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chef using garden ingredients from this world?! RAW novel - Chapter 246
45화
고생해라. 얘들아.
시후 일행은 탑에서 며칠을 보내게 되었다.
하루 24시간.
그러나 이 세계의 탑은 그렇지 않았다.
탑과 흑단 마을의 시간 역시 달랐다.
시후와 흑단 마을 아이들이 이들의 멱살을 잡다시피 탑 등반을 해도 불평이 없었다.
‘다 이유가 있겠지.’
‘이유 없는 행동은 안 하는 녀석이니까.’
‘강 사장이 하는 행동엔 이유가 있다고 했으니까….’
다들 시후를 믿는 것이었다.
시후는 솔직히 불안했다.
시후는 뒤에 서 있는 일행의 레벨을 확인했다.
전부 80 언저리.
일단 100까지는 맞추자는 생각에 아이들과 함께 공략을 시작했다.
그렇게 공략을 진행한 몇 주 뒤.
* * *
한국대 병원 로비에서는 많은 이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아이고- 일본 어쩐데유? 저러다 가라앉는 거 아녀유?”
“어머 어쩜 좋아. 저러다가 진짜 가라앉으면 해수면 올라가는 거 아냐?”
“무슨 일이래…. 한국도 요즘 이상한 동물인지 괴물인지 나와서 정신 없는 판국에 일본은 갑자기 웬 8.9 지진이래….”
[SeeYou]로 들어오던 손님들의 대화 역시도 일본 지진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시후는 주방에서 일을 하는 도중 손님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 대화를 태민 역시 들었나 보다.
달그락- 촤아앗-
태민은 접시에 음식을 담아내며 시후를 불렀다.
“강시-. 매그니튜드 8.9면 그 지역 하나는 그냥 망했다고 봐야 하나?”
“글쎄-. 모르지 뭐.”
시후는 손을 움직이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일본의 행정구역을 보면 1도(都)1도(道) 2부 43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뉴스에 나온 진도 8.9가 일어난 지역은 도쿄도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이었다.
웅성- 웅성-
식당 내부는 일본 지진뿐만 아닌 각 지역으로 나타나는 동물형 괴물 이야기도 나왔다.
“군에서 괴물들 잡는다고 총을 쏘고 해도 처음엔 잡히더니 점차 버겁다는 말이 나온다고 하던데요?”
“어- 그거 나도 아는 놈이 군대에 있어서 들었는데, 이젠 총알을 튕겨 낸다고 하더라.”
“인근 민가 대피시켜놓고 아무것도 지원도 안 해 준 다면서요?”
“그 괴물들이 다른 곳으로 지나간 뒤 다시 해제 한다고 하는데, 뭐 그 사람들 보고 죽으라는 거지. 안 그래?”
“어유- 밥맛 떨어지게 그런 이야기 왜 해서 그래요. 진짜 [SeeYou] 밥 오랜만에 와서 먹으려는데 말이지….”
[SeeYou]내부의 웅성거림은 일본의 이야기와 한국 내에서 나오는 괴물들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시후는 그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들리는 정보를 들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징조가 보이고 그다음 징조. 이 징조가 쌓여 인간의 경제활동이 멈추면 그때 침략이라고 했던가?’
시후는 조금은 불안한 눈으로 손님들을 힐끔 바라보았다.
다들 웃으며 즐겁게 대화 중이었다.
옆 나라에서 터진 재난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음식이 주는 기쁨에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조금은 이율배반적인 모습.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시후였다.
촤아앗- 촤르륵-
타타타탁-
시후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띠엥-
“오늘의 정식요!”
* * *
[오늘 새벽 일본 훗카이도 북동쪽 1Km 지역 떨어진 해저에서 발생 한에서 진도 9.0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가운데 ….] [저녁 7시 경 일본 오키나와 현이 진도 8.9 규모의 강진과 함께 쓰나미로 인해….]띡-
뉴스를 꺼 버린 강훈.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사람들은 굉장히 평화로워 보였다.
다른 지역의 산에서 내려온 괴물들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는 뉴스는 다른 곳의 이야기일 뿐.
자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처럼 보였다.
