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238
37화
누굴 호구로 아나?
모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시후.
느긋하게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오랜만에 늘어져 있었다.
털썩-
시후의 반대편에 앉은 휘준.
휘준을 쳐다본 시후.
그 앞엔 표정을 굳힌 휘준이 앉아 있었다.
“너 표정이 왜 그래?”
“문제가 좀 있어서.”
“무슨 문제?”
“그 탑 소환자들 있잖아.”
휘준이 꺼낸 문제를 들은 시후는 표정을 굳혔다.
같은 한국인들이 소환 되었다는 말에 시후는 최대한 그들이 낯선 곳에서 탑을 잘 클리어 할 수 있게 도와줄 생각이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시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선의로 그들을 도와주려 했던 생각을 다시 한 번 재고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엘라와 싸운 중학생은 그렇다 쳤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시후.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인 줄 알고, 계속되는 배려가 권리가 된다고 하더니. 딱 그 짝이네. 하윤 형은 알아?”
시후의 질문에 휘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 애들은 어떻게 하고 있어?”
“엘라 외에는 공략 팀들의 예쁨을 받고 있지. 뭐하나 더 챙겨주려 하고 있고.”
휘준의 말에 시후는 팔짱을 끼고는 생각에 잠겼다.
모른 척하기엔 한 두 사람도 아니지 않던가?
프리벤 왕국의 탑과 영지에 있는 탑의 총인원이 80명은 넘었다.
전국의 1일 실종신고 접수의 10분의 1 수준이 탑으로 소환되었다.
그것도 10대 이상 30대 이하.
한참 학교에서 공부해야 하거나 사회생활에 첫발을 디딘 청년들이었다.
그들의 혈기 왕성함으로 탑을 공략한다면 조금만 도와줘도 금방 할 것 같았다.
그런데, 한곳에 모아뒀더니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프리벤 왕국의 탑에 있던 묘족 치즈에게 들었던 이야기 때문에 안 도와줄 수도 없었다.
후우-
시후의 한숨.
휘준은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왜 그래?”
휘준의 표정을 본 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 시간이 있으니까 조금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
“그래, 엘라도 마음이 많이 상했나 보더라고.”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것이 당긴다.
시후는 엘라와 아이들 그리고 위석천을 위해 매운 음식을 좀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매운 거 좋아해?”
“한동안 못 먹었어.”
“뭐?”
“없어서 못 먹었다고.”
“아-!”
휘준의 말을 깨달은 시후는 피식 웃고 말았다.
군 생활 하면서 매운 것을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한 서러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군부대 앞에 매운 짜장을 파는 곳이 있긴 했지만, 휘준의 입맛에 그렇게 맵지도 않았었다.
“너 군대 있으면서 스트레스 엄청 받았나 보네?”
“…….”
휘준은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저었다.
말을 마라는 행동.
시후는 부엌으로 들어가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휘준아- 텃밭에서 청양고추랑 깻잎 그리고 네 방에 콩나물 좀 가져다 줄래?”
“어- 뭐 만들려고?”
“매운 닭볶음탕이랑 국물 닭발 그리고 치킨.”
“닭 사다 놓은 거 있어?”
“어- 인벤에 좀 많아.”
시후의 말을 들은 휘준은 야채를 따기 위해 텃밭으로 향했다.
그사이 시후는 매운 닭볶음탕을 위해 닭부터 손질하기 시작했다.
* * *
영주관으로 내려온 시후는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아이들은 시후가 부른다는 말에 영주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식탁에 나란히 둘러앉았다.
시후는 아이들 중 매운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 앞에는 칼칼하게 만든 닭볶음탕을.
그리고 그렇게 매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 앞엔 덜 맵고 담백한 탕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이들의 인기 메뉴 떡볶이와 짜장 떡볶이도 함께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은 신이나 어쩔 줄 몰라했다.
제국에서 온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영주님이 이런 거 만들어 주신다고?”
“와-. 진짜 대단해. 이게 무슨 음식이야?”
“냄새 정말 좋다. 이건? 어?!”
아이들은 닭볶음탕의 닭이 쿠코크라는 사실을 깨닫고 동공이 흔들렸다.
“이거 우리는 진짜 특별한 날 외엔 못 먹어 봤는데….”
히레아의 말에 율이 웃으며 말했다.
