 음식 할 때마다 녹여서 쓰면 돼요.”
스삭- 스삭-
메모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외에도 시후는 국물 음식 중 ‘소’를 이용한 것도 알려주었다.
“소요?”
“아! 여기서는 카우카우라고 하던가요?”
“네에? 그 비싼 카우카우를요?”
“비싸긴 한데, 한 마리 잡으면 머리끝부터 꼬리 끝까지 버릴 게 하나 없는 게 카우카우거든요.”
놀라고 있는 그들에게 인벤에서 손질된 소 한 마리를 꺼내 턱 하고 올렸다.
깜짝 놀란 요리장과 요리사들.
그리고 환한 미소를 지은 시후는 인벤에서 꺼낸 또 다른 것을 요리장 앞에 내어놓았다.
“이게 뭔가요?”
시후가 그들에게 보여준 것은 바로 소의 ‘간’이었다.
이 역시 호불호가 엄청나게 갈리는 음식이지만, 한번 맛 들이면 달큰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서걱- 서거걱-
통째로 꺼낸 간을 막을 제거하지 않고 썬 뒤.
“요리장님. 아- 하세요.”
“네? 아-”
시후는 썰어 놓은 간 한 점을 기름장에 찍어 입에 넣어주었다.
입에 들어온 고기에 유하제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눈을 감고 맛을 최대한 느끼려고 한 유하제르였다.
우물- 우물-
씹을 때마다 서걱거리는 느낌.
느껴지는 달짝지근하면서도 뭔지 모를 맛.
유하제르는 입에서 느껴진 맛을 느끼고는 눈을 뜬 뒤 시후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음식인가요?”
“여기 말로 카우카우의 생간인데, 정말 신선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음식이에요. 이건 잘못 먹으면 탈이 날 수도 있으니까 일단 맛보기로만 보여 드린 겁니다.”
“아-. 그런데 굉장히 달짝지근하면서도 끝에 뭔가 쇠맛 같은 느낌이 나긴 하더군요.”
“그렇죠. 끝 무렵에 나는 쇠 맛은 간이 함유하고 있는 철분 때문이니까요.”
시후는 소를 이용한 국물 요리까지 전부 알려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국물 요리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된 것 같다며 기뻐했다.
한식.
대부분이 국물이 빠지지 않는다.
얼마나 한국인들이 국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식탁 위만 봐도 알 수 있다.
찌개, 탕, 국 여러 국물 음식들.
이 모든 음식에 대한 레시피들을 프리벤 왕국 두 고위 요리장들에게 알려주었다.
그들은 이제 필요한 재료를 자이 왕국에 요청할 것이고 자이 왕국은 흑단 마을에 요청할 것이다.
양국 간의 수출입.
그리고 파생되는 경제효과가 흑단 마을을 더 윤택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에 시후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국물 요리는 여기까지 하고…. 프리벤 왕국에 있는 탑을 안내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