부스럭-
인벤토리에서 꺼낸 편지 한 통.
핸드폰과 전자기기가 있는 곳에서 손으로 쓴 편지.
정확히는 메모에 가까운 편지였다.
그 메모에 쓰인 내용들은 꽤 많았다.
[쉘터 구축에 대한 건.]강훈이 손에 쥔 메모는 시후가 예전에 넘긴 것이었다.
의료품부터 식량 가축 그리고 소모품.
거기다 태양열 축전지부터 발전기까지 모든 것들이 쓰여 있었다.
메모를 건네주며 했던 시후의 말.
강훈은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
시후가 한 말대로 지금 세상은 변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아포칼립스의 재림이 오고 있었다.
“일본은 워낙에 지진이 많은 나라라서 사람들이 또 일본에 지진 났네. 라는 식으로 생각을 할 거예요. 그런데 이게 이틀 간격으로 오키나와부터 훗카이도까지 전체 도시를 무너뜨리면서 지진이 발생한다면요? 거기다 세계에서 구조인력이 도착도 하기 전에 다른 지역의 지진이 발생해 버리면요? 일본은 시작일 뿐이에요 형.”
시후의 말에 강훈은 팔짱을 낀 채로 하늘만 보았었다.
“형- 그리고, 중국은 유래 없는 비가 내일 지도 몰라요…. 재난영화보다 더한 재난이 일어난 뒤. 이 세계의 침략이 있다면요?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재난으로 가뜩이나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이계 생물의 공격을 받는다?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강훈은 시후의 말을 떠올리면서 자신이 그동안 구매했던 것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지이잉-
강훈은 발신자를 보고 눈이 살짝 커졌다.
“할아버지?”
전화를 받은 강훈은 할아버지의 차분한 목소리에 놀라고 말았다.
-네가 의료기부터 시작해서 온갖 물자들을 구매하고 있다는 소식 들었다.
“아-, 할아버지 그건….”
-네가 그렇게 움직인다는 것은 그 청년이 뭔가 알려 줬다는 거겠지?
할아버지의 목소리.
강훈은 뭔가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시후가 구해준 약으로 건강을 되찾았었다.
뭔가 도와주려고 했지만, 강훈이 할아버지를 막았다.
할아버지의 따듯한 목소리에 시후가 떠올랐다.
“그- 할아버지. 요즘 세상이 워낙에 흉흉하잖아요. 그래서 혹시나 모를 재난에 대비해 놓은 것뿐이에요.”
-그러냐.
재난 대비라는 말에 할아버지는 쉽게 납득을 해 버렸다.
-훈아. 최근 일어나고 있는 국내 산에서 나오는 괴물들 말이다.
강훈은 할아버지의 말을 듣다가 이내 눈이 커졌다.
“사냥꾼들이나 군에서 잡으려고 했다가 오히려 잡아 먹혔…다고요?”
-그렇단다. 뉴스를 내보내면 혼란이 더욱 커질 것 같아 언론을 막고 있다는구나.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했다.
시후가 이야기했던 일들이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훈아, 친척들은 미국, 프랑스, 영국 등으로 떠났단다. 거기는 조금은 안전한가 보더구나. 너랑 하윤이는 어쩔 셈이냐?
할아버지는 강훈과 하윤이 한국을 떠나길 바랐다.
그가 몰랐기 때문이라는 것을 강훈은 안다.
현재 가장 안전한 곳은 시후 옆.
아니 정확히는 시후가 다스리는 곳 ‘이 세계 흑단 마을’이 안전했다.
다른 친척들이라면 몰라도 할아버지 만큼은 데려가고 싶다는 강훈의 생각.
-훈아, 할애비 말 들으렴 외국으로 나가는 게 안전할 것 같구나.
“회, 아니 할아버지는요?”
-비록 네가 가져온 약 때문에 건강을 되찾았다고 해도 내 나이가 있으니. 괜찮다.
빠드득-
강훈은 주먹을 쥐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래, 생각해 보고 연락해 주렴.
“네. 할아버지 쉬세요.”
-오냐.
통화를 끈낸 강훈.
친척들은 이미 한국을 떠났다고 한다.
지잉-
발신자는 하윤이었다.