-시후 영주님이 우리한테 쿠코크 새끼를 잔뜩 가져다 주셨거든? 그리고 나서 걔네들이 자라고 알 낳고 해서 지금은 엄청 많아. 가끔 요리해 먹기도 해.
아이들은 제국에서 여기 오고 나서 늘 어른들이 만들어 준 음식 중에서 쿠코크를 먹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너희들 먹은 음식 중에서 담백한 탕 요리 있었을 텐데?”
시후의 질문에 유닛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어- 담백하면서도 고기가 있긴 했어요.”
“그 담백한 탕 어땠어?”
“맛있…. 설마 그게 쿠코크였어요?”
아이들의 입은 헤벌쭉하게 벌어졌다.
자신들이 모르고 먹었던 음식들.
그 음식들 중 쿠코크로 만든 요리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시후는 인벤에서 아이들을 위해 튀겨온 치킨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렸다.
그러자 아이들은 비명을 질렀다.
-와! 치킨이다!
-쿠코크 튀김! 맛있는 거다!
-너희들 이거 못 먹어 봤지? 진짜 맛있어. 겉바속촉이 바로 이거라니까~!
아이들은 보아와 히레아 그리고 유닛을 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떠들썩한 식탁.
식탁 위엔 푸짐한 음식들 그리고 밥과 반찬들이 가득 올려져 있었다.
“얘들아-. 탑에서 고생 많았지?”
시후의 질문에 아이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시후는 그 모습을 보며 눈빛이 살짝 가라앉았다.
“오늘 그동안 고생했다고 이 음식 만들어 주는 거야. 먹고 더 먹고 싶으면 이야기해. 더 만들어 줄게.”
시후의 말에 엘라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엘라 할 말 있어.
“응? 무슨 말인데? 일단 먹고 나서 할까?”
엘라는 잠시 생각을 하다 이내 표정을 바꾸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엘라는 착한 아이니까 맛있는 거 먹고 이야기할 거야.
그 말에 시후는 엘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떡볶이는 아이들과 블랙 고블린들의 논에서 나온 쌀로 만들었다.
떡을 만들 때 아이들도 한 손 보태 주기도 했었다.
우걱- 우걱-
우물- 우물-
아이들은 신나게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 앞에 탄산음료도 하나씩 놓아 준 시후와 하윤.
아이들에게 콜라는 주지 않았다.
탄산수를 내밀었다.
예전에 콜라를 줬을 때 아이들 중 취한 아이가 나왔었다.
콜라 먹고 취하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시후.
눈앞에서 그런 경우를 보게 되자 얼마나 당황했는지 그 뒤부터 아이들에게 콜라를 주지 않았다.
사이다랑 탄산수.
그리고 직접 만든 에이드와 쥬스 등을 아이들에게 주었다.
찌이익-
제국에서 온 보아는 치킨의 날개를 뜯었다.
그리고 입으로 가져가 베어 물었다.
바사삭-
입안에서 느껴진 부서지는 소리에 동공이 팽창했다.
그리고는 촉촉한 살코기를 입에 넣은 보아.
눈동자가 떨렸다.
그리고 이내 시후를 쳐다보았다.
“영주님-. 이거 진짜. 너무 맛있어요.”
“그래? 맛있어?”
보아는 시후의 질문에 끄덕 인형처럼 계속 끄덕이며 치킨을 입에 넣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게 정말 맛있는 프라이드 치킨이야.
-아냐! 프라이드가 아니고 후라이드라니까.
-뭐 어쨌거나. 진짜 존맛탱 이잖아.
-엘라도 존맛탱에 한 표 던질 꼬야!
시후는 아이들의 대화를 듣다가 한 걸음씩 물러나는 휘준을 쳐다보았다.
“휘준아- 애들 말이 왜 이렇냐?”
“어? 그건 내가 그런 게 아니라니까?”
“그래? 그럼 형이에요?”
시후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은 하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아이들이랑 맛있는 거 먹을 기회 별로 없었어. 휘준이가 종종 햄버거도 사다 주고….”
“햄버거는 형이 사다 줬잖아요!”
“야! 그걸 이야기하면 어떻게 해!”
시후는 팔짱을 끼며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흐응? 햄버거어?”
시후의 질문에 하윤이 버벅이기 시작했다.
“어? 그, 그게 말이지….”
“애들도 햄버거 잘 먹더라. 뭐.”
-으응! 햄버거 마있쪄!
-엘라도 햄버거 또 먹고 싶어!
아이들의 햄버거 타령에 시후는 하윤을 쳐다보았다.
“애들 잘 먹어요?”
“어- 진짜 세 개씩은 그냥 해치우던데?”
“감자튀김이랑 해서 준 거예요?”
“어- 콜라는 안 줬고 사이다 줬어.”
“그건 잘했네요.”
“너 프리벤 왕국 갔을 때. 애들이 배고프다고 해서 미리 많이 사다 놓고 인벤에 넣고 들어왔거든.”
하윤의 말에 옆에 있던 휘준이 한마디 거들었다.
“애들 햄버거 먹고 나서 또 먹고 싶다고 입맛 다시는 거 못 봤지?”
하윤과 휘준은 아이들이 햄버거 먹던 날을 떠올리고는 어깨를 움츠렸다.
몇 날 며칠 굶긴 멍멍이처럼 순식간에 해치우고 또 먹는 기행을 보여준 아이들.
그리고 나서 더 없냐고 초롱초롱한 눈을 뜨며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본 하윤과 휘준은 고개를 저었다.
다음에 또 사주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아이들의 식성은 진정되었다.
“애들 햄버거 먹고도 배가 고팠는지 메디 씨네 가게에 가서 두부 김치랑 두부 스테이크를 시켜서 그냥 순삭 했다고 하더라.”
“네?!”
“누가 보면 진짜 애들 굶긴 줄 알겠더라.”
“…….”
휘준과 하윤의 말에 시후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많이 먹는 성장기 애들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많이 먹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날씬…어?
“얘들아- 너희들?”
시후가 아이들의 면면을 자세히 둘러보았다.
얼굴에 살이 조금 붙었다.
통통한 볼살이 꼬집기 좋아 보였다.
거기다 뱃살은 살짝 처져 보였다.
한참 치킨 다리를 양쪽 손으로 들고 뜯고 있던 엘라와 시선이 부딪혔다.
-엘라 살 안 쪘어!
엘라의 말.
시후는 확신했다.
아이들 체중이 늘었다고 말이다.
아이들이니까 통통해 보이는 게 좋긴 했다.
애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칼로리 소모도 많이 하는 편이었기에 그렇게 걱정하진 않았다.
-시후! 이거 너무 맛있어. 맵긴 한데. 스읍- 스읍- 마있져!
“이거 정말 매콤하게 맛있어요. 스읍-”
아이들은 매웠는지 혀를 빼어 물고 있었다.
휘준은 냉장고에 들어있던 매울 때 먹는 음료를 꺼내 아이들에게 한 잔씩 나눠 주고 있었다.
꿀꺽- 꿀꺽-
-와! 이거 먹으니까 매운 게 안 매워져.
-이거 새콤해. 뭐야?
휘준이 아이들에게 준 것은 쿨*스였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 함께 하면 좋은 음료.
아이들은 많이 매웠는지 까만 얼굴이 약간은 붉게 변해 있었다.
“너희들 이거 많이 맵지 않아?”
시후의 질문에 아이들은 안 맵다고 고개를 저었다.
시후나 하윤 그리고 휘준의 입엔 살짝 매콤한 정도로 만들어 놓은 닭볶음탕과 떡볶이였다.
아이들은 땀까지 흘려가며 먹는 모습.
그리고 뭔가 개운해진 표정을 보니 나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시후였다.
아이들이 한참 먹고 있을 때.
아이들에게 맛있게 먹은 뒤 놀고 있으라고 이야기한 뒤.
시후는 집무실로 향했다.
달칵-
집무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자 아세트 장로가 다가왔다.
한가득 보이는 서류들.
시후가 서명을 해야 할 것들이었다.
“이것들만 처리하면 되는 건가요? 장로님?”
“네. 그렇습니다.”
“그럼 빨리 해놓고 잠깐 스노우와 석천 형을 만나고 와야겠네요.”
시후는 그렇게 이야기한 뒤.
무섭게 서류를 읽고 서명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타악-
시후는 펜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끝나셨어요?”
“네- 마음이 급해서인지 일단 제대로 읽긴 했는데, 장로님께서 한 번 더 검토해 주십시오.”
“그러죠….”
“그럼 전 다녀오겠습니다.”
시후는 그렇게 이야기한 뒤.
바로 탑으로 가는 게이트를 열어버렸다.
위석천이 있는 곳으로 바로 가는 게이트였다.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