강훈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 말해.”
-형, 부모님이 한국을 떠나자는데 형은 어쩔 거야?
“넌 갈 거냐?”
-내가? 아니. 난 안 갈 건데. 그리고 솔직히 난 부모님도 저쪽으로 이동시키고는 싶은데, 나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니까.
하윤의 솔직한 이야기.
강훈 역시 할아버지를 저쪽으로 모시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형한텐 할아버지가 거의 부모님이었으니까.
“아-. 그리고 시후한테 전해 줘.”
-전해 주긴 뭘 바꿔줄게.
잠깐 기다리자 시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형.
“시후야. 혹시 말이다.”
-무슨 말씀하실지 대충 감이 잡히는데요. 죄송해요.
시후의 담백한 사과.
더 이상 요구할 수도 없었다.
이미 시후는 다가오는 재난을 준비하고 있었다.
-형, 대신 쉘터의 자리만큼은 안전할 수 있도록 해드리죠.
시후의 한마디.
약간의 불만이 녹아내렸다.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강훈이었다.
-형, 그리고 두 달 이내로…. 전부 정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시후의 묵직한 한마디.
강훈은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인 뒤 전화를 끊었다.
후우-
담배가 땡겼다.
귀여운 꼬마 아이들의 체온이 그립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할아버지랑 이모님. 두 분 만큼은….’
강훈은 두 사람을 떠 올리며 주먹을 쥐었다.
* * *
시후는 눈앞에서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 사람을 보고 있었다.
‘가족을 보내 달라…라.’
잠시 생각하던 시후는 세 사람을 보며 못을 박았다.
“흑단 마을로 이주는 어려워요. 그러나- ”
그들의 가족은 저쪽으로 데려갈 수 없으나 안전은 책임지겠다는 말을 했다.
하아-
휘준은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시후 네가 가족의 안전 책임진다는 말에 무거웠던 마음은 가볍긴 하다. 솔직히 몰랐으면 가족이나 나 나 지금 일어나고 있는 괴물 사태랑 다가올 일에 다 죽었겠지.”
“…….”
“그리고, 저쪽으로 못 데려간다는 말에 섭섭하기도 했어.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탑에서 그렇게 굴린 이유가 뭔지 알겠더라.”
휘준의 말에 듣고 있던 태민과 하윤의 눈이 살짝 커졌다.
시후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휘준은 말을 이었다.
“가족은 각자의 힘으로 지키라는 의미 맞지?”
휘준의 질문.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민과 하윤은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
시후의 뜻을 몰랐던 그들.
미안했다.
특히 하윤은 섭섭함에 집을 나갈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휘준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부끄러웠으니까.
흑단마을 부 영주면 뭐하나.
영주인 시후의 생각을 제대로 읽지 못 한 것이 부끄럽고 쪽팔렸다.
“시후야-.”
하윤은 결심한 듯 시후를 불렀다.
“솔직히 네가 말을 안 해줘서 조금은 섭섭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시후는 가볍게 한숨을 내 쉬었다.
“제가 말을 안 한 것도 있지만, 물어본 적도 없으시잖아요. 그런데 섭섭하다는 말은 좀 아니죠.”
“어?”
시후의 말이 맞다.
하윤이 지금까지 시후의 행동에 의미가 있을 거로는 생각했지만, 물어보진 않았다.
‘젠장-’
하윤의 얼굴이 붉어졌다.
“커뮤니케이션의 오류가 있었던 것 같으니까요. 넘어갈게요.”
“어? 어. 그, 미, 미안하다.”
하윤의 사과에 시후는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다만 탑에서 좀 더 구르시면서 가족을 지킬 힘을 기르면 되죠.”
시후의 한마디에 하윤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세 사람은 시후의 생각을 깨닫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고마웠다.
처음엔 탑에서 레벨 업을 죽자 사자 시키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후의 행동이 자신들을 위함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SeeYou] 식구들.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아! 두부 가게 애들도 등반을 시켜야 하나?”
시후의 한마디.
먼저 탑을 올라본 세 사람은 그들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고생해라. 얘들아.’
이 세계 텃밭 재료로 천재요리사?!
